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잃어버린 만화축제 DNA를 찾아서 : 2017년 여름 만화축제 총결산

올 여름 만화콘텐츠 축제는 무더웠다. 후덥지근한 날씨 덕에 관람객들은 재미보다 더위를 더 많이 얻어갔다. 제 20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이하‘BICOF' 7. 19~23), 제 21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SICAF' 7. 26~30), 코믹콘 서울 2017(이하‘코믹콘 서울’8. 04~06) 순으로 개최됐다. 앞서 열린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7 (7.12~16)까지 더하면 7~8월 한 달 사이 국제 규모의 만화 및 관련콘텐츠 축제가 4개나 개최된 샘이다. SICAF, BICOF 2017은 모두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불만족스럽다는 평이었다. 코믹콘 서울은 호평보단 혹평이 더 많았지만 만화축제문화의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2017-08-30 김민태


2017년 여름 만화축제 총결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2017년 여름 만화축제
올 여름 만화콘텐츠 축제는 무더웠다. 후덥지근한 날씨 덕에 관람객들은 재미보다 더위를 더 많이 얻어갔다. 제20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이하 ‘BICOF’ 7. 19. ~ 23.), 제21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SICAF’ 7. 26. ~ 30.), 코믹콘 서울 2017(이하 ‘코믹콘 서울’ 8. 4. ~ 6.) 순으로 개최됐다. 앞서 열린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7 (7.12. ~ 16.)까지 더하면 7 ~ 8월 한 달 사이 국제 규모의 만화 및 관련콘텐츠 축제가 4개나 개최된 샘이다. SICAF, BICOF 2017은 모두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불만족스럽다는 평이었다. 코믹콘 서울은 호평보단 혹평이 더 많았지만 만화축제문화의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SICAF와 BICOF는 전시, 마켓, 컨퍼런스, 이벤트 등으로 구성된 국내 대표 종합만화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대형 축제를 지향한다. 올 해로 SICAF는 21회, BICOF는 20회를 맞이해 두 행사 모두 성년식을 치른 샘이며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만화사의 빼놓을 수 없는 화제를 선도해왔다. SICAF는 1995년 첫 개최 이후 2005년까지 코엑스에서 엄청난 위용으로 만화축제 전반기 10년을 이끌었다면, BICOF는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현재까지 만화축제 후반기를 리드해왔다. 하지만 두 축제 모두 하향세인 동시에 ‘많은 관람객’, ‘대형축제’라는 키워드와는 거리가 멀어진 상황이다.

SICAF는 지난 10년간 시기와 장소의 부침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반등의 전기만 노릴 뿐 뚜렷한 명성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BICOF는 2015년 약 13만 명의 관람객 최고점을 찍은 후 2년 연속 하향세이다. 올해 BICOF 관람객 수는 2011년 이후 역대 최소이며, 유료관람객 수는 2015년 정점대비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 와중에 해외 직배 만화축제가 상륙했다. 결과는 행사 기간 2.5일간 4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해 대성공이었다. 당초 ‘아시아팝 코믹콘 서울’이 4월경 개최를 타진했지만 불발에 그치고, ‘코믹콘 서울’이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두 코믹콘 모두 우리나라를 새로운 코믹콘의 도시로 지목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를 가진다. SICAF와 BICOF의 흥행실패와 코믹콘의 성공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중들에게 전통의 만화축제는 외면 받고 신생축제는 환영받은 배경에 진지한 모색이 필요한 때이다.

더하기는 없고 빼기만 남은, SICAF
21회 SICAF는 개최장소를 전년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서울무역전시장(SETEC) 으로 다시 옮겼다. 행사 전 기자간담회에서‘모험’을 슬로건으로 대중과 마니아, 관계자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 체험, 부대행사를 준비했다고 발표했다. 홍보대사‘우주소녀’가 자리를 함께 해 당일 기사만 500건 넘게 보도되어 행사에 큰 기대가 모였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SETEC의 SICAF 현장은 규모와 내용면에서 매우 단출했으며 3개의 전시관 중 2개관을 채우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SICAF 1관은 전시와 기업부스로 채워졌다. 메인전시는 <이현세 코믹어워드 특별전>이다. 어워드 특별전은 보통 전년도 수상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올해의 경우 재작년 수상작가의 전시가 개최되어 이례적이었다. 작가의 유년기부터 만화가로의 삶의 궤적을 연대기 순, 사건 순, 주요 작품별로 격조 높게 구현했다. 문화계 저명인사로서 이현세 작가의 삶은 이미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지 못해 특별전으로서 아쉬웠다.

유명만화 <보노보노>의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의 내한은 오랜만에 SICAF를 찾은 해외작가여서 매우 반가웠다. 단순 사인회에 그치지 않고 ‘네이버TV’, 주요 언론에 출연하여 SICAF를 알리는 홍보활동뿐 아니라 현장에서 즉석 ‘라이브 드로잉’ 작품을 완성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했다. 기획전시 어덜툰즈(Adultoons)는 최근 소비가 급증한 성애만화 장르를 조명한 전시다. 만화의 제작과정 및 스케치 등을 전시하고 성인인증을 거쳐 관람하는 방식의 신선함과 전문전시 콘셉트를 지향했다. 하지만 전시콘텐츠가 매우 빈약해 성인인증과정이 허무했다. 더욱이 가족 관람객이 대부분인 현장에서 성인인증 전시관은 행사장내 무인도였다. 그 밖에 순정민화전, 애니메이션 체험, 웹툰작가팀 전시, 라이트박스 체험, 웹툰저작도구 타블렛 체험 등은 새로울 것 없는 전시였다. 다만, 한국카툰협회의 공포카툰전 <옴마야>전시는 행사 의의와 시의성면에서 매우 훌륭했으며 매년 새로운 콘셉트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SICAF의 2관은 YOLO존으로 최근 트렌드인 VR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존으로 특성화했다. 360°VR 돔 영화관을 운영해 주목받았지만 많은 인원이 관람하기에 어려웠다. VR과 만화애니메이션의 접목보다 VR콘텐츠의 단편적 체험 위주여서 SICAF행사의 본질과 융합하기에 부족했다.

웹툰‘덴마’의 캐릭터를 SICAF와 콜라보래이션 작업으로 디자인해 SICAF 아이덴티티로 활용한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연계상품을 만들고. 이틀간 사인회를 진행하는 등 한 명의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방식은 축제전반의 디자인과 홍보 면에서 세련된 이미지를 창출시켰다.



21회가 개최되는 동안 SICAF는 무엇을 남겼을까? SICAF는 지난 21년간 소모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다. 개최당시 센세이션 했던 것은 한 공간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페어와 전시, 영화제, 학술행사 등이 개최되는 SICAF의 콘셉트와 프로그램이었다. 과거 SICAF 행사장이 만화, 애니메이션의 에너지가 융합된 용광로였다면 지금은 식어버린 태양이다. SICAF 전시기능은 한국만화박물관을 활용할 수 있는 BICOF로 이전됐다. 페어의 참가 기업은‘캐릭터라이선싱페어’로 대부분 옮겨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마켓기능은‘SPP(Seoul Promotion Plan)’로 독립하여 개최 중이다. 학술행사는 별도의 콘텐츠포럼의 일부가 되거나 BICOF로 흡수됐다. 애니메이션분야는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이 부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로 확장되어 경쟁 축제가 됐다. 서울에서는 자체적으로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아시아판 행사를 2019년 9월부터 개최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지금 어려운 상황을 반대로 생각하면 지난 21년간 SICAF는 국내 만화축제의 맏형으로 타 축제 탄생의 여건과 토양을 제공해왔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지만 현실적 여건이 녹록치 않다. 각 축제들이 분화되어 전문화 된 마당에 더 이상 이들과의 경쟁은 승산이 없다. 그렇다면 전장의 무대를 바꾸는 대안은 어떨까? SICAF의 두 번째 태동을 선언하고 처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다가올 20년을 선도하는 새로운 콘셉트와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해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오길 제언해본다.

찬스 뒤 위기, 핀치에 몰린 BICOF
BICOF 2017의 규모와 프로그램은 전년과 비교해 손색없을 정도로 다채로웠다. 총 14개의 크고 작은 전시가 관람객에게 만화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20주년을 맞이해 ‘청년’을 주제로 <청년, 빛나는> 주제전시와 부천만화대상 대상수상작‘여탕보고서’특별전 <여탕브리핑>전시로 균형을 잡고 웹툰전>으로 새로운 만화의 가능성을 전망했다, 시선을 광역화해 <세계시사만화전, 세계만화자료전>으로 세계만화의 현황과 트렌드를 조망한 후 유럽지역 <한국-벨기에 만화교류전>, 일본과 연계한 <목소리의 형태전>,<다니구치 지로 추모전> 등으로 글로벌한 만화전시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국내 작가로 시선을 옮겨 44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새로운 발견상 수상작품 <나쁜 친구-날 것 다부진 자화상>전시와 전 세대에 사랑받는 웹툰을 선정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구성한 <국민웹툰>전시로 대중성을 강화했다.


지난 몇 해간 BICOF의 아이콘이 된 코스프레를 고도화해 제 1회 경기국제코스프레대회를 개최한 것은 축제프로그램의 성장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아마추어부터 전문 코스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BICOF 콘텐츠의 브랜드가 강화됐다. 특히 부천역 마루광장의 야외행사와 퍼레이드에 약 2만 명의 관람객이 함께 한 것은 BICOF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BICOF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전시와 이벤트’가 BICOF의 문화적 기둥이라면, 두 번째 ‘컨퍼런스’는 저변성과 전문성을 학술적으로 이어주는 들보와 같다. BICOF 컨퍼런스는 국내 만화축제에서 운영되는 유일한 학술행사로서 올해는 웹툰의 광고적 측면을 다룬 브랜드웹툰 컨퍼런스와 시상식, VR/AI 기술에 의한 만화창작환경 혁신 가능성,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웹툰, 새로운 정부에 만화정책제언 등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양하게 다룸으로서 만화, 웹툰 지식공유의 터전이 되었다. <만화&필름 피칭쇼>는 웹툰의 투자여건 조성을 오디션 형태로 새롭게 접근해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별도의 비즈니스미팅 시간을 마련해 전문투자자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세 번째, 문화와 학술행사의 토대위에 산업적 가치를 실현하는 한국국제만화마켓(KICOM)은 축제의 대청마루다. 국내 유망한 만화콘텐츠를 해외 바이어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세계화하는 무대로서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12개국 72개사가 참여해 284여건의 상담실적을 기록했다.


야구 경기에는 ‘위기 뒤 찬스, 찬스 뒤 위기’라는 속설이 있다. 최근 BICOF는 후자의 모습이다. 관람객 수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가파른 상승세였으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하향 곡선이다. 관람객수가 절대적인 축제 평가지표는 아니지만 축제 구성과 운영은 관람객수를 기준으로 인적, 물적 자원이 동원되고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관객 감소는 관람객과 참가사, 주최 측 모두에게 치명적이며 각자가 받은 부담은 올해에 국한되지 않고 다음해까지 연쇄적 반응을 일으킨다.

관람객 감소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개최시기를 8월 여름방학 시즌에서 7월 비방학 시즌으로 옮겨 평일 초, 중, 고교 관람객이 매우 적었다. BICOF는 학생층에게 ‘부만축’이라는 약어로 불리며 코스프레 참여열기가 뜨거운데 주말로 한정되어 아쉬웠고, 개최기간이 장마기간과 겹쳐 관람여건을 악화시켰다.
둘째는 만화축제에 웹툰이 없다. 더 나아가 웹툰을 활용한 축제 상승 기류를 놓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찬스를 잃을 위기다. 웹툰의 성장 시기는 웹툰플랫폼이 급속히 증가한 2014 ~ 2016년이다. BICOF의 역대 최고 성과도 이 시기에 도출됐다. 이때 웹툰 작품과 웹툰플랫폼을 축제콘텐츠로 체화했어야 함에도 BICOF는 웹툰을 나중으로 미루어 두고 있었다. 2014년 축제전시 13개 중 웹툰 전시는 1개, 2015년은 13개 중 1개, 2016년은 12개 전시 중 2개로 3년간 전체 전시 38개 중 웹툰 전시는 총 4개에 불과했다. 더 엄밀하게 웹툰 전문 전시로 한정하면 10% 미만이다.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전시선호도 조사에서 웹툰 전시는 대부분 상위권을 기록했다. 즉 관람객은 웹툰 전시를 요구해왔던 것이다. 2017년은 14개 전시 중 3개로 조금 늘었지만 앞으로 전격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웹툰플랫폼의 축제 참여가 중요한데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의 스타트업이었던 웹툰플랫폼은 이제 중견콘텐츠 기업이 되어 축제참여의 결이 다르다, 웹툰플랫폼은 만화출판사와 달리 축제현장에서 판매전 등의 수익활동보다 전시, 홍보, 이벤트 등의 투자활동을 하게 된다. 앞서 밝혔던 7 ~ 8월에 4개의 콘텐츠축제 중 어느 행사에 비용을 투여 할 것인지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적어도 관람객 감소추세의 만화축제에 참여확률은 낮다. 이 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SICAF와 BICOF를 지나쳐 제 3의 만화축제로 이동해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확인에서 확신으로 진화된 축제, COMICON SEOUL
글로벌 서브컬처 축제 코믹콘 서울이 개막했다. 뉴욕, 파리코믹콘의 주관사 리드팝과 리드 엑시비션스 코리아가 공동 주최, 주관한 행사로 글로벌만화축제가 국내에서 처음 열린 것이다. 첫 해 행사라는 점에서 운영과 프로그램 구성에 아쉬운 점이 많아 코믹콘을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쓴 소리가 많았지만, 일반 관람객들은 지금의 만화 축제들이 내뿜는 불쾌지수를 유쾌지수를 바꿀 정도로 가장 버라이어티한 행사였다. 행사는 단순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팬 미팅, 토크쇼 세션과 국제 코스프레 대회, 참가사들의 자사콘텐츠 홍보 및 판매활동, 그리고 자발적 코스프레 관람객들이다. SICAF와 BICOF의 기획전, 특별전 같은 전시행사는 없었다.



개최결과 3일간 참관객 41,908명, 참가규모는 8개국 113개 참가기업 및 아티스트, 총 345부스였다. 만화를 비롯해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 등 다양한 콘텐츠가 현장을 채웠고, 특히 할리우드 스타배우 매즈 미켈슨과 스티브 연을 포함해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관람객 수면에서 리드팝 주최 전 세계 20여개 코믹콘 중 뉴욕코믹콘(4일 누적 185,000명), 시카고 C2E2(3일 누적 72,000명), 파리코믹콘(3일 누적 3만 명), 싱가포르 STGCC(2일 누적 45,000명) 등과 비교해 높은 편으로 첫 해 행사로서 매우 성공적이다. 즉 국내 많은 서브컬처 팬들이 ‘코믹콘’을 기다려 왔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코믹콘 서울이라는 잠재적 가치가 증명됐다.


코믹콘 서울은 다섯 가지가 국내 만화축제와 달랐다. 첫 째 행사의 자원 투입의 순서가 달랐다. 코믹콘 서울의 지출비중은 할리우드 배우 초청비, 전시장 임대료, PR/마케팅 비용 순으로 관주도의 국내 행사와 정반대였다. 코믹콘 서울은 애초 3만 명 모객 목표로 수익창출을 위해 킬러콘텐츠의 선정과 확보전략이 핵심과제였다. 반면 국내 만화축제는 모든 지표의 전년대비 증가라는 추상적 목표로 모든 기준은 예년과 비슷하게라는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둘째 참관객 중심“Fan First”문화다. 주최 측은 최우선으로 참가사와 관람객의 축제 참여 목적을 충족하도록 행사를 설계해야 한다. 입장권이 고액이어 부담된다는 여론에 대해 코믹콘 서울은 “외국의 코믹콘과 국내 테마파크 입장료 할리우드 스타와 다양한 게스트를 만나는 코믹콘의 특장점 고려해 책정했다”고 밝히며 “실제 고가 입장권 구매 고객이 지출 목적으로 방문해 소비규모가 더 크다는 사례에 근거했다”고 한다. 결국 참가자 연령이 20대 이상의 구매력 있는 연령으로 집중되어 축제의 에너지를 응집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고, 참여사들과 관람객 모두 활성화되었다. 결과로 부스는 완전판매 됐으며 전체 관람객 중 유료입장객 비율은 94.5%에 달했다.
셋째 준비기간의 질이 달랐다. 코믹콘 서울은 런칭을 위해 1년 전 부터 국내 서브컬처 팬의 니즈 파악을 위해 움직였다. 만화, 게임, 코스프레, 토이 등 각 분야별 인플러언서, 파워블로거, 유투버 같은 진성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약 30여명의 CCC(Comic Con Creators)를 조직했다. 콘텐츠의 추천과 선정, 코믹콘에 적합한 참가기업, 참여아티스트 등에 대한 자문을 정기적으로 진행했고 이들의 영향력을 활용한 바이럴 홍보도 병행했다. 여기에 비추어 국내 만화축제 상황은 4~6개월 정도의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해 콘텐츠의 질을 고민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넷째 국제는 아니지만 진짜 국제 축제다. 코믹콘 서울의 관람객 중 외국인 참여비중이 30~40%였다. 주최 측은“각 국 대사관 협조로 외국인 커뮤니티 홍보가 주요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코믹콘’브랜드 인지도가 내국인 보다 외국인들에게 높고 특히 미국인들에게 높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만화축제는 20년간 국제만화축제를 지향하며 외국인관람객 방문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허사였다. 국내 만화축제가 과연 외국인도 즐길만한 콘텐츠와 참여할만한 가치가 있는 구성이었는지 먼저 자문 해봐야 한다.
다섯째 축제의 관리도 경쟁력이다. 코믹콘 서울은 철저하게 입장객의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했다. 티켓 구매자도 앱을 통해 입장등록을 완료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현장의 이벤트와 뉴스를 앱으로 알리고 앱 퀘스트를 통해 관람객이 현장을 빠짐없이 방문하도록 독려했다. 축제 만족도 조사도 앱으로 진행해 축제 관리를 디지털화 했다. 앱의 구동과 운영에 착오가 있어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보완된다면 앱은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국내 만화축제도 사전등록제, 관람객만족도조사 진행되지만 축제의 관리보다 홍보 및 기록차원에 머물러 있다.


코믹콘 서울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축제는 아니다. 대중화된 키덜트페어, 토이페어의 확장판이란 지적과 초청 인사를 제외한 콘텐츠 구성이 유사 서브컬처 축제와 차별화 되지 못했다는 평이 중론이다. 특히 만화분야로 한정하면 국내외 대표 만화기업 참여가 저조했다. 웹툰포털과 웹툰플랫폼의 참여율이 낮았고 해외기업은 코믹콘 행사장에 의례 있어야 할 디즈니, 마블, DC 등의 참여가 부족했다. 이 점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믹콘 서울은 매년 개최 될 예정으로“2018년 행사는 웹툰 기업을 포함해 디즈니 코리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어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할 것이며, 게스트 라인업을 최대한 앞당겨 올해보다 더 큰 규모로 개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쯤 되면 국내 만화축제는 코믹콘 서울을 만화축제로 인정하고 경쟁축제로 대할 것인지, 아니면 서울과 부천에서 열리는 지역만화축제 역할에 만족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전자든 후자든 국내만화축제는 침체된 상황 타계를 위한 방법이 무엇일지 궁리해야 한다.

잃어버린 축제 DNA = X, Y, Z 입체를 보는 DNA
축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1970 ~ 80년대는 아날로그 시대로 볼거리 위주의 관람형 축제였다. 1990~2000년대 축제는 디지털시대로 경험하고 참여하는 행위가 중요했다. 전통적 축제구성요소인 전시, 공연, 판매에서 ‘교육’과‘체험’요소가 추가된 시기로 참여자에게 콘텐츠의 제공과 접근이 시작됐다. 2010년대 이후는 컨버전스 시대다. 축제 표현방식은 인터랙티브화 했으며 네트워킹을 통한 오감만족형 축제로의 변신을 주문한다. 이를 위해 ICT, AR, VR, IoT 등과 접목이 수반되고 특히 축제가 담아야 할 가치로 평등과 동료애, OSMU, 경제효과, 지역 활성화 등을 통한 공동체 강조를 꼽았다.

SICAF와 BICOF는 디지털시대에서 컨버전스 시대로 가는 과도기다. IT기술과 이종 간 융복합은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감을 사로잡는 신기한 기술 체험은 질리게 마련이다. 관람객은 자신이 애정하는 콘텐츠를 한없이 즐기러 오는 존재다. 그래서 축제는 무엇보다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콘텐츠축제의 핵심은 재미다. 기발하고 새로운 재미거리와 정보가 현장에 충만하여 만발해야 한다. 축제가 콘텐츠를 부각시켜주고 콘텐츠의 장점과 기발함을 끌어올려주기 위한 바탕이 되야 한다. 그것이 축제를 구성하는 DNA 여야 한다.

X축은 왼쪽과 오른쪽을 표시한다. 매년 1월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행사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1967년 미국소비자가전협회 회원사들이 자사 신제품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시작됐다. 회원사 중 필립스의 VCR, 소니의 CD플레이어와 같은 획기적인 제품을 CES에서 처음 선보이며 유명세를 탔다. 특히 최근에는“과거 CES의 주인공이 스마트 폰이었다면, 최근에는 스마트가가 주인공 역할을 한다.” 라는 말처럼 자동차회사의 전시 참여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가전뿐 아니라“전자부품으로 만들어지고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기기가 총집결하는 전시“행사가 된 것이다. 즉, 행사영역의 한계가 점점 옅어지고 스펙트럼은 넓어지고 있다.

Y축은 위와 아래를 나타낸다. 매년 7월 샌디애고에서는 미국 만화,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소재로 벌이는 콘텐츠 축제 코믹콘이 개최된다. 1970년 만화, 영화, SF팬들의 작은 축제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영화사, 방송사도 참여해 개봉 전 예고편 상영하는 등 할리우드 스타 프로모션 행사부터 아마추어 작가와 코스프레 경연이 함께 펼쳐지는 서브컬처의 성지가 됐다. 거대자본의 블록버스터 창작물부터 아마추어 아티스트 출품작까지 참여자의 심도가 매우 깊다. ‘프로추어(Proteur)’라는 말처럼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대이고 창작자로 활동 가능한 사회 현상의 반영 되고 있는 곳이다. 축제가 담아내는 콘텐츠의 상하 진폭이 높을수록 관람객의 만족도는 더 커진다.

Z축은 앞, 뒤를 가리킨다. 2015년 6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주최한‘재난로봇경진대회’에서 우리나라의 로봇이 우승해 화제가 됐다. DARPA는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충격을 받아 1958년 만든 조직이다. “미국을 놀라게 하는 기술이 미국 몰래 개발되는 것을 막는다.” 가 연구소 정관의 일부이다. 일설에는“DARPA의 사업 중 3년 내에 실용화된다면 그것은 실패다.”처럼 절대 구현 불가능한 기술을 지향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드론기술도 스포츠와 접목되어 드론 레이싱, 드론 배틀로 각광받고 있다.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양상도 축제가 되는 시대이다.

오스트리아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페스티발(1979년 개최), 미국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1987년 개최), 호주의 비비드 시드니(2009년 개최) 등은 위에 나열한 X-Y-Z의 성질이 내재된 축제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포괄성(X), 수용성(Y), 진전성(Z)이 축제 DNA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해외 성공 축제는 지역성과 관련 산업 규모, 해당 직군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미비하게 시작했지만 특정 시대의 효용에 의해 우연적 필연으로 지금에 이른 것이기도 하다. 그럼 이제 우리는 X-Y-Z에 근거하여 축제를 기획하고 개최하면 될까? 우리의 만화축제는 그들에 비하면 이제 막 성년이 되었을 뿐이다. 대학 신입생에게 사회, 경제, 문화적 성취를 달성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아닐까? 우선 스무 해 동안 축제를 잘 가꾸었음을 기뻐했으면 한다. 하지만 이제 성인의 삶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고 막중한 삶의 무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영화‘인턴’중 "Experience never gets old" 라는 말에서 해답을 찾으면 어떨까? 축제의 지속성이야말로 X-Y-Z을 고도화하는 방법이다.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는 축제의 자산이다. 하지만‘축제조직 및 스텝의 불안정과 저임금구조’는 당장 내년을 기약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려운 환경과 여건에서 최상급 축제를 기대하는 건 무리이며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악조건은 아니다. 부족한 예산이지만 안정된 재원이 조성되어 있다. 작금의 문제는 과거를 답습하는 자원의 운영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축제실무조직은 코믹콘 서울의 운영사례와 비교해 좋은 제도는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상당부분 국내 만화축제가 타성으로 진행되는 중 눈감은 사안들이다. 의지만 있다면 대부분 큰 부담 없이 지금도 실행 가능하다.
거시적으로 축제 DNA를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할인 보다 재미’라는 새로운 접근으로 전년대비 두 배의 성공을 거둔 서울국제도서전의 사례는 ‘독자들의 귀환’이라고 불린다. “도서전은 헐값에 팔고 헐값에 쓸어 담는 행사였다면, 지금은 몇 부나 팔까가 아니라 어떻게 재미있게 선보일지를 고민”한 것이 성공의 비결임을 밝혔다. 도서전은 이미 내년행사에 만화를 수용하기로 선언했다. 만화를 찾는 곳은 많아졌고, 만화의 가치는 높아졌다. 만화축제만 제자리 걸음이다. 지금의 만화축제는 20세기에 만들어 20년간 사용한 포맷이다. 이대로 계속 사용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주)

1) 코믹콘 서울 2017의 행사 첫 날 8월 4일은 오후 2시부터 개장

2) 주최 측은 서울 개최는 약 1년 반 전에 결정되었고 본격적인 준비 기간은 약 1년이라고 밝힘

3) YOLO(You Only Live Once)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네이버시사상식사전

4) 리드팝 : 글로벌 전시 전문 주최사 리드 엑시비션스(Reed Exhibitions)에서 팝 컬처 이벤트 담당. 리드팝은 미국과 전 세계 유명 도시에서 뉴욕 코믹콘, C2E2(Chicago Comic & Entertainment Expo), PAX,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STAR WARS CELEBRATION), 코믹콘 파리, 오즈 코믹콘, 코믹콘 인디아 등을 비롯해 대규모의 팝 컬처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5) 리드 엑시비션스 코리아 : 글로벌 전시 전문 주최사인 리드 엑시비션스(Reed Exhibitions)의 한국 지사. 리드 엑시비션스는 미주,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등 전 세계 30개 국가에서 43개 핵심 산업과 관련된 500개 이상의 전시회와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리드 엑시비션스 코리아는 해양 및 조선 산업, 라이프스타일 산업, 화장품 산업, 전자 제조 산업, 방송/TV 그리고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전시회를 주최하고 있다.

6) 1일차(금) - 10,318명, 2일차(토) - 17,261명, 3일차(일) - 14,509명

7) Chicago Comic & Entertainment Expo

8) 디즈니 코리아의 직접 참여가 없었던 부분은 마케팅 예산을 사전에 책정하는 외국계 기업의 특성 상 코믹콘 첫 해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에는 어려워 직접 참여 대신 마블컬렉션스토어 및 마블스튜디오 C. B. 부사장 초청으로 진행.

9) 시공사 부스에서 DC 만화책을 소개했으나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부스에서 최근 개봉작 애나벨 프로모션이 진행되어 다양한 DC 콘텐츠의 소개가 부족

10) 문화자원의 융합과 네트워킹 전략 - 류정아(케이콘텐츠 2016년 3.4월호)

11) “스마트카 시대 열리는데…….스마트폰 대중화 시절 곱씹어야” - 유명환(IT조선2017.8.16.)

12) “CES는 왜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까?” - 이창현(조선일보2016.2.07.)

13) “재난로봇” - 김광일(조선일보 2015.6.09.)

14) 예술?기술?지역사회의 결합을 위한 축제 http://www.kocca.kr/k_content/vol18/vol18_05.pdf

15) 축제와 비즈니스가 하나 되는 곳 http://www.kocca.kr/k_content/vol18/vol18_06.pdf

16) 음악과 빛 아이디어가 어우러진 크레이티브축제 http://www.kocca.kr/k_content/vol18/vol18_07.pdf

17) 20만 관객 ‘깜짝 흥행’비결은 ‘할인 보다 재미’ - 양지호(조선일보 2017.6.21.)
필진이미지

김민태

만화평론가 및 기획자, 씨엔씨레볼루션 이사
前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