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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이 PPS에서 첫 번째 P를 바꾼 이유

IP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네이버웹툰은 기존 PPS의 P이 의미를 변경하며 변화를 보색하고 있다. 그 의미를 살펴보자.

2023-06-19 이성봉

네이버웹툰이 PPS에서 첫 번째 P를 바꿨습니다.

네이버웹툰이 PPS 프로그램을 개편했습니다. 지난 4월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는 “PPS 프로그램을 리브랜딩한다”고 말했는데요. “PPS 프로그램을 PPS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개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뭐가 달라졌다는 거죠? 김 대표는 PPS라는 약자는 같지만 첫 번째 P가 달라졌다고 전했는데요. 기존 PPS 프로그램은 페이지 프로핏 셰어(Page Profit Share)의 약자이고요. 새롭게 개편한 PPS 프로그램은 파트너스 프로핏 셰어(Partners Profit Share)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려면 PPS 프로그램이 무엇이며, 왜 시작된 것인지 아는 것이 좋은데요. 단어 그대로 ‘수익 공유’ 방식을 일컫습니다.  2013년 네이버가 업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웹툰 창작자 수익 모델로 웹툰 원고료 외에 광고나 유료콘텐츠, IP 비즈니스 등 플랫폼이 창출할 수 있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웹툰에 접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페이지 프로핏 셰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웹툰을 보는 그 ‘페이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눈다는 의미입니다. 네이버웹툰 이용자가 웹툰을 읽기 위해 구매하는 ‘쿠키’ 수익, 해당 페이지에 붙은 광고 수익, 콘텐츠 내 PPL과 같은 모델로 발생한 수익 등을 창작자와 나누는 시스템입니다. 


 

[ 그림 1, 2023년 4월 네이버웹툰 PPS프로그램 10주년 기념 미디어데이에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출처=네이버웹툰 ]


김 대표는 PPS 프로그램 도입을 네이버웹툰 역사의 변곡점이라고 꼽습니다. PPS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다양한 창작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시기가 왔기 때문입니다. 2021년 네이버웹툰 측이 공개한 작가들의 수익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2020년 7월에서 2021년 6월, 약 1년간 가장 많은 돈을 번 작가의 수익은 124억원이었습니다. 전체 대상 작가의 평균 수익은 약 2억8000만원, 1년 이내에 데뷔한 신인 작가들의 연간 환산 수익 평균은 1억5000만원이었죠.

네이버웹툰의 수익도 함께 커졌습니다. 네이버웹툰, 네이버시리즈, 라인웹툰, 라인망가 등 네이버웹툰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연간 거래액 1억원 이상을 기록한 웹툰·웹소설은 2013년 1편에서 2022년 904편으로 증가했습니다. 2022년 10억원 이상 거래액을 기록한 작품은 136편, 100억원 이상인 작품도 5편에 이르죠. 네이버웹툰은 웹툰 독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작가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예를 들어 ‘3년 이내에 1등 작가의 수익을 얼마로 만들겠다’와 같은 목표죠. 이는 글로벌로 확장되어 해외 작가들의 수익 창출 기회를 주고 있기도 합니다. 한 미국의 웹툰 작가는 PPS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린 후, 김준구 대표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준구, 너무 미안합니다. 사실 당신이 한국에선 웹툰 작가로 일하면 집과 빌딩을 살 수 있다는 말을 했을 때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오늘 집을 계약했어요. 계약 순간에 당신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이처럼 네이버웹툰이 계속해서 ‘작가 수익’을 강조하고 작가를 지원하는 것은, 작가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 그림 2, 네이버웹툰 소개 이미지 중 일부 / 출처=네이버웹툰 ]


P를 바꾼 것, IP비즈니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

PPS 프로그램은 이미 잘 작동하고 있었는데요. 네이버웹툰은 왜 첫 번째 P를 파트너스로 바꾼 걸까요? 단순히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넘어서 IP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작가의 수익을 더 키워주겠다는 의미입니다. 

IP는 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의 약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IP 비즈니스라고 하면 원천 콘텐츠를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 출판, 음원, 공연, 굿즈 등의 2차 저작물로 확장(OSMU)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몇 년간 IP비즈니스는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은 다른 포맷의 콘텐츠보다 강점이 두드러집니다. 2차 저작물로 확장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죠. 

쉽게 접할 수 있는 IP비즈니스의 예는 OTT 콘텐츠입니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 OTT에서 웹툰 기반의 콘텐츠를 보는 건 흔한 일이 됐습니다. 네이버웹툰 원작의 콘텐츠들이 많은 화제를 이끌었는데요. 티빙 ‘내과 박원장’, ‘유미의 세포들’, ‘방과 후 전쟁활동’,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등이 있었고요. OTT에서의 흥행은 다시 원작 웹툰의 역주행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 그림 3,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작품들/출처=네이버웹툰 ]


특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연재가 종료된 지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주간 조회수 80배, 거래액은 59배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죠. 이는 곧 OTT 콘텐츠의 원작이 되는 웹툰 IP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불이 붙는 이유가 됐습니다. 아예 웹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거나 사업 자체를 변경하는 등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회사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웹툰 산업이 이미 OTT 사업의 유료시장과 맞먹는 규모를 갖췄을 뿐 아니라 IP비즈니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원천 IP를 다수 가진 네이버웹툰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굿즈, 배경음악(OST)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일명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라고 부르는데요. OSMU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상 제작 스튜디오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출범하면서 약 1000억 규모의 글로벌 IP사업 기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죠. 네이버는 향후 이 스튜디오를 통해 120개 이상의 영상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네이버웹툰은 일본에도 영상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재팬’과 ‘스튜디오 툰’을 두고 IP비즈니스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죠.


[ 그림 4, 웹툰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유미의 세포들'/출처=티빙, 네이버웹툰 ]


뛰어난 작가를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의지

그러면 다시 네이버의 PPS프로그램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미 작가들은 PPS프로그램으로 수익을 원활하게 나눠 받고 있었습니다. IP비즈니스 전략으로 수익이 극대화되기도 했죠. 그런 점에서 네이버웹툰이 공개 석상에서 굳이 ‘PPS 프로그램 개편’을 외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준구 대표의 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10년 전에는 원고료가 창작자의 거의 유일한 수익이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창작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PPS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웹툰을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신 작가님들의 노력과 네이버웹툰의 투자가 맞물려서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웹툰’이라는 장르가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하고 작가님들께 큰 수익도 드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창작자 여러분, 돈 더 벌게 해드릴게요’라는 뜻입니다. 당장 작가들에게 큰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네이버웹툰이 작가 수익 증대에 얼마나 진심인지 강조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셈이죠. 

새로운 PPS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에 웹툰 작가들을 초청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지독, 배진수, 김규삼 작가가 PPS 프로그램 10주년 기념자리에 참석했는데요. 세 작가가 강조한 내용은 네이버웹툰이라는 무대에서 작가라는 꿈을 이루고, 수익을 냈다는 것이었습니다. 김규삼 작가는 “수익이 늘어 작품의 질적 향상과 새 장르 도전의 원동력이 됐습니다”라고 했고요. 배진수 작가는 “PPS 프로그램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작품에 집중하면서 생황을 영위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 그림 5, 2022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어메이징 ' 페스티벌, 네이버웹툰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웹툰 작가 및 국내 웹툰 작가들과 사인회/사진=네이버웹툰 ]


PPS프로그램이 강조될수록 걱정되는 것들

글로벌 웹툰 생태계가 갈수록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요. 네이버웹툰은 이 영역을 장악하고 싶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창작자가 필요하죠.  PPS프로그램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강력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겁니다. 이를 작가들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IP사업 권리가 누구의 것이며 작가에게 충분하게 수익이 배분되는 것인지가 중요할 텐데요. 일부 플랫폼들과 창작자들 사이에 법적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로 2021년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 대표는 업계 작가들의 고충을 살피겠다고 답했는데요. 이후 김 대표는 언론을 통해 불공정 계약 등 플랫폼 갑질 문제와 네이버웹툰은 무관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이 PPS프로그램을 개편한 이유를 면밀히 보면, 더 많은 IP를 확보하고자 하지만 그래도 작가들 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웹툰 플랫폼은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창작자를 상대로 한 협상력이 강해집니다. 네이버웹툰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창작자들과의 관계를 신경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PPS프로그램 개편에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더 살피겠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대형 제작사들 중심으로 웹툰 시장이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아마추어지만 실력 있는 창작자가 네이버웹툰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요즘 듣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이미 성공한 창작자 혹은 제작사가 계속 흥행작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 창작자,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키운 플랫폼인데, 규모가 커질수록 점점 소홀해진다는 비판입니다. 

지난 3월에는 아마추어 창작자들을 위한 ‘웹툰 크리에이터스’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도전만화에 작품을 올리는 아마추어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창작자 포털 시스템입니다. 향후 크리에이터스 기능을 확대하면서 수익 창출 지원 기능을 추가될 예정이죠. 이 또한 PPS프로그램을 통한 수익 창출을 아마추어 영역까지 확대해 작가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뛰어난 창작자 확보는 흥행작과 연결되고요. IP비즈니스를 통한 매출 확대로 이어집니다. 네이버웹툰은 상장(IPO)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말을 아꼈지만, 글로벌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상장은 계획대로 갈 것”이라고 직접적인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장을 위해 필요한 것 역시 PPS프로그램의 고도화와 지속적인 창작자 수급일 겁니다. PPS가 PPS로 바뀐 것은 첫 번째 P, 단어만 바뀐 것이 아니라 큰 방향성을 선포한 것인데요. 새로운 PPS가 네이버웹툰을 어디로 데려갈지 더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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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봉

아웃스탠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