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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만화, 그 끈끈하고도 원초적인 관계 3 : 서바이벌 장르 만화 열전 - 가벼운 배틀에서 피가 튀고 뼈가 으스러지는 극한의 생존게임까지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는 서바이벌 만화 리스트.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불공평, 부조리, 잔혹도 등의 수위가 높아지니 원하는 만큼 스크롤을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움직여 골라 읽자.
2011-07-25
임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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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공정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배틀. 승리한 자를 납득할 수 있고 과정과 결과 모두 합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소년만화가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는 서바이벌 장르가 아닌 듯 느껴질 만큼 세상엔 이미 잔뜩 독기를 머금은, 그야말로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서도 공정한 결과를 장담 못하는 잔혹한 만화가 넘쳐난다. 만화는 이미 단어 속에 ‘판타지’를 내재하고 태어나지만 결국 거울처럼 현실을 비춘다. 정직한 유리거울이든, 만화경 속 거울이든. 단지 꽃같은 환상과 유토피아, 아름다운 결말을 꿈꾸는 이들부터 조금씩 수위를 높여 극한의 하드보일드한 세계관에 탐닉하고자 만화를 펼쳐드는 이들까지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는 서바이벌 만화 리스트를 열어본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불공평, 부조리, 잔혹도 등의 수위가 높아지니 원하는 만큼 스크롤을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움직여 골라 읽자.
*
서바이벌 구조 위에 움튼 만화 - 소년만화, 요리만화, 스포츠만화 (스페셜 2)
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생략했다.
* 각 작품소개를 클릭하면 좀 더 상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오디션 _
천계영 지음
한국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의 원형을 만화에서 찾으라면 단연 <오디션>아닐까. 송송그룹 회장이 막대한 재산과 기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회장의 유일한 딸 송명자에게 주어진 미션은 회장의 일기장에 남겨진 네 명의 천재소년을 찾아 밴드를 결성시킨 뒤, 그룹에서 주최하는 오디션에 참가해 우승을 거머쥐는 것. 유산상속의 조건이었다. 탐정사무소를 차린 여고동창 박부옥에게 소년들을 찾는 일을 의뢰하며 만화는 시작된다. 이미 어릴 적의 천재성을 잊어버린 지 오래인 소년들을 겨우 찾아 ‘재활용 밴드’로 이름 붙이고 오디션에 참가한다. 토너먼트 방식 오디션답게 매회 기상천외한 경쟁밴드들이 등장해 총 열 팀과 우승을 놓고 다투는데, 처음에 삐걱대고 좀처럼 화합하지 않는 개성강한 네 소년이 공통의 적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우정도 사랑도 꿈도 찾고 성장한다는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공식을 따른다. 누구나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결말까지.
유리가면 _
미우치 스즈에 지음
단 한 번도 연기수업을 받지 않았지만 넘치는 재능을 숨기지 못해 연극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마야, 특별히 아름답거나 ‘예능’을 위해 투자해 줄 부유한 집안도 없지만 연극계의 거장 츠키카게 선생의 눈에 띄어 그녀로부터 사사 받고,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는 남자도 있다. 여기에 또 한명의 주인공, 아유미가 대립각으로 등장한다. 눈부신 외모, 뛰어난 재능, 재능을 썩히지 않는 성실성, 집안의 전폭적인 지지까지. 좁은 연극판에서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환상의 작품 <홍천녀> 히로인 자리를 놓고 전진한다. ‘스펙’ 떨어지는 마야를 아유미는 처음엔 미워하나 라이벌로 인정하고 자신의 길을 닦아간다. 간교한 모략과 음모 없이 곧장 두 소녀의 성장을 그린다. 가장 건강한 형태의 생존경쟁이나, 최근 연재분에서 숙적 아유미에게 큰 시련이 찾아와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성장을 통해 박수 받는 건 주인공뿐만이 아니다.
해피! _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 미유키에게 뛰어 넘을 수 없을 시련이 닥친다. 사업수완 없는 큰오빠가 대책 없이 진 빚, 2억 5천만 엔. 기한 내에 돈을 갚느냐, 유흥업소에 팔려 가느냐 기로에 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세계적인 테니스선수 사브리나 니코리치의 명승부. 중학교 까지 유망한 테니스 선수였던 그녀는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어 돈을 갚기로 결심한다. 프로선수로 가는 길부터 험난하다. 미유키의 스폰서 봉황그룹은 드래곤 그룹과 알력다툼이 치열하고, 드래곤 그룹의 스타플레이어 ‘쵸코’는 사사건건 미유키를 음해하려 든다. 빚을 갚기 위해, 한 번 접었던 테니스의 꿈을 펼치기 위해 정직, 성실 일로를 달리는 우직한 미유키. 실력과 사랑 모두 강력한 라이벌로 존재하는 쵸코가 있기에 미유키의 성공은 더욱 달다.
H2 _
아다치 미츠루 지음
히로와 히데오, 하루카와 히까리 네 청춘의 곱지만 엇갈린 사랑, 그리고 학원스포츠! 히까리의 마음을 걸고, 고시엔 무대에서의 맞대결 승리를 걸고 센까와 고교의 에이스 히로와 메이와 고교의 4번 타자 히데오가 맞붙는 여정을 그렸다. 큰 줄기는 두 야구소년의 우정과 성장, 야구를 향한 열정이지만 첫사랑의 살뜰한 감정과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여백 활용한 컷 분할 등 혹시 ‘청춘 야구만화를 가장한 순정만화’ 아니냐는 설득력 있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가 많은 작품. 누구도 독기를 품지 않고, 누구도 복수를 다짐하지 않는 세계. 따스함에 마음이 풀리는 작품.
테니스의 왕자 _
코노미 타케시 지음
스포츠 만화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작품이다. 미국 각 주의 테니스 주니어 대회 4연속 우승에 빛나는 천재 테니스 소년 에치젠 료마가 일본에 귀국, 테니스 명문 ‘세이슌 학원 중등부’에 입학해 전국 제패를 목표로 한 세이가쿠 테니스부에 들어간다. 작은 키 이외엔 체력과 기술 모두 월등한 천재. 입부 직후부터 레귤러 멤버로 활동하며 우수한 선배들과 우승을 향해 질주한다. 그러나, 료마를 필두로 등장인물 상당수(라이벌도 마찬가지)가 천재로 묘사되고 있고, 테니스 기술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각종 필살기법과 무협지에나 등장할 것 같은 ‘무아의 경지’, ‘백련자득의 극한’ 등을 형상화하며 스포츠판타지장르로 굳이 분류하기도 한다. 천재들끼리 만나서 전국을 제패하겠다는데, 큰 시련이 있겠나. 훈훈한 미소년들이 대거 등장해 ‘여성향 만화’로 보는 시각 또한 많다.
이니셜 D _
시게노 슈이치 지음
어슴푸레한 새벽, 텅 빈 도로를 질주하는 쾌감을 아는가? <이니셜 D>는 ‘공공도로최강전설’을 꿈꾸며 매일 밤 코너를 공략하는 드라이버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후지와라 탁미는 매일 새벽 아버지가 운영하는 두부가게의 제품을 싣고 아키나 산 너머에 있는 거래처에 납품하는 일을 거들고 있다. 우리나라 식으로 치자면 ‘포니’ 정도 되는 구식 차종인 ‘86 레빈’을 몰고 다닌다. 나이가 어려서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는 건 만화니까 넘어가자. 소시적 ‘한 운전’했던 아버지, 분타는 두부배달을 맡기며 탁미가 알게 모르게 능수능란하게 운전하고 코너를 공략하는 법을 가르쳤던 것이다. 여느 때와 같은 새벽, 아키나 산에 레이싱 하러 온 ‘아카기 산의 도련님들’과 맞붙게 되며 공공도로 제패의 여정이 시작된다. 전국의 언덕을 순회하며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고의 드라이버로 성장한다. 고교생이었던 탁미가 성인이 되는 시기니만큼 빠질 수 없는 진로의 고민과 결단, 사랑의 열병도 잘 녹아들어있다.
미스터 초밥왕 _
테라사와 다이스케 지음
홋카이도의 오타루에서 아버지를 거들어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쇼타는 거대 초밥 체인점 ‘사사초밥’에 시달린다. 갖은 방해공작으로 아버지는 부상읍 입고, 초밥집은 문을 닫는다. 도쿄로 상경해 ‘오오토리초밥’에 취직한 쇼타는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전국 최고의 초밥을 만드는 일에 매진한다. ‘신인 초밥 요리사 경연대회’를 거쳐 전국대회에 진출하고, 무수한 숙적들과 정당하게 겨뤄 ‘맛’으로 승리를 거둔다. 그 사이 오오토리 초밥의 선배, 사지가 쇼타와의 경쟁에서 패해 초밥 수행을 떠났다가 전국대회에서 재기했고, 쇼타를 향한 사사초밥의 음해도 더욱 거세진다. 사파 요리사를 경쟁자로 출전시키는가 하면, 좋은 재료를 매점매석해 그를 곤경에 빠뜨리지만, 여기서 좌절하면 이제껏 그대로 따라오던 소년 왕도만화의 공식을 무너뜨리는 것.
신의 물방울 _
아기 타다시 지음
고상한 와인의 세계로 인도하고 넘치도록 화려한 문학적 수사로 와인의 풍미를 읊는다. 와인이 트렌드로 부상하며 ‘성인들의 필독서’ ‘C.E.O의 서가에 꽂아도 손색없는’ 등의 수식어구로 포장됐지만 결국 이것도 아버지의 트라우마에 와인은 마셔보지도 않은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와 야심만만한 젊은 와인평론가 토미네 잇세의 한 판 승부다. 유명한 와인 평론가였던 시즈쿠의 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가히 와인 평론가다운 유언을 남긴다. “열두 병의 위대한 와인과 신의 물방울이라고 불리는 한 병의 와인을 맞추는 사람에게 나의 모든 유산을 상속하겠다.” 주류회사 영업사원인 시즈쿠는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와인에 대해 하나하나 눈 떠가고, 아버지가 물려준 와인을 읽고 느끼는 재능으로 경쟁자, 잇세와 호각의 승부를 펼쳐간다. ‘술’이 끼어든 어른의 세계답게 때론 농염한 유혹으로, 치졸한 자존심의 문제로 난관에 부딪히긴 하지만. 결국 목표는 ‘유지를 받들어 유산상속자가 되는 것’.
의룡 _
노기자카 타로 지음
“난 악마에게 영혼을 팔더라도, 교수 자리를 원해요. 하지만…더 이상 헐값에 팔아넘기진 않겠어.” 메이신 의과대학병원 심장외과 부교수, 카토 아키라는 퇴관이 가까워진 노구치 교수의 뒤를 이어 교수가 되려 한다. 눈에 띄는 활약과 피나는 정치공작이 필요한 교수라는 자리에 앉기 위해 천재 외과의지만 외지에서 기둥서방 노릇이나 하고 있는 아사다 류타로를 메이신으로 불러들이고, 교수입성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일본 의료계는 썩었다며, 메이신 대학병원을 일대 개혁하고 나아가 일본 의료계의 개혁을 꿈꾸는 당찬 여교수에게 실력을 앞세운 급진적 개혁파인 구니타치,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평범한 의사들이 뿌리내리고 살 수 있는 의국을 꾸리려하는 키리시마가 대립각으로 등장한다. 정치공작으로 자신이 뿌리내릴 병원의 병폐를 언론에 흘리고, 비리를 저지른 교수를 협박하고 병원에 부적합한(?) 환자는 내치고, 논문 데이터를 앉은 자리에서 도둑맞는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더러운 뒷공작을 뚫고 그녀는 왕좌를 거머쥘 수 있을까.
오오쿠 _
요시나가 후미 지음
일본 전역에 역병이 돌았다. 적면포창이라는 전염병은 젊은 남자만 발병해 극도로 높은 치사율을 기록했다. 남성인구가 여성인구의 1/4 수준으로 감소했다. 거리에 남자를 내놓길 두려워했고, 남성이 맡았던 모든 일들이 여성의 일로 짊어지워졌다. 각자의 역할이 바뀐 것도 아니다. 그저 모든 일을 여성이 떠안게 된 상황. 쇼군을 지키기 위한 무사 삼천명이 주둔하던 ‘오오쿠’는 모르는 새에 미남 삼천명이 여자 쇼군을 보필하고 후사를 생산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천하의 정점인 쇼군이 여자인 것이다. 기발한 남녀역전극 이면에는 무가정치에서 문치체제로 변해가는 격동의 일본역사를 담고 있고, 세상을 향한 여인들의 도전과 끝없는 좌절이 녹아있다. 세상의 반쪽을 거진 잃어버린 채로 밖으론 부국에 힘쓰고 안으론 수많은 남자를 안아 대가 끊이지 않게 힘써야 했던 여자 쇼군들의 영욕사.
피안도 _
마츠모토 코지 지음
형을 찾아 외딴 섬 ‘피안도’로 흘러들어가는 아키라와 친구들. 곡절 끝에 만난 형은 예전에 알던 형과 많이 달라져있었고 그곳은… 흡혈귀가 판치는 섬이었다. 도망칠 수 없는 섬, 도망가기보단 흡혈귀를 섬멸하고 섬에 온 의미를 찾아야겠다는 형. 누구는 남고 누구는 돌아갈 수 없도록 만드는 상황들. 모두 휩쓸려 그야말로 갑자기 서바이벌 무대의 한가운데에 내던져진다. 계속해서 지인들의 죽음을 보여 주인공을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리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언제든 도망치고 공격할 수 있도록 스스로 단련을 시작한다. 섬의 지형과 주요지점을 파악해 나름대로 전략도 세운다. 1부가 끝난 현재 시점까지도 피안도를 탈출하지도, 소중한 사람들을 전부 구해내지도 못한 채 계속 잃어버리기만 하고 있지만. 흡혈귀들의 왕 미야비와의 결투에서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흡혈귀는 기본적으로 불사의 존재 아니었던가. 열패감을 느낄 새도 없이 극한의 상황으로 자꾸 몰아붙여지는 아키라는 과연 모든 걸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아일랜드 _
모리 코우지 지음
정서상의 차이 때문인지, <자살도>였던 원제를 국내 판에선 <아일랜드>로 바꿨다. 상습적으로 자살을 시도해서 타인에 민폐를 끼친 사람들을 모아서 ‘버리는’ 섬. 통칭 자살도라 불리는 이 섬에서 주인공 세이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죽으려 발버둥 쳤던 그들은 이제 살기위해 분투한다. 오래전에 모두가 떠나버린 듯한 빈 집과 학교를 발견해 몸을 누이고, 배고픔과 두려움에 살아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제대로 죽지 못한 회한, 아직도 삶에 매달려 있다는 수치심은 섬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며 생의 의미를 ‘느끼게 되고’ 섬에서의 서바이벌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신암행어사 _ 글.
양경일 그림. 윤인환
온통 ‘상실’에 관한 이미지로 가득 차있다. 사라진 나라, 쥬신의 암행어사인 문수는 아직도 암행어사로 혼자 세상을 떠돌고 있다. 단 한명의 사랑했던, 그러나 자신의 손으로 숨을 끊어놓은 여인 월계향의 지병을 ‘대신 받아’ 떠안고서. 한때 그는 쥬신의 총사령관이었다. 왕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전쟁의 피로함은 있었지만 대체로 행복하다고 느껴질 만한 삶. 균형은 소리 없이 곁으로 다가와 쥬신의 멸망을 주도한 ‘아지태’가 깨부쉈다. 인간이 아님에 확실한 아지태는 절대적인 힘으로 인간의 마음을 시험하고, 심연을 들여다보며 붕괴시켰다. 문수는 아지태와의 결전을 위해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헛된 방랑은 없었다. 경호원인 춘향과의 만남에 안심하고 잠들 수 있고 옛 전우들의 변해버린 모습을 보며 오히려 냉정을 찾았으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며 스스로도 계속 구원받아왔으니까.
도박 묵시록 카이지 _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후배의 빚보증을 잘못 서 거액의 부채를 안게 된 청년백수 카이지. 초라한 삶을 살고 있지만 사람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 성격을 지녔다. 그 점을 이용해 누군가는 그를 배신하기도 하지만. 후배의 빚을 갚기 위해 ‘에스포와르’라는 도박선에 탑승한다. 타인의 고통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금융그룹 ‘재애’ 회장 효도 카즈타카가 운영하는 도박선에 올라탄 직후부터 카이지의 처절한 서바이벌은 막이 오른다. 단순해 보이나 복잡한 룰과 승리하기 힘들도록 설계한 각종 도박 종류들을 섭렵하며 에스포와르 호에 오른 다른 채무자들과 카이지는 죽음의 문턱에 들어섰다 가까스로 살아남기를 반복한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지만, 카이지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최후까지 살아남아 배에서 내리게 된다. 하지만 거기서 얻은 건 부채 제로의 가뿐함과 목숨만이 아니었다. 도박중독을 함께 얻게 되었다. 생환에 기뻐할 것인가, 도박중독에 침몰할 것인가? <라이어 게임>도 좀 더 말끔하게 단장한 <도박 묵시록 카이지>에 다름 아니다. 더 큰 부, 늘어나는 빚을 막으려 사람을 배신하고 속이고 의심하는 참가자들, 그리고 그걸 즐겁게 내려다보는 라이어게임 사무국까지. 정의란 것의 존재가 무의미할 정도로 하드보일드한 세계.
7SEED _
타무라 유미 지음
머지않은 미래, 거대운석과 지구가 충돌해 지상의 모든 생물이 괴멸상태에 빠질 거라는 확실한 예측이 나오며 정부 주도하에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인류보완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이름하야 <7SEED>프로젝트다. 우수하고 재능 있는 남녀를 선발,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7명의 구성원으로 네 팀을 만드는 것. 특히 여름팀은 특별히 우수한 정자와 난자로 인공교배한 결과 태어난 인간으로 열성요인이 나타난 사람은 솎아내서 최종 7명만 남기기 위한 대량학살도 불사한다. 잔혹한 방법으로 인간의 생존한계와 앞날을 시험한다. 피실험체들은, 그래도 살기 위해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가르쳐주지 않아도 학교를 세우고, 마을을 조성하며 본능과 욕구에 따라 요리를 하고 노를 젓는다.
그녀를 지키는 51가지 방법 _
후루야 우사마루 지음
첫사랑 그녀를 지킨다. 지진으로 붕괴된 세계에서 그녀를 지키는 나를, 지키는 일이다. 취업준비생, 진이 우연히 길에서 재회한 첫사랑 나나코. 이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록밴드의 신봉자가 되어 고스로리 룩으로 사회생활에서 도피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는 진을 오히려 바보취급한 나나코의 말에 둘은 다툰다. 갑자기 진도 8.1의 지진이 모두를 덮쳐오기 전까지는. 공황상태에 빠져 폭동을 일으키는 사람들, 눈앞에서 죽어가도 구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 세상의 종말 앞에 거리낄 것 없이 법 위에서 놀며 강간과 약탈을 일삼는 자들, 약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는 사이비 종교 일파들. 이제 진은 모든 것으로부터 나나코를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드래곤 헤드 _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수학여행 중이던 주인공이 지진을 만났다. 일본이 산산조각났다. 세계가 멸망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녀를 지키는 51가지 방법>과 마찬가지로 지진 이후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드래곤 헤드>는 ‘생존법’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깊숙이 눌러뒀던 파괴, 원시로의 회귀 욕구가 생존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이제 인간은 내안에 숨겨진 잔혹함을 두려워해야하는지 나를 거울처럼 비추는 타자의 행동을 조심해야 할지 끝나버린 세상을 원망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우리네 심연을 그려냈다. 엔딩 신에서 몇 페이지나 이어지는 암흑 장면은 압도적이다.
간츠 _
오쿠 히로야 지음
타의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노숙자를 돕다가 전차에 깔려 죽어버린, 평범한 고교생 쿠로노 케이는 ‘낯선 천장’을 보며 눈을 뜬다. 함께 노숙자 구출을 도왔던 친구 카토우가 옆에 있다. 처음 보는 방에, 속속 누군가가 나타난다. 모두 갓 죽은 사람들이다. 방 가운데 ‘간츠’라 이름 붙은 검은 공이 놓여있고, 방안 사람들에게 제한시간 내에 괴생명체를 해치우라는 미션을 준다. 어떤 장소에 강제로 소환된 사람들은 처음엔 눈치만 보며 누구도 먼저 괴생명체를 죽이려들지 않다가, 이것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깨닫고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그것들을 죽여서 포인트를 올리고, 포인트가 쌓이면 ‘생명’과 맞바꿔 다시 죽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목숨을 건’ 서바이벌 아닐까. 한정된 타겟,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죽어서도 끊임없이 죽으며 영원히 이를 반복해야만 하는 인생. 싸움을 거치는 동안 케이는 무력하고 이기적인 전의 모습을 탈피하고 성장하지만, ‘간츠’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란 여간해서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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