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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프랑스 만화계 정리

연말이 되면 프랑스 만화계는 한 해를 정리하며 일 년 여간 주목받았던 작품들과 작가들을 꼽는다. 출판, 판매 수치의 통계를 내는 것은 12월이 마무리되고 난 이후 각각의 출판사, 만화/출판 협회 등에 의해 총 정리되곤 한다. 다양한 협회와 이름 있는 축제 등에서 선택한 올 해 출간된 작품들과 주목받았던 올해의 전시들, 관련 행사들과 이슈 등을 살펴본다면 2018년 프랑스 만화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살펴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8-12-11 윤보경

연말이 되면 프랑스 만화계는 한 해를 정리하며 일 년 여간 주목받았던 작품들과 작가들을 꼽는다. 출판, 판매 수치의 통계를 내는 것은 12월이 마무리되고 난 이후 각각의 출판사, 만화/출판 협회 등에 의해 총 정리되곤 한다. 다양한 협회와 이름 있는 축제 등에서 선택한 올 해 출간된 작품들과 주목받았던 올해의 전시들, 관련 행사들과 이슈 등을 살펴본다면 2018년 프랑스 만화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살펴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밖에 주목할 점으로는 세계 경제의 위기로 침체된 만화 시장을 되살리려는 노력과 동시에 작가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예전 같지 않은 만화 시장 전반의 상황 인식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만화계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은 그 이전부터 즉, 만화 작품과 작가의 수가 시장이 요구하는 수를 넘어서면서부터 점차 부각되었다. 보다 구체적인 지표를 통한 실태 파악은 만화계의 전반적 현황을 조사하고 분석한 ‘레 제타 제네루 (Les Etats Generaux : 어떤 분야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조사하도록 임명받은 임시 협회)’의 2016년의 활동을 통해 가능했다. ‘레 제타 제네루’의 조사를 바탕으로, 올 9월 파리에서는 ‘직업작가 동맹 (La ligue des auteurs professionnels)’이 결성되었다. 이 동맹은 작가의 노동에 걸맞은 보수 보장, 사회 보장과 저작권 강화, 더 나은 작업 환경 조성, 작가와 에디터 간의 평등한 관계 보호 등 작가의 직업적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들이 (만화 작가 뿐 아니라 소설가, 어린이 동화 작가, 평론가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 동맹에 대거 동참했는데, 조안 스파 (Joann Sfar), 마리 오드 뮈라이 (Marie-Aude Murail), 브누아 페터즈 (Benoit Peeters), 말리키 (Maliki), 크리스토프 아를레스통 (Christophe Arleston)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기존의 다양한 작가 협회들도 계속 동맹에 가담하고 있으며 동맹의 활동에 함께할 뜻을 보였다. 앞으로 프랑스 만화계가 작가의 권위 향상과 만화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어떤 활약을 펼쳐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직업작가 동맹 참여 작가들

프랑스에서 주목된 작품들 (2018년 출간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위에서 언급한대로 연말에는 다양한 협회와 축제 등에서 금년 출간된 만화 작품들 가운데 주목할 작품을 선택해 발표하고 시상한다.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고 사랑받은 작품들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들의 선물을 준비하는 일반적인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책 쇼핑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의 경쟁작들 가운데 우선 이목을 끄는 부분은 작품들 각각의 개성과 다채로움이다. 이전 경쟁작에 비해 작가들의 출신과 배경도 꽤 다양한데 항상 대다수를 차지했던 프랑스 작가, 일본 작가의 작품들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문화, 사회 속의 이야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낸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선정되었다. 프랑스와 일본 외에도 미국, 오스트리아, 영국,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한국 등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작가들의 모두 다른 개성들이 담긴 작품들이다. 
올해의 경쟁작 가운데에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윤선 작가의 <홍길동의 모험 (Les aventures de Hong Kiltong)>은 어린이만화경쟁부문에, 싸에라 (Ca et la) 출판사를 통해 프랑스에 소개된 송아람 작가의 <두 여자 이야기 (Deux femmes)>는 공식경쟁부문에 선정되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프랑스 시장에 꾸준히 소개된 한국 만화가 그 자리를 점차 찾아가고 있고, 타국의 작가만화에 대한 어색함과 낯설음이 점차 새로움과 반가움으로 바뀌어 프랑스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진전과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점일 것이다.

△ 박윤선, <홍길동의 모험>

△ 송아람, <두 여자 이야기>

다른 경쟁작들 가운데 주목할 작품들도 여럿 있다. 우선 <설국열차 (Transperceneige)>로도 한국에 잘 알려진 장 마르크 로세트 (Jean-Marc Rochette)의 신작 <엘레푸르아드 - 고도 3954 (AILEFROIDE - Altitude 3954)>는 높은 산에 오르는 산악인이 되어 자연의 품 안에서 작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꿈꿨던 작가의 평소 희망이 이야기로 구체화되어 그려진 작품이다. 순수 회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의 필력과 그동안의 연륜이 느껴지는 서사 전개가 눈길을 끌었다. 
고블랭 애니메이션 학교 출신의 젊은 작가, 톰 오고마 (Tom Haugomat)가 그린 <가로질러 (A travers)>의 간결한 그래픽 스타일과 서사방식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책 전체가 글 없이 모던한 이미지로 한 인물의 일생을 그려내는데, 인물의 상황과 그 인물이 바라보는 것, 그의 시선이 가로지르는 사물의 형체를 통해 그의 일생을 더 넓게 이해할 수 있다.

△ 톰 오고마, <가로질러>

앙굴렘 축제의 공식경쟁부문에 소개된 작품들 가운데는 프랑스의 만화기자/비평가 연합 (L'ACBD)이 선정한 올해의 작품들도 찾아볼 수 있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다섯 작품 가운데 네 작품이 앙굴렘의 경쟁부문에도 중복으로 선정된 것이다.

△ 만화기자/비평가 연합(L'ACBD)이 선정한 올해의 작품 최종 후보

미국에서 이미 큰 호평을 받고 출간된 에밀 페리스 (Emil Ferris)의 <내가 사랑하는 것, 그것은 괴물들 (Moi, ce que j’aime, c’est les monstres)>은 프랑스 독자와 만화 평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괴물 형상에 매료된 어린 소녀의 일기장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다른 존재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줄쳐진 스프링 노트에 색깔 볼펜으로 꼼꼼하게 글과 그림을 그려 넣은 작가의 그래픽 스타일이 작품의 내용과 일기 형식에 아주 잘 어울린다. 우리에게 작품 <쥐 : 한 생존자의 이야기 (Maus)>로 알려져 있는 작가 아트 슈피겔만 (Art Spiegelman)의 추천과 호평을 받았으며,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불릴 정도로 호흡이 길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최종적으로 프랑스의 만화기자/비평가 연합이 선정한 올해의 작품이 되었다. 
언뜻 보기엔 중국 만화인가 싶을 정도로 중국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Servir le peuple)>는 벨기에 작가 알렉스 잉커 (Alex W. Inker)가 옌련커 (Yan Lianke)의 장편소설을 만화로 작업한 작품이다. 만화의 원작인 옌련커의 소설은 중국에서 판매 금지되었는데, 마오쩌둥의 열렬한 지지자 군인 우다왕이 사단장의 아내 류롄의 성적 유혹에 빠진다는 사회 비판적 내용이다. 알렉스 잉커는 독재사회의 위선을 까발리기 위해 중국의 정치 선전화 이미지를 만화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그려내어 작품의 풍자적 성격을 더 강조했다. 


△ 에밀 페리스, <내가 사랑하는 것, 그것은 괴물들>

△ 알렉스 잉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영국 작가, 조프 윈터아트 (Joff Winterhart)의 <짧은 거리 (Courtes distances)>는 반대되는 성격과 환경 속의 두 명의 주인공이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그린 작품이다. 진솔한 연민을 담은 심리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피에르-앙리 고몽 (Pierre-Henry Gomont)의 <말라테르 (Malaterre)>는 가족의 끈끈한 인연을 그린, 작가의 실제 경험들이 바탕이 된 작품이다. 결혼 생활과 일상을 방치한 채 아프리카로 떠난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온 자식들과 재회하면서 갖게 되는 복잡한 감정들과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피에르-앙리 고몽은 2016년 이탈리아의 동명 소설을 만화화한 <페레라 프레텅 (Pereira Prétend)>으로 프랑스 평단의 호평과 다수의 상을 받은 바 있다. 
앙굴렘 공식부문 경쟁작에 선정되지 않았으나 올해의 렁데르노 만화상 (Prix Landerneau BD)을 받았고, 만화기자/비평가 연합이 선정한 마지막 후보 작품은, 록산 모레이 (Roxanne Moreil)가 시나리오를 쓰고 시릴 페드로사 (Cyril Pedrosa)가 그린 <황금시대 (L’Âge d’or)>이다. 호평을 받았던 작품 <세 개의 그림자 (Trois ombres)>와 <포르투갈 (Portugal)>이 번역, 소개되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알려진 작가 시릴 페드로사는 올해 출간된 <황금시대>를 통해 화려함과 유려함이 무르익은 아름다운 이미지들로 9세기 중세의 역사적 사건들과 상상된 이야기를 그려냈다. 

△ 록산 모레이, 시릴 페드로사, <황금 시대>

한 해 동안, 프랑스의 노련한 거장 작가의 작품부터 이제 막 첫 만화를 출간한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들까지 다양한 만화들이 출판 시장에 선보였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위에서 살펴 본 작품들은 대중적 사랑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대체로 변화에 보수적으로 대응한다고 평가되는 프랑스 사람들이지만,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면 타국 문화의 색채가 아주 강하거나 새로운 형식, 스타일의 변화를 불러온다 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금년 프랑스에서 출간되고 널리 읽힌 작품들을 살펴보면 프랑스 독자들의 그러한 성향을 엿볼 수 있다.

2018년의 만화 전시들

올해 1월에 있었던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는 일본 만화에 대한 전시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망가의 신, 오사무 데즈카>와 <우라사와 나오키의 예술>, 두 전시 모두 일본의 유명 작가와 작품을 다루고 있으며 <우라사와 나오키의 예술> 전시는 올 봄 파리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당분간 앙굴렘 축제에서 일본 만화 전시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 축제에는 <핑퐁>으로 잘 알려진 타이요 마쯔모토와 <블레임!>의 츠토무 니헤이 전시가 기획되어 있다. 
2018년 2월, 파리에 위치한 한국문화원 (Centre culturel coreen)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한국의 웹툰 전시 <웹툰 ! 스페셜 평창 (Webtoon ! Spécial PyeongChang)>이 있었다. 한국의 여러 작품들과 프랑스와 다른 형태의 웹툰 시스템, 웹툰을 읽는 방식 등도 전시를 통해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보수적인 프랑스 독자들에게는 스크롤을 내리며 만화를 읽는 방식이 생소할 수 있는데, 본 전시에는 작품을 직접 읽어볼 수 있도록 타블렛이 배치되어 웹툰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전시장 외에도 웹툰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델리툰 (Delitoon) 사이트에서도 번역된 한국 작품들을 읽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번 전시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동계올림픽을 맞아,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한국 웹툰의 깊이를 종합적으로 선보이는 전시였다. 

△ <웹툰 ! 스페셜 평창>전시 포스터와 피가로(Figaro)지에 소개된 <웹툰 ! 스페셜 평창>전시 관련 기사

앙굴렘 국제만화이미지센터 (La cite internationale de la bande dessinee et de l'image)에서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5월의 68혁명을 기념하기 위한 <68년 5월 : 포석과 칸 아래 (Mai 68 : sous les pavés les cases)> 전시가 있었다. 2018년 11월에 들어서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정책 등에 반대하며 ‘노란 조끼 (Gilets Jaunes)' 시위가 시작되었는데, 시위대와 정부의 대치가 나날이 더 격해지면서 ’68혁명이 재현될 것‘이라거나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등의 68혁명을 재조명하는 상황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 프랑스의 역사적 사건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운동으로 평가되는 68혁명은 프랑스 제 5공화국 샤를 드 골 (Charles de Gaulle) 정부의 실정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저항 운동과 총파업 투쟁이었다. 대학 행정부와 경찰에 대한 학생 봉기로 시작되었으나 이후에는 파리 전 노동자의 대다수가 함께 투쟁하여, 그 규모가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혁명으로 발전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혁명이었으나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종교, 애국주의, 권위 등 과거 보수적인 가치들이 현대 프랑스에서 추구하는 가치들인 평등, 인권, 성해방, 공동체주의 등으로 대체된 것이다. 68혁명은 과거의 불합리에 저항하며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세운 운동으로 평가된다. 68혁명은 만화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만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적, 유희적인 목적을 갖는다는 오래된 편견에 의문이 쏟아졌다. 미디어로서의 만화 정체성에 대한 논의와 그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시도가 뒤를 이었다. 
혁명 50년 후, <68년 5월 : 포석과 칸 아래> 전시에서는 68혁명이 만화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던진 질문이 어떻게 작가들과 독자들 사이에서 공론화되고 오랜 편견을 넘어 주된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다뤘다. 전시는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다. 68혁명 직후에 그려진 작품 - 주로 간단한 카툰, 시사만화 - 등을 소개하며, 혁명의 전개 양상과 사회 분위기에 대해 분석한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 갈래에서는 혁명의 분위기가 다 소진되고 난 이후 전설로 남은 사회적 운동이 어떻게 만화에서 묘사되고 이야기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데니스 보다 (Denis Bodart), 장 필립 브라망티 (Jean-Philippe Bramanti), 폴 코우에 (Paul Cauuet), 세바스티앙 바쌍 (Sébastien Vassant) 등의 오리지널 원고와 필로트 (Pilote), 하라키리 (Hara-Kiri Hebdo) 등 68혁명의 사회적 분위기가 잘 드러났던 당시 잡지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장 조레스 재단 (Fondation Jean Jaurès)의 사진 여러 장 등, 80점 이상의 만화 페이지, 책, 잡지, 사진, 문서 등으로 채워졌으며, 티에리 그로엔스틴 (Thierry Groensteen)이 전시의 총 감독을 맡았다. 

△ <68년 5월 : 포석과 칸 아래>전시 포스터

△ <68년 5월 : 포석과 칸 아래>전시 소개, 전시장 전경

또한 프랑스가 사랑한 시나리오 작가, 르네 고시니 (René Goscinny)의 사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고시니와 영화, 아스테릭스와 럭키 루크, 그 외 (Goscinny et le cinéma, Astérix, Lucky Luke et cie)> 전시는 2018년 봄에 있었다. 르네 고시니는 알베르 우데르조 (Albert Uderzo)와 함께 작업한 <아스테릭스 (Astérix)>, 모리스 (Morris)와 함께한 <럭키 루크 (Lucky Luke)>, 장 자크 상페 (Jean-Jacques Sempé)와 함께한 <꼬마 니콜라 (Le petit Nicolas)>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르네 고시니 작가 사후에도 그의 작품들은 다양한 영화로 제작되고 대중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으며, 원작의 등장인물들은 영화 캐릭터로 계속 성장해왔다. 이는 그 전까지 없었던 복수의 미디어(만화-영화)를 통한 성공 사례였다. 이번 전시는 그의 창작 기반이 되었던 참고 작품들과 이후 다양하게 펼쳐진 그의 작품들이 중심을 이뤘다. 그의 시나리오가 만화로, 또한 만화가 영화로 재탄생하며 파생된 여러 이미지들과 문서, 사진, 영상, 참고 자료, 포스터 등도 함께 선보였다. 

2018년의 만화대담 (Rencontres Nationales de BD) : 만화와 영화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만화대담은 앙굴렘 국제만화이미지센터에서 매년 주관하고 있는 ‘대중적 학술대회’라 할 수 있는데, 이번 대담의 주제는 ‘만화와 영화’로 이틀간 진행되었다. 
‘이미지를 통한 서사 전달’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두 미디어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21세기에 들어서며 다양한 만화 작품들이 영화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하거나 영감의 원천이 되는 사례들이 점점 많아졌다. 
미국의 DC 코믹스나 마블 (Marvel) 코믹스 등의 히어로 장르 만화들은 앞 다투어 스크린에 재현되었는데 출판사가 한 해에 거둬들이는 절반 이상의 수입이 영화 판권을 통해 이뤄질 만큼, 대중성과 흥행 면에서 두 미디어의 성공적인 합작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근래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의 영화화 사례는 <아스테릭스 : 미션 클레오파트라 (Astérix : mission Cléopâtre)>와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Tintin : le secret de la Licorne)>, 그리고 <온 더 트레일 오브 마수필라미 (Sur la piste du Marsupilami)>로 꼽힌다. 언급된 블록버스터 외에도 다양한 프랑스 영화들이 만화 작품을 토대로 제작되고 있는데, 2013년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받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 (La Vie d’Adèle)>, <케 도르세 (Quai d’Orsay)>, <블랑 섹의 기이한 모험 (Les Aventures extraordinaires d’Adèle Blanc-Sec)>,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 (Valérian)>, <마담 보바리 (Gemma Bovery)>, <베카신! (Bécassine !)>, <스탈린의 죽음 (La Mort de Staline)> 등 작품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또한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랍비의 고양이 (Le Chat du rabbin)>, <작은 시냇물 (Les Petits Ruisseaux)>, <루! 작은 신문 (Lou ! Journal infime)>의 경우는 만화 작가 자신이 스스로 영화화에 참여한 작품들이다.
이번 대담에서는 ‘영화계가 어떤 이유로 작품 제작의 원천으로서의 만화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지, 영화화의 원작으로서 만화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의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 <만화대담>을 주관하는 국제만화이미지센터장, 피에르 렁게르티와 제3회 <만화대담> 운영자, 티에리 그로엔스틴의 대담 주제 소개 영상

3회 만화대담의 운영 전반을 맡은 티에리 그로엔스틴의 <만화와 영화 : 함께 나눈 역사 (Bande dessinée et cinéma : une histoire partagée)> 발제로 대담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니콜라 라바르(Nicolas Labarre)가 1930년대 미국 만화를 토대로 제작된 미국 영화의 사례를 소개했다. 해리 모르간(Harry Morgan)은 실패한 영화화 작품들을 소개하며, 왜 망할 수밖에 없는 영화화 사례였는지 원작과의 구체적인 비교를 통해 신랄하지만 유쾌한 발제를 진행했다. 장 필립 메르시에 (Jean-Pierre Mercier)는 <땡땡의 모험>과 <아스테릭스>의 영화화를 구체적으로 소개했고, 뱅상 브루너 (Vincent Brunner)는 <만화 시장에 도움을 받고 있는 할리우드 : 슈퍼 히어로 블랙버스터 (les blockbusters de superhéros : Hollywood au secours de l’industrie du comic book)>를 발표했다. 모든 발제의 마무리마다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고, 프로그램의 끝부분에는 대 토론이 있었다. 

△ 제3회 <만화대담>의 발제자 : 니콜라 라바르, 해리 모르간, 티에리 그로엔스틴.

이튿날 대담의 시작은 다양한 전문가, 업계 인사들의 토론으로 시작되었다. ‘원작 만화가는 영화화를 통해 어떤 이익/영향을 얻게 되는가?>, <작가 스스로 영화화하는 것이 가장 나은가?> 등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들이 토론을 이끌었다. 이후,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관계와 텔레비전 시리즈화 등에 대해 조명하는 발제로 대담은 막을 내렸다. 이틀간의 만화대담은 실시간으로 유투브 생중계되었다. 대부분의 발제와 토론은 영상으로 남아 국제만화이미지센터 유투브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대담이 불어로 진행되긴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의 대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 https://www.youtube.com/user/lacitebd/videos)

지금까지 2018년 프랑스에 출간된 만화들 가운데 작품성을 인정받거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을 둘러봤고 어떤 계기와 기회들로 인해 열린 전시들이나 관련 행사, 만화계의 움직임 등을 알아보았다. 
올해의 프랑스 만화계를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를 굳이 찾자면 ‘다양성’과 ‘작가 권익 찾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스타일이나 유행 등이 매년 빠르게 흐르거나 급작스레 바뀌지 않는 프랑스 사회의 특성 때문에, 딱 잘라 ‘올해의 경향이 어떠했다’라고 간단히 정의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큰 흐름은 존재하고, 그 방향은 ‘작품의 다양성’과 ‘창작 활동 보호’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