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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모험, 자유 그리고 도전을 향한 애니플레이! 제18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참관기

지난 10월 21일, 제18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BIAF2016)이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렸다.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축제로 손꼽히는 BIAF2016은 올해로 18번째를 맞이할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눈여겨보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내용도 알찼다.

2016-11-14 김상희


△ 사진1. BIAF2016 개막식 심사위원
지난 10월 21일, 제18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BIAF2016)이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렸다.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축제로 손꼽히는 BIAF2016은 올해로 18번째를 맞이할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눈여겨보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내용도 알찼다. BIAF2016의 주제인 애니플레이(Ani+Play)에 어울리게 일반영화제로서의 볼거리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즐거운 ‘놀이’로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에 걸맞게 관람객들이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페어, 포럼, 이벤트와 같은 여러 가지 부대 행사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다.

개막작 <쿠보와 전설의 악기>를 시작으로 1천여 편의 작품 상영
△ 사진2. 트래비스 나이트, <쿠보와 전설의 악기>, 2016.
BIAF2016의 상영작도 해외 최신작부터 작품성을 고루 갖춘 애니메이션들로 구성되어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다. 21일에 상영되는 개막작인 <쿠보와 전설의 악기>를 비롯해서 최근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과 극장판 <하이큐> 1, 2편은 매표가 시작되기 무섭게 매진사례를 일으켰다. 이외에도 세바스티앙 로덴바흐의 <손 없는 소녀>, 앤 마리 플레밍의 <윈도 호스>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개막작인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라이카의 작품으로 발매 55초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코렐라인: 비밀의 문>, <파라노만>, <박스트롤>에 이은 네 번째 장편이자 창립 10주년 기념작으로 샤를리즈 테론, 매튜 매커너헤이, 랄프 파인즈와 같은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이 성우를 맡았고 해외 평단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라이카 CEO이자 대표인 트래비스 나이트의 감독 데뷔작으로 아시아 전통문화의 틀을 빌려서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홀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전설의 악기를 통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악한 외할아버지와 맞서는 쿠보의 모험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원제인 에서 나타나듯 전설의 악기를 완성하는 두 줄의 비밀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이 밖에도 <극장판 하이큐-끝과 시작>, <극장판 하이큐-승자와 패자>인 극장판 <하이큐> 시리즈 두 편과 <너의 이름은>은 발매되기 무섭게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정식 개봉을 하지 않은 <너의 이름은>과 마니아층을 형성한 극장판 <하이큐>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 수 있었다. 인기작뿐만 아니라 작품성을 인정받은 애니메이션도 마련됐다. 토론토 영화제 상영작 <4월25일 갈리폴리>,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 대상을 수상한 세바스티앙 로덴바흐의 <손 없는 소녀>, 클로드 바라스의 <내 이름은 꾸제트> 등 장편들이 상영됐다. 단편작으로는 안시대상 수상작 <사라진 머리>와 자그레브대상 수상작 <엔드게임>, 홀란드 대상 수상작 <비포 러브> 등이 선보였다. 국내 작품으로는 이규리의 <친절한 미자씨>, 정서희, 장효원, 김은혜의 <지우개 아버지> 조종덕의 <우리집 멍멍이 진진과 아키다> 등 흥미로운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감독 실뱅 쇼메 마스터클래스

△ 사진3. 실뱅 쇼메 마스터클래스
특히 올해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해여서 칸영화제, 안시애니메이션영화제, 세자르 영화제에서 수상한 프랑스 애니메이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더 프렌치 이어 특별전과 프랑스 대표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안시애니메이션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마련한 안시2016 수상작 특별전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한자리에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프랑스 애니메이션 감독 실뱅 쇼메가 내한하여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BIAF2016이 개막되기 전부터 화제를 된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벨빌의 세쌍둥이>, <일루셔니스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로 유명한 실뱅 쇼메 감독이 관객들에게 직접 애니메이션 창작과정과 작품세계, 재미있던 일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뱅 쇼메 감독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만화작가이자 애니메이터, 감독이며 뮤지션으로 이미 4번의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앙굴렘 만화대상, 2번의 프랑스 아카데미 수상, 영국 아카데미 수상, 유럽영화상 작품상 수상 및 미국 LA 뉴욕, 보스턴, 시애틀 비평가 협회상 수상, 칸영화제 수상 및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개막작 선정되는 등 전 세계 애니메이션과 영화 평단에서 인정받은 아티스트이다. 뿐만 아니라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이탈리아 영화 <조란, 마이 네퓨 더 이디엇>에서는 배우로 출연했고, <벨빌의 세쌍둥이>로 아카데미 음악상 노미네이션, 그리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작사, 작곡에도 참여할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그래픽 노블 <레옹 라 캄>으로 르네 고시니 상, <추하고, 가난하고 그리고 아픈>으로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최우수상을 비롯하여, 단편 <노부인과 비둘기>로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단편 대상과 영국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영화제에도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일루셔니스트>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 큰 인기를 끌었다.
△ 사진4. 좌측부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1000마일>
‘감독이 좋아하는 감독’으로 불리는 실뱅 쇼메는 은둔자로 여겨질 만큼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 한국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BIAF 김성일 프로그래머가 올해 여름, 프랑스 레방스에 살고 있는 감독을 직접 방문한 노력 덕분에 한국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에곤 실레와 자끄 따띠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처럼 그의 작품을 보면 과장된 신체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음악적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마임을 통해서 움직임과 캐릭터를 그리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작품을 보면 마치 눈으로 음악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의 작품에서 그려진 아버지의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 자신의 아버지를 반영했다기보다는 지금 아버지가 된 자신이 투영된 것 같다며 그의 딸이 직접 만든 애니메이션도 공개하는 사랑스러운 딸 바보의 모습도 드러냈다. 또한 1950년대의 이탈리아 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 고백하면서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한 로드무비인 <1000마일>을 최초 공개했다.
이처럼 실뱅 쇼메의 마스터클래스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애니메이션 감독의 창작과정 속 비결과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애니메이션의 원래 의미인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행위를 그저 움직이는 모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마임과 음악을 통해서 인간의 의식과 감정을 흥미롭게 접근하는 실뱅 쇼메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 아시아 애니메이션 학술포럼 인기리 진행
△ 사진5. 아시아 애니메이션 학술포럼
<부산행>으로 올 여름을 달궜던 연상호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됐다. 천만 관객이 관람한 <부산행>의 프리퀄이자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 부문 선정작인 <서울역>을 감상한 뒤에 연상호 감독, 이동하 프로듀서와 함께 한국형 좀비 탄생의 비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인 실사영화 <부산행>은 이미 홍콩과 대만의 높은 흥행기록을 세울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연상호 감독, 이동하 프로듀서와 함께 최익환 감독이 모더레이터를 맡아 ‘부산행’과 ‘서울역’을 비롯해서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경계를 오갔던 제작 과정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일간의 아시아 애니메이션 학술포럼(ASIA ANIMATION FORUM 2016)도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애니메이션 + 상상력의 집합”이란 주제로 학계, 교육계, 산업계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전공 학생들, 일반인도 참여해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11개국에서 40여 명의 강연자가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진행한 이번 포럼은 시작 전부터 120명이 넘는 사전등록자들에 이어 23일 포럼도 만석을 만들어서 주최 측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후문이었다.

BIAF2016 본상 장편 부분 <손 없는 소녀> 수상
△ 사진7. BIAF 본상 장편 부문 ‘손 없는 소녀’ 수상
25일 폐막식에는 BIAF2016의 시상식과 폐막작인 장편부분 본상 수상작인 <손 없는 소녀>를 상영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어 심사위원상은 앤 마리 플레밍의 <윈도 호스>, 우수상과 관객상은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이 선정되었다. 단편 부문에서는 이고르 코발로프의 <비포 러브>가 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에는 테오도르 위셰브의 <블라인드 바이샤>가 선정되었으며, 사무엘 얄의 <누베스>와 스테파니 랑사크, 프랑수와 르루아의 <차가운 커피>가 우수상을 수여받았다. 관객상은 로랑 키르허의 <그랜드 슬램 오발리>가 차지했다.
학생 부문에서는 나디아 안드라세브의 <노이즈 오브 릭킹>이 대상을 받았으며, 제니아 스미르노프의 <루빅 큐브>가 심사위원상, 관객상은 정서희, 장효원, 김은혜의 <지우개 아버지>가 받았다. TV&커미션드 부문에서는 뱅상 파타, 스테판 오비에의 <우당탕 마을 : 백 투 스쿨>(해외)과 김탁훈, 고일준의 <뾰족뾰족 포크가족>(국내)이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온라인 부분 우수상은 손혜민의 이 수상했다.
장동렬 BIAF2016 조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통해서 “프랑스의 안시,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캐나다 오타와에 이어 아시아에서 전 세계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메카로써 성장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록 대부분의 수상작들이나 참가작들이 유럽출신 작품들로 채워졌지만 내년에는 다양한 국가의 더 많은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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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