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자ㅇ난감(드라마)
웹툰 원작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왜 초반부에 바로 드라마화되지 않았지? 싶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
초현실적인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케일이 엄청 큰 작품도 아니라 드라마화에 적절한 작품인데 이제서야? 싶다
살인자ㅇ난감의 주제는 심플한듯 어렵다
"만약 정말 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죽어도 싼 사람이라면 사적제재도 문제가 없는가?"
라는 것이 기본적인 큰 틀인데 절대 법을 어겨선 안된다 살인은 잘못되었다 라는 의견이라면, 만약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그룹원을 죽이고 다니는 살인마가 대상이라면 어떨까? 한 명을 죽임으로서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다면 말이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건 비현실적인 전제지만, 꼭 멀게만 생각해야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치안이 부족하고 법적 처벌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사적제재가 상황을 더 낫게 만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으며, 조금 방어적으로 본다면 미국의 자기방어권도 이런 사적제재의 변형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런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그건 치안이 좋은 나라인 우리나라도 매한가지다. 최근 드라마화되고 있는 <국민사형투표>나 <비질란테>도 그런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현재 국민 정서상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소재의 작품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다. 검찰과 경찰이 어떤 이명으로 불리는 지만 봐도 그렇지 않나. 아무튼 주제로 돌아와서 사적제재의 존재 자체를 동의한다면, 거기부터 살인자ㅇ난감이 재밌어지는 순간이다
이탕이 1화부터 들고 다니는 죄와벌의 라스콜리니코프도 이를 가지고 고민한다. 만화의 세계로 고개를 돌려봐도 마블의 퍼니셔가 이런 대전제하에 만들어진 캐릭터지 않은가? 문제는 그렇게 많이 다뤄졌지만 모두가 공감할만한 기준점이라는 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 살인자ㅇ난감은 이 주제만으론 새롭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나쁜 짓을 한 사람의 판별법이 전적으로 이탕의 감이란 점에서 또 하나의 의문이 또아리를 튼다.
"죽이고 보니 나쁜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는가?"
이탕은 처음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하지만 증거는 비에 의해 다 쓸려 나가고, 피해자가 악질 범죄자임이 밝혀지자 복잡한 심경에 빠진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은 쉽다고, 이후 이탕과 갈등을 빚고 우발적으로 저질러지는 살인들에는 계속해서 면죄부처럼 피해자들의 범죄사실이 100% 주어진다. 자수를 하기 위해 증거를 가지고 경찰서로 향하는 중에 증거를 날치기 당하고, 날치기한 내용물이 망치와 벽돌임을 본 날치기범은 그걸 강에 버려버린다. 결국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 하기 위해 아무런 갈등 없이도 기분이 나쁜 사람을 잡아 죽이게 되는데, 그 역시도 범죄 사실이 은폐되어 있던 검사였다.
즉 작품 내에서 이탕이 죽이는 사람은 반드시 죄질이 나쁜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 그렇다면 이탕은 정의의 사도인가, 혹은 그 역시도 법 앞에 자유롭지 못한 범죄자인가? 이에 대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이탕을 영웅시 하는 노빈과, 이탕을 쫓는 장난감 형사다. 이들은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며, 여기에 이탕 같은 능력 없이 '죄'만 있다면 경중을 따지지 않고 살인하는 송촌까지 더해지면 하나의 토론의 장이 된다. 물론 어렵고 철학적인 작품보단 흥미진진한 전개로 풀어내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어려울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 모든 내용이 8부작에 다 담길까 의문스럽긴 하지만, 그건 드라마 제작팀의 몫. 웹툰 원작만 봤을 땐 기대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작품이다
| 지옥 시즌2(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이 철학적인 주제로 흥미 위주의 전개로 작품을 풀어낸다면, 지옥은 훨씬 무거운 드라마다. 아래의 내용은 시즌1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참고하여 감상 바란다.
드라마 지옥의 사람들은 죽을 날짜를 미리 고지 받고, 고지된 시간이 되면 소위 신의 사자들이 등장해 반드시 이들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심판. 그것이 지옥의 주제다. 우주적 재난인 코스믹 호러가 될수도 있었던 작품이, 이 고지와 시연을 미리 예언한 새진리회의 존재로 인해서 상당히 종교적인 컬러의 작품이 된다. 처음엔 이 고지와 시연이 새진리회가 말하는 이치에 맞는 것 같았다. 지은 죄가 있는 사람만 심판한다가 기본 골자였는데, 살면서 죄 안 짓고 사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막 태어난 아이가 고지를 받게 되면서 이 규칙이 깨지고, 고지와 시연에 대한 의문점이 고개를 든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죄를 지을 순 없으니까. 이 아이를 기준으로 많은 규칙이 깨진다. 죄를 지은 사람이라는 전제도 깨졌는데, 이 아이를 감싸 안고 버틴 부모 덕에 아이는 죽지 않고 부모만 죽은 채로 시연이 끝난다. 이것이 정말 신의 심판이기는 한 걸까? 의문이 싹트는 가운데 시즌 1은 시연 당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오며 마무리된다. 그야말로 시즌2를 위한 떡밥이란 떡밥은 다 뿌려놓은 상태.
제목인 지옥부터 종말론을 기반으로 전도에 적극적이란 점에서 특정 종교가 떠오르긴 하지만, 일종의 사회실험으로 보아도 나쁘지 않은 재미를 지니고 있다.특정 종교를 떠나서 하나의 현상이 있고, 그에 대한 인간의 해석. 처음엔 신앙의 증거와도 같았던 시연의 기준이 사례가 쌓일수록 변하는 것이 드러났을 때,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같은 점들이 그러하다. 믿을만 해서 믿는가, 믿기 위해 믿는가? 라는 질문도 던져봄직한 작품.
| 닭강정
먹는 그 닭강정 맞다. 무려 공모전 수상작이시다. 닭강정으로 무슨 얘기가 나올까 싶지만, 의외로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도 아주 기묘한
기본적으론 코미디 작품이다. 어느날 연구소로 배달된 의문의 기계, 그 기계가 피로회복을 돕는다는 말에 기계에 들어간 사장의 딸인 민아가 닭강정으로 변해버린다. 딸을 구하려는 사장과, 민아를 좋아하는 백중이 닭강정을 민아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이 주요한 플롯인 작품.
처음엔 하나인 줄 알았던 기계가 둘이었고, 여기에 얽힌 사연들이 풀어지면서 이 닭강정 이야기로 무려 47화나 끌고간다. 그것도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기묘한 전개로. 작품 자체가 기본적으로 흡입력이 출중한데, 여기에 감독이 이병헌 감독이다.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감독이다. <드림>에서 삐끗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캐릭터간 티키타카에 능한 감독이다. <닭강정>의 만담은 이병헌 감독의 스타일과도 꽤 어울릴듯 하니 아무래도 기대가 안 될 수 없는 작품
| 기생수: 더 그레이
절반의 기대와 절반의 걱정이 되는 작품이다.
<기생수>를 원작으로 하는 것은 맞지만 주인공도 여성으로 바뀌고, 더 그레이라고 하는 원작에는 없는 기생수 전담팀이 주력이 될듯한 제목이다. <기생수>라는 작품만 놓고 보자면 너무나도 괜찮은 소재다. <기생수>는 이와아키 히토시 원작의 일본 만화로, <더 씽>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인간 사이에 숨어 사는 기생 생물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보통 이런 구도라면 서로 간에 불신하고 믿지 못하는 추리극 스러운 상황이 나오기 쉬운데, <기생수>는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린다. 바로 인간에게 기생하는 기생수들과 지구에 기생하는 인간 간에 어떤 차이가 있냐는 의문을 던지면서 그렇다. 인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라는 질문은 실로 뜨끔하다. 인간이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을 뿐이지, 인류의 문명은 자연과 잘 공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파괴하는 입장이다. 그런 인류를 기만하고 또 개체수를 줄이는 기생수를 보면서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포식자이기에 지구를 파괴하고 생물들을 유린해왔다면, 이번엔 당하는 입장이 되어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여기서 단순한 인간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생물이란 존재에 대한 근원적 의문으로 다가가는 것이 <기생수>의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그레이의 전담팀이란 설정은 인간 대 기생수라는 형식으로 조금 더 좁은 범위로 좁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실사에서 인체를 늘이는 CG는 아직 할리우드조차 불쾌한 골짜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문제도 있고, 하지만 평범한 작품은 영 못찍지만, 딥한 작품은 잘 찍는 연상호 감독이 맡았으니 괜찮을 수도...? 이런 기대와 걱정이 뒤석인 작품이다. 로컬라이징 한다고 <리갈하이>처럼 되지 말고 적절한 밸런스만 찾는다면 흥미로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 S라인
살인자ㅇ난감과 같은 꼬마비의 웹툰 원작 드라마. 2024년에만 두 편이나 영상화가 되니 잘만하면 2024은 꼬마비의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S라인은 제목과 섬네일을 보는 순간 연상되는 그것이 맞다. 작중 Social Line, Secret Line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 성관계를 맺은 상대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선이다. 여기 젊은 신혼부부가 있다. 힘겹게 첫 아기를 낳고, 부부가 기쁨에 빠진 순간, S라인이 드러난다. 서로의 머리 위에 생긴 선은 불화를 일으킨다.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고 설교하는 목사의 머리 위에 S라인이 드러난다. 몇몇 신도들과 이어졌다는 것이 밝혀지고 목사는 자리를 잃게 된다. 혹은 아이돌의 머리 위에 S라인이 생긴다면 어떨까? 뭐 이런 식의 에피소드들이 초반을 차지한다. 초능력 발생한 것도,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것도 아니다. 그저 누구와 관계를 맺었는지 보여주는 선의 존재, 그것 하나로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작가는 이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얄팍함을 지적한다. 살인자ㅇ난감에 비해서 상당히 도발적이 된 작품.
한 가지 의문인 건, 주연급 캐릭터들의 설정을 보면, 오리지널 스토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꼬마비 작가의 웹툰은 위의 섬네일에도 보이듯이 그림체로 뜬 작품은 아니지 않은가. 철저하게 스토리 기반으로 뜨는 것인데, 소재만 취하고 이야기를 크게 바꿔버린다면, 너무 아쉬운 선택이 아닐까 싶다. 뭐 정확히는 나와봐야 알지 않겠는가. 이런 소재의 작품이 영상화된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스위트홈 2
스위트홈이 시즌2로 돌아온다.
시즌1에 대해서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크리쳐물이라는 한국에서 마이너한 장르를 가져온 것은 분명 인상 깊은 선택이지만, 정작 그 안을 채운 것은 한국적인 신파 장면들이니 재미를 붙이려다가도 드문드문 흥이 깨지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거기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음악 선정까지 더해지면 대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장면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래도 단점만 있는 작품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시즌1의 경우 초반과 후반을 오리지널 스토리로 대체했음에도 나쁘지 않은 퀄리티를 보였고, 화면 연출 능력도 준수한 편이다. 크리쳐물에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다소의 아쉬움도 존재하지만, 이야기의 속도감 자체는 빠른 편이었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은 있지만, 잘 다듬어서 발전시킨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될만한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원작이 탄탄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게 요구되는 것도 아니고
무려 시즌 2와 3 동시 제작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있는 것 같다. 시즌2에서 벌써 괴물화가 등장하는 걸 보면, 전개도 생각보다 빠르게 될 것 같은 모양새로 보이고, 쭉쭉 진도 빼면서 신파만 조금 넣어둔다면,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