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 27회 부천국제만화축제 <만화! 더 큰 만남>
더 큰만남의 되어버린 축제!
91년의 봄이었다.
프랑스 유학파 교수님이 뜬금없이 “만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질문했다.
연극을 전공하러 야심차게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입학한 학생들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왠 만화?’
‘교수님이 왜 갑자기 만화얘기를 하시지?’
학생들은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만화는 말이죠~, 제 9의 예술이어요. 호호호~.”
그로부터 33년이 흘렀다.
부천시는 국내 최대 만화도시이다.
부천에는 만화작가와 만화시민이 살고 있다.
제27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금년 2024년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열렸다.
<만화! 더 큰 만남 (Manhwa! Wide Open)>이라는 주제로 세계 23개국의 만화작가들, 만화관계자들, 만화를 사랑하는 시민들, 학생들, 투자자들, 코스튬 플레이어들 등등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였다.
눈 앞에 코스튬 플레이어들!
그 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웹툰융합센터에 주차를 하고 개막식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펼쳐진 하늘빛은 유난히 청명했다.
웹툰융합센터에는 코스튬을 가져와 갈아입을 수 있게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어서 바로 눈앞부터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축제 분위기를 바로 느끼기 시작했다.
웹툰융합센터에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으로 넘어가는 작은 공원과 한옥마을에는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이미 라이브방송을 하면서 온라인으로 서로 소통하며 축제를 알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그들에게 가족단위로 축제에 온 사람 중에는 더러 코스어에게 사진을 함께 찍어도 되냐고 묻기도 하고 함께 사진 찍기도 했다. 아이들이 코스튬 플레이어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경험을 무척 재미있어 했다.
만화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기발한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분장한 그들은 시민들의 마음을 Make Up하게 해주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14개국에서도 참가해서 그런지 해외 코스어과 한국 코스어가 잘 어울려있었다.
갑자기 만화축제에 참가하려면 모두 강제적 코스프레를 하도록 규칙을 두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만화박물관 야외무대에서는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 포토쇼(GICOF 포토쇼)도 진행되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야외에서 펼쳐진 개막식!
박물관 안에서 진행되었던 작년 개막식과는 다르게 올해는 박물관 앞 야외에서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코스어들과 내빈들과 함께 등장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코스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장르축제의 맛을 더했다. 개막식에서 한 포즈 해주신 조용익 부천시장님의 신나는 퍼포먼스 웃음 한 방울을 더했다.
축제과정을 보면서 만화계의 원로이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조관제이사장님이 만화를 향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만화작가와 만화계의 부흥을 위해 생각하시는 사랑과 마음을 크게 느꼈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만화축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거리도 풍부했다.
삼선체육관 5번출구 앞의 주차장에 3,500여 권의 만화를 읽을 수 있는 ‘야외만화방’이 열렸다. 가족 단위로 마음껏 만화방을 즐기고 여여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였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상영관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엉덩이 탐정’과 ‘안 할 이유없는 임신’이 시간대별 무료 상영되었다.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하다가도 간식이 그리운 시민들을 위한 푸드트럭도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만화축제하면 만화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 대규모 야외 만화방이 차려졌다. 누구나 오가며 총 3천500여권의 만화책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예전에 우리 집도 만화방을 한 경험이 있다. 그 추억이 떠올랐다.
만화축제에는 창작음악제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는데, 만화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창작한 창작음악제였다. 예선을 통과하여 최종 선정된 7곡을 시민과 함께 라이브로 공연을 펼쳤다. 최우수상은 원작 <상처가 곪아서 고름이 났다>를 바탕으로 한 ‘모노폴리’팀의 ‘pathetic’이 받았고, 우수상에는 <나를 감싸는 향기>를 바탕으로 한 ‘아날로그 인베이전x백경호’팀의 ‘기억의 향’이 받았다. 상금까지 받는 이 창작음악제는 시민과 참가자 모두가 즐거운 공연축제였다.
올 해 수상작 <정년이>,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2024년 부천만화대상 개막식에 올해 수상작을 시상했다.
대상에는 서이레, 나몬 작가의 <정년이>가 받았고, 신인만화상은 노경무, 쏘키 작가의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이 받았다. 해외작은 <천막의 자두가르>가 받았다.
박물관 3층 제2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정년이>와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을 보러 올라가보니 이미 관람 온 부모들과 아이들이 체험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를 보고 있었다. 제목부터 남다른 이번 작품이 부모와 아이들에게 통상적이지 않은 다른 관점을 제공해준 듯하다. 특히 <정년이>를 보면서 연극을 전공한 본인에게 여성국극이라는 한국연극사의 속 한 장르를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주는 고마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알지 못하는 그 옛날 여성국극을 만화라는 장르가 이렇게도 빠르게 영향력 있게 대중화시켜준다는 사실에 무척 감사했다. 만화와 웹툰은 대중적으로 시대적 문제를 빠르게 반영한다는 의견에 큰 표를 던진다.
부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저출산, 인구소멸 문제를 소재로 한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은 제목부터 참신하다. 상상적 질문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이었다. 임신 신약 개발하여 남성을 임신시킨다는 소재의 작품이다. 전시실에는 남성이 임신할 수 있는 2030년을 상상한 ‘안 할 수 없는 임신’ 속 ‘지옥’을 묘사한 체험관도 있었다.
작가의 창작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얼마 전에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보면서 작가에게 작품을 마음껏 창작할 수 있도록 놔둘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한국인의 피 안에는 자유로운 창작DNA가 있다고 믿는 1인이다. 작가가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할까 생각해본다.
특별전시 : 한국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전 ‘푸메토’(Fumetto)
전시관 1층에는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전 ‘푸메토’(Fumetto)의 특별전시가 선보였다.
전시는 이탈리아 만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매우 신선했다. 특히 만화계의 미켈란젤로라고 소개된 가이타노 리베라토레(Gaetano Liberatore)가 눈에 확 들어왔다. 도대체 어떤 업적을 쌓았기에 만화계의 미켈란젤로인가? 어떻게 그런 칭호로 불렸는지 궁금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미켈레 레크(Michele Rech)라는 작가도 2021년, 2023년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각본을 쓰고 공동연출을 했다고 해서 기억에 남았다. 만화의 영역이넓어지고 다양해져서 많은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으니 현대 대중예술에 너무나도 적합한 장르가 아닐까 싶다.
개막식에 타니노 리베라토레의 라이브드로잉과 함께 나폴리의 현 코믹콘 음악감독인 다리오 산소네의 축하공연도 있었다.
주차장을 활용한 마켓존
한국만화박물관 맞은편 비즈니스 센터 지하 1층, 2층 주차장에는 마켓존이 형성되어 있었다. 지하 마켓관을 들어서자마자 게임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이어 아티스트부스, 캐릭터부스, 일러스트부스, 대학부스, 웹툰부스 등등 다양하게 부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만화와 웹툰 관련된 입시 상담을 위한 ‘대학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학업 후에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관련 업들이 바로 마켓존에 자리한 관련업들이라고 보였다. 작가활동이나 웹툰플랫폼 관련 업무나 교육용 콘텐츠 또는 일러스트레이터, 2D게임관련 업무나 캐릭터디자이너, 굿즈디자이너, 게임콘텐츠 관련된 일이나 AR, VR, XR에 연관된 업무를 할 수 있고 앞으로는 더 다양한 분야가 생길 것 같았다.
지하 2층에는 다양한 굿즈와 서적을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일반 서점에서 보기 힘든 외국전문서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공자나 작가 또는 마니아층에서 선호할 만한 서적들이다. 비전공자인 내가 봐도 신기한 서적들이 많고 한 눈에 보아도 귀하디 귀해보였다.
마켓관에 영상, 게임, 음악, AR, VR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된 분야를 보면서 그 시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문화의 산업화
개막식을 마치고 웹툰융합센터에서는 바로 ‘만화인의 밤’ 행사를 했다. 이태리 세프가 낮부터 직접 요리를 했다. ‘만화인의 밤’은 이태리 음식을 나누며 만화계 관계자들, 해외 관계자들, 축제 관계자들, 웹툰관계자들, 지역 관계자들, 원로 작가들, 기업인들 모두 서로 소통하는 자리를 갖게 했다. 이들은 서로 인사를 하며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것이다.
또한 축제에 프랑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 온 관계자들과 국제비즈니스 관련자들의 미팅이 진행되었다. 문화산업화의 핵심이 여기 있다고 생각했다. 웹툰 관계자와 국내기업이 함께 모여 웹툰 콘텐츠 수출 방안을 논의했다. 그 확장성이란 이제는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 상담회, 입주기업의 2차 사업 확대를 위한 멘토링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태블릿 전문 기업 와콤은 웹툰 인재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덧붙여 축제와 국제교류가 세계 속에 한국 작가와 작품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은 충분히 유연하고 창조적인 DNA를 갖고 있다고 믿는 1인이다. 해외 관련자들이 함께 모이는 이 축제에 좋은 작가에게 집중하고 좋은 작가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번역가들에게도 많은 찬사를 쏟은 것처럼 한국 만화작가나 웹툰작가를 국제화시키는데 필요한 여러 요소를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창작자 없이는 만화축제가 존재할 수 없으니까!!!
햇빛 좋은 가을날에 선물처럼 다가온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여러모로 의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