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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슈로 읽어 보는 만화 생태계

2014년 1월 25일 부천시청 어울림관에서 열렸던 제46차 한국만화가협회 정기총회 및 제26대 임원선출식은 유례없이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2015-01-07 서찬휘
■ 정당·공정·상생 이슈 부각

2014년 1월 25일 부천시청 어울림관에서 열렸던 제46차 한국만화가협회 정기총회 및 제26대 임원선출식은 유례없이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격렬한 선거 과정을 통해 이전에 비해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이충호 작가(<까꿍> <무림수사대> 등)가 회장에 당선되었다. 이를 전후해 젊은 웹툰 작가들도 대거 한국만화가협회로 진입해 들어와 협회 자체가 현재를 반영할 수 있는 기초를 다졌다.
이충호 신임 회장이 후보 시기부터 내걸었던 공약은 정당함과 공정함이었다. 당연한 듯한 말이지만 쉬 지켜지지 않았던 것을 만화계 대표 단체가 천명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었다. 이충호 회장은 협회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공약은 물론 ‘클린 계약 캠페인’으로 대표되는 공정 계약 이슈를 부각하고 이를 업계에서 관철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강한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와 같은 의지는 점차 체제가 안정화한 2014년 하반기 들어 실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2014년 한국 만화계의 중심 화두에 정당과 공정, 상생이라는 표현이 두드러졌던 것에는 분명 이충호 회장 체제에 놓인 한국만화가협회의 기조 변화가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만화가협회는 만화 산업 표준계약서 개발을 위한 토론회(10.16)와 공청회(11.03)를 연이어 주도했고, 국회 토론회를 통해서는 업계의 최저 고료 상향을 위한 밑밥을 깔았다.(12.22)
이는 만화 창작자들의 권익을 주장하고 상대를 적으로 놓는 데에서 그치기보다 만화 창작에 얽힌 창작자와 업계 사이에서 ‘관행’ 대신 ‘합리에 기반한 합의’를 설정하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11월 3일에 열린 제14회 만화의 날 행사의 슬로건이 ‘공정하게 상생하는 우리 만화’라는 점은 많은 걸 시사한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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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조응하기라도 하듯 지원기관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도 만화 창작자를 대상으로 하는 클라우드 렌탈 폰트 444종의 라이선스를 배포하는 등 단순한 단속 위주 정책을 넘어 업계와 창작자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 불공정 사례의 부각

어느 시대든 공정한 방향으로 가자는 기조가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불공정한 사례가 유난히 부각돼 보이게 마련이다. 불공정 사례가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쨌든 저지른 쪽이 주변 눈치를 조금이나마 볼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2014년 만화 업계 차원의 불공정 사례로 부각된 대표적 사례는 탑툰의 불공정 마케팅이다.레진코믹스로 촉발된 대 비포털 웹툰 시대의 아비규환 전쟁통 속에서 불현듯 등장한 탑툰은 본래 웹하드, P2P를 비롯한 콘텐츠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던 쪽에서 축적된 자금과 운영 방식을 그대로 만화로 옮겨 왔다. 19금 남성향 에로 전문 사이트를 표방하고, 작가들에게는 연재비에 큰 불만이 없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홍보였다. 탑툰은 홍보 방법에 관해서만큼은 실로 무자비, 무차별에 가까운 방식을 선보였다.
택배 상자에 쿠폰을 넣는다는 발상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외 온라인 마케팅에서는 ‘탑툰 사태’라 불릴 만한 역풍을 초래했다. 탑툰은 남의 SNS 그룹에 스팸 게시물 살포하기, 남의 연재물 또는 언론 기사 아래에 탑툰 링크가 달린 덧글 달기, 포털 검색어에 타 업체명을 섞어 자사로 유입 유도하기, 민감한 국내외 이슈에 맞춰 링크를 살포하기 등 다양한 형태의 어뷰징 마케팅을 선보였는데 남에게 극단적인 불쾌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일반적인 업계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마케팅이었다 할 수 있다.
이로 말미암은 역풍을 의식했는지 탑툰의 김 아무개 대표는 만화 저널 웹진 에이코믹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명’을 했다. (관련글 : 「ISSUE.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03 오직 성인을 위하다 ‘탑툰’」, 에이코믹스, 2014.12.02 http://acomics.co.kr/archives/22102) 이 내용을 요약하면 “탑툰 내부에 마케팅 인력이 없다. 처음부터 외주 대행사를 쓰고 있다” “솔직히 잘못된 것 맞다” “많은 비난을 받으며 그런 마케팅을 해서 회원수를 많이 모았음에도 실효가 별로 없었다” “안 하는 게 옳았을 마케팅 방식이었다” 등인데 문제는 대표 사과문과 언론 인터뷰가 나온 이후에도 새로운 홍보 스팸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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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회원수 달성을 목표로 한 마케팅이 실효가 없었다는 고백과는 달리 탑툰은 시작부터 레진코믹스의 겉모양과 슬로건, 실적 마케팅을 고스란히 좇으면서 실적에 관해서만큼은 지금까지도 압도적인 숫자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마케팅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했다면 대행사에 돈을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끝낼 수 있었지만 탑툰은 현재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미지 세탁을 꾀한다는 것은 최소한 처음과 달리 시장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는 읽히긴 하지만 움직임을 멈추는 데에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다.
역설적으로 탑툰의 마케팅은 콘텐츠만으로 독자 유입을 끌어들일 방법이 없다는 자기 고백일 뿐이다. 결정적으로 탑툰에는 탑툰을 대표하는 대중적 이슈작이 드물고 탑툰에서만 볼 수 있는 만화도, 또 노이즈 마케팅에 쓸 만한 이슈작도 드물다. 흥분을 유발할 만한 소재도 자극으로는 한두 번이고, 그나마도 한국 법제상 정말 센 에로는 가능하지도 않다. 초보적 자극으로 달궈진 대중의 관심이 식으면 그 다음이 없는데 언제까지 어뷰징만을 반복할 것인가?
레진코믹스 이래 비포털 웹툰계는 준비 없이 덤벼든 업체들이 대거 몰락하고 그만큼이 또 새로 생겨나는 점입가경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금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적당한 품질로 꾸며놓는 업체들도 일부 등장하며 2000년대 벤처 버블이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그나마 살아남아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 가운데 큰 축에 속하는 곳이 불쾌감을 유발하면서 웹툰 자체에 관한 대중의 흥미에 상처를 입히면 자기뿐 아니라 타 업체들까지 정상적인 공정 경쟁이 아닌 엉뚱한 요인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는 데에 있다. 탑툰은 이렇듯 지금까지 ‘만화계의 질서’는 개의치 않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고, 그 수위가 사과 이후에도 오히려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업계 내 공정 경쟁을 꾀하기 위해 만화가 단체들 및 업계 관계자 일동의 실질적 공동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 틈새의 부각

숱한 웹툰 플랫폼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운데 무게 중심을 웹툰에서 살짝 비껴난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웹소설 사이트들이다.
본래 웹소설이란 표현은 카카오톡의 카카오(현 다음카카오)가 콘텐츠 오픈마켓으로 준비했던 카카오 페이지가 나오기 직전이던 2013년 1월 네이버가 선수를 치면서 만들었다. 웹툰 플랫폼을 통해 얻은 운영 노하우를 소설에 접목시킨 형태였는데, ‘하루 300편’이라는 수치적 성과 말고 웹소설이 한 형식으로서 상업적인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카카오 페이지가 사실상 1차 단계에서 실패를 선언한 이래로 네이버 또한 웹소설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4년 하반기에 들어서며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재밌게도 이번엔 비포털 웹툰 플랫폼들 사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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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웹툰과 웹소설을 접목하는 업체로는 허니앤파이와 북팔을 들 수 있다. 허니앤파이는 국내외 작가의 고품격 소설들을 구비하려 들고 있다면, 북팔은 다분히 대상을 성인 남성으로 좁혀 확실한 수요를 모으려 하고 있다. 북팔의 경우 만화 스토리 작가 전진석 씨와 소설가 서금홍 씨가 합작한 에로 소설을 서금홍 씨가 직접 모델이 되어 찍은 스틸샷과 함께 공개하거나 제피가루 작가의 삽화를 넣은 사채 시장 소설을 내놓는 등 만화와의 접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업체들의 등장은 일종의 틈새 찾기라고 할 수 있는데, 비포털 웹툰 플랫폼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변별력을 찾기 어려워지자 그 가운데에서 달라 보이는 장르와 독자층을 엮으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업체들의 출현은 다르게 이야기하면 이미 포털 이외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웹툰들에 대중들이 이미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분석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웹소설이 과연 라이트노벨 만큼의 일정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동반상승 효과를 일궈낼 수 있을까. 이들 업체들이 조금 더 적극적이고 독창적인 전략을 보여주길 바란다.



■ 해외진출의 명과 암 부각

2014년은 웹툰의 해외진출이 본격화한 해로 기록될 법하다. 네이버가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외국어 번역판 웹툰을 들고 대규모 부스로 참가한 이래 자사의 라인 메신저를 통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고, 다음은 북미권 업체 타파스틱과 제휴를 통해, 레진코믹스는 중국의 텐센트와의 제휴로 각기 해외를 쳐다보고 있다. 네이버와 분사한 NHN플레이아트의 코미코는 일본에 웹툰 플랫폼을 세우고 일본 작가를 한국으로 보내고 한국 작가를 일본으로 보내는 양동 작전을 펴고 있다.
여기에 레진코믹스가 9월 17일부터 12월 17일까지 한국·일본·중화권·영어권을 대상으로 하는 총 상금 1억 5천만 원짜리 ‘제1회 레진코믹스 세계 만화 공모전’을 일본 도메인을 달고 내건 데 이어(http://lezhin.jp), 네이버도 11월 19일부터 2105년 1월 25일까지 일정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1회 라인 웹툰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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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웹툰이 해외를 바라보는 모습에 감개무량해 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면을 보면 그만큼 웹툰이 국내에서 더 이상 시장성을 확장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통일을 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인구는 적고 더더욱 줄어들 것이며, 경제는 향후 얼마간은 당연히 더욱 어려울 테고 소비층은 그만큼 얇을 것이다. 밖을 내다보지 않으면 더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내기란 어려울 만큼 국내의 웹툰 판은 협소해졌다.
웹소설의 재부각 또한 이러한 한계지점에서 등장한 변주로 볼 수 있다. 장르의 말기 현상을 만날 때 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장 자체를 넓히거나 좀 더 핵심 수용자층으로 파고 들어가거나 둘 중 하나다. 해외 진출은 시장 넓히기의 일환이며 국내 시장의 한계지점이 근본 원인이다. 다시 말해 트래픽 수익도 유료 결제도 이 이상 더 폭발적으로 성장하진 못한다. 물론 아직 한 가지 상승을 위한 열쇠가 남아 있기는 하다. 바로 결제 간편화다. 별도의 보안 프로그램으로 컴퓨터를 덕지덕지 더럽히지 않아도 웹페이지에 카드 번호만 넣으면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이 외국엔 있고 한국엔 없다. 하지만 당국은 이러한 한계는 애써 외면한 채 또 다른 형태를 띤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임기응변만 보여주고 있다. 당분간은 해결이 요원하다.
이러한 와중에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닦기 위한 공모전에서 작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네이버의 라인 웹툰 공모전의 초기 응모 조항이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해외 일러스트 커뮤니티 등에서 거센 반발을 받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조항은 약간의 와전이 섞여 있기는 하나 공식 공지 자체가 저작권 이용 범위를 비롯해 창작물이 성립하기 위한 근본적인 부분과 응모자의 인격, 문제제기 여지 부분에서 대단히 강압적인 인상을 주는 형태로 구성돼 있었다. 
네이버는 논란이 일자 11월 27일자 공지를 통해 저작권과 관련한 공식 규정을 고치고 이튿날인 28일에 FAQ를 통해 저작권과 개인정보와 관련한 추가 사항을 등록했다. 사과 표명은 없었으나 상황을 시인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항들이 다분히 한국에서는 일정 부분 포기하다시피 받아들여지고 있었던 데에 있고, 이것이 외국인들 눈에는 매우 오만하게 비쳐졌다는 점이다. 대형 일러스트 커뮤니티 데비안 아트의 반응은 대체로 “권리를 무료로 전용하려 드는 자들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절대 응모하지 마라!”에 가깝다.
웹툰의 해외진출 초기에 불거졌던 우려는 ‘번역 품질’에 모여 있었고, 업체들이 문제점을 인지한 시점에 다소 해소가 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엔 창작자의 권리 문제를 건드리고 말았다. 과연 해외에서 웹툰이 연착륙할 수 있을까? ‘재미’는 문화마다 몹시 상대적이다. 외국에서까지 통할 만한 작화 밀도와 이야기 품질을 지닌 작품이 많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그것이 쉽지 않기에 기틀을 닦기 위한 방편으로 국제 공모전을 여는 것이다. 그 시작지점에서 큰 업체가 사고를 낸 것이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 유료화에 따른 저항 심리 부각

2014년 연말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와 SNS 등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제목은 ‘진짜 완전 싫어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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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는 덧글을 막아놓고 있기에 항의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대체로 바깥 쪽에서 이야기가 도는 편이지만, 불만들은 대체로 “돈 내고 볼 만한 것이 적다”로 모이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화자의 좁은 취향을 지적할 수 있긴 하겠으나, 그 정도 불만은 못할 것은 아니다. 문제는 위 인용글과 같은 내용들이다.
이 글이 말하고 있는 “웹툰은 모두를 위한 것이지 결제로 보는 소수의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따위 만화 공공재론은 길게는 도서대여점 창궐기였던 1990년대 중후반부터, 짧게는 2010년대 들어 유료화 이슈가 부각된 이래 계속해서 있어 왔던 반응들이긴 하다. 하지만 포털 바깥에서 트래픽 판매가 아닌 유료화가 1차 수익원일 수밖에 없는 플랫폼들이 자리잡기 시작한 이 시점에 터져나온 만화 공공재론은 웃어 넘기기엔 다소 심각한 부분이 있다. 포털의 유료화는, 그들에겐 2차 수익원이다. 비포털 웹툰에서 유료 결제는 1차 수익원이다. 독자들의 인식 수준이 아직까지도 이 지점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건 유료화 초반 때와는 달리 이와 같은 글에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제법 늘었다는 점이다. 「미생」과 「송곳」 덕인지 만화가들에게 “그래서 편하게 앉아서 일하는 놈하고 직장인하고 똑같다고 생각하냐?”라고 윽박지르는 사람에게 ‘노동’ 이슈를 들어 대답하는 경우도 보이고 있고 보면 분명 이전보단 나아졌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이고, 비단 만화가들이나 업체들이 어찌 한다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오로지 자발적이고 소비자로서 주체성을 지닌 이들이 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5년 한국 만화계에는 만화 독자 차원의 소비자 운동이 다시금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 성인 대상 만화와 규제 이슈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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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디바이스용 어플리케이션(통칭 ‘앱’)을 기반으로 하는 웹툰 플랫폼들이 잇따라 구글에서 철퇴를 맞고 수정판을 내는 사태를 겪고 있다. 레진코믹스와 다음 웹툰 앱이 구글의 모바일 콘텐츠 마켓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등급 기준을 이유로 내려간 데 이어 12월 15일 서비스를 시작한 신규 웹툰 플랫폼 코믹스토리가 앱 공개 하루만에 마찬가지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들 업체는 결국 앱을 고쳐 올리는 한편 구글과는 다른 콘텐츠 마켓인 네이버의 N스토어에 ‘완전판’이라는 이름을 단 앱을 올려 성인물도 볼 수 있게끔 조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콘텐츠 마켓의 수위 규제 때문이다. 본래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마켓을 선보이고 구글이 안드로이드 마켓(현 구글 플레이 스토어)으로 뒤를 이으면서 자의적이고 강압적인 애플 대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운 구글이라는 인식이 개발자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자, 구글 또한 절대 다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로 수위 규제를 보수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만화 앱이 표현 면에서 가장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애플이 그러하였듯 구글의 심의 기준도 매우 자의적이며, 사람 따라 날 따라 상황 따라 다른 경우가 허다한데다 기준선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
전 세계 모바일 콘텐츠 마켓을 애플과 구글 두 업체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앱의 표현 수위는 다분히 두 회사가 정해놓은 내부 규정에 따라 멋대로 재단된다. 지금 현재보다 허용 수위가 낮아질 일도 없어 보인다. 국내 인터넷 환경의 폐쇄성으로 말미암아 결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들은 결제 편의성을 그나마 얻기 위해 모바일 앱을 선택해 왔는데, 그 앱의 생사여탈권이 업체 두 곳에 달려 있고 다른 대안이 마땅치가 않다. 국내의 웹 결제 환경이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한편 콘텐츠 마켓의 수위 규제와는 별개로 국가의 법적 규제라는 이슈도 남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웹툰은 바로 2012년 초 여론과 관 차원의 폭력성 심의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강렬하고도 지리멸렬한 싸움 끝에 만화계는 웹툰 자율심의를 쟁취했지만 그 방법론은 아직 준비 중이며 그 와중에 웹툰을 둘러싼 언론 등의 여론 압박 창구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규제를 획책하고 있다. 더욱이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또는 기존 플랫폼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성인물을 대거 도입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이미 조금씩 뭇매를 맞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는 다시 필화 사태가 발발하지 않게끔 자율 심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부정한 위정자는 대중문화 규제라는 카드를 언제나 조커로 꺼내들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는 법이고 일단 시작하면 여론몰이와 단속 등이 정신을 쏙 빼놓게 된다. 대중문화계 최대 악법인 청소년보호법(청보법)은 물론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도 위헌성 시비를 안은 채 버젓이 살아 있다. 폭풍에는 상식이 없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대비하되, 쉬 움직이지 않을 여론의 기틀을 닦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 탄압이 늘 여론을 조작하면서 시작해 왔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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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찬휘

* 만화 칼럼니스트. 
* 《키워드 오덕학》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덕립선언서》 등 저술.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백석문화대학교 출강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