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1,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외과의사 엘리제> ]
| 웹툰 IP의 영상화 모델 중 하나, 애니메이션
한국 웹툰의 IP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3년 한해만 하더라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택배기사>, <마스크걸>을 필두로 디즈니 플러스의 <무빙>, <비질란테>가 각각 성공적으로 오픈됐고, MBC와 SBS에서는 <오늘도 사랑스럽개>와 <국민사형투표>가 편성됐다. 2014년 TvN의 <미생>부터 현재까지 웹툰의 영상화, 그 중에서도 드라마화(혹은 시리즈화)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웹툰 IP의 영상화 모델의 다양한 경로를 탐색해볼 필요가 있다. 대체적으로 우리가 ‘실사화’라 부르는 드라마화, 영화화, 시리즈화 이외에도 만화의 가장 근접한 영상화 모델 중 하나로 애니메이션화를 들 수 있다. 특히 출판만화의 애니메이션화는 오랜 역사를 갖고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한국의 웹툰이 드라마를 통해 전 세계적인 시청자들에게 도달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원작 웹툰의 애니메이션화의 의미와 그 성과는 어떠한지 짚어볼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웹툰 경험자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2023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만화*웹툰을 원작으로 한 2차 저작물 이용경험에서 영화 다음으로 애니메이션이 43.5%를 차지했다. 특히 영상의 원작인 웹툰의 두터운 팬덤층의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화는 2차 확장성의 접근이 타 영상화에 비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렇다면, 한국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는 지금 어떤 기로에 서 있는가.
| OTT 채널의 다각화, 오리지널 시리즈로서의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웹툰 IP의 애니메이션화는 생산 환경 차원과 이용자적 차원에서 산업적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웹툰이 글로벌 수용자층과 대면할 수 있게 되면서 이에 따른 복수 경로의 영상화 수요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웹툰의 경우 기존의 종이 만화에서 고려되던, OSMU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화에 대한 활성화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창작환경 측면에서 애니메이션 제작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웹툰 IP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번째, OTT 중심으로 콘텐츠 시장이 재편되면서 글로벌 플랫폼에서 K-콘텐츠가 전반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영상의 원작-웹툰 IP에 대한 다양한 제작사의 투자경향도 함께 상승되고 있는 것으로 고려된다. 이전까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의 경우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상호연계성이 높고 서로 접근성을 공유하는 웹툰-애니메이션 시장의 동반 성장 또한 함께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웹툰 원작의 글로벌 팬덤을 타겟팅으로 OTT 채널의 구독자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애니메이션화가 고려되고 있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의 경로가 많아졌다는 것은, 이용자 측면에서는 하나의 플랫폼만을 고집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산업적으로는 하나의 채널이 콘텐츠 산업을 주도할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많은 대중’을 타겟으로 하기보다 충성도가 높고, 기꺼이 자신의 콘텐츠를 위하여 지갑을 열 수 있는 심층적이고 좁은 팬덤 위주의 채널을 전략적으로 브랜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검증된 IP 그 중에서도 시리즈, 영화, 드라마로 실사화가 진행되면서 인기를 얻고 원작 IP로 이용자들이 회귀하면서 팬덤층이 확보된 웹툰 IP의 애니메이션화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진 것이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미국, 일본, 중국, 주도의 콘텐츠 생산이 지속되었고, 한국이 영국과 프랑스 다음으로 세계 6위(한국콘텐츠진흥원, 2023)임을 감안하면 K-애니메이션 시장의 활성화는 예견된 수순일 수 있다.
[ 그림 2,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규모(Statista., 2022;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재인용) ]
특히 웹툰 IP의 영상화가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면서 한국 웹툰에 관심을 갖는 글로벌 이용자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영상화의 공동투자, 공동제작을 수행하고자 하는 스튜디오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애니메이션화로 가장 주목받았던 웹툰 IP인 <신의 탑>의 경우 2020년 한국, 미국, 일본이 협업하여 제작했다. <신의 탑>의 경우 2022년 크런치롤 엑스포에서 2기 제작확정을 발표한바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같은 네이버 웹툰 시리즈인 <노블레스>도 마찬가지다. 크런치롤과 네이버웹툰이 공동으로 투자, 유통을 맡고 제작은 I.G프로덕션에서 진행했다. <갓 오브하이스쿨>의 경우 크런치롤과 네이버웹툰, 워너브라더스 재팬이 투자하고 MAPPA에서 제작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본 AT-X, 네이버 시리즈온, 애니플러스, 넷플릭스 등에서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OTT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로 유통되었다.
웹툰 원작의 애니메이션 극장판 개봉도 이루어졌다. <기기괴괴 성형수(2020)(1)>는 스튜디오애니멀에서 극장판으로 제작되어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장편 부분 후보에 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하였다. 다만 코로나19의 여파로 10만명 정도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으나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개봉을 이어가는 등, 한국 웹툰 IP의 애니메이션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대표작품 중 하나인 <유미의 세포들>의 경우 1차적으로 드라마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2021년 1시즌, 인기에 힘입어 2022년 하반기에 2시즌까지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특하게 이 드라마에서는 실제 인물들과 함께 세포들을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함으로써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제작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덕분에 시즌 2의 경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유료가입자수 1위를 기록하였고 이는 방영 내내 지속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미의 세포들>은 성공적인 실사화와 더불어, 2023년에 싸이더스 애니메이션과 스튜디오 N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곧 개봉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으나, 현재까지 공개되진 않았다. 싸이더스 애니메이션 산하의 로커스 스튜디오가 이를 맡고 있으며, 현재 로커스의 경우 <퇴마록>과 <전자오락수호대>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중이다. 로커스의 경우 2009년에 설립된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2017년 라인프렌즈와 함께 런닝맨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2021년에 네이버 웹툰에 인수되면서 웹툰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활성화하고 있다.
같은 네이버 웹툰 작품인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의 경우 웹툰 완결 이후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된 작품으로 두루픽스와 EBS가 공동제작하면서 심의를 낮춰 제작되었다. 현재 두루픽스는 <용이산다>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예정이라 밝힌바 있다.
웹툰 <외모지상주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2022년 12월 전 세계 동시 공개되었다. 제작사는 스튜디오 미르로, 미국 TV 애니메이션인 <아바타 아앙의 전설>의 감독 중 한명이었던 유재명이 설립하였다.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보다는 해외와의 협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2016년 중국에서 개봉하여 크게 흥행한 <나의 붉은 고래>를 공동제작한 스튜디오이기도 하다.
영화로 큰 인기를 얻었던 <신과함께>도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중국 파트너사인 QC미디어와 함께 중국 애니메이션 리메이크 제작 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극장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가 급상승하고 있다. 최근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단지 저연령층 대상 애니메이션에만 치중되지 않고 전연령대, 더 나아가 웹툰, 웹소설 원작의 애니메이션화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개봉/시리즈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두나!>의 경우 빌리빌리와 판권 계약을 맺고 한국 레드독컬처하우스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 2023년 한국에서는 라프텔과 네이버 시리즈온에 런칭되었다. 다만 아직 한국어 더빙 없이 중국어 더빙으로만 유통되고 있으며, 자막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어 같은 시기에 공개되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웹소설-웹툰 IP의 애니메이션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혼자만 레벨업>의 경우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A-1Pictures의 협업으로 제작 중이며 2024년 1월 공개될 것으로 발표되었다. 정식 유통 전, 2023년 12월에 CGV에서 1-2화를 선행 상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웹소설 원작인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의 경우 웹툰을 통해 국내에서부터 글로벌로 팬덤을 확장시켰고, 이 때문에 국내외 팬들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특히 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Typhoon Graphics에서 제작을 맡아 2023년 4월에 일본에서 먼저 유통되었다.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서는 일본판 현지화에 따라 인물을 국적이 모두 일본으로 설정되었다. 다만 애니플러스에서 제공된 버전에서는 한국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 방송(TV) 채널인 애니플러스의 경우 한일 동시 방영 체제를 채택하면서 2022년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 OTT인 라프텔을 인수했다. 애니플러스는 올 해 <붉은 여우>, <위험한 편의점>, <피라미드 게임>, <호랑이 들어와요> 등 10여 작품을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애니메이션화하여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뉴스핌, 2023). 라프텔의 경우 2021년부터 <슈퍼 시크릿>, <시맨틱 에러>, <4주 애인>, <그 여름>등 웹툰 기반 애니메이션 제작 및 서비스를 꾸준히 수행해오고 있다.
[ 표1,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제작 리스트(2) ]
| 다양한 채널의 확보와 유통 가능성 : 팬덤과 웹툰 원작과의 상관관계
이미 성공을 거둔 콘텐츠 IP일지라도 이를 타 미디어로 확장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예를 들어 웹툰의 원작 팬들이 실사화된 드라마나 영화의 캐스팅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표시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IP들이 팬덤에 집중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깊은 ‘관여’와 ‘충성심’이 콘텐츠 제작에 있어 리스크를 감소시키는데 큰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웹툰과 애니메이션은 콘텐츠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원작 IP 팬덤이 애니메이션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 또한 높다. 예전과는 달리 애니메이션은 OTT 유통뿐만 아니라 극장용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 팬덤의 IP확장 저항성을 낮추고 다양한 경로로 소비될 수 있는 있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국내 미디어 환경은 OTT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구독하는 방식으로 이용 관습변화가 크게 나타나고 있고, 이 덕분에 전연령대가 다양한 애니메이션 장르를 경험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웹툰 IP의 영상화가 활발해짐에 따라 애니메이션에 대한 글로벌 이용자층의 수요와 이에 따른 글로벌 협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웹툰 원작의 애니메이션화를 활성화를 위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국내 플랫폼의 경우 원작으로서의 웹툰 IP 확보율은 높은 반면 이를 애니메이션화하고 유통시키는데 글로벌 OTT의 영향력과 해외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협업의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연유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현황과 산업 생태계를 분석하고 제작 환경의 성숙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 각주 >
(1) 2020년 9월 첫째 주 개봉 예정이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개봉이 일주일 뒤로 미뤄졌다.
< 참고문헌 >
* 한국콘텐츠진흥원(2022). <2022애니메이션 산업백서>.
* 한국콘텐츠진흥원(2023). <2023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 한국콘텐츠진흥원(2023). <코카 포커스 : K-애니메이션산업 재도약전략>.
* 윤지영(2023.04.20.)대중성·작품성 다 갖춘 韓웹툰, 애니메이션 변신해 해외 공략.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