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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해하기: 돈이 되는 웹툰 콘텐츠, 그 미래는?

웹툰 산업의 다양한 수익 구조를 살펴봅니다

2023-07-27 김득원

콘텐츠가 돈이 되는 시국: 대(大)콘텐츠 시대

2020년의 글로벌 팬데믹은 글로벌 경기에 악재(惡材)로 작용하였다. 세계 각국이 외부와의 소통을 전면 차단하며 공급 및 유통망에 혼란을 야기했고, 나아가 물류 대란까지 촉발되었다. 항공이나 여행 등과 같이 방문과 관광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을 비롯하여 전 방위적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차단과 칩거로 인해 새로운 유희를 찾던 대중들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열광하였고, K-콘텐츠는 전례 없는 기회와 가치 창출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변화는 콘텐츠 시장 전체로 확대되었다. 웹툰 산업 또한 그 중 하나이다.


그림1.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 2022 결산 2023 전망」, 2022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콘텐츠 산업의 매출, 수출, 종사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를 거시 경제적 관점에 따라 글로벌 경기를 파악한다면 22년은 하락 후, 상승의 V턴으로 분석되었다. 다만 23년은 글로벌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요소를 들어 물가 상승, 소비 위축과 자산 가치 하락 등의 악순환에 들어 크게 주춤거리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콘텐츠의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에 사활을 걸고 여러 비즈니스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W곡선, 이른바 후반 상승세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내용의 다양화와 더불어 기업 간 인수합병 혹은 협업, 현지 제작 시스템 구축 등의 행보에서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22년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던 영화 산업은 속편, 재개봉, 리메이크 전략으로 일전의 콘텐츠를 향유했던 이들과 새로이 콘텐츠를 접하는 이들 간의 유대를 형성했다. 극장의 공간을 활용하여 테마 기획전, 예술 프로젝트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OTT는 영화 뿐 아니라 방송영상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IPTV 3사 또한 OTT와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성하였다. 가요계의 Y2K (Year 2000) 열풍 또한 안정적인 매출 수급을 위한 세대를 아우르는 전략을 구가하고 있다. 나아가 K-Pop에 고전 클래식을 삽입하면서 글로벌 보편성 확보에도 힘쓰는 중이다. 

다른 업계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한 활로 모색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넥슨은 GS리테일과 손을 잡고 ‘메이플스토리 빵’ 5종을 출시하고, 넷마블은 CU와 제휴를 맺어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콜라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웹툰 및 웹소설 IP를 활용하여 ‘삼국지톡 키우기: 방치형 카드 RPG’, ‘스위트홈: 욕망의 파편’을 출시하며 콘텐츠 순환의 고리를 구축하였다. 

위와 같은 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모든 콘텐츠 산업이 범용성과 확장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콘텐츠의 캐시플로우(실제 현금 흐름, cash-flow)는 콘텐츠를 향유하는 형태와 제공하는 방식에 따라 끝없이 뻗어 나간다. 웹툰 콘텐츠가 OSMU 산업의 원천 IP로 조명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산업화: 무료 → 유료 수익 모델 정착

웹툰 콘텐츠는 간략한 형태의 칸 만화 형식으로 개인 홈페이지, 인터넷 카페나 유명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일상성, 특이성, 서정성을 넘어 서사성을 담아내며 일약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의 플랫폼 전략을 중심으로 유통되었다. 이때까지 완전히 ‘무료’로 제공되었던 웹툰 콘텐츠의 유일한 수익은 웹툰 내 광고 삽입뿐이었다.

2011년,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 이하 카카오웹툰)은 완결작 결제 시스템, 연재분 미리보기 등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판매하는 전략 ‘기다리면 무료(이하 기다무)’로 매출을 도모하였다. 콘텐츠를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을 탈피하고자 하는 동시에, 수익화의 창구를 다양화하고자 한 것이다. 2013년에 등장한 레진코믹스는 1~3화까지 무료, 이후 회차는 유료로 제공하며 웹툰 콘텐츠의 유료 수익 모델을 정착시켰다. 기다무는 12시간 또는 2~3일 등 일정 시간마다 회차를 대여할 수 있는 이용권이 충전되는 방식이다. 네이버웹툰의 ‘미리보기’, ‘데일리 패스’ 등도 유료 매출을 위한 시스템이다.


그림2. 웹툰플랫폼의 기능진화모델에 따른 웹툰콘텐츠 가치변화1)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형 포털사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외에도 웹툰 전문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웹툰 산업의 성장은 콘텐츠 관련 전문 인력의 확대, 집단협업 체제와 CP사의 태동으로 이어졌다. 웹툰 콘텐츠의 유료 수익 모델 정착은 발전을 거듭하며, 웹툰 콘텐츠의 자생 가능성을 도모하는 창구 역할을 톡톡하게 했다. 


방향성: OSMU(One Source Multi Use)&트랜스미디어(Transmedia)

양질의 콘텐츠 제작은 OSMU 사업의 원천 IP로 발전하였다. 웹툰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웹툰 IP의 확장성에서 기인한 결과이다. 더이상 웹툰 원작 영화 및 드라마, 웹툰 OST, 웹툰 팝업 스토어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은 건, 웹툰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그 가능성만큼은 여전히 인정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웹툰 IP를 활용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작품들은 공개 직후 글로벌 인기 1위를 차지하면서, 웹툰 IP가 국내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핵심 원천 IP로 급부상하였음을 알렸고, 웹툰 및 웹소설 IP에 대한 수요 또한 크게 늘었다. 영상을 통해 작품을 접한 이들은 다시금 원작 웹툰을 찾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데에 그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경우, 주간 조회수는 무려 80배가 상승했고 유료 매출 수익은 59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그림3. 문화콘텐츠 브랜드 아이덴티티 기반 OSMU 전략모델2)


OSMU는 문자 그대로 하나의 원천 소스로 여러 산업을 동시에 부흥시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다만 부흥을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건 시각화 된 거점콘텐츠, 거점콘텐츠의 영향력 확보이다. 이후 본격적인 창구화, 장르 전환, 상품화 진행이 가능하다. 콘텐츠의 성장은 비선형적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장르 전환과 상품화의 반복적인 순환 구조 속에서 꽃피운다. 매체의 접근성으로 인해 거점콘텐츠를 별도 설정하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관을 확대해 나가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사업의 존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웹툰의 부수적 산물이자 수익의 극대화 방안들에 불과하다.

웹툰 산업의 수익모델은 크게 유료 콘텐츠 결제, 광고(PPL, PPS), 2차 콘텐츠 제작(OSMU)을 통한 수익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얻은 수익을 플랫폼, CP사, 웹툰작가가 나누어서 갖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이다. 국내 웹툰 산업의 규모는 2017년 3,799억 원에서 2022년에 1조 6,664억 원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2023년 4월에 공개한 웹툰웹〮소설 트렌드리포트 2023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 10명 7명은 유료 결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유료 결제 독자들의 월평균 지출 금액은 1만 2,200원으로 지난해 7,600원 대비 60.5% 증가한 수치이다. 2022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유형 중 유료 콘텐츠 매출이 63.2%로 가장 크다고 한다. 다만 명확한 태생적 한계로 인하여 웹툰 산업 초입에 우려되었던 바와 같이 모든 전략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과잉공급은 극복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대안: 오픈 플랫폼

이에 플랫폼과 연재 계약을 맺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는 오픈 플랫폼이 대안으로 등장하였다. 2014년 타다코믹스, 2015년 조디악코믹스 등 신개념 웹툰연합플랫폼이라는 수식으로 화려한 등장을 예고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포스타입과 딜리헙 외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 주는 오픈플랫폼의 자취는 확인하기 어렵다. (포스타입과 딜리헙을 웹툰 전문 플랫폼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웹툰은 비중 있는 콘텐츠로 다루어지고 있다)

물론 한계도 가지고 있다. 대형 포털의 플랫폼은 자본력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데에 반해, 오픈 플랫폼은 많은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콘텐츠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에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 낼 수 있는 계기와 동력이 되어 준다. 하지만 창작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보장할 수 없으며, 독자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진 콘텐츠를 담보할 수 있는 안전 장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생태계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3주에 1화분 연재, 회당 3,300원으로 판매되었던 딜리헙의 <극락왕생>은 2019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고 연재 10개월만에 매출 2억 원을 돌파하면서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인정받았지만 오픈 플랫폼 딜리헙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21년에 이르러 <극락왕생>은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측으로 연재처를 옮겼다. 모든 콘텐츠에 열려 있는 오픈 플랫폼의 특성상 타 플랫폼과의 계약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은 없었다. 이후에도 <극락왕생>과 비슷한 결을 가진 작품이 편중되며, 플랫폼 이용자의 수 또한 크게 줄었다는 점은 오픈 플랫폼의 입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생태계의 변화 도모: 상생과 공존

2023년 3월, 네이버 웹툰은 웹툰 크리에이터스(WEBTOON CREATORS)를 오픈했다. 네이버 웹툰에 누구나 웹툰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는 공간인 도전만화 페이지에 수익 창출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단순히 정식 연재를 위한 업로드 페이지의 개념을 넘어 오픈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할 환경을 구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 웹툰은 오랫동안 ‘작가와의 상생’을 내세우는 PPS(수익성 분배 모델/ Page Profit Share)를 내세워 왔다. PPS란 네이버 웹툰이 웹툰 작가와 수익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수익 다각화 프로그램으로, 미리보기 결제로 발생하는 콘텐츠 판매 수익, 페이지 광고에 따른 수익, IP 비즈니스에서 파생되는 수익 등을 작가와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김준구 네이버 웹툰 대표는 2023년 4월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2013년 도입 당시 232억 원이었던 PPS 프로그램의 연간 규모가 지난해(2022년) 2조 255억 원으로 87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림4.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 개념도, NHN 제공


다만, 현재 네이버 웹툰을 비롯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레진 코믹스 등 주요 웹툰 플랫폼은 아직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다. IPO 공개는 현 시장의 거두라 할 수 있는 플랫폼들의 경영 내용을 확인하여 자본 조달의 과정뿐 아니라 인지도 상승을 통한 고객 마케팅, 재무공시와 투명성, 신뢰도 구축에 따른 인적 자원 구축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웹툰 산업의 성장 확인 시, 대체로 유료거래액 지표를 공개하며, 매출 추이나 이익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금번 네이버 웹툰의 발표한 PPS 규모 관련 내역 공개 역시 다양한 수익원의 존재를 알리는 데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10억 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한 작품은 136편, 유료거래액 1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작품이 5편에 달한다는 내용은 분명 유의미하지만, 웹툰인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작품의 수는 총 2981편이다.


미미한 변화: 그럼에도, ‘변화’

네이버 웹툰은 기존 PPS의 명칭을 ‘Page Profit Share’에서 ‘Partner Profit Share’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웹 페이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던 기존 구조에서 콘텐츠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 매출을 기대하겠다는 의미이다. 연재 지면과 주기, 활용 범위와 형태 등에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접근법의 차이는 새로운 결과를 창출해 내곤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보여지는 상황은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촉구한다. 웹툰 생태계의 구축 이후, 오래전부터 논의된 구조적 문제와 한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임이 분명하다. 변화의 조짐은 사소하게 다가온다. 이미 떠들썩하게 회자되고 있다면, 그건 이미 주류이며 변화를 맞은 후일 것이다. 네이버 웹툰이 PPS제도를 도입하여 웹툰 산업의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 게 벌써 10년이다.

창작자와의 상생, 지면의 확대는 다양성이 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플랫폼의 성장만이 아닌, 작가와 작품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을 의미한다. 웹툰 산업 내 구성원들은 문제점을 명확하게 직시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내일, 그리고 다음 달, 혹은 더 먼 미래의 웹툰 산업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필진이미지

김득원

만화 평론가
E-mail: dokwon0o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