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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방 : 웹툰이 그리는 작가 콘텐츠

최근 웹툰 작가들의 TV 출연, 더 나아가서는 ‘툰방(웹툰 방송)’으로도 불리는 웹툰 작가들의 방송은 이런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말년 서유기>의 이말년, <신과 함께>의 주호민 등 유명 작가들이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웹툰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데 이어 최근에는 <패션왕>과 <복학왕>의 기안84는 리얼리티 쇼 MBC <나혼자 산다>에서

2017-03-29 강명석

2010년대 TV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요한 경향 중 하나는 ‘연예인’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모호해지거나, 더 나아가서는 의미 없어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를테면 종합격투기 선수이기도 한 추성훈은 현재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그렇다면 그의 직업은 무엇일까. 또한 영화 평론가 및 작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JTBC <마녀 사냥>에 이어 SBS <미운 우리새끼>에서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허지웅의 직업은 무엇일까. 농구선수였던 서장훈이 자신이 예능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출연하기 시작하던 시점에 자신을 “연예인이라 부르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그를 ‘서셀럽(셀러브리티)’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분명히 TV에 많이 나오기는 하는데 아직 연예인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했던 그의 위치를 셀러브리티(유명인)라 합의아닌 합의를 했던 셈이다. 


△ 릴레이툰 주제로 방송을 진행한 <무한도전>

최근 웹툰 작가들의 TV 출연, 더 나아가서는 ‘툰방(웹툰 방송)’으로도 불리는 웹툰 작가들의 방송은 이런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말년 서유기>의 이말년, <신과 함께>의 주호민 등 유명 작가들이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웹툰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데 이어 최근에는 <패션왕>과 <복학왕>의 기안84는 리얼리티 쇼 MBC <나혼자 산다>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데 이어 KBS <해피투게더>에서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웹툰 작가로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TV 프로그램에서 웹툰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넘어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는 것이다. 이말년 작가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출연해 웹툰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것부터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가 두뇌 게임인 tvN <지니어스> 시리즈와 강연 프로그램 JTBC <말하는대로>에 출연한 것까지, 웹툰 작가들의 방송 출연 범위는 굉장히 넓다.

과거 MBC <황금어장-무릎 팍 도사>에서는 안철수, 황석영 등 사회적 명사를 출연시켜 화제를 모은바 있다. 연예인 이외의 유명인사들이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험적인 시도였지만, 이들의 출연은 당시 여느 인기 연예인의 출연보다 화제를 모았다. 그에 이어 SBS <힐링캠프>에서는 대선주자들을 초대했고,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대중에게 있어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이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최근 JTBC <썰전>에는 문제인, 안희정, 심상정 등 대선 주자들이 연이어 출연한다. 이들은 딱히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예능인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대선 주자로서 자신의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은 이들의 말을 귀기울이며 스스로 재미의 포인트를 찾기도 한다. 최근 <썰전>은 종편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그만큼 대중에게 TV를 통한 재미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TV 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와 예능처럼 오락적인 성격을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지식과 철학을 어떻게 대중에게 편하게 전달하느냐가 새로운 재미의 기준이 됐다. <썰전>이 정치 시사 이슈에 유머감각을 불어 넣어 예능과 시사 교양의 접점을 마련했다면 MBC <무한도전>은 역사와 힙합을 결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케이블 채널 tvN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자신의 지식에 대해 말하는 <어쩌다 어른>이나 국내의 맛집들을 소개하며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요미식회> 등을 방송하고, <말하는 대로>는 정치 사회에 대한 이슈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털어놓는 경우도 많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이런 경향이 어디서부터 왔는지에 대한 힌트다. 출연자들이 각자의 인터넷 방송을 실시간으로 한 것을 편집, 방영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인터넷 방송 문화를 TV에 옮겨왔다. 인터넷 방송은 유튜브와 아프리카 TV 등을 중심으로 방송 진행자들이 온갖 분야에 걸쳐 볼거리를 만들어내곤 했는데,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그것을 TV에 가져오면서 생활에 유용한 도움이 되는 이른바 ‘꿀팁’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이 메이크업에 대한 팁을 알려주는 한 편, 다른 방송에서는 유명 사진 작가가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백종원은 이런 시대가 낳은 새로운 유형의 스타였다. 요식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힐링캠프>를 통해 화제가 된 것부터가 이채로운 현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는 TV앞에서 직접 요리 도구를 잡고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요리 ‘꿀팁’을 알려주면서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요리 방송이 일으킨 반향은 다시 요리 자체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고, 그의 사업 역시 과거보다 더욱 잘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웹툰 작가들의 방송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을 밟곤 한다. <무한도전>과 같은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웹툰의 존재가 알려지고, 유명 웹툰 작가들이 다양한 방송을 통해 웹툰을 알리면서 웹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웹툰의 위상은 올라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웹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인터넷 시대에 이르러 위키피디아 등 이용자들이 직접 만드는 백과사전이나 SNS를 통해 흘러다니는 수많은 정보들은 그 자체로 즐길 거리가 됐고, 인터넷 방송은 모든 분야가 엔터테인먼트화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남이 하는 게임 리뷰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수험생을 위한 인터넷 강의도 재미있는 컨텐츠가 될 수도 있다. 개개인의 관심사가 점점 다양해지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쉬운 시대에, 재미는 더 이상 기존 토크쇼나 버라이어티 쇼, 코미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시대에 웹툰 작가들의 방송 진출은 그들이 모든 분야가 엔터테인먼트화 될 수 있는 시대에 적합한 특성을 가졌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웹툰은 그 자체로 인터넷 문화를 대변하는 산물이자, 그것을 가장 적극적으로 즐기는 10~20대 문화의 일부다. 10~20대는 대부분 꾸준히 읽는 웹툰이 있고, 그만큼 웹툰에 대한 인지도는 몇 년 전부터 상상이상으로 컸다. 기성세대는 잘 모를 수도 있는 <치즈 인 더 트랩> 같은 웹툰이 드라마화 되자 인터넷에서는 누굴 캐스팅하느냐로 화제가 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단행본이 팔리는 <신과 함께>는 블록버스터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그러니 웹툰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과거 출판 문화 시장이 활황을 맞이하면서 이현세, 허영만 등의 작가들이 유명인사가 된 것처럼, 지금 인기 웹툰 작가들은 10~20대에게는 연예인 이상의 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기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박태준 작가는 인기 웹툰 작가인 동시에 쇼핑몰 등을 운영한다는 독특한 이력 만으로도 MBC <라디오 스타> 같은 인기 토크쇼에 출연할 수 있었다. TV는 인터넷에 비해 기본적으로 보수적일 수 밖에 없고, 인터넷에서 어떤 현상이 충분한 크기로 일어난 뒤에야 여기에 주목하곤 한다. 몇 년 전 방송가의 화제였던 ‘먹방’이나 ‘쿡방’은 인터넷의 수많은 유튜버들이 이런 방송을 한 뒤에 TV에서 볼 수 있었다. 웹툰 역시 10대도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블로그에 올리는 시대가 되면서, TV도 웹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한 현재의 웹툰 작가들은 과거의 작가들에 비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훨씬 더 각인 시킨다. 이말년의 만화에는 종종 자신이 직접 출연하고, 네이버의 대표적인 웹툰 <마음의 소리>는 조석 작가 그 자신이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작가 그 자신의 일상을 담은 일상툰이 하나의 장르가 됐을 뿐만 아니라, 매 회 연재분이 발표될 때마다 댓글 창을 통해 올라오는 독자들의 의견은 작가와 독자의 심리적인 거리를 과거보다 훨씬 좁혔다. 작가들은 독자들을 상대로 직접 말을 걸거나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독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작품의 전개에 반영하는 경우도 생긴다. 게다가 SNS시대는 독자에게 작가들을 자연스럽게 하나의 캐릭터처럼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SNS를 통해 드러나는 작가 개개인의 캐릭터는 그들의 작품과 함께 화제가 되고, 경우에 따라 작품 이상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주호민 작가의 경우 SNS에서 하는 재치있는 발언들이 화제가 됐을 뿐만 아니라, 공교롭게도 그가 다니던 가게나 갔던 행사 등이 연이어 안 좋은 상황을 맞이하면서 ‘파괴왕’이라는 캐릭터가 생겼다. 이런 캐릭터들은 독자가 작가에 대한 친근감과 궁금증을 갖도록 만들고, TV는 이를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활용한다. 케이블, 종편, 인터넷 등으로 인해 지상파 TV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10%를 좀처럼 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높은 인지도가 있는 인기 웹툰 작가는 방송사가 반길 수 밖에 없는 셀러브리티들이다.

△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출연한 이말년

이말년 작가와 기안84 작가는 웹툰 작가의 방송 출연에 관한 두가지 경향을 보여준다. 이말년 작가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웹툰 그리는 법을 보여주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쉽게 웹툰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웹툰을 통해 익히 알려진 자신의 캐릭터를 선보였고, 이는 마치 만화 속에서 보던 이말년 작가가 살아 움직이며 웹툰 강의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웹툰 작가가 웹툰에 대해 자신의 방식으로 알리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는 이말년 작가의 작품이나 <마음의 소리> 등에서 보듯 웹툰이 작가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그림체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고, 그만큼 작가의 캐릭터는 독자에게 강하게 인식된다. 이말년 작가의 작품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은 작품을 즐기는 것을 넘어 이말년 작가가 작품에서 종종 사용하는 ‘우장창’ 같은 연출이 어떻게 나오는지, 슥슥 그리는 듯한 그의 인물 그림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 한다. 또한 이말년 작가의 인터넷 방송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시청자들은 이말년 작가의 작품은 물론 그의 행적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말년 작가와 독자간의 소통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그의 인터넷 방송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본방송 이전부터 화제가 됐다. 웹툰과 웹툰 작가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대중적인 영역으로 들어왔고, 그만큼 웹툰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MBC 에브리1 <웹툰 히어로 툰드라쇼>는 웹툰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체감할 수 있게 만든 하나의 사건이었다. 케이블 TV 프로그램이기는 했지만 무적핑크, 기안84 등 인기 웹툰 작가들의 원작을 드라마로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은 그 자체로 웹툰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말년이 지상파 TV에서 웹툰을 소재로 방송을 진행하며 화제가 된 것은 지금 웹툰이 어디까지 대중에게 다가섰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TV에서 받아들여야 할 만큼 거대한 것이 됐는지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 역시 웹툰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과 고정 출연자들이 함께 웹툰을 그리는 과정을 몇 주 동안 보여주면서 웹툰이 지금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인기 있는지, 그리고 웹툰의 재미가 무엇인지 다뤘다. TV를 보는 전 연령대가 웹툰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웹툰은 기성세대도 알아둬야 할 법한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다.

기안84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웹툰에 대한 이런 인기와 지지 속에서 웹툰 작가가 동시에 연예인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안84가 <무한도전>, <웹툰 히어로 툰드라 쇼> 등에 출연하게 된 것은 그가 <패션왕> 등의 작품을 통해 쌓은 명성에 기인한다. <패션왕>은 연재 당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고, 그의 그림은 온갖 광고에도 활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기안84가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때, 제작진은 인기 작가이면서도 명확한 거처 없이 살기도 하는 그의 독특한 캐릭터에 주목했고, 그의 언행은 방송을 통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그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은 <나혼자 산다>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다뤄졌고, 어느새 기안84는 <해피투게더>처럼 연예인들이 주로 출연하는 토크쇼의 고정 패널로 자리 잡았다. 웹툰 작가가 연재를 계속 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라 할만하다. 기안84는 웹툰 작가와 연예인의 경계를 오가면서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냈다고 할만하다. 웹툰을 통해 방송에서 주목했지만, 그가 가진 독특한 캐릭터가 부각되면서 웹툰 작가로서의 유명세와 별개로 예능인으로서도 활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지금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타가 탄생하는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각자의 영역에서 인지도를 쌓은 사람이 TV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부각되면서 연예인처럼 활약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활동은 다시 자신의 본업에 영향을 미친다. <무한도전> 등에 출연한 웹툰 작가들은 그 사실만으로도 대중에게 한국 웹툰의 대표주자들처럼 인식될 수 있다. 물론 웹툰이 주는 재미 자체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 인지도 역시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무한도전> 웹툰 특집에 출연한 윤태호 작가는 그 전에 괴로움을 가진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멘토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무한도전> 적응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연예인 광희의 고민을 들어주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윤태호 작가는 <미생> 등 자신의 히트작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줬는데, <무한도전>은 윤태호 작가의 이런 면모를 보다 부각시켰다. 웹툰을 통해 형성된 웹툰 작가의 캐릭터가 방송을 통해 보다 선명한 모습으로 증폭되는 과정을 보여준 셈이다.

△ <나혼자 산다>에 출연한 기안84 작가

기안84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주목받는 모습은 독특한 캐릭터가 지금 대중의 관심을 받는 웹툰의 상황과 맞물렸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보여준 모습들은 특이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을 만큼 일반인의 생활 범위를 뛰어 넘는다. 요리를 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전 날 시켜먹은 온갖 배달 음식을 라면에 집어넣는가 하면, 가위를 들고 욕실 거울을 보며 직접 머리를 자르기도 한다. 시청자들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일들의 연속이지만, 기안84가 인기 웹툰작가로서 갖는 영향력은 그의 캐릭터에 더욱 호기심을 싣는다. 되는대로 사는 것 같지만, 그는 작품 연재를 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고, 그만큼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데뷔 전부터 유지한 그의 생활방식과 그가 웹툰을 통해 얻는 인기가 맞물리면서, 기안84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캐릭터가 된다. 게으른듯하지만 게으르다고 할 수는 없고, 돈을 많이 벌었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돈이 그리 필요 없어 보인다. 그가 <나혼자 산다>에서 만나는 다른 작가들도 종종 비슷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들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그만큼 경제적인 부를 얻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TV의 여느 유명인들과는 달라 보인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웹툰 작가와 웹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그들은 어떻게 살까, 웹툰이 무엇이기에 저런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이 주목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종범 작가는 <더 지니어스>에 출연하면서 웹툰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주호민 작가는 그의 독특한 캐릭터나 <신과 함께> 등에서 보여준 자신의 철학을 방송에서 보여주면서 자신의 가치관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웹툰에 대한 궁금증이 웹툰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낳고, 그들의 캐릭터는 방송에서 다시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그래서 최근 웹툰 작가들은 단지 웹툰을 만들어내는 작가라고만 한정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작품은 물론 세상사에 대해 꾸준한 발언을 할 뿐만 아니라, 작품을 통해 드러난 캐릭터 등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다른 활동까지 뻗어나곤 한다. 웹툰 작가들에 대한 일종의 에이전시가 생겨나고, 웹툰 작가들의 발언들이 관심을 모으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은 이런 경향들을 보여준다. 대중이 웹툰 작가에 대해 단지 작품뿐만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만큼 활동할 수 있는 범위도 늘어나고, 그만큼 관리해야 할 영역도 늘어난다. 물론 웹툰을 통해서만 대중을 만나는 작가들도 많지만, 기안84처럼 방송을 통해 자기 자신의 언행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경우에는 이를 뒷받침할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모든 작가가 이렇게 활동하지는 않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한편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작가의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다른 분야의 셀러브리티들도 마찬가지의 현상이기도 하다. 허지웅처럼 연예인이자 작가의 영역에 있는 이들은 출연 프로그램부터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들고, TV 프로그램이 그가 발표하는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주목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이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는 그들이 발표하는 작품뿐만 아니라 그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보여주는 거의 모든 것을 관리하게 된다. TV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는 웹툰 작가들은 지금까지 만화 작가들과 관련 산업이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웹툰은 이 모든 과정이 지금 이 순간에, 산업 전체에 걸쳐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매력적이다. 다른 분야의 유명인들은 그 개인이 주목 받거나, 또는 자본이 적극적으로 나서 스타를 찾는 경우가 많다. 반면 웹툰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의 많은 부분들이 자연 발생적이고, 그 과정에서 웹툰 작가 자신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유명세를 얻기도 한다. 웹툰 작가들이 TV로 진출하는 것이 유독 주목받는 것은 그렇게 예상치 못한 한 산업과 그 종사자들이 동시에 관심을 모으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 크다.

물론 이런 모든 현상들은 근본적으로 웹툰이 그만큼 광범위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장르가 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방송사가 누군가를 출연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시청자층에게 널리 알려지거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일정 이상의 대중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활동하거나, 그 자체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져야 한다. 프로게이머였던 홍진호가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예능인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어느 한 세대의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기억될만한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취미와 취향은 점점 더 세분화 되고,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그들만의 스타가 탄생한다. 그리고 이들 중 대중에게 알려질 계기가 생기거나, 그 분야 자체가 화제가 될 때 TV는 그들을 더욱 스타로 만들어낸다. 그 점에서 웹툰은 지금 10~20대의 생활에 들어가면서 그들만의 시장을 만들고, 그들의 스타를 꾸준히 탄생시켰다. 이는 웹툰이 단지 재미있는 작품들을 많이 탄생시켰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안84가 내놓는 작품들은 모두 그가 겪었던 생활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그것이 동세대의 반향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스타가 될 수 있었다. 이는 웹툰이 그만큼 어떤 세대에게는 보고 즐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활과 생각을 그대로 표출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0~20대에게 게임을 하러 PC방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듯, 그들은 웹툰을 PC나 모바일 기기로 보고, 때로는 직접 그리는 것이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그림을 프로 작가처럼 잘 그리지 못하더라도 일단 그리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젊은 세대에게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인기 웹툰 작가들은 그 과정을 거쳐 주목 받을 수 있었다.

그 점에서 TV에서도 주목하는 웹툰 작가들은 웹툰 독자들에게는 단지 재미있는 작품을 발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윤태호 작가가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종범 작가가 <말하는 대로>에서 강연을 하는 것 등은 이런 흐름 안에 있다. 웹툰 독자들은 웹툰 작가의 발언을 그만큼 의미있게 받아들인다. 이것은 왜 지금 웹툰인가에 대한 실마리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의 연령대는 이제 다양하지만, 지금도 많은 웹툰은 젊은 세대의 작품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나 SNS에 작품을 올려 반응을 얻으면서 성장하고, 이후 포털 사이트에 있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공간에 작품을 올리면서 프로 작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작가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웹툰은 처음에는 그 가치가 폄하되는 일도 있었고, 진지한 비평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성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반응을 얻고,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면서 결국 그 작품들의 작가가 하는 발언에 사회적인 관심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서브컬처라 할 수 있는 장르에서 이렇게 교과서적이라고 할 만큼 자신의 영토를 넓힌 경우는 흔치 않다.

△ 조석의 <마음의소리> 드라마 방영

웹툰 작가들의 TV출연과 웹툰을 방송의 소재로 다루는 방송사의 태도는 웹툰이 지금까지 거쳐 온 성장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현상들이 도달한 또 다른 도착점이다. 웹툰은 지금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장르가 됐지만 기본적으로 지금의 젊은 세대가 즐기는 장르고, 방송, 음악, 영화처럼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자본의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으면서 자본이 모인 쪽에 가깝다. 조석 작가가 <마음의 소리>를 처음 연재할 때만 해도 네이버 웹툰은 연재 되는 작품이 그리 없는, 지금은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작은 규모였다. 이 때문에 조석 작가는 <마음의 소리>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네이버에 연재할지, 부동산 관련 사이트에 연재할지 고민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만큼 작은 규모였기에 조석 작가처럼 빛나는 감각은 있지만 아직 만화 산업의 주류에 다가설 수 없는 작가들이 빠르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었고, 그들은 당시부터 웹툰을 보던 10~20대를 통해 인기를 얻어가며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웹툰이 한 세대의 일부가 되고, 그 안에서 스타가 탄생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웹툰계의 스타를 미디어에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아끼는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TV에서도 셀러브리티 대우를 받는다. 그 점에서 웹툰 작가들이 TV에 출연하고 스타가 되는 과정은 대중문화의 한 장르가 어떻게 대중에게 뿌리내리고, 동시에 장르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성장하는 서사이기도 하다. 마치 블로그나 카페의 주인이 글을 쓰면 다른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 것처럼 보일 만큼 작은 규모였던 웹툰이 해가 지날수록 성장을 거듭해 그들이 주인공인 TV 프로그램이 생겼다. 유명 웹툰 작가는 사회의 멘토가 되기도 하고, 웹툰 작가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웹툰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성장을 거듭하고 또 거듭하면서 놀라운 역사를 썼다. 웹툰 작가들의 방송 출연은 그 점에서 의미 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지금 웹툰은 물론 방송을 통해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그만큼의 소득을 올리는 웹툰 작가들의 현재가 온전히 그들만의 역량을 통해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TV가 웹툰 작가들에 주목한 것은 웹툰 자체의 역동적인 성장세 때문에 가능했고, 웹툰 작가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작품에서 작은 요소들까지 발견해 퍼뜨리고, 작가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한 팬들이 기여한 부분들도 있다. 물론 작가들이 구체적인 책임을 지거나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TV에까지 하나의 현상으로서 영향력을 미치는 데에는 그들을 지금에 이르게 한 토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것만큼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