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메뉴
아카이브
웹진
이용안내

기획기사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2023년 웹툰 분야 크라우드 펀딩 이슈 톺아보기

웹툰 분야 크라우드 펀딩이 성장하는 가운데 그 성과를 확인해 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망해 보았습니다.

2023-12-12 최기현

2023년 웹툰 분야 크라우드 펀딩 분야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다. 개인과 기업이 프로젝트를 런칭할 때 텀블벅, 와디즈 등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최근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크라우드 펀딩(이하 펀딩)은 프로젝트나 창업, 사업확장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중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가리키며 일명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 그림 1,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 ]


1980년대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많은 사람에게 대출 형태로 자금을 공급했던 마이크로 파이낸싱 방식은 2010년에 접어들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유럽, 미국에서 활발하게 이용되었다. 펀딩은 크게 기부형과 후원형(또는 보상형)으로 분류한다. 기부형은 사회 소외계층과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순수한 목적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반면 후원형은 프로젝트나 사업 주체에게 후원에 대한 대가로 작은 선물이나 프로젝트로 만드는 물건을 사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문화예술, 특히 웹툰 분야에서 진행되는 펀딩 프로젝트는 후원형이 대부분이다. 펀딩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삼지만, 자금 조달 외에도 콘텐츠나 굿즈를 사전에 판매하는 것과 일정 기간 플랫폼에서 홍보, 노출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 단행본의 경우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서점 등 중간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유통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개인과 기업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생각하는 선택지 중 하나이다.

2021년 7월에 발표한 한국소비자원의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소액 투자중개업자로 등록된 펀딩 업체는 와디즈, 크라우디, 오마이컴퍼니, 오픈트레이드, 펀딩포유, 아그래, 위비크라우드, 아시아크라우드 등이 있고 온라인 소액 투자중개어자로 등록되지 않은 사이트로 텀블벅, 해피빈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2011년 출시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은 출판, 영상, 패션, 만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펀딩을 주도하며 12년 만에 총 700만 건이 넘는 후원수를 달성하며 총 3,000억 원의 누적 후원금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웹툰 분야는 어떤 펀딩 이슈가 있었을까? 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통계를 참고하여 2023년 3분기까지 있었던 웹툰 분야 펀딩 이슈를 살펴보자.


| 최대 펀딩 금액을 기록한 <화산귀환> 오디오 드라마 시즌2

올해 웹툰 분야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모금한 프로젝트는 ‘네이버시리즈 무협 웹소설 <화산귀환> 오디오 드라마 시즌2’로 단일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7억 원이 넘는 금액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웹툰 <화산귀환>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화산파의 고수 매화검존이 천마와의 전투에서 죽은 뒤 100년 만에 어린 청명으로 환생하여 그동안 무너진 화산파를 다시 일으키는 이야기다. 네이버웹툰은 <화산귀환>의 IP를 활용하여 단행본과 향수, 잠옷, OST, 오디오 드라마 등을 제작하였다. 특히 화산파의 매화향을 소재로 만든 향수는 네이버웹툰 온라인 브랜드 스토어 웹툰프렌즈에서 1만 여개 이상 판매되었는데 이는 웹툰프렌즈 단일 품목 중 최다 판매량이다.

<화산귀환> 오디오 드라마는 <슬램덩크>의 강백호, <이누야샤>의 나라쿠, <마블>의 아이언맨 등을 연기한 KBS 공채 출신 스타 성우 홍시호 씨가 함께하여 화제가 되었다. 대체로 오디오 드라마 청취자 구성비율을 보면 여성이 80~90%인데 비하여 <화산귀환> 오디오 드라마 펀딩 참여자를 보면 여성이 60%, 남성이 40% 정도이며 젊은 연령층이 많이 참여하는 등 과거 무협지를 즐기는 성별, 연령대와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연도별로 웹툰 분야 펀딩 최대금액을 기록한 프로젝트 경향을 살펴보면 예전에는 주로 단행본이나 굿즈 제작을 중심으로 펀딩이 진행되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대기업 플랫폼이 연재하는 인기 웹툰의 오디오 드라마 제작으로 펀딩의 중심이 옮겨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2011년 ‘김인성과 내리의 IT 이야기 – 웹툰 작업’ 펀딩 프로젝트가 227만 원을 기록했는데, 2018년에 런칭한 <레진코믹스 인기 연재작 킹스메이커 단행본 애장판> 프로젝트는 2011년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2억 8천만 원을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2021년 <오디오 웹툰으로 만나는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시즌1>은 사상 최대 금액인 약 8억 3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모여 펀딩에 성공하였다. 특히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최대 펀딩금액을 기록한 프로젝트는 모두 네이버웹툰의 인기 작품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한 것으로 이제 웹툰의 IP 확장은 단순히 웹툰을 영상화, 게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하여 기존 웹툰 독자에게는 팬심을 통한 소장 가치를 느끼게 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신규 독자를 콘텐츠로 유입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한편 대기업 플랫폼 중심의 펀딩 프로젝트는 이제 웹툰 분야에서도 콘텐츠 IP 확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기는 하나의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


< 그림 1, 연도별 최대 펀딩 금액 및 정보 >


| 팝업스토어와 OST 열풍

웹툰 IP는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 확장되어 대중이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고 웹툰 관련 굿즈는 웹툰을 좋아하는 독자를 위한 팬서비스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펀딩 플랫폼을 통해 웹툰의 단행본을 제작하거나 웹툰의 캐릭터를 활용하여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웹툰과 관련한 OST나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는 등을 통해 이들의 팬심을 자극한다. 네이버웹툰 인기 웹툰 <연애혁명>이 10년 만에 완결되면서 런칭한 졸업앨범 펀딩 프로젝트에는 총 3억 2천여만 원이 모금되었다. <연애혁명> 캐릭터 졸업앨범은 주인공과 친구들의 사진, 생활기록부, 롤링 페이퍼로 구성되어 있다. <연애혁명> 연재 초기에 10대 학생이었던 팬은 10년이 지난 지금 20대 성인이 되어 자신과 학창 시절을 함께한 <연애혁명>의 굿즈를 소장한다. 

웹툰 IP를 활용한 굿즈 시장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대형 웹툰 플랫폼은 자체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거나 팝업스토어에서 굿즈를 판매한다. 네이버웹툰은 ‘마루는 강쥐’와 ‘냐한 남자’ 캐릭터를 활용하여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팬들이 작품의 캐릭터가 사는 동네에 놀러 가는 컨셉이다. 작품 속 캐릭터로 대형 인형, 가방, 키링 등 260여 개 상품을 판매했고 방문객 1인당 평균 7만 2천 원의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1인 최대 결제액은 106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주인공 철이와 미애의 풋사랑 향수 펀딩에 4억 6천만 원이 모이는가 하면,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잉크, 깃펜 세트, 장신구 세트는 1억 2천만 원이나 판매되었다. 2023년 5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팝업스토어에서는 4억 7천만 원의 공식 굿즈가 판매되었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해당 웹툰의 굿즈를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함께하는 포토존 이벤트 등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팝업스토어의 매력이다.

초창기 연주곡 형태가 주를 이룬 웹툰 OST 시장에서도 이제는 인지도 높은 가수와 기획사가 협업하여 OST를 제작하거나 웹툰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사례가 나타났다. BTS(방탄소년단) 정국이 <7FATES : CHAKHO>(세븐 페이츠:착호)의 OST ‘스테이 얼라이브’를 불러 화제가 되었고, 가수 안예은이 부른 화산귀환 OST는 유튜브에서 4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졸업식에서 많이 들었던 015B의 ‘이제 안녕’을 보이그룹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연애혁명> OST로 리메이크 하여 단기간에 멜론 최신차트 1위에 올랐고 네이버웹툰은 이 곡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하여 자사 유튜브 계정에 공개했다. 이 외에도 카카오웹툰에서 공개된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의 삽입곡 ‘락다운’은 발매 하루 만에 100만 스트리밍을 달성하며 멜론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펀딩하면서 꼭 좋은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기 웹소설과 동명의 웹툰 <내가 키운 S급들> 펀딩 프로젝트는 50만원에 달하는 단행본 셋트를 만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텀블벅에서 런칭한 단행본 프로젝트는 단기간에 후원금 2억 원을 넘기며 일시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작품의 인기와 달리 굿즈 구성품에 비해서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책정하여 많은 팬이 실망했으며 결국 펀딩은 취소되었다.


| 웹툰 리소스 시장의 활성화

올해 3분기까지 텀블벅에 런칭된 웹툰 관련 펀딩 프로젝트는 총 336건으로 웹툰, 만화에 대한 프로젝트가 62건, 웹툰 리소스를 후원한 프로젝트가 274건이며 총 펀딩 금액은 각각 22억 3천만 원과 25억 3천만 원이다. 의외로 웹툰 리소스 관련 프로젝트 건수와 펀딩 금액이 많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웹툰 리소스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로판 신발 3D 소재’, ‘벡터 인체 토르소’, ‘캐릭터 의상을 단 1분만에 디자인? 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2’, ‘예쁘고 그리기 쉬운 간편 헤어브러쉬와 앞머리가발’,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하늘;날씨 배경 소재’ 등 웹툰을 그리는데 필요한 도구에 대한 펀딩 프로젝트가 많이 런칭되었다. 예를 들어 2D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김리프 작가가 제작한 ’만능조합 풀잎 브러쉬‘는 퀄리티의 자연을 쉽고, 빠르게 그려낼 수 있는 도구로 16종의 풀 브러쉬와 60여 개의 브러쉬 세트를 제공한다. 상업적 이용 가능한 리소스를 활용하면 작업 시간 절감과 함께 작품의 퀄리티 향상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웹툰 리소스 시장은 콘텐츠 시장 못지않게 활성화 되었다.

특히 연도별 최대 펀딩율을 살펴보면 웹툰 리소스 분야의 약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이후 올해까지 연도별 최대 펀딩율을 달성한 것은 웹툰 단행본이 아닌 웹툰 리소스다. 2018년 덕기네 웹툰 배경-웹툰배경 9종세트(11,645%)을 시작으로 2019년 조선 <대갓집과 방 10종 스케치업 배경>(9,359%), 2020년 다양한 구성의 로판 대저택 패키지(12,855%), 2021년 움직이는 데포르메 3d 손 모델링(13,598%), 2022년 1번의 클릭으로 완성하는 1초 보정&채색(15,073%), 선화 같은 3D소재 <판타지 보부상>(9,545%) 등이다. 이는 웹툰 리소스가 단행본, 굿즈나 오디오드라마와 같이 많은 금액을 펀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펀딩율이 큰 것으로도 분석되지만 이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웹툰 리소스 프로젝트의 높은 펀딩율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그림 2, 연도별 최대 펀딩율 및 정보 >


| 웹툰 분야 펀딩 시장, 앞으로 계속 커질 수 있을까?

올해 3분기까지의 펀딩 프로젝트는 총 336건이며 펀딩 성공 건수 역시 336건이다. 즉 런칭한 프로젝트 100% 펀딩 성공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생각하면 펀딩을 런칭하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말인가? 이것은 자금을 조달하는 펀딩 구조에서 비롯된다. 펀딩이 성공하면 대중으로부터 조달된 자금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사용되지만 펀딩에 성공하지 못하면 펀딩은 취소되고 대중으로부터 모은 금액은 후원을 약속했던 개인에게 다시 돌아간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펀딩 목표액으로 설정한 경우 100만 원이 모여야 펀딩에 성공한다. 종료일까지 100만 원이 조달되지 않으면 대중이 개인별로 약정한 금액은 없었던 일이 된다. 따라서 펀딩 마지막 날까지 70만 원이 모아졌다면 펀딩 프로젝트를 런칭한 주체가 나머지 30만 원을 부담하면서 100만 원을 채우고 대중에게서 조달한 70만 원을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대기업 플랫폼이 런칭한 프로젝트의 경우 콘텐츠의 인지도나 팬심 덕분에 많은 금액을 조달할 수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경우 목표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 모금되더라도 소위 자부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펀딩 성공률이 100%라는 수치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2011년 최대 펀딩 금액이 227만 원에서 2023년 7억 원으로 증가했듯이 웹툰 분야 펀딩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였고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단행본이나 오디오 드라마,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와 OST 열풍, 웹툰 리소스 시장의 활성 등 웹툰 분야 펀딩 시장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 이 글은 웹툰인사이트에서 제공한 크라우드 펀딩 연도별 통계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필진이미지

최기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며 퇴근 후에 만화를 읽고 글을 씁니다. 공연, 전시를 관람하는 것과 만화 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글로는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들>(2022 대한민국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