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누가 적응할 것인가?
요즘 많은 커뮤니티가 그렇듯 웹툰 창작자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주기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작가들의 소모임에서부터 각종 만화·웹툰 관련 학교, 협회, 학회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최신 소식이 공유된다. 혹자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감으로, 혹자는 발전된 기술로 인해 도태되어갈 것이라는 걱정, 창작자가 쌓아온 노력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새로운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농담도 곧잘 들린다. 많은 것들이 급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웹툰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창작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작가, 예비 창작자, 기업, 협회, 학회 등이 생각하는 바를 알아보기로 하자.
때마침 인공지능을 활용한 웹툰 제작에 대한 창작자들, 독자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해프닝이 있었다. 얼마 전 네이버 웹툰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이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제작했다는 의혹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새 작품을 업로드한지 단 하루 만에 인공지능을 사용해 제작했다는 의혹에 논란의 중심이 된 이 웹툰을 두고 업계와 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가졌다. 의혹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 범주까지 인공지능의 기술을 활용해 제작했는지, 시장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독자들의 반응도 상당히 과열되었는데 논란이 일자 업로드한지 하루 만에 제작사에서 해명문을 냈고 그럼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몇 시간 후 추가 해명을 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일부 삭제, 수정한 후 원고를 재업로드 하였다. 제작사에서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창작한 것이 아니라 3D 모델과 각종 소재들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마무리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은 제작사의 해명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AI 보정이라는 범주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정과는 결이 다르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그림1 네이버 웹툰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
필자는 그 시기에 본 원고를 집필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주제와 겹치는 이슈가 생겨 친분이 있는 제작사 대표에게 작품 링크를 보내 봤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기업이었고 당사에서 진행되던 AI로 제작된 웹툰 이미지와 파일럿 작품들을 공유해 줬었기에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인공지능이 작품을 제작한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는 직원들이 일부 있었고 인공지능 기술로 대부분 작업한 것이다, 일부 이미지만 작업한 것 같다, 소품과 배경정도만 작업한 것 같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귀띔해 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거나 실제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관계자들도 이 작품의 해명문이 나오기 전까지 어디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작했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하거나 발제를 할 때 난감한 지점인데 이제 특이점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할 만큼 기술의 변화와 발전 속도가 빨라져 다음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 한계는 무엇인지, 앞으로 얼마만큼이나 적용될지 예측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더라도 현 상황을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힘든데 일반적인 작가들, 예비 창작자들에게는 더욱 어렵다.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더 큰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웹툰을 제작하는 방식을 두고 창작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디까지 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2.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웹툰 창작 방법 진단
먼저 인공지능을 활용해 웹툰을 창작하는 방식에 대한 한계점에 대해 짚어보자. 시각 매체에서 인공지능이 가장 부각을 드러낸 것은 일러스트 분야라 볼 수 있다. 특히 NovelAI를 중심으로 한 일본 미소녀풍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커미션 일러스트 시장을 초토화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창작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웹툰 시장은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네이버 웹툰 ‘랜덤채팅의 그녀!’가 일부 장면을 인공지능으로 사용했다가 독자들의 항의로 삭제했던 것과 4월 1일 네이버 웹툰 섬네일을 인공지능 이미지로 교체한 만우절 이벤트 정도였다. 상술했던 논란의 웹툰도 대다수 일반적인 공정을 거치고 사실상 보정 단계에서만 인공지능을 사용한 정도였다. 연재 작품 이외에 인공지능을 사용한 웹툰 제작 기술에 대한 소식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확인해 보면 파일럿 타입의 예시 정도만 공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러스트와 웹툰은 비슷한 그림인듯한데 왜 그럴까? 한 컷 한 컷의 완성도만 본다면 현재 공개되고 있는 일러스트 완성도가 대단한데 웹툰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얼핏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웹툰을 제작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다양한 기업이 이를 시도하고 있지만 의도했던 것들이 구현하기 너무 힘들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창작의 주요한 특징은 주로 한 장면에 1~2명 정도의 적은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 구체적인 동작 지시가 쉽지 않다는 점, 인물들의 상호작용은 더욱 어렵다는 점, 손가락, 액세서리, 머리카락 등 복잡한 구조나 세부적인 부분을 명확하게 묘사하기가 힘들다는 점, 미묘한 변화와 범위를 인식하고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 등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이미지가 연속성을 갖기 어렵게 한다. 복잡한 구조를 가진 손가락의 움직임, 구도가 달라짐에 따라 변하는 각도나 방향 등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손가락처럼 다관절을 가진 인체 부위뿐만 아니라 총, 바이크 등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기계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이 충분한 학습을 하기 힘들고 구조에 대한 이해와 논리가 없으면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작한 해외의 만화 작품들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인물의 단독 컷 위주로 진행되고 배경을 설명해 주는 설정 컷, 마치 배경처럼 묘사되는 군중 컷 등의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장면을 인공지능 기술로 제작한 ‘The Bestiary Chronicles’의 한 에피소드를 살펴보면 총 141컷 중 배경 설정 컷 17개, 캐릭터 혼자만 등장하는 단독 컷 100개, 소품 등을 보여주는 인서트 컷 11개, 두 명의 인물이 상호작용하는 컷이 12개로 분석되었다. 설정 컷, 단독 컷, 인서트 컷을 제외한 12개 장면에서만 두 명의 인물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마저도 조금 어색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서트 컷을 포함해 인물, 소품이 단독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약 91.5%, 함께 등장하며 상호작용하는 장면이 약 8.5%인 셈이다.
[그림2 The Bestiary Chronicles, 두 인물의 상호작용 장면 ]
필자는 작년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웹툰 제작 기술 자문을 1년 동안 진행했었는데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상술했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만한 마땅한 방안이 보이지 않아 용역사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다. 때문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연이나 예시작품 들에서는 대다수가 캐릭터의 바스트 컷이나 클로즈업 등으로 많이 묘사가 되어있고 한 컷에 혼자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네이버에서 제공한 인공지능 채색툴인 Webtoon AI Painter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샘플로 제공한 이미지들의 대다수가 혼자서 등장하고 미디엄 클로즈업 정도로 컷이 구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컷 안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가 많을수록, 인물이 보이는 범주가 넓을수록, 중첩이 많을수록 인공지능이 정확한 경계선을 구분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양한 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여 만들어낸 웹툰 예시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캐릭터 혼자만 등장하거나 주로 배경 이미지만 나오거나 인물들이 몇 차례 등장하더라도 1~2컷 정도만 소개하거나 엑스트라 위주로 보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일한 캐릭터가 여러 차례 등장하거나 주요인물들이 같은 컷 안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는 컷들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덜 보여주는 것이다. 주요 인물들을 학습하여 비슷하게 표현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인물과 비중이 적은 인물이 함께 나와야 하는 장면이 필요하다면 적용이 어렵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외형을 모두 학습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웹툰 첫 화는 세계관 설명, 캐릭터 설명 등의 장면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단편적인 이미지를 나열하는 몽타주식 연출이 잦아 100%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오프닝 장면을 그럴듯하게 연출할 수 있지만 그 이후는 묘사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이미지 투 이미지 방식으로, 상황에 맞는 사진, 일러스트 이미지를 웹에서 가져오거나 직접 촬영하는 것인데, 전자는 저작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후자는 제작 효용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 역시 연속적인 이미지를 통일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를 여전히 갖고 있다. 물론 웹툰 창작의 영역이 작화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ChatGTP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이나 대사 생성 및 수정, 자료 및 사례 조사,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한 캐릭터 디자인, 시트, 배경 이미지 제작 등 부분별 활용 사례가 있다. 실제로 작화처럼 시각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자료조사, 대사 등 인공지능 영역이 비교적 쉽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이미 일부 작품에 적용하고 있다.
3. 인공지능에 대한 창작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웹툰을 창작한다는 것에 대한 창작자들의 반응은 당연하게도 찬성파, 반대파, 중도파 정도로 나뉘게 되는데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를 테지만 웹툰 작가, 제작사, 학계, 예비 창작자 등 직군별로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 반응이 좀 더 명확한 편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저작권에 대한 것인데, 인공지능이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은 창작자들이 창작한 방대한 작품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여 결과물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창작자들의 창의성을 훔쳐 간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창작 영역에서 이미 많은 논란이 있었고, 잘 알려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인공지능 작품 1위 수상 이외에도 2022 한국문학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은 번역에 인공지능 번역기 사용, 유명 래퍼 트레이크와 싱어송라이터 위켄드의 컬래버레이션 곡의 인공지능 사용 등 많은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소송 사례도 눈에 띈다. 2023년 1월, 만화가 사라 앤더슨과 일러스트레이터 칼라 오르티스 등은 생성형 AI 기업인 드림업·미드저니·스테이블 디퓨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AI 기업들이 원작자 동의 없이 웹에 업로드된 작품을 학습시켰고 이는 예술가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며 이로 인해 마치 폭행당한 것 같았다며 자신들의 그림과 유사한 이미지가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된 것에 대해 분개했다. 사실상 창작자들의 결과물을 무단으로 학습하여 베끼는 행위, 저작권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창작자들이 대동단결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의견이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1) 찬성파-창작을 도와주는 보조 도구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거나 대략적으로 인공지능의 개발 단계와 수준을 이해하고 있는 창작자들은 현재 시점에서 인공지능기술이 웹툰 공정의 대다수를 진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단편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잘 하지만 웹툰의 주요 특성인 연속적인 이미지를 적절하게 나열하는 것이 현재 기술에서는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분간 인공지능 기술은 작업의 보조 도구로써 작품을 도와주는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본다. 이들은 웹툰계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태블릿의 보편화, 웹툰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 포토샵과 클립스튜디오의 사용, 사진과 필터를 사용한 배경 이미지, 스케치업을 활용한 3D 배경 등 새로운 기술이나 매체가 등장했을 때에도 항상 논란은 있어왔다는 것이다. 단순히 논란으로 끝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술은 작업의 효율성 향상, 새로운 직업군을 탄생시키기도 했다고 말한다. 인테리어, 건축설계 등의 보조 도구로 활용되었던 스케치업을 처음으로 웹툰에 적용시킨 것이 한국이었고 이를 통해 창작자들의 창작 부담을 덜고 다양한 구도의 배경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으며 배경 전문 직군을 탄생시켜 웹툰 산업의 성장과 다양화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나 공동작업 중심의 제작자들은 인공지능 기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단순히 창작의 효율을 넘어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정부 지원 사업, 지자체 지원 사업들은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한다. 지원규모도 크기 때문에 웹툰 관련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든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를 욱여넣어서 지원 사업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는 다양한 창작 분야에 총 2,188억 원, 웹툰 분야에 34억 원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지원 사업 공고를 냈고 많은 웹툰 산업계, 학계, 협회에서 관심을 가졌다. 정부에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는지에 따라 제작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2) 반대파-창의적인 창작의 영역을 몰살시키러 온 터미네이터
당연히 모든 작가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호의적이진 않다. 일부 작가들은 스케치업을 활용한 배경 등 디지털 기술이 작가의 개성을 반감시키고 작품의 공산품화를 유발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우후죽순 쏟아지는 비슷한 내용과 그림으로 제작된 노블코믹스의 범람으로 작품의 다양성이 말소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과 활용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인공지능의 딥러닝이 기존의 그림 데이터를 방대하게 학습한 것이기 때문에 창작자들의 창의력을 훔쳐 갈 것이고 또한 비슷한 그림체들을 양산해 내며 작품의 공산품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또한 대다수의 작가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명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인공지능을 활용한 웹툰 창작의 공정과 제작 수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혹자는 이제 클릭 한 번이면 웹툰 작가들이 몇 시간 동안 창작한 이미지가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들이 허무해진 것 같다며 하소연하기도 하고 혹자는 영화에서만 봤던 것처럼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창작자들이 인공지능 결과물을 보고 창작 의욕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아직 데뷔하지 못한 예비 창작자들에게서 더욱 심화되는데, 학교나 학원에서 교육받는 학생들, 혼자서 준비하는 지망생들은 진로를 바꿔야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인공지능기술 때문에 그림을 연습하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 고민이라는 학생들의 걱정을 상담해 주는 경우도 왕왕 있다. 특히나 지망생들은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에 한계가 있고 상대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이어지는 창작 의욕 저하와 진로 선택의 문제는 지금 이 순간 당면한 숙제다.
(3) 중도파-어쩔 수 없이 직면한 현실
대다수의 작가들이 갖는 생각일 것이다. 웹툰 관련 협회, 학회 등에서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비하기 위해서 인공지능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웹툰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다양한 기술과 매체의 변화에 의해서였다. 스마트폰의 등장, 통신망의 발달, 디지털 제작 기술의 발달 등 최신 기술의 발전에 의해 견인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작업을 고수하는 작가들이 많았고, 전통적인 출판만화 시장을 유지해 왔다. 그 사이에 한국의 웹툰이 글로벌 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하여 선점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작가들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 안에서 작품을 연재해 왔으며 시장의 성장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다가오는 변화를 나름의 방식대로 대비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정보와 기술을 학습하고 동료 작가들과 공유하거나, 제작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라 기대하기도 한다. 반대로 어차피 현재 기술력이 작가들의 영역을 크게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작가들도 많다. NovelAI,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 생성형 인공지능기술을 사용해 보고 쓸만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의도대로 잘 나오지 않아 작품에 적용할 만큼 만족도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많은 작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크게 환영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직면한 현실이라 받아들이며 대비하고 있다.
4. 나가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네이버 웹툰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의 논란을 살펴보자. 해명문을 낸 후 최근에 2화가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댓글창에서는 인공지능 사용에 대한 독자들의 비난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창작하는 것이 창작자들만의 영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그림이 도용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창작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창작자 중심의 사안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이 악용되거나 인공지능의 보편적 사용으로 작품의 창의성이 떨어지거나 작품의 질이 낮아지거나 혹은 독자들을 기만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지 않을까라는 독자들의 반발심이 의외로 강력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하는 예술의 영역은 이제 창작자만의 것이 아니라 이를 향유하는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
뉴스1, ‘표절하지마’ AI에 뿔난 미술계…손해배상 청구에 도용 방지기술 개발,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30327/118538994/1,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