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의 흐름과 양면성
최근 몇 년의 만화계 이슈들은 2004 년이나 2003 년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2005 년의 뉴스도 전년과 구분하기 어려운 불분명함을 보인다 . 이 같은 모호함은 ‘ 이슈가 아닌 추세이며 흐름 이라고 분석된다 .
지적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전년의 이슈를 돌이켜본다면 먼저 2004 년의 만화계 결산을 보자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 이하 콘진 ) 의 ‘ 2004 년 문화산업 분야별 결산 에서 만화부문은 ‘ 기획만화단행본의 약진 , ‘ 만화브랜드의 형성과 해외시장 진출 , ‘ 만화원작산업의 활황 으로 요약된다 . 만화규장각의 ‘ 만화계 이슈 독자 설문에서 상위 응답은 ‘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과 만화의 한류 , ‘ 대중 문화계의 만화원작 이용 , ‘ 학습만화 / 온라인 만화 열풍 을 꼽았고 , 웹진 기획도 ‘ 만화저작권 분쟁 , ‘ 해외시장 진출 , ‘ 만화원작산업의 활황 , ‘ 기획만화 ( 아동도서 ) 시장의 약진 , ‘ 매체 창간 붐 등을 다뤘다 . 경향신문은 ‘ 만화매체의 폐간과 창간 , ‘ 만화의 해외시장의 진출 , ‘ 온라인 만화 웹진 붐 , ‘ 기획복간 및 아동만화 붐 으로 정리했다 .
2003 년 결산에서도 콘진의 경우 , ‘ 온라인 만화와 복간만화 붐 , ‘ 학습만화 인기 , ‘ 만화원작산업 가능성 확인 , ‘ 만화잡지 창 , 폐간 , ‘ 만화의 해외시장 선전 , ‘ 대여권 논쟁 으로 정리했다 . 일간스포츠에서는 ‘ 인터넷 만화 천하 , ‘ 작가중심 웹진의 침체 , ‘ 복간만화 붐 , ‘ 해외진출 절반의 성공 , ‘ 원작만화산업 활성 으로 요약했다 .
이 같은 이슈들을 하나로 요약하면 ‘ 만화의 변화 라 정의할 수 있다 . 그 변화란 몇 가지 분야를 포함하는데 첫째 , 전통적 또는 기본형의 종이출판에서 온라인 디지털 / 웹 만화로 만화가 확장됐고 둘째 ,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만화 브랜드로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만화로 확대되고 있다 . 셋째는 일반적으로 ‘ 코믹스 라 불리는 만화보다 기획 만화 시장의 확대를 의미한다 . 이러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 만화 침체론 이 동시에 거론되는 것은 모 학생의 지적처럼 ‘ 도너츠 형태의 속 사정 때문이다 . 만화의 확대에 가려진 전통적인 종이만화와 잡지단행본 만화 , 그리고 내수 시장의 위축이 그것이다 . 위축의 단순 근거로 올 상반기 한국만화출판 종수를 보면 3,749 종으로 작년 동기간의 4,177 종에 비하여 10.2 가 감소했다 . 또한 신간발행부수와 평균 부수가 18, 8.6 로 감소했으므로 만화시장은 10 이상의 위축이라 말할 수 있다 . 게다가 전통적인 출판만화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는 침체 분위기가 체감적 근거로 작용한다 . 그러나 지금의 ‘ 만화 는 더 이상 ‘ 종이 라는 전통적 범위를 벗어나 확장된 범위로 움직이고 그 ‘ 전체 만화 는 성장하고 있다 . 이 같은 양면성을 감안하여 지난 만화계 결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올해 만화계 흐름을 되짚어 봤다 .
중심은 사람이다 .
[ 식객 ] 으로 전성기를 맞으며 각종 수상과 전시회가 가졌던 허영만 작가와 4 편의 작품을 모두 영화화하고 일본으로 진출하는 강풀 작가 , 그리고 만화가협회장 이현세 , 만화출판협회장 황경태 , 부천만화정보센터 김승동 상임이사 , 한국만화출판인협의회 곽중열 회장 등이 주목 받은 해였다 . 또한 활발한 사회적 메시지 표출이었던 ‘ 탄랙 릴레이 카툰 , ‘ 독도만행 시사만평전 과 기부 사이트 ‘ 럽툰 등에 참여한 만화가들 , 그리고 문화훈장의 고 고우영 화백과 문화예술상의 이현세 작가 수상이 있었다 . 반면 2 월 25 일 , 신문만화와 성인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고우영 화백과 10 월 15 일 , 극화만화의 거장이었던 박봉성 작가의 별세 , 그리고 11 월 15 일 안수길 작가의 부고는 개인의 슬픔이 아니라 만화계의 큰 손실이었다 . 8 월 16 일 , 주변 지인들에게만 알려진 스토리 작가 최준철 ( 필명 백의천 ) 의 과로사와 용태성 작가 투병 소식도 들렸다 . 공모전이나 웹 매체를 통한 신인들의 등장과 떠나는 작가의 엇갈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 그럼에도 작가의 상실이 만화계 또는 창작인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때 , 아픔은 더욱 크다 . 이와 함께 작가와 문하생 관계를 소규모 사업장 개념으로 과세하겠다는 소식도 있어 만화가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게 한 해였다 .
그림 2-1 탄핵 릴레이 카툰 중 강풀작 ( 작품으로 바로가기 )
매체가 마당이다.
중앙일간지 최초로 만화섹션을 담았던 경향신문의 ‘ 펀 이 2 월 4 일자 공지를 통해 폐간을 알렸고 2 월 호를 끝으로 유가지 전환으로 전기를 마련하려던 ‘ 즐김 이 폐간했다 . 또한 6 월 호를 끝으로 잡지 ‘ 슈가 가 휴간됐고 7 월에는 ‘ 아이큐 점프 가 격주간으로 전환했다 . 이 여름 이후에 ‘ 계간만화 의 지원이 종료되어 정상적 발행이 중단됐다 . 또한 내년부터 주간 ‘ 코믹 챔프 는 격주간으로 , 격주간 ‘ 이슈 는 월간으로 전환된다 . 주간만화잡지의 종언이다 . 반면에 현재 추진 중인 매체 창간 움직임은 온라인 웹진과 만화연재 중심이 아닌 매체 형태로 집중된다 . 만화계 글쟁이들이 모인 만화언론 ‘ 만 , 계간만화가 오픈한 만화저널 ‘ 코믹뱅 은 물론 만화와 비평이 담긴 무크지가 준비 중이며 , 만화콘텐츠를 연재할 사이트가 준비 중이다 . 그러나 오프라인 만화연재 매체의 창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만화잡지의 어려움은 한국만화시장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건 변화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
만화는 변신한다.
올 해에도 만화원작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여전히 이어졌다 . 영화로는 강풀의 [ 순정만화 ], [ 바보 ], [ 아파트 ], [ 타이밍 ] 과 채정택의 [ 다세포 소녀 ], 신영우의 [ 더블 캐스팅 ], 허영만의 [ 식객 ] 등 수 많은 작품이 계약됐다 . 연극으로는 강풀의 [ 순정만화 ], 뮤지컬은 김혜린의 [ 불의 검 ] 이 진행됐다 . 드라마로는 박소희 [ 궁 ] 과 허영만의 [ 식객 ], 김혜린의 [ 비천무 ], 강희우의 [ 불량주부일기 ] 가 방송됐거나 제작 중이다 . 물론 상관관계가 높은 만화영화나 게임은 여전히 긴밀한 교류를 보이고 있으며 김진의 [ 바람의 나라 ] 는 국내 최장수 온라인 게임으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 OSMU 보다 ‘ 원작산업화 라는 용어가 사용된 올 해에도 원작활용의 실태에 대한 고민이 여전했다 . 즉 , 비교적 정당한 원작산업화가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분쟁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 ] 분쟁이 절반의 승리로 평가되고 , 이희정 작가의 ‘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은 대법원 기각 이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 김진 작가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 건은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이러한 몇 건의 분쟁이 보여준 의미는 만화와 타 분야의 형평성조차 이루지 못한 차별적 상황이라는 만화계 반응에서 찾을 수 있다 . 유사 분쟁에서 만화는 가벼운 존재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 한편 ,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을 통한 대여시장 정상화 및 만화가 권리 확보 노력도 의원입법의 해프닝 끝에 불발됐다 . 그러나 이에 대한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행사는 열린다 .
공식적 무대에서 만나는 만화는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간다 . ‘ 시카프 (9 회 ) 와 ‘ 부천만화축제 (8 회 ), 그리고 ‘ 세계만화가대회 (7 차 ) 가 부천에서 열렸다 . ‘ 경향신춘문예 가 만화부문 첫 당선자를 배출했고 내년에는 시사만화작가상이 신설된다 . ‘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3 회 ), ‘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 ( 신설 ) 등이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이 됐다 . ‘ 독자만화대상 이 발표되고 ‘ 아카만화축제 와 ‘ 청소년문화콘텐츠창작 페스티벌 도 열렸다 . ‘ 오늘의 우리만화상 과 ‘ 부천만화상 은 물론 문화훈장에 만화가가 선정된 해이기도 했다 . 그러나 ‘ 시카프 에서 불거진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불협화음처럼 만화 페스티벌의 구조적 한계 , 아마추어 만화축제에 반발한 모임이 결성되는 등 논란이 있었다 . 이제는 행사의 신설보다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이를 충실히 담아내려는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
테이블은 펼친다 .
콘진의 ‘ 만화산업 육성 설명회 가 개최된 것은 지난 2 월이며 ‘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 의 만화시장 정상화 제도 도입은 3 월에 불타 올랐다 . 만화도시 부천의 만화계 역량이 급증하고 이광철 , 민병두 등 국회의원의 만화 관심이 저작권법 개정안과 만화정책 제안 (9 월 ) 으로 도드라진 해이기도 했다 . 반면 만화계 전체를 포괄하는 유통개선 , 대여권 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만화계 협의체 구성 제안과 성명서 발표가 반복되었는데 문제는 그 자체로 종결되는 용두사미 현실이다 . 후속조치를 담보할 구체적 진행 단계의 무산은 이상의 현실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했다 . 근본적으로 만화계 외부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효율성이 지적되는 상황이라면 이를 제고하기 위한 내부의 대안 제시가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합의될 필요가 있다 .
흐름은 계속된다 .
올해 주목을 받은 작가는 위에 언급한 강풀 작가와 [ 위대한 캣츠비 ] 로 온라인 장편만화의 인기를 확대시켜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수상한 강도하 작가가 꼽힌다 . [ 식객 ] 으로 부천만화상을 수상하면서 데뷔 31 년을 맞이한 허영만 작가 , [ 먼나라 이웃나라 ] 를 완간한 이원복 작가 , 소년한국일보에서 [ 팔방이 ] 를 23 년간 연재하여 어린이 신문연재 만화의 최장수를 기록한 임웅순 화백 , 여전히 베스트 셀러인 [ 마법천자문 ] 의 창작 그룹 ‘ 시리얼 을 꼽을 수 있다 . 반면 일반적으로 코믹스라 불리는 시장의 판매순위 (1~10 월 누적 ) 는 사뭇 다르다 . 만화정보 사이트 ‘ 마니 의 자료를 보면 [ 데스노트 ], [ 원피스 ], [ 강철의 연금술사 ], [ 궁 ], [ 신암행어사 ], [ 나루토 ], [ 열혈강호 ], [ 마법선생 네기마 ], [ 요츠바랑 ], [ 딸기 100], [ 헌터 헌터 ], [ 나우 ], [ 블리치 ] 순이다 . 출판계에서 화제가 된 작품은 코믹스 시장의 판매 상위 작품이 아니라 온라인과 기획만화 시장의 작품들이었다 . 이처럼 온라인 만화와 기획단행본의 약진은 진행 중이다 . 또한 온라인 만화 열풍으로 각종 포털 사이트가 만화 웹진 운영이나 만화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는 추세도 유지됐다 .
한편 보도 대상에서 외면된 한국대본만화시장과 만화방용 성인만화 시장은 신작 출판이 사라졌다 . 만화방 유통에서는 어렵게 신작을 내는 소수의 작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예전 작품 출간으로 정리단계에 있으며 , 성인만화 부분도 신작 출시는 고사하고 기존 베스트 셀러의 출판 지속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 오랜 관행이었던 ‘ 대본만화 심의 를 간행물윤리위원회로 통일하면서 자구 노력을 한다지만 흐름을 되돌릴 정도는 아니다 . 이 같은 코믹스와 대본업계의 침체 , 온라인과 기획만화의 약진과 원작산업화 활황이 ‘ 도너츠 형 만화계를 공고히 한다 . 이 형태에서 기존 주류 시장에서 활동하는 비상업적 작가들의 활동 폭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 김은희 작가의 [ 더 칸 ] 연재 중단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계기였다 .
만화 확장의 하나로 ‘ 만화 (Manhwa)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이나 세계적 행사의 주빈국 선정 소식 , 일본진출 작가의 선전 등 해외시장의 진출 추세도 유지됐다 . 집계로 보자면 한국만화 수출은 2002 년 70 만 불을 시작으로 지난해 600 만 불로 성장하는 추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도 만화 수출에 집중되어 있다 . 그러나 해외 선전 홍보기사에 만화계 내부의 비판도 제기되어 왔다 . 수출작품 콘텐츠의 확보에 대한 견해 차이와 만화 브랜드의 열풍에서 거품을 걷어내라는 지적이 있다 . 이러한 견해 차이를 좁히기 위한 정책 지원이 있으나 이견은 여전히 제기된 해였다 .
행동이 실체이다 .
4 회를 맞은 만화독자의 ‘ 만화상 선정 (12 월 ) 은 독자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켜 왔다 . 이 추세에서 아마추어 축제 ‘ 코믹월드 에 대응하려는 ‘ 코스피 의 등장 (5 월 ) 이나 만화 매니아들의 만화매체 ‘ 만 창간과 만화 웹진들의 만화관련 블로거 RSS 운영 움직임들이 대거 나타났다 . 3 회를 맞는 청강대학교의 국제만화 세미나가 ‘ 독자 에 주목한 것도 이 같은 추세와 연관된다 . 만화계의 최종 참여자이면서 동시에 최초 구성자이기도 한 독자는 팬 레터를 보내던 불특정 인물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작가와의 경계가 모호한 능동적 참여자로 변신한지 오래다 .
한편 독자와 소비자의 상관관계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 온라인 불법만화콘텐츠 이용 문화와 만화저작권 준수 강화 추세가 정면 충돌한 해이기도 했다 . 불법디지털 콘텐츠 전체의 문제로 시작된 충돌은 만화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 포털 사이트로 대변되는 매개자 , 네티즌으로 통칭되는 이용자 , 만화가로서의 저작권자가 모두 상생하는 접점을 찾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
흐름은 추세다 .
2005 년 , 그리고 전년도의 만화계 이슈는 하나의 흐름을 보였으며 그 결과 , 만화계는 확장과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 침체와 성장이 공존하는 이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해법도 다각적이며 동시에 구체적 실행과정을 거쳐야 결과를 드러낸다 . 이 같은 상식을 2006 년에 또 다시 기대해 본다 . 그래야 도너츠 또는 공갈빵 형태를 벗어나 완전한 찐빵 만화계로 도약하지 않을까 ? ( 끝 )
** 편집자 주 **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발행하는 오프라인지 만화정보 에 실린 같은 제목의 기사는 , 발행시기 차이로 인한 다소의 누락 부분이 있음을 밝힙니다 .
- 필자 프로필 -
만화칼럼니스트 /( 사 ) 만화가협회 부설 만화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