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마블이 되고 싶다"
IT와 만화의 결합 ㅡ 레진코믹스
레진코믹스
레진코믹스는 작년 6월에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을 내놓으면서 만화 전문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툰은 무료로 보는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다음 편을 보기 위해서는 결제를 해야 하는 유료 시스템에 성공해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벤처기업으로서 이례적으로 창업 첫해부터 흑자를 달성해 주목을 받았다.
인터뷰어 : 레진코믹스 김준협 PD, 서현철 PD, 김창민 CP
레진코믹스는 어떤 회사인가?
저희는 레진 엔터테인먼트가 회사명, 정식 명칭이다. 레진 엔터테인먼트에서 레진코믹스라고 하는 만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6월에 출시했고, 어제가 1주년이었다.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의 안드로이드, IOS, 웹. 다양한 매체로 다가서고 있다. 재미있는 고품격 만화 서비스를 추구하는, 만화 전문 서비스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료화 정책으로 유명하다.(웃음) 만화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시장에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만화 유료화를 진행하고 있다. 만화 콘텐츠가 공짜라는 인식을 탈피시키려는 노력이다.
레진 대표의 다른 인터뷰 중 레진코믹스를 ‘IT회사’로 언급한 걸 보았다.
회사 전략의 독특한 부분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모델은 마블 코믹스의 콘텐츠 기획 전략, 넷플릭스의 서비스, 스팀의 판매 전략이다. 물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유저,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하느냐에 대한 기술 기반적인 서비스도 중요해졌다. 이제는 얼마나 편리하게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요즘엔 사람들이 웹하드나 P2P에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굉장히 많은 콘텐츠와 즐길 거리가 범람하는 시대니까, 가격의 저렴함 보다는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좋은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실질적으로 콘텐츠팀과 기술 개발팀이 같이 있고, 오히려 기술 인력이 좀 더 많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포장해서 갖다 주지 않으면 판매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술 기반적인 면에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콘텐츠와 아이티가 결합된 모델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래서일까? 회원가입에서부터 웹툰을 보는 시간까지 굉장히 짧게 느껴진다.
아까 말한 것처럼 기술 기반적인 접근성이 중요한 문제다. 과거엔 만화를 보려 해도 가입을 하고 액티브X, DRM 등을 설치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서 접근성이 떨어졌다.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콘텐츠에 다가가기 힘든데, 그 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기술팀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 점이 우리만의 장점이기도 하고. 예를 들어 아마존은 흔히 쇼핑몰로만 알고 있지만, 굉장히 기술 기반적인 회사다. 아마존은 고객이 로그인을 해서 상품을 구입하기까지 단계를 최소화하는 데 매년 몇 천 억에 대한 R&D 비용을 쓰고 있다. 우리 역시 내부에 기술 인력을 두어 계속 연구하는 이유가, 접근성을 높여 유저 편의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런 노력에 대한 유저의 반응은 어떤지?
당연히 좋다. 접근성과 편리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고객들도 충분히 체감한다. 모든 콘텐츠들이 고화질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유료 콘텐츠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맞는 최고의 퀄리티를 제공한다. 1500픽셀 이상 고화질 만화, 크로스뷰 서비스를 제공해서 각 디바이스에 맞는 최적의 화면을 구현하고 있다. 콘텐츠에 기술적인 요소, 환경적인 요소를 더해 최고의 상품을 만들고, 그에 정당한 가치를 받고자 한다.
레진코믹스의 회원 수가 100만을 돌파했다. 축하한다.
감사하다.(웃음) 100만 돌파한지 2, 3주 됐다. 지금은 120만 정도. 100만 이후엔 상승도가 더해졌다. 계속 증가 중이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레진코믹스를 찾는가?
평균적으로 2, 30만 명 정도다. 액티브 유저들이 전체의 80 정도 된다. 연속성이 있는 극화 만화가 대부분이라, 가입한 회원들이 유령으로 있지 않고 거의 다 활동하고 있다.
80라면 무척 높은 수치 아닌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말도 안 되는 수치이긴 한데, 다른 서비스와는 다른, 만화라는 콘텐츠의 특징이고 가능성이기도 하다.
지금 몇 편의 만화가 연재 중인가?
단편까지 더해 올라와 있는 만화는 거의 160편 가까이 된다. 실제로 매일매일 업데이트 되면서 연재 중인 만화는 132편 정도다. 출판 만화까지 합하면 전체 타이틀이 230개 정도 된다.
출판 만화도 연재중이다.
일본만화 비중이 높은 편이다. 현재 국내 순수 출판만화의 비중이 높지 않다. 일본만화의 경우 재미있고, 아직 잘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중심으로 선별하고 있다.
유료 연재이기 때문에 작품간 구독 편차가 심할 것 같기도 하다.
편차가 있다. 한 세 배 정도? 인기 있는 타이틀이 비인기작에 비해 서너 배 정도의 조회 수나 결제수를 기록한다.
레진코믹스의 독자들은 어떤 만화를 주로 원하나?
반응이 뜨겁게 오는 작품은 보통 20대 여성이 좋아할만한 만화가 대부분이다. 로맨스나 순정, 약간 수위가 높은 성담론이 들어간 만화들이 인기가 많다. 여성독자들이 60 이상 차지하고 있고, 문화계 전반적으로 여성의 티켓파워가 높은 경향이 반영되는 것 같다.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인기가 많은 편이고, 김인정 작가처럼 여성 심리를 콕콕 찍어주는 작품이 공개되어도 반응이 즉각적이다. <나쁜상사> 같은 경우도 수위가 높은 치정극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성적인 만화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큰 이야기 줄기는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여성들의 소통이 더 잘 이루어지다보니, SNS를 통한 확산도 빠르다.
상대적으로 남성적인 만화는 인기가 덜한가?
물론 말초적이고 남성적인 작품도 연재되고 있다. 40의 남성 회원들이 있기도 하고, 의외로 여성들도 그런 만화를 즐기는 층이 있으니까. 하지만 어떤 취향이나 성향이 있긴 하다. 첫눈에 그림체가 예쁘지 않다든가, 옛날 대본소 만화의 느낌이면 거부반응이 없는 건 아니다. 막상 보니 재밌다는 반응은 충분히 들 수 있는데, 그건 먼저 그 거부반응을 뚫고 나서의 이야기니까.
레진코믹스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들.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독자들이 레진코믹스를 신뢰하는 이유다.
웹툰 기획자로서의 의외의 성공과 실패가 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면 무엇을 알게 되는가?
괜찮은데 생각보다 많이 안 찾아보는구나 하는 작품, 반대로 재미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됐지만 기대 이상으로 사랑을 받는 작품도 물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봐서 재미있는 것을 고르니, 기본적으로 모든 작품이 재미있다.(웃음) 그런데 레진코믹스의 연재작들은 유행어를 섞는다든지, 특정 장면을 패러디해서 이슈화되는 등의 단순 에피소드형 방식으로는 진행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내러티브의 완성도를 지향하는 편이다. 이는 결제방식과 큰 연관이 있다. 과금 방식이 부분 유료라 다음 편을 일주일 기다리지 않고 보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 결국은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존의 에피소드형 만화라 해도 레진에서 연재를 하려면 커다란 플롯 줄기가 필요하다. 최근 연재된 <우주교도소 바다붐>같은 경우도, 에피소드형 만화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틀이 있다.
그러한 과금 방식에 오히려 내러티브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TV드라마가 시청률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것처럼.
글쎄.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내러티브가 아예 없는 것 아닐까. 우리는 만화만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만화만을 보러 온다. 다른 일을 보다 어쩌다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즉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집중력이 TV드라마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다음 회가 궁금하고 바로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모든 콘텐츠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속성 아닌가? 작가 입장에서도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만화는 예술의 한 영역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상업적인 장르다. 무료 연재의 경우 그런 면을 상대적으로 신경을 안 쓸 수도 있다. 이번 편도 무료고 다음 편도 무료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나이브하게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레진코믹스에선 이야기가 조금만 헐거워져도 다음 편 독자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이번 편 안에서 밀도와 완성도가 최고치로 높지 않으면 다음 편으로 구독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한 요소가 작품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일본 만화만 봐도 순위가 무척 치열하지 않은가? 그런 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들로선 한번 시작하면 절대 편하게 갈 수는 없는 길이겠다.
하지만 작가 대부분 만족을 하는 편이다. 우리는 댓글난이 없으니까.(웃음) 사실 드라마가 내러티브를 파괴하면서까지 방향을 바꾸는 이유 중 하나가 독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댓글난이 언젠가는 생길 테지만,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창작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특히 유료화 관련해서 악성 댓글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이유들로 댓글난을 만들지 않은 것인지?
회사 처음부터 댓글난이 없었는데, 기존의 포털 등에서 보이는 댓글이 악성 댓글 등 댓글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왕에 달 것이라면 좀 더 다르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기획을 하자는 계획이다. 댓글 없이 오다보니 오히려 댓글이 없어 좋다, 라는 반응이 무척 많다.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아서,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플랫폼의 경우 댓글이나 순위로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레진코믹스 자체적으로는 조회 수나 유료결제수로 파악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주로 입소문이나 주변의 추천으로 인기작들이 알려진다. 사이트에선 어느 정도 인기도가 반영된 순으로 배열을 하고 있고, 편집부에서 뽑은 추천작이나 인기작 리스트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하나의 작품이 연재를 시작하기까지,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우선 다양한 경로로 작품들을 접한다. 대체로 대표가 직접 만화를 보고, 선택한다. 보통 투고로 많이 들어오는 편. 매체가 활성화되면서 투고 량도 늘어났고, 따로 투고란도 만들 예정이다. 전에는 직접 찾아다녔었다. 소개도 받기도 하고. 자랑할 만 한 점은 기존 90년대 많이 활동했던 출판만화 세대 작가들에게 매체를 만들어준 것이다. 연재처가 없어서 해외에서 활동하거나 활동을 쉬던 작가들이 우리 쪽으로 문을 많이 두드렸다. 대표적으로 <키드갱>의 신영우 작가, <리니지>의 신일숙, <팔용신전설>의 박성우 작가, <진짜사나이>의 박산하 작가 등등. 박흥용 작가의 경우 <영년>이라는 작품을 같이 진행했다. 콘텐츠만화대상을 받은 역작인데 막상 매체가 없어서 연재를 못하고 있었다.
레진코믹스 성공 요인으로 전략적인 작가 영입이 손꼽힌다.
초창기에는 네이버 베스트도전에 있는 작가들을 많이 영입했다. 그리고 기성작가, 다른 쪽에서 연재를 하던 작가들을 영입하려고 노력했다. 양대 포털에서 연재하지 못했던 색다른 작품들을 연재하자고 제안을 했다. 짧은 호흡으로 치고나가는 개그 만화만이 아닌, 긴 호흡의 정통극을 하고 싶은데 현실이 여의치 않아 할 수 없었던 작가들이 많다. 그렇게 묵혀두었던 기획들이 주섬주섬 꺼내져, 내심 하고 싶었던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그때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나쁜 상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네온비 작가가 <결혼해도 똑같네> 같은 작품으로 유명했지만,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항상 이야기 했었다. 우리는 직접 매체를 보유하고 만화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장르에 대한 제약이 적다. 그래서 비교적 자유로운 창작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서비스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월야환담> 같은 경우도 비슷한 케이스다. 고진호 작가는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국내로 들어오고 싶어 했는데, 국내 매체에서 연재하기에 수위가 다소 높았다. 액션도 많이 들어가고. 뱀파이어가 나오는 판타지다보니 피도 많이 나왔다. 대중적인 웹툰을 연재하는 포털 플랫폼에서는 힘들었다. 기획 단계에서 이 작품을 잘 살려보자는 이야기를 우리가 했고, 결국 레진코믹스와 같이 하게 됐다.
작품에 대한 내부적인 판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저마다 다른 취향도 있을 텐데.
투고를 받으면 먼저 직원들이 모두 보고, 괜찮다 싶은 작품을 추려서 대표에게 보고한다. 최종적인 결정은 대표가 한다. 대표가 먼저 보는 경우엔, 반대로 우리에게 어떠냐고 의견을 묻기도 한다. 그러게 내부에서 한번 다 돌려보고서 연재에 대한 최종 검토를 한다.
많은 양의 원고들을 검토해야할 것 같다. 아무리 만화를 좋아한다고 해도, 힘들지 않을까?
굉장히 많이 보고 있다. 끊임없이 본다.(웃음) 우리 CTO의 경우 어렸을 때 집에서 만홧가게를 했을 정도로 만화에 인연과 애착이 깊다. 레진코믹스의 직원이 모두 열네 명인데 모두 만화를 좋아하고, 기본적으로 만화 DNA가 있다. 우리가 만화를 선택하는 것은 일단 재미적인 요소다. 레진코믹스 만화가 재밌다고 평가를 받는 이유는 우리가 봐서 재미있는, 추천하고 싶은 만화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레진코믹스에서 자체적으로 기획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있나?
우리는 만화 기반 미디어 회사로서의 방향성을 가진다. 그래서 전략적인 기획 작품들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원하는 트렌드에 맞는 웹툰을 직접 만들거나, 만화를 기반으로 영화나 드라마, 게임 같은 2차적인 확장에 주력하기도 한다. 전략적으로 기획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세 가지 정도의 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원천 기획을 한다. 아이템에 대한 기획을 하고 그에 잘 맞는 글작가나 그림작가를 구해 그들과 함께 기획개발을 거쳐 원고를 작업한다. 그리고 기존의 시나리오 작가나 영화감독들과 협업해서, 그분들의 작품을 만화적으로 재편집, 재탄생을 시키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 초에는 CJ E&M과 제휴를 맺었다. 레진코믹스는 만화사업을 하고, CJ는 영상화사업을 하지 않나. 두 회사가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원천 소스다. 제휴의 내용은 두 회사가 함께 원천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 함께 한 기획개발의 결과를 가지고 레진코믹스는 만화를, CJ는 영상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제작을 하고 있는 몇 개의 프로젝트들이 있다.
CJ와의 제휴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가?
<크리슈나>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3, 4편정도 기획개발 되고 있고, 하반기에 성과가 공개될 듯하다. 빠르면 한 달 후에 연재가 시작될 수도 있다.
그 세 가지 방식을 하나의 팀에서 모두 전담하나?
그렇다. 직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 팀의 경우 업무 영역의 경계가 거의 없다.
현재 웹툰 원작의 영화나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작년에 굉장히 많이 나왔다. <설국열차>나 <미스터GO>,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등. 충무로나 영화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만화를 통한 기획개발이다. 영화적인 기획개발은 비용이 많이 들고, 회수도 힘들다. 그런데 만화의 경우 기획개발의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대중의 피드백을 빠르게 받을 수 있으니까, 영화제작 여부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이런 경향이 비단 우리나라의 케이스만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는 거의 공식화되어 있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경우 출판과 영화가 동시에 나왔고, <해리포터> 시리즈 역시 그렇다.
성공적인 웹툰이 꼭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경우 그 정도에도 미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영상화 단계 이전의 확인 창구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변호인> 같은 경우 양우석 감독은 웹툰 작가 출신이기도 하다. 만화를 통한 미디어의 확장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고, 그만큼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웹툰은 기획개발의 한 단계로서도 훌륭하고, 그 자체가 완전한 콘텐츠로서의 수익을 내니까.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작가와의 수익 배분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최대한 작가에게 많이 주고 있다. 최소한의 마진으로. 구체적인 퍼센트까지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회사의 마진은 최소로 하고 작가가 가장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가 성장하지 않으면 우리도 성장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고료는 레진이 업계 최고 수준 아닐까 싶다.(웃음)
원고료 지급의 구체적인 방식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완전 고정 고료인 경우와 고정 고료와 수익 셰어를 하는 경우. 신인작가의 경우 고정 고료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이나 작가를 많이 알리거나 연재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실질적으로 레진의 신인작가 고정 고료도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다. 예전보다 많이 상승된 수준이다. 수익 셰어는 기존 작가들 상업적으로 기대치가 있는 작품을 연재할 때 주로 선택한다. 작가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생각보다 (고료가) 많이 나온다고 놀라는 작가들도 많고. 진짜 이 금액이 맞느냐고 재차 확인하는 작가도 있었다.(웃음) 내가 만화를 그려서 이만큼 벌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하고. 전에는 그러한 경험이 없어서다. 우리는 판매 수익금을 매월 정산하다보니, 그 금액이 기대보다 컸던 분들이 많았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나뉘는 등 공동 작업의 경우,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하나?
케이스마다 다르다. 작가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회사에서 만든 팀의 경우에는 작품에 얼마나 기여도가 큰지 판단해 합리적으로 조율한다. 예를 들어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시나리오를 웹툰으로 만드는 작업이 있다. 글 작가가 영화계에서 많이 유명하고, 그림 작가의 경우 아직 신인이다. 그럴 경우 글 작가에 대한 수익 배분이 좀 더 높을 수 있다.
기획 개발 단계에서 새로 꾸려지는 공동 작업의 경우 컨트롤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편집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담당자의 전문적인 조율이 필요하고, 회사의 프로듀싱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소멸된, 프로듀싱 방식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R&D를 공격적으로 진행하려고도 하고. 작가들도 회사에 그런 면을 기대하고 있다. 자신의 글을 잘 살려줄 수 있는, 혹은 그림을 잘 살려줄 수 있는 파트너를 연결시켜준다던가, 편집자 입장으로의 조언을 많이 구한다. 만화 전문 매체로서 단순히 재밌는 만화를 픽업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작품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개발하려 한다.
작가 관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
아까도 말했듯 우리는 기술 기반적인 콘텐츠 회사다. 작가들에게도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이라는 툴을 제공하고 있다. 각 회차에 조회 수가 얼마나 나왔고. 매출의 추이가 어떤지 과학적인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편집부 역시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서 작품을 수정한다든지,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특정화에 조회 수나 결제수가 특별하게 높아지거나 낮아졌다면, 작가와 편집부가 함께 그것을 가지고 분석을 하고 원인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앞으로의 방향을 잡도록 돕는 것이 편집부의 역할이기도 하다. 눈에 드러나는 숫자로 파악을 하니, 더욱 확실하게 인식이 된다. 작가들도 이 방식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 같다. 기존 독자들의 댓글만으로는 작품의 위치를 분석하기 어렵지 않나. 댓글 자체의 옥석을 가리기도 힘들고.
다른 웹툰 플랫폼과는 확연히 다른 면 같다.
회사의 IT적 정체성이 만드는 개성이라 할 수 있겠다. 내부적으로 수치 분석이나 데이터 관리, 리뷰를 치열하게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레진코믹스가 성장,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CMS 제공은 운영의 투명성으로까지 연결된다. 사실 만화계에서는 회사와 작가 사이에 불신이 좀 있다. 고료의 타당성이라든가. 그런데 우리는 작가와 회사가 데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진다. 작품이 얼마나 팔렸는지 말 그대로 투명하게 공개되니까. 지금까지 일부 만화업계에서 그런 부분이 투명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불신이 쌓이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와 매체 사이에서 신뢰가 생기기 힘든 면도 있었다. 레진코믹스는 첫 달부터 모든 데이터를 작가에게 공개했다. 그것이 우리가 초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강점이기도 했고. 이러한 신뢰가 없었다면, 단기간에 작가들이 그렇게 많이 합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레진코믹스의 유료화 정책에 비싸다는 비판도 많았다.
‘비싸다’라는 개념은 ‘익숙하지 않다’는 의미와 같다. 마치 처음 생수를 사먹는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만화는 원래 유료 콘텐츠였는데, 그동안 무료에 익숙해졌던 것뿐이다. 가격이 얼마였건 무료에서 유료로 바뀌는 시점에선 누구나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가격을 조정했다고 해서,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우리의 서비스에 맞는 정당한 가격을 붙이자면, 가격은 더 올려야 한다. 레진코믹스는 만화를 대여하는 것이 아니고, 소장의 개념이다. 물론 데이터를 소장하는 것과, 실물 단행본을 구매한다는 갭은 있다. 하지만 그러한 느낌 역시, 새로운 매체에 대한 낯섦이 크기 때문일 것 같다. 극복되고 있고, 곧 완전히 익숙해질 것이다.
그런데 정액제 형식의 콘텐츠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플랫폼의 입장으로서는 정액제를 붙이는 것이 가장 좋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가장 쉬운 방법이고 매달 안정적인 수입이 확보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가격을 절충하다가는 만화 시장 자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원 시장만 봐도 그렇지 않나. 선순환이 될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다. 음악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에 정당한 가치 확보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하지만 만화는 아직 그렇지 않았다. 사실 정액제를 하지 않는 데엔 그런 소명 의식도 있다. 만화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기 위한 노력. 상업적으로 정액제 판매를 해서 수익을 올리려는 것은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콘텐츠 가치를 하락시킬 위험이 있다. 이것은 산업 생태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필요한,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 한다. 이런 노력들이 창작자의 환경을 좋아지게 하고, 다시 좋은 작품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을 믿는다. 그런 선순환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체감 상 비싸더라도 그만큼의 좋은 만화와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온전히 유료 결제만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 대단한 것 아닌가?
회원들의 유료 결제만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광고가 전혀 없으니까, 사실 유료화에 성공했다는 말을 하기엔 아직 섣부르지만, 의미 있는 수치가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도 만화계에 아직까지 없었던 일이긴 하다. 그런 면에서 일정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OSMU 사업은 어떤 것을 하고 있나?
지금 다섯 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있다. 타임스토리라는 영화 제작사와 공동제작으로 웹툰 <그녀의 수족관>을 영화화 기획개발 중이다. 그밖에 드라마 제작도 진행하고 있고. 올 연말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 같다. 1년 동안 열심히 작업을 했고, 그래서 회사를 오픈한 시기에 비교해 빠른 진척 속도를 내고 있다.
OSMU에 있어 작가들의 저작권 및 수익 배분은?
실질적으로 저작권은 작가들에게 있다. 모든 작품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레진코믹스는 2차적인 활용에 대한 우선적 협상권과 최종적 거절권을 가지고 있다. 영상화에 대한 권리는 작가에게 있지만, 작가가 직접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 보통 영화사와 계약을 하거나 판권을 파는데 그 과정에서 레진코믹스가 같이 검토하고 일을 진행시킨다. <그녀의 수족관>의 경우 레진코믹스에서 영상화 판권을 구입하고 제작사와 공동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 제작에도 뛰어들었는데, 그쪽에도 어떤 비전이나 계획이 있나?
우리는 레진엔터테인먼트라는 만화 중심의 회사다. 마블엔터테인먼트가 만화 원작을 가운데 두고 영화나 게임, 라이선싱 사업으로 확장하지 않나? 우리가 지향하는 바도 같다. 아시아의 마블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 목표다.
얼마 전엔 엔씨소프트의 투자 소식도 들렸다. 투자금 50억은 어디에 쓸 건가?(웃음)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와는 결이 잘 맞아서, 전략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캐릭터를 우리가 만화로 개발한다던가, 우리의 만화를 엔씨소프트에서 게임으로 만드는 등의 제휴도 생각하고 있다. 투자금은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그동안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고 지금까지 왔는데, 이제 광고도 하고 마케팅에 집중을 할 예정이다. 가장 좋은 마케팅은 좋은 콘텐츠라 생각하고 초기부터 광고보다는 재미있는 작품에 더 신경을 많이 썼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작품수도 되고 규모도 이루었기 때문에, 홍보와 마케팅에 투자를 시작하려 한다. 또한 자체 기획하는 만화의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투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원천 소스의 확보와 그것을 활용한 2차 윈도우 사업들, 그리고 작가들의 환경 개선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그동안 만화 작가들이 1인 창작자다보니 복지혜택이 없었다. 4대보험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부분을 지원하려고 생각 중이다. 건강검진을 후원한다던가.
레진코믹스가 웹툰 플랫폼으로서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장르의 다양화, 창작자의 보다 나은 환경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음지에 있던 만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로 성장시킨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의 역할이 무척 크다, 우리는 그 다음 주자로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음악에 비교한다면, 인기 가요뿐 아니라 재즈나 힙합도 충분히 멋지고 즐겁다는 걸 알리고자 한 것이다.
웹툰 플랫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매체가 많아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만화를 창작해내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북미나 유럽 몇 나라, 일본이나 우리나라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리소스가 무척 좋은 편이고.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있었나, 놀랄 때가 굉장히 많다. 만화시장이 축소되면서 해외에서 연재하는 등, 아직도 발굴될 작가들이 많이 있다. 플랫폼이 많아지면 그런 작가들의 활동 영역도 넓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장르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레진코믹스가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웹툰 플랫폼 후발 주자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만화 플랫폼은 재미있는 만화와 편의성 있는 서비스가 기본이다. 거기에 기존 포털과 조금 다른 만화로 차별화를 두었다. 어떤 매체에서도 소화하기 힘든 만화를 발굴한 것이 우리만의 강점이 됐다. 그런데 이런 요소는 유료화 전략이어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초창기 만화 포털 역시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고자 했다. 그러나 트래픽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중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 없었다. 우리가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는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트래픽 수익 구조가 아닌, 유료 결제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처음 시작할 때부터 플랫폼의 방향성과 성격을 확실히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에 대해 신념을 갖고 밀고 나가는 뚝심도 어느 정도 필요하고.
웹툰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만화 시장이 침체됐던 이유는 사람들이 만화를 보기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고, 소비될 콘텐츠가 부족했을 뿐, 소비층은 늘 존재했다. 장르에 특화된 다양하고 심도 있는 만화가 나온다면 얼마든지 시장성은 있다. 더구나 만화가 원천 콘텐츠로서 조명을 받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만화 산업의 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져 좋은 만화들이 계속해서 나오면, K팝처럼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레진코믹스의 경우 우리 작품 스무 개가 6월 말부터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영어로 북미권에 선보일 예정이고.
레진코믹스가 앞으로 바라는 것은?
처음 레진코믹스엔 작지 않은 성장통이 있었다. 일을 처리할 때 진행상의 미숙함도 있었다. 그래서 편견과 오해도 많이 생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본적으로 만화를 좋아하는 DNA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고, 만화계의 생태계를 건강해지길 바라고 있다. 회사의 1차 목표를 신인 작가들의 연봉이 대기업 신입 사원의 연봉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둘 정도로, 창작자의 환경이 윤택해지게 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만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회사로서, 만화계와 함께 건강한 동반성장을 하고 싶다. 또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더 자신감을 가지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당당했으면 하고. 그럴 수 있게 하려고 만든 것이 바로 레진코믹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