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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야구, 만화를 보자 #02 투수와 포수의 드라마, 배터리

투수가 좋은 피칭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 포수. 야구에서는 투수와 포수의 조합을 배터리라 부른다. 여기 전설의 배터리가 있다. 투수 김시진(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포수 이만수(현 SK 와이번스 감독)다. 1958년생으로 동년배인 두 선수는 대구 상고 그리고 한양대 시절을 함께한 파트너다.

2013-10-30 남민영

 
 
 
 
 
 
 
 
 
 
 
 
 
 
 
   
 
 
 
[이미지] 해태 타이거즈의 전설의 배터리 선동렬과 장채근
   
   
투수가 좋은 피칭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 포수. 야구에서는 투수와 포수의 조합을 배터리라 부른다. 여기 전설의 배터리가 있다. 투수 김시진(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포수 이만수(현 SK 와이번스 감독)다. 1958년생으로 동년배인 두 선수는 대구 상고 그리고 한양대 시절을 함께한 파트너다. 1986년부터 나란히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게 된 두 선수는 고교야구 시절부터 다져온 합으로 74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최고의 배터리가 된다. 김시진, 이만수 배터리가 아니라 장채근에게 아이처럼 뛰어올라 안기는 선동렬의 모습을 떠올렸다면 해태 타이거즈의 투수 선동렬(현 기아 타이거즈 감독)과 포수 장채근(홍익대학교 야구부 감독) 배터리도 기억할 것이다.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끈 두 사람 역시 한국 프로야구 전설의 배터리 중 하나다.
 
[동영상 http://tvpot.daum.net/v/OZ7UKkNBRL824] 동영상) 2008년 6월 28일 삼성 라이온즈 배영수와 현재윤 배터리가 두산과의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짝꿍 혹은 영혼의 파트너로 불리는 배터리는 철저히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사이다. 투수는 포수를 완벽하게 믿고 포수는 투수의 마음을 읽어낸다. 그들에게 언제나 그럴듯한 ‘드라마’가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야구만화에는 배터리가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극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포수가 투수에게 보내는 볼배합 사인, 투수가 포수에게 보내는 눈빛과 끄덕거림 사이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야구는 함께 즐기는 것, <배터리>
 

 
 
 
 
 
 
 
 
 
 
 
 
 
[이미지] <배터리> ? 아사노 아츠코 & 유니와 치카게
제발 6권 좀 출간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동명의 청소년 소설이 인기를 끌어 만화로도 만들어진 아사노 아츠코 원작 유니와 치카게 그림의 <배터리>는 천재 투수 하라다 타쿠미와 포수 나가쿠라 고우가 최고의 배터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오직 자신의 실력만을 믿는 독선적인 성격의 투수 타쿠미는 자신의 공을 완전하게 받아낼 포수의 부재에 갈증을 느낀다. 타쿠미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고우를 인정하지 않지만 전력을 다해 던지는 자신의 공을 그대로 받아내는 그를 보며 야구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후 그들은 배터리를 이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정반대의 성격 때문에 부딪치는 일이 비일비재 하고, 야구에 대한 서로의 생각도 다르지만 다양한 시행착오 속에서 타쿠미와 고우의 유대감은 더욱 두터워진다.
 

 
 
 
 
 
 
 
 
 
 
 
 
 
 
 
 
 
 
 
 
 
 
 
 
 
 
 
 
 
 
 
 
[이미지] <배터리> ? 아사노 아츠코 & 유니와 치카게
완벽한 믿음이 그들에게 있다.
 
<배터리>는 야구 경기가 주는 긴장감 보다 야구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 그리고 최고의 배터리로 성장해 나가는 소년 타쿠미와 고우의 우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경기에서 팀이 패배해도 투수인 자신은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타쿠미는 시합에서 졌다는 것은 결국 자신도 패배했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선수 하나하나는 역량이 있는데 시합에서 못 이길 때가 있어. 그럴 땐 역시 선수 하나하나가 진 거지.” 하나씩 배워가는 타쿠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깨달음은 야구는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고우와 함께 배터리를 이루며 야구는 투수 혼자만의 경기가 아님을, 투수는 포수가 있을 때 완벽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선수 하나하나가 원하는 야구를 할 수 있을 땐 정말 재미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단다.” 타쿠미는 고우와 함께라면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즐거운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된다. 오로지 자신의 공만을 믿었던 천재 투수가 듬직한 포수와 배터리를 이루며 야구의 진짜 의미를 찾은 것이다.
 
타쿠미와 고우의 배터리를 보면 SK의 단짝 배터리로 불렸던 김원형과 박경완이 떠오른다. 초중고 시절을 함께 보내며 야구를 했던 두 선수는 1991년 나란히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하며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김원형은 1군으로 박경완은 2군으로 가게 되면서 12년을 함께 한 단짝 배터리에게 그늘이 드리웠다. 김원형은 최연소완봉승 기록을 세우며 쌍방울의 유망주로 승승장구했다. 그런 김원형이 당시 쌍방울의 감독을 맡았던 김인식에게 누누이 요구했던 것은 마운드에 설 때 박경완을 포수로 서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박경완이 공을 받아주면 편안해 꼭 승리할 자신이 있다”가 이유였다. 2군 선수를 선발포수로 내보내는 것은 모험이었지만 투수가 마음 편히 공을 던질 수 있는 포수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여긴 김인식 감독은 김원형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다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두 선수는 나날이 승승장구했다. 이런 김원형과 박경완의 모습에 “네 녀석 포수 노릇은 나밖에 할 수 없어”라고 외치는 고우의 모습과 “그 녀석이라면 최고의 배터리가 될 수 있어요”라고 확신하는 타쿠미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이미지] <배터리> ? 아사노 아츠코 & 유니와 치카게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의 김원형과 박경완도 저런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을까.
 
 
박경완의 타격에 물이 오르면서 그는 팀의 믿음직한 주전 포수이자 타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97년 11월 박경완이 현대 유니콘스로 트레이드 되면서 더 이상 김원형과 박경완의 배터리를 볼 수 없게 됐다. 쌍방울 레이더스에 남아있었던 김원형은 팀이 해체되면서 SK 와이번스로 갔다. 그리고 2002년 12월 박경완이 SK로 이적하면서 다시 한 번 ‘찰떡 배터리’가 부활하게 된다. 프로야구사상 가장 오래된 배터리의 활약은 위기에 처한 SK를 필요할 때마다 승리로 이끌었다.
 
2012년 8월 김원형이 은퇴하면서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함께한 배터리도 막을 내렸다. 그리고 올해 10월 22일 박경완도 은퇴 소식을 알렸다. 눈빛만 봐도 아는 죽마고우가 함께 야구에 대한 꿈을 키우며 ‘배터리’로 성장했고 이제는 나란히 SK 와이번스의 투수코치 김원형과 SK 와이번스의 2군 감독 박경완으로 남게 됐다. 함께일 때 가장 완벽했던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를 즐길 수 있었던 ‘찰떡 배터리’의 지금은 어쩌면 타쿠미와 고우의 미래이지 않을까.
 
 
피로 맺어진 배터리, <동생은 포수 나는 투수!>
 

 
 
 
 
 
 
 
 
 
 
 
 
 
 
 
 
 
 
[이미지] 롯데 자이언츠의 김사훈 포수와 김사율 투수 (왼쪽부터)
 
지난 9월 25일 기아와 롯데의 경기, 롯데 자이언츠 김사율과 김사훈이 선발 투수와 포수로 호흡을 맞췄다. 두 선수의 독특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김사율과 김사훈은 사촌형제다. 영혼의 파트너라 불리는 배터리, 이들이 피로 맺어진 관계라면 더 좋은 배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4안타(1홈런) 2볼넷 4삼진으로 5이닝에서 교체된 김사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훈이와 호흡은 좋았다. 다만 내가 조금 더 좋은 투구를 했다면 사훈이도 보람되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남겼다. ‘사촌형제 배터리’의 첫 선발승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배터리는 이제 막 시작을 알렸을 뿐이다. 그들 보다 먼저 ‘형제 배터리’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들이 있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를 인수한 청보 핀토스의 친형제 배터리, 투수 김상기와 포수 김동기가 바로 그들이다. 1986년 7월 25일 OB와의 경기에서 선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김상기와 김동기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형제 배터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미지] <동생은 포수 나는 투수!> ? 신지 토나카
투수와 포수의 사인에는 언제나 믿음이 담겨있다.
     
야구만화에도 형제가 배터리를 이루는 작품이 있다. 신지 토나카의 <동생은 포수 나는 투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형 토마 이치야가 투수, 동생 토마 요시가 포수로서 배터리를 이룬다. 칸토 최강의 배터리 ‘토마 형제’라고 불릴 정도로 시니어 대회에서 명성을 떨쳤던 이치야와 요시는 부모의 이혼으로 서로 떨어져 살게 된다. 꼭 다시 재회하여 배터리를 이루기로 두 사람은 약속하지만 동생 요시는 야구를 팽개치고 불랑배가 되어 버린다. 2년 후 동생 요시를 찾은 이치야는 변해 버린 동생의 모습에 놀라지만 다시 한 번 요시와 배터리를 이뤄 고시엔에 가겠다는 목표로 동생과 함께 히라타카 고교의 야구부에 가입한다. 2년 만에 토마 형제 배터리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내 야구부들은 그들을 찾아와 시합을 신청한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감을 찾지 못한 토마 형제 배터리가 우승으로 향하는 길은 힘겹기만 하다. 직구와 슬라이더 밖에 던지지 못하는 투수 이치야, 불량배 기질을 버리지 못해 늘 욱하지만 포수와 타자로서의 자질을 차츰 드러내는 요시. 피로 맺어진 토마 형제 배터리의 앞날에 고시엔이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미지] <동생은 포수 나는 투수!> ? 신지 토나카
이야기는 글이 아니라 공이 만들어 낸다.
 
 
<동생은 포수 나는 투수!>는 토마 형제 배터리가 히라타카 야구부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열혈 야구만화’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승리를 위해 전력 질주하는 고교 야구 선수의 청춘과 열정, 형제애가 진하게 배어나는 배터리의 성장기가 고시엔을 목표로 파랗게 펼쳐진다. 이야기의 방점은 토마 형제 배터리에 찍혀있지만 팀원인 4번타자 타카오카, 캡틴이자 3루수 카와하라, 매니저 마미야 등 주변 캐릭터의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무엇보다 <동생은 포수 나는 투수!>는 인물간의 감정선에서 이야기를 길어 올리기보다 야구 경기 자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더 주목하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댄 번트가 만들어내는 역전승, 상대팀의 타자를 잡기 위해 투수가 던지는 혼신의 슬라이더가 경기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도 팽팽하게 만든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야구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스포츠가 언제나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