오늘의 웹툰에서 내일의 웹툰을 생각한다 : 2023년, 한국 웹툰은 어떻게 될까
어느덧 2022년과 작별을 할 때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2020년 초부터 전 세계를 빠르게 습격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2022년이 끝나 가는 와중에도 아직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올해 하반기부터는 바이러스의 독성이 약화되며, 조금씩 거리가 예전의 활기찼던 모습을 되찾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다. 어디 그뿐이랴. 매년 항상 그랬지만, 올해도 크고 작은 일들이 가득했다. 각각의 사람들에게 2022년은 과연 어떤 해로 기억될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올 한 해를 흥미롭게 정리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한국 웹툰의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졌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나 게임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웹툰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부 활동 다수가 제약되자 역설적으로 대두된 콘텐츠 영역이 할 수 있겠다. 코로나의 위협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웹툰에 보내는 관심은 쉽게 식을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도리어 영화, 드라마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등으로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더욱 다양한 사람들에게 접근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웹툰 작가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은 외신까지 주목할 정도로 점차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개선의 방안은 제시되고 있지 않다.
과연 2023년의 한국 웹툰은 어떤 모습을 선보이게 될까. 양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작품이나 플랫폼의 다양성을 비롯한 질적인 측면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웹툰을 보는 무수한 독자들과 정책과 행정이 웹툰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어떤 변화가 생겨날 수 있을까. 그리고 작가를 비롯해 만화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이들이 놓인 환경은 어떤 길을 향해 나아갈까. 2022년까지 벌어진 일들을 토대로, 조심스레 내년의 한국 웹툰을 생각해 보았다.
웹툰의 매체 확장, 어디까지 뻗을 수 있을까
웹툰의 영화화나 드라마화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된 지 오래다. 2010년대부터 꾸준히 흥행이나 호평으로 증명된 여러 ‘웹툰 원작 영화/드라마’의 성공은 더욱 많은 영상 매체 제작자로 하여금 웹툰을 영상화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플랫폼을 소유한 자본은 자사 연재작의 성공에서 만족하지 않고, 직접 자사 플랫폼 연재작의 영상화에 관여하면서 더욱 막대한 부가 수익을 창출하려 애쓰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서비스의 성장이 결합하며, 웹툰 원작 영상물은 한국을 넘어 다양한 국가에 살고 있는 독자들을 점차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에는 ‘웹툰의 애니메이션화’가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지도 주목해 볼 지점이다. 물론 이전부터 영화화나 드라마화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었다. 특히 2020년부터는 일본 소니 산하의 북미 중심 애니메이션 플랫폼 ‘크런치롤’(Crunchyroll)의 투자로 <신의 탑>. <노블레스>, 그리고 <갓 오브 하이스쿨>이, 2022년 12월에는 넷플릭스의 투자로 <외모지상주의>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주목을 받았다.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의 등장이 예고되어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연의 편지>와 <유미의 세포들>이, TV 애니메이션으로는 추공 작가 원작의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며 큰 성공을 거둔 현군 각색, 故 장성락 작가 그림의 <나 혼자만 레벨업>이 2023년 공개를 선언한 상황이다. 어디 그뿐이랴. 아직 공개 일시는 미정이나 <낮에 뜨는 달>, <4컷용사>, <아일랜드>, <청춘 블라썸> 등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찌감치 만화의 ‘매체 확장’에서 일가견을 이룬 일본, 미국 등의 사례를 생각하면 앞으로 웹툰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매체를 확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영상 매체에 비해 주목도는 다소 적어도 이미 웹툰으로 원작으로 한 게임이나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으로도 적지 않는 작품이 제작된 상황이다. 통칭 ’메타버스‘로 불리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더욱 활발한 결합을 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앞으로의 한국 웹툰은 어떤 매체로 확장할지, 이를 다양하게 상상해 보는 것도 하나의 흥밋거리가 되지 않을까.
’웹툰‘, 한국을 넘어 해외와 교류하는 ’기준점‘이 되다
그간 한국 웹툰를 놓고서 ’해외‘를 말하는 방식은 주로 ’수출‘을 비롯한 해외 서비스 개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기에 초점을 맞추는 지점이 컸다. 물론 그 주목에는 근거가 있다. 일본 지역 서비스인 ’라인 망가‘나 영어를 비롯한 다국어 서비스 ’Webtoon’을 위시로 한 네이버웹툰, 일본에 이어 최근 프랑스에도 서비스를 시작한 ‘픽코마’의 카카오웹툰을 양대축으로 하여 ‘만타’ 서비스로 해외에서 주목받는 리디, 델리툰, 태피툰 등의 서비스들이 해외에서 결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인지도를 조금씩 확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년 전에는 물론, 10년 전에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 점차 현실이 되는 것에 더욱 ‘한국의 세계 진출’에 환호할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 <로어 올림푸스>, 레이첼스마이스 (출처_네이버웹툰)
하지만 웹툰의 해외 교류는 단순한 ‘웹툰을 통한 해외 시장 개척과 국위 선양’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한 한국의 웹툰은 스마트폰이 삶의 일부가 된 2020년대 현재 하나의 ‘표준 양식’으로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부터 ‘Webtoon’에 연재를 시작한 뉴질랜드 작가 레이첼 스머이스(Rachel Smythe)의 <로어 올림푸스>가 대표적이다. 만화에 있어서는 변방에 가까운 뉴질랜드에서 영어로 제작된 작품은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다국어 서비스 ‘Webtoon’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 일약 화제가 되었다. 작품에 열광한 것은 독자들만이 아니었다. 북미 지역의 대표작인 만화 시상식인 ‘하비상’(Harvey Awards)과 ‘아이스너상’(Eisner Awards)을 각각 작년과 올해 웹코믹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록을 거두었으며, 비록 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SF 작품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휴고상’(Hugo Awards)의 2022년도 ‘최우수 그래픽 스토리 및 만화’ 부문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제 웹툰은 ‘한국의 문화 특산물’을 넘어 일본의 ‘망가’나 프랑스-벨기에의 ‘방드데시네’ 같이 만화를 형성하는 ‘고유한 문화적 코드’가 되고 있음을 보인 순간이었다.
웹툰에 뛰어드는 자본의 국적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 TBS 방송국과 네이버웹툰이 중심으로 설립한 합작 웹툰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툰’을 비롯해 일본에서 ‘웹툰’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법인의 설립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일본 업체가 자체적으로 서비스한 웹툰 플랫폼 ‘HykeComic’(하이크코믹) 까지도 등장한 상황이다. 한편으로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등의 플랫폼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제작한 웹툰이 서서히 서비스되고 있다. 이렇게 이미 만화에서 큰 입지를 차지하는 국가이든, 그렇지 않은 국가이든 점차 ‘웹툰’의 형식으로 만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점차 발생하는 중이다. 2023년의 웹툰, 그리고 그 이후의 웹툰에는 또 어떠한 국제적인 흐름이 발생하게 될까. 확실한 것은 웹툰은 더 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기원한 하나의 만화적 양식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혼종적인 작품이나 플랫폼의 등장이 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노블코믹스, 논픽션 웹툰, 교양 웹툰, 그리고 앞으로의 웹툰 장르는?
웹툰을 주제로 나누는 커뮤니티의 대화에서는 종종 ‘한국 웹툰에서 노블코믹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크다’는 이야기를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웹툰에는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통칭 ‘노블코믹스’에 해당하는 작품이 눈에 띌 정도로 증가했다. 오리지널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썩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는 모습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웹툰의 현재 흐름은 한국 웹툰이 현재 가파르게 성장 중인 ‘웹소설’과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보이는 하나의 단저인 모습이기도 하다. 마치 일본에서 인기 라이트노벨이나 인기 웹소설이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며 적극적으로 매체 확장을 시도하고 다시 그로 인해서 인기와 수익을 얻듯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나 혼자만 레벨업>을 비롯해 <화산귀환>, <전지적 독자시점>, <황제와 여기사>, <여왕 쎄시아의 반바지> 등 ‘노블코믹스’의 성공은 한국 웹툰이 장르는 물론 산업적으로도 확장을 하고 있음을 보이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 리디 논픽션 메인 화면 이미지 (출처_리디 논픽션 사이트)
게다가 한국 웹툰은 마냥 노블코믹스 일변도로 굴러가는 상황으로 굳어진 것은 아니다. BL/GL 등의 퀴어 로맨스나 로맨스 판타지를 비롯해 노블코믹스에서도 강세를 드러내는 전자서적 업체 ‘리디’는 2021년 교양서나 에세이를 원작으로 만든 웹툰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리디 논픽션’을 론칭했다. 뒤이어 올해는 교양 웹툰 전문 플랫폼을 선언한 ‘이만배’까지 선을 보였다. 비록 레이블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없었고, 그나마 몇 안 되는 홍보창구였던 인스타그램 계정까지도 사라졌지만 카카오웹툰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자사에서 <19년 뽀삐>, <아티스트>를 연재한 작가 마영신을 중심으로 독립만화 영역에서 활동한 작가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는 웹툰 레이블 ‘즐겨찾기’를 운영하기도 했다. 분명 지금 당장 주목을 받으며 돈이 되는 장르의 작품이 다량으로 제작되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전문 레이블이나 플랫폼의 등장은 한국 웹툰의 상황이 결코 획일적인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는 중요한 대목이다.
오히려 네이버와 카카오, 레진, 탑툰 등 웹툰 산업의 메인 플레이어와 차별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욱 다양한 웹툰의 장르를 개척하고 발굴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마치 2010년대 초반 레진코믹스를 비롯해 유료 웹툰 플랫폼이 선을 보이며 ‘성인용 성애 웹툰’이나 ‘퀴어 로맨스’가 대두되었고, 2010년대 중후반 새로운 웹툰 플랫폼의 등장과 맞물리며 로맨스 판타지나 ‘노블코믹스’가 새롭게 하나의 장르군을 형성한 것처럼 말이다. 과연 앞으로 새롭게 한국 웹툰에 대두될 장르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한동안 ‘SF의 불모지’라는 자조적 수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한국 소설 영역에서 근래 SF가 대두되는 상황과 맞물려 SF 장르의 웹툰이 새롭게 주목을 받을 수도,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노인 독자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작품이 등장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 당장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장르의 웹툰이 주목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화려한 웹툰 뒤 열악한 산업 환경,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까
한국의 대형 매체 중 하나인 중앙일보, 그리고 영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BBC. 이 두 언론이 공교롭게도 올해 웹툰에 대한 같은 주제를 뉴스로 다루었다. 점차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웹툰의 성장세를 다룬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안타깝게도 이 두 언론이 다룬 한국 웹툰의 모습은 ‘웹툰 창작자의 혹사와 권리 침해’라는 상당히 어두운 주제의 이야기였다. 물론 한국 웹툰 종사자들도 딱히 할 말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웹툰이 본격적으로 한국 만화에 등장한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산업의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한국 웹툰 산업이 놓인 환경에는 무수한 과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 연재가 기본에 ‘채색’이 사실상의 기준이 된 한국 웹툰은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할지 몰라도, 가뜩이나 악화되기 쉬운 창작자의 건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게 만드는 중대한 요소로 끊임없이 지적받고 있다. 페이지 중심의 만화가 스크롤 중심으로 변화하며 제대로 합의된 명확한 작업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 것, 2010년대 레진코믹스, 탑툰 등 유료 웹툰 전문 플랫폼이 등장하며 고료를 대체하는 수익 분배 기준이 된 ‘수익 셰어’와 ‘MG’를 넣고 벌어지는 갈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플랫폼과 창작자의 신뢰가 무척이나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가운데, ‘웹툰 에이전시’나 ‘웹툰 스튜디오’의 대두는 더욱 웹툰 산업에 놓인 권리와 이해관계의 문제를 첨예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를 주축으로 웹툰 창작자와 사업체 대표가 공동으로 모여 웹툰에 대한 현안을 논의하는 ‘웹툰 상생협의체’가 출범했다. 여러 진통 끝에 탄생한 상생협의체는 2022년의 막바지를 앞둔 지난 12월 16일 ‘웹툰 생태계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하며 간신히 유의미한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상생 협약에는 창작자, 웹툰 플랫폼을 비롯해 웹툰 매출 수익을 배분받는 업체가 정확히 웹툰의 판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웹툰의 판매량이나 조회수, 코인당 금액, 유료판매 비율 등의 매출 관련 정보를 받을 권리를 명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정한 계약 체결을 위해 계약서 상에 수익배분 방식 및 비율에 대한 내용과 함께 계약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기간과 이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동시에 웹툰 작가의 창작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계약시 연재기간에 비례한 유/무급 휴재 부여, 회차별 분량의 최소/최대 컷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에 대한 내용도 담기게 되었다.
비록 이 협약은 강제성이 없어 실제 협약의 준수 여부는 상생 협의체에 참여하는 각자의 재량에 달려있다는 한계가 있다. 물론 웹툰이 대두되기 이전 출판 만화가 중심이었던 시절에도 제대로 만화 내부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이야기를 할 기회도 마땅치 않았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번 상생 협약은 출범한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협의체가 조금씩 변화의 한 걸음을 걷고 있는 모습으로도 판단될 수 있다. 출범 2년차를 맞이하는 2023년에는 더욱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이행이 동반되는 움직임이 좀 더 드러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한편으로는 웹툰 산업의 노동과 권리, 환경 문제가 ‘창작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생각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웹툰이 한국 만화의 완연한 대세가 되기 전에도 ‘어시스턴트’나 ‘문하생’을 비롯해 만화가의 밑에서 일을 하는 이들의 존재가 심심치 않게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웹툰 플랫폼, 또는 웹툰 에이전시나 스튜디오의 ‘PD’를 비롯한 창작 이외의 역할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실태는 기본적인 실태 조사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마당이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산업을 지탱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권리나 실태는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같은 웹툰과 관계가 깊은 공공 기관들도 적절한 정책이나 논의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다.
2023년, 그리고 그 이후의 웹툰 상생협의체는 과연 이러한 웹툰 산업의 문제들에 대하여 적절하게 논의하거나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비단 협의체가 아니더라도 웹툰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다양한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변화를 고민해 나갈 수 있을까.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는 지난하고, 때로는 무척이나 험난한 단계들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웹툰이 오랜 시간 지속 가능한 산업이자 표현 양식이 되기 위해서는 도외시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결코 아니다. 2023년의 한국 웹툰계가 정면으로 문제를 마주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마련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