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일본의 웹툰 시장
지난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일본 만화시장 동향」 리포트를 발행한다. 「일본 만화시장 동향」은 일본 출판업계 조사연구기관 “전국출판협회 출판과학연구소”(公益社団法人 全国出版協会・出版科学研究所)에서 발표한 『출판월보(出版⽉報)』의 23년 2월호를 주요한 레퍼런스로 삼은 이 리포트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2년 일본 만화시장을 리뷰하며 일본의 전자만화 시장의 성장률을 근거로 일본 내 웹툰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종이출판 만화의 매출액은 감소했다고 지적하며, 일본 내 만화 소비가 전자출판 시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콘진원의 전망은 매우 정합적이다. 이미 4월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가 “해외시장뉴스”를 통해 「성장하는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 변화하는 일본 출판업계」(도쿄무역관 김수연)에서 콘진원과 같은 레퍼런스를 활용하여 정보를 전달한 바가 있으며, 코트라 역시 일본의 전자출판 시장을 높게 평가했다. 코트라에서는 일본의 종이출판 만화를 웹툰 형식의 전자출판, 즉 스크롤 형식으로 옮겨주는 서비스를 추가로 소개하며 일본의 전자출판 시장이 소비자의 필요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콘진원에서는 IP 확장 사례들을 들며 만화의 필요가 확장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 그림 1, 일본 만화 시장 규모 - 출처: 전국출판현회 출판과학연구소(코트라에서 재인용) ]
두 리포트의 전망을 교차해볼 때 일본의 만화시장이 웹툰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는 단순해 보인다. 웹툰이 시장에 공급되는 양에 비해 수요가 많아 공급된 상품이 소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툰을 중간재로 보는 기업 소비의 입장에서도 검증된 이야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웹툰을 필요로 하는 듯하고, 최종 소비자들도 모바일로 만화를 보는 형태, 즉 웹툰에 대한 소비가 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생산자의 입장이나 소비자의 입장에 모두에서 웹툰 상품에 대한 공급을 필요로 하다 보니 수요 주도의 시장이 형성되었고, 이는 일본 내 웹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일본의 웹툰 시장 강세는 급격히 강해진 웹툰 성장세 기인한 것이고, 이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웹툰, 단순하지만 복잡(混亂)한 문제
다만 이는 단순한 만큼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일단 일본 웹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리딩 그룹은 라인망가와 픽코마, 망가왕 정도를 들 수 있다. 이 중 라인망가와 픽코마는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시작된 기업으로, 모두 한국 기업이다. 망가왕의 경우에는 『명탐정 코난』으로 유명한 쇼가쿠칸의 디지털 플랫폼이다. 여기서 유의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디지털만화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점이 18~20년 사이라는 점이다. 즉, 얼핏 보기에 코로나 특수로 인해 부스팅 된 디지털 시장의 규모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그림 2, 일본 주요 만화서비스 앱 다운로드 수 - 출처: 슈에이샤 게임크리에이터즈 CAMP Annual Report 2023(콘진원에서 재인용)]
하지만 위 표와 같이 웹툰 시장이 코로나로 인한 부스팅을 받기까지 영업했던 기간이 짧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일본 소비자들이 웹툰 시장으로 들어오게 된 내적인 동인들을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대부분의 주요한 만화서비스 앱의 서비스 개시일이 13년에서 14년 사이라는 점은 급변하는 시기 이전에 어떤 니즈들로 인해 기업들이 만화시장에서 웹툰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는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 요인이 지금에도 유효한지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
먼저 웹툰 서비스가 런칭될 때 즈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2010년대 전후로 가장 뜨거운 단어 중 하나는 SNS였다. 이는 일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도쿄도에서 실시한 「2016년도 SNS 이용 동향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2012년 4956만명이던 일본의 SNS 이용자는 매해 4% 가량의 성장세를 보이며 2016년 6872만명까지 성장한다. 보고서는 그 원인을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보고 있었다. 이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문화적 관습을 학습할 기회였을 것이다.
[ 그림 3, 일본 내 SNS 이용자 증가 수 - 출처: 2016년도 SNS 이용 동향에 관한 조사(ツヨシオカメディア에서 재인용)]
여기서 한가지 주의해서 볼 것은 당시 ‘라인’이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일본 총무성이 실시한 「헤이세이 28년 정보 통신 미디어의 이용 시간과 정보 행동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라인은 전 연령에 걸쳐 꾸준히 이용이 증가하고 있었다. 특히 16년까지 보인 빠른 성장세는 라인을 단순히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13년도에 라인망가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은유하건대 ISP가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그 안에 넣을 콘텐츠를 고민하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다만, 라인의 노하우가 웹툰에서 온 것인지는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라인의 경우 알려진 바와 같이 네이버(정확하게는 이해진 의장)의 기획이었으나, NHN 일본에 의해 개발되고 서비스되다가 21년 공식적으로 소프트뱅크의 자회사가 되었다. 더불어 라인망가와 네이버웹툰을 한 회사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소년 용병〉 〈참교육〉 등이 주요한 상품으로 흥행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한국 웹툰이 성공적으로 장악한 퍼블리셔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즉, 일본은 아직은 창작에 있어서 웹툰을 성공적으로 생산할 노하우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 그림 4, 라인의 연도별 연령별 이용자 증가 수 - 출처: 헤이세이 28년 정보 통신 미디어의 이용 시간과 정보 행동에 관한 조사(ツヨシオカメディア에서 재인용)]
그럼에도 이미 시장과 공급에 대한 이해가 마련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21 년 7월 19일 『소년점프+(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던 청춘 성장 단편만화 〈룩 백(ルックバック)〉의 경우는 일본이 디지털 유통에 대해 심도있는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사례로 생각해볼 수 있다. 〈룩 백〉은 〈체인소 맨〉의 인기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藤本タツキ)의 작품으로 공개 이후 SNS를 통해 고관여 소비자에서 저관여 소비자로 소비가 전이되며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룩 백〉이 확산된 과정에는 트위터(X)와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컸다. 〈최애의 아이〉로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른 요코야리 멘고(横槍メンゴ)의 트위터를 시작으로 니노미야 토모코(⼆ノ宮知⼦), 오오카와 부쿠부(⼤川ぶくぶ), 시이나 다카시(椎名⾼志), 야마구치 츠바사(⼭⼝つばさ), 카즈키 요네(カズキ ヨネ) 등 많은 만화가들이 트위터에서 〈룩 백〉을 언급했고, 공개 10일이 지난 7월 30일에는 7 월 30 일에는 500 만 뷰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의 출판만화, 간단하지 않지만 단순한 문제
[ 그림 5, <룩 백〉의 표지 - 출처: 소년점프+ ]
〈룩 백〉의 사례가 보여주는 단초는 간단하진 않지만, 매우 단순한 인사이트를 준다. 일본 내에서 소비시장에 반응이 올 정도의 콘텐츠는 웹툰이 아닌 출판시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일본 소비자들이 출판만화라는 형식에 지나치게 익숙한 나머지 서사에 영향을 미치는 웹툰을 쉽게 소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라인망가와 카카오픽시브를 생각해볼 때 간단하게 기각되는 가설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이 만화를 웹툰화하는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웹툰이 생산되는 과정을 생각해봐야 한다. 웹툰의 경우, 출판 제본과 다르게 꽤 많은 분업이 유동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어쨌거나 성격을 규정할 수 없는 유동적인 공간에서 (한사람이 여러 역할을 책임지는 방식의) 분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더불어 특정한 누군가에게 책임을 매기기 어려울만큼 업 자체가 소분되어 있다.
그러나 출판 만화의 경우에는 업 자체가 분리되어 있다. 더불어 업 자체가 소분되지도 않는다. 만화를 그리는 경우에는 만화만 그리고, 편집자는 검수를 하며, 출판자는 인쇄를 하고, 판매원은 책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가진 업태가 가지는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사수와 부사수가 도제 시스템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시스템을 통한 인력을 분산보다 인력의 중앙화를 통한 시스템 구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개발에 있어 생산성을 높이는 애자일과 같은 방식보다 규모가 큰 워터폴 방식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일본 출판만화 시장의 특징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특성이다. 히트 작품인 〈원피스〉는 2022 년 8월에 개봉되었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원피스 필름 레드>가 흥행에 성공하며 단행본의 매출도 증가했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일본팀의 활약 덕분에 축구만화 <블루 록>과 <아오아시>가 각각 코단샤와 쇼가쿠칸의 매출을 올렸다. 2022 년 12월에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개봉으로 대히트를 기록했던 <슬램덩크> 덕분에 슈에이샤의 〈슬램덩크〉가 급격한 매출 상승을 보였다.
이렇듯 일본 출판만화의 강세는 만화 자체의 강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주축을 이루며 어려 굵직한 사회적 이벤트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사회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2022년 일본 내 종이출판 만화시장은 2291억 엔의 규모를 기록하며 2021년도 대비 13.4% 감소한 모양새를 그렸다. 이는 일본의 만화 생산 시스템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슈에이사와 코단사는 게임의 가능성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슈에이사는 '게임 크리에이터즈 CAMP‘를, 코단사는 ’코단사게임크리에이터즈랩(GCL)‘를 발족하고 편집 시스템과 동일하게, 기획부터 콘텐츠의 완성, 시장전개까지 전 과정을 자사 프로듀서가 프로듀싱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출판사와 편집부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만화에서 게임분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 출판만화는 스마트폰으로 옮겨가서도 강세인 이유를 하나 찾을 수 있다. 일본 만화는 거대한 산업 시스템을 구축한 콘텐츠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헤리티지가 여전히 일본 자국 내에서는 유효하게 작동하며 각 산업에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다만, 일본도 그 뿌리 산업을 지키려면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