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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을 통하여 보는 프랑스 만화계의 흐름과 한국 웹툰의 기회

디지털화와 문화적 다양성, 사회적 메시지에 중점을 둔 2024년 앙굴렘 페스티벌의 수상작으로 현재 프랑스 만화의 흐름을 알아보자

2024-12-09 이광호

2024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을 통하여 보는 프랑스 만화계의 흐름과 한국 웹툰의 기회

  매년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앙굴렘에서 개최되는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Festival International de la Bande Dessinée d'Angoulême, 이하 ‘페스티발’)은 전 세계 만화 팬들과 업계인들이 주목하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이번 20224년 페스티벌은 디지털화와 문화적 다양성, 사회적 메시지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 주목받으면서 만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주요 수상작들을 통하여 프랑스 만화계의 변화를 알아보며, 한국 만화가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프랑스 만화 시장의 규모

  프랑스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크고 활발한 만화 시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 9의 예술’로도 불리는 만화는 출판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며, 최근 독자층의 변화와 판매량의 증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만화 시장은 COVID-19 팬데믹 동안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습니다. 2021년 매출은 약 9억2,500만 유로로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며, 2023년에는 약 8억 7,700만 유로로 전년대비 소폭 감소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기간을 넓게 본다면 2019년 대비 2023년은 55% 증가하여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화의 독차증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성인 남성이 중심을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10~20대의 젊은 독자층이 유입이 되면서 시장에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 페스티벌 주요 수상작

  2024년 페스티벌은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들이 특히 주목 받았습니다. 이는 프랑스 만화계가 더욱 다양한 주제와 연출들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 황금야수상 (Fauve d'Or - Best Album Award): <모니카 (Monica)>

  인간 관계와 내면의 갈등을 정교하게 엮어낸 작품입니다. 비선형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방식이 아니라, 모니카의 기억과 상상, 그리고 현실이 복잡하게 얽혀 퍼즐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자들은 세심하게 다듬어진 그림과 장면마다 변하는 감각적인 색채와 구도를 통하여 모니카가 느끼는 감정과 심리적 변화에 공감하며 감춰진 비밀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작품 자체를 해석하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구성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관계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기에 일부 독자들은 작품이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러한 도전적인 서사가 『모니카』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2. 심사위원 특별상 (Special Jury Prize): 『한복 (Hanbok)』

  한국 입양인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와 문화적인 연결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한복을 강렬한 색감과 세밀한 묘사를 통하여 아름다움을 드러냈으며, 곡선과 문양을 활용해 이야기의 감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여 입양인의 개인적 경험과 문화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이는 한복이 단순히 전통 의상이 아니라 주인공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는 도구로 활용 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한국과 프랑스라는 두 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혼란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감정적 공감을 통하여 문화적 연결의 중요성과 이를 되찾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합니다. 특히, 프랑스 독자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며, 입양이라는 글로벌한 주제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3. 청소년 심사위원 특별상 (Special Youth Jury Prize): 오후의 하품 1 (Bâillements de l'après-midi Tome 1)

  이 작품이 돋보이는 이유는 일상적인 행동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점에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을 탐구한 작품으로, 하품이라는 단순한 동작을 독특한 방식으로 조명합니다. 작가는 하품이라는 반복적인 행위를 단순한 지루함의 상징이 아닌 감정을 해방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특별한 행위로 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 독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하게 합니다.

4. 시리즈상 (Series Prize): 『호수 위의 멋진 집 2권 (The Nice House on the Lake Book 2)』

  인류 멸망 이후, 호숫가의 고립된 공간이라는 폐쇄된 독특한 배경을 활용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존 본능과 관계의 불안성을 활용하여 각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과거와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게 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이 과정에서 선택과 도덕적 갈등에 대해 고민 등 심리적 갈등과 서스펜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현대 사회의 인간 관계와 신뢰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독자들은 이를 통하여 높은 몰입감과 철학적인 질문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5. 신인상 (Revelation Prize): 『수줍은 남자 (L'Homme Gêné)』

  단순하면서도 세심한 그림체를 통하여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불안과 소외감, 내면적 갈등을 섬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각 장면은 주인공이 느끼는 어색함과 수줍은 등 일상의 순간적 심리적 상태를 반영하며 독자들은 그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감과 심리적 불편함을 탐구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겸험을 되돌라보게 만듭니다. 이를 통하여 단순한 서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인상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6. 폴라 SNCF상 (Fauve Polar SNCF): 『종속 (Contrition)』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담아낸 작품으로 처음부터 독자를 긴장감 넘치는 상황으로 이끌어 줍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치밀하게 구성되어 사건이 전개될수록 독자들은 점점 깊이 빠져들게 만들면서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어두운 면과 불편한 진실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결말은 충격적인 반전이 백미로,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덮고도 오랜 여운이 남는 강렬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흥미진진한 범죄 이야기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도덕적 딜레마와 권력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세밀한 그림체와 자연스러운 서사는 독자들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하며, 스릴러 장르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습니다.

7. 아동상 (Prix Jeunesse): 『놀라운 방씨 아가씨 (L'Incroyable Mademoiselle Bang!)』

  박윤선 작가의 작품으로 주인공은 19세기의 한국에서 태어나 전통적인 가치관과 새로운 사고방식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방씨 아가씨의 여정은 독특한 이야기 구성과 개성 있는 캐릭터들로 한국 전통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기에, 프랑스 독자들에게는 독특한 이야기 구성과 개성 있는 캐릭터로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작가는 한국적인 정서를 중심에 두면서 프랑스 독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통하여 아동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모험담으로, 성인 독자들에게는 깊은 감정을 일으키는 이야기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8. 에코-야수상 (Eco-fauve Award): 『프론티어 (Frontier)』

  환경 문제를 두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서 탐구한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미래를 배경을 하면서도 현재의 환경 위기를 반영하여,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 무책임한 태도들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그치지 않고, 현실을 돌아보게 하여 변화를 고민하게 만드는 경각심을 주고 있는데, 단순히 경고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9. 고등학생 야수상 (Fauve des Lycéens): 『파빌의 얼굴 (Le Visage de Pavil)』

  한 인물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갈등을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깊은 생각을 유도합니다.

  작품의 큰 특징은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시각적 표현입니다. 독자들은 각 장면을 해석하고 느끼며 탐구하면서 단순한 서사 이상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철학적 질문과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다루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줍니다.

10. 프랑스 텔레비전 공공상 (Prix du Public France Télévisions): 『말로 하기 고통스러운 것들 (Des Maux à Dire)』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직면하게 인간의 고통을 감정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개인적 트라우마와 사회적 문제의 교차점이 있으며, 작가는 이를 독자들에게 직면하게 합니다. 독자들은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회복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을 통하여 이는 단순한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들 각자가 공감하고 연결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감각적인 서사와 시각적인 표현으로 몰입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특히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2024년 페스티벌이 보여준 변화

  2024 페스티벌은 프랑스 만화계의 성장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었다. 이번 페스티벌은 단순한 수상의 의미를 넘어, 시대를 반영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예술로서 만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증명했습니다.

양성의 꽃이 만발한 한 해

  2024년 프랑스 만화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만화 장르를 넘어 역사, 사회, 과학, 심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등장하며 장르와 주제의 무한한 확장을 이루어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하거나 사회 문제를 풍자적으로 다루는 작품들이 인기를 얻으며, 만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교육적,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현실주의, 판타지,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자유롭게 결합되면서 독창적인 작품들이 탄생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표현 기법이 도입되면서 만화의 가능성은 한층 더 확장 되었습니다.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프랑스 만화

  프랑스 만화는 더 이상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프랑스 사회의 다문화적인 특징이 만화에 반영되면서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세계 시민 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 만화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 만화의 접근성 또한 크게 향상되었다.

디지털 시대, 만화의 무한한 가능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만화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 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웹툰과 웹소설이 인기를 얻으면서 프랑스 만화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만화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세대의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독자가 직접 스토리 전개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만화가 등장하면서 참여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졌으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여 만화를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만화의 표현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마치며…

  2024년 프랑스 만화는 다양성 세계화, 디지털 환경과의 접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를 반영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문화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프랑스 만화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기대하며, 더 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필진이미지

이광호

(주)키다리스튜디오 유럽플랫폼본부 델리툰사업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