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은 2013년 유료 웹툰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유료 웹툰에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점쳤으며 그 때부터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매년 500억 이상을 투입하며 해외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였으며 6개 언어권에 공식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진코믹스와 탑툰도 2014년부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선포하며 미국, 일본, 대만 등의 국가에서 웹툰 유료 서비스를 전개하였다.
한국 웹툰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그 저변을 넓히는데 노력하여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통념을 극복하고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는 포털사이트 중심의 네이버웹툰, 다음웹툰, 야후웹툰과 같은 서비스들의 가장 큰 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웹툰은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콘텐츠로 인식되었으며 “유료(chargeable)”모델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어떤 식으로 하든지 웹툰은 돈이 되는 콘텐츠가 되기 힘들고, 포털들의 트래픽 유도(traffic hooking)을 위한 미끼 상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13년 레진코믹스가 <기다리면 무료>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웹툰 유료화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면서 한국 웹툰 산업은 본격적인 도약의 기회를 얻게된다. 즉, 레진코믹스의 성공으로 인해 기존의 포털웹툰 서비스들과 후발 플랫폼들이 모두 웹툰 유료화 모델을 적용하였으며 이 때부터 한국 웹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시작되었다.
△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연도별 웹툰 제작 현황
매년 200편 내외의 작품을 제작하던 한국 웹툰시장은 2013년부터 383편을 시작으로, 2014년 756편, 2015년 1,398편, 2016년 2,186편으로 점점을 찍었다. 2017년은 1,656편, 2018년은 1,451편으로 최근 2년간은 다소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는 웹툰 플랫폼 경쟁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면서 웹툰 플랫폼들의 폐업, 업종변경, M&A등이 이루어진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밤토끼>로 대변되는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들의 등장으로 웹툰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웹툰 누적 제작 작품 수 현황
한국웹툰은 2003년 강풀의 <순정만화>를 그 시작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2003년부터 제작된 웹툰 작품은 2018년 말 누적 8,772편을 기록했으며, 2019년 10월 마침내 누적 10,000편의 작품 시대를 열게된다. 2003년 부터 2019년까지 약 16년간 웹툰 10,000편 시대를 열기까지 웹툰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진화했다. 그리고 웹툰은 해외로 본격적인 그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현재 해외진출은 크게 플랫폼 직접 해외 진출, 해외 합작 플랫폼 설립, 해외 작품 퍼블리싱의 3가지 방식이 있다. 상기 방식 중 현재 가장 활발한 것은 플랫폼 해외 직접 진출이다.
웹툰의 글로벌화를 선도한 웹툰 플랫폼들은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탑툰, 투믹스 등이 있으며 해외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먼저 네이버웹툰은 영어, 중국어(간체/번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권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기 5개 언어에 1,681편의 작품을 서비스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2019년 5월 본격적인 미리보기 유료화를 통해 해외에서도 본격적으로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 레진코믹스는 영어권 122작품, 일본어 77작품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영어권에서 한 해 단독매출 100억대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지며 해외 진출의 본격적인 성과를 알리고 있다. 탑툰은 대만에 92편 중국에 330편의 남성향 작품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대만에서 1위 유료 플랫폼으로서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또한 투믹스는 2019년 해외 진출을 시작한 이래로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프랑스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총 614편을 서비스하고 있다.
△ 국내 웹툰 플랫폼 해외 작품 서비스 현황
이런 웹툰 플랫폼들의 해외 진출은 크게 3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첫째 한국웹툰 소비시장의 한계이다. 기본적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는 언어 인구에 기반한 비즈니스이다. 시장 규모의 한계로 인해 한국 내에서의 경쟁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지 오래이다. 한국 웹툰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콘텐츠 해외 수출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으며 이는 제조업이 이미 해외 수출을 통한 글로벌화를 통해 수십년간의 성장을 보여준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둘째, 웹툰은 다른 콘텐츠에 비해 제작비용이 낮고 해외 ROI가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코믹스의 선두주자인 웹툰은 해외 진출을 통해 윈-윈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타 콘텐츠에 비해 낮은 제작 비용으로 벌써 10,000편 시대를 연 한국 웹툰은 우수한 콘텐츠 경쟁력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해외 웹툰 바이어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웹툰을 수급하여 서비스함으로써 수익을 높이고, 한국웹툰 플랫폼이나 퍼블리셔들은 해외 수익 확보를 통해 웹툰 비즈니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셋째,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가 갖춰진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웹툰은 교육인프라(infra), 작가풀(pool), 에이전시 및 스튜디오, 플랫폼(platform), 정부의 지원 등 디지털코믹스를 위한 생태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다른 경쟁국가에서는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하기까지 3년에서 5년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례로 프랑스나 호주, 유럽이나 중남미 여러 국가들에서도 디지털코믹스에 대한 소비는 일어나고 있으나 산업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웹툰 불법복제는 지난해 5월 가장 큰 한국어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밤토끼>운영자 검거로인해 일단락되는 듯 하였다. 하지만 이는 웹툰불법복제의 경험을 좀 더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웹툰 산업계에 더 큰 재앙으로 다가왔다. <밤토끼> 폐쇄 이후 3개월만에 이미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들의 트래픽 총합이 2018년 5월 이전 수준으로 원상복귀하였다. 또한 그 이후 1년 넘게 밤토끼를 모방한 유사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여 작년의 2배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트래픽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웹툰 산업에 직접/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심각한 수준의 경제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월간 트래픽 변화
하지만 웹툰 불법복제의 심각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웹툰 불법복제는 웹툰의 글로벌화와 함께 해외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불법복제 사이트는 한국저작권보호원이나 플랫폼들의 노력을 통해 그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웹툰 불법복제는 그 범위와 규모가 어디까지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어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에서 다양한 형태로 불법복제가 일어나고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수많은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들이 존재하며 이들 플랫폼들 중 높은 트래픽을 기록한 사이트들의 경우 투자를 받고 합법적으로 웹툰을 수입하고자 국내 여러 업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믿을 수 없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의 경우 유튜브를 통한 웹툰 공유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런 웹툰공유가 저작권에 대한 어떤 인식조차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미의 한 국가에서는 네이버웹툰의 인기작을 블로그나 자신의 사이트에 올려 광고수익을 올리는 일이 아무런 제재없이 일어나고 있다.
상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웹툰의 글로벌화와 함께 웹툰 불법복제도 글로벌한 현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한국어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의 현황은 파악이 가능한 상태이나, 영어나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와 같은 타 언어 불법복제 현황은 조사조차 이루어진 적이 없다. 중장기적인 한국웹툰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글로벌 불법복제 현황파악과 대책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한국웹툰 10,000편 시대, 글로벌화와 불법복제 (하)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