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계속해온 네이버웹툰의 여름 특집 공포 웹툰 어떤 공포 웹툰이 좋은 호응을 얻었을까?
땅도 하늘도 물기를 머금은 여름이다. 뜨거운 물기 안에 갇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땀을 식혀줄 에어컨 바람과 시원한 디저트, 그리고 바로 여름 특집 공포 웹툰이다. 올해엔 아쉽게도 여름특집 웹툰이 부재한 관계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싹한 추억을 더듬어 보려 한다.
그 때 그 여름, 우린 어떤 웹툰에 심쿵했을까.
네이버 여름특집 웹툰은 2011년 미스테리 단편 시리즈로 시작한다. 작가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공포 웹툰 시리즈를 연재한다는 것부터 화제몰이에 충분했지만, 호랑작가의 <옥수역 귀신>편이 실검을 장악하며 소위 대박이란 것이 난다. 인기가 인기를 낳은 격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온 ‘옥수역 귀신’ 키워드를 보고 실제 옥수역에 귀신이 등장한 것일까 호기심을 느낀 네티즌들이 실검을 통해 웹툰으로 유입된 경우가 많았다. <옥수역 귀신>에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던 이유는 스크롤 만화에서 움직이는 효과를 도입한 것이 최초였기 때문이다.
정지된 상태의 컷에 익숙한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다가 갑자기 화면을 뚫고 나올 듯 튀어나오는 손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작가와 네이버의 서프라이즈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3D를 방불케 하는 기술로 독자들에게 쇼크를 주었다. 배경이 된 이야기까지 화제였다. 실제로 모 커뮤니티에서 일어났던 실화가 바탕이라는 설이 네티즌들 사이에 돌며 더욱 공포심을 높였다. 이 시리즈의 마무리로 <옥수역 귀신> 영문판이 나온 것을 보면 당시 인기가 해외까지 퍼졌을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옥수역 귀신>의 인기에 힘입어 네이버 여름특집은 2년 뒤 2013 전설의 고향으로 컴백한다. 전설의 고향이라는 타이틀답게 과거를 배경으로 한 공포 사극물이 많았던 이 시리즈의 화제작은 POGO 작가의 <장산범>이었다. 공포의 대상으로 익숙한 구미호, 처녀귀신과 달리 장산범이란 소재는 당시 생소한 것으로, 새로운 공포를 찾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장산범의 공포는 그가 내는 ‘소리’에 있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 이번엔 작가와 네이버가 네티즌들의 청각을 자극하기로 한다. 스산한 BGM을 삽입해 첫 컷부터 공포감을 조성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생경한 소재와 BGM으로 화제였던 <장산범>은 2017년 염정아 주연의 영화에서 다시 공포의 소재로 등장한다.
2년의 휴지기를 보내고 2015 소름이라는 타이틀로 돌아온 여름특집 웹툰.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이 시리즈는 서늘함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공포의 맛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했고, 공포 추리물이 주를 이루었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호랑작가의 <통벽귀신>. 썸네일을 클릭하자 영화의 시작처럼 화면이 모두 어두워진다. PC화면이 하나의 영화관인 것이다. BGM을 활용하여 컷에 따라 나오는 소리도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초단편 영화에 가까웠던 이번 시리즈들은 전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에 힘입어 바로 다음해에 비명이라는 타이틀로 나오게 된다.
2016 여름특집 비명에선 그동안 하나씩 단계를 밟아온 여름 시리즈의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다. 애니메이션적인 요소와 BGM이 한 단계 발전된 연출력을 보여준다. 첫 타자로 등장한 DEY작가의 <귀신알바>는 스토리의 기승전결과 공포영화 특유의 클리셰가 잘 버무려져 높은 평점을 받았다. 한 번 놀라는 것으로 끝나는 단순 에피소드에서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텔링으로의 발전이 눈에 띈다. 1년 전 비명 시리즈가 한 서린 귀신들의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였다면 <귀신알바>는 한 보다는 단순 공포에 더욱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귀신의 집이라는 공포영화 속 친숙한 소재에 좋은 기술을 엮어 ‘역시 공포는 익숙한 것이 제 맛’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느끼게 한다.
첫 연작이었던 2016년 후, 여름특집은 2년 뒤인 2018년 재생금지라는 타이틀로 연재되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성행하던 시기여서 그랬을까, 이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AI를 공포의 소재로 삼았다. QTT 작가의 <누리, 넌 누구니>에선, 기가지니를 닮은 IoT 제품 누리가 등장한다. 이제 막 우리 생활로 들어온 AI를 공포대상으로 삼다니, 조금은 잔인하다고 느껴진다. PC로 접속하자 QR코드를 찍어 모바일로 보게끔 유도되는데, 이것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압권인 마지막 장면을 위한 포석으로, 손가락 터치로 방향을 전환해가며 3D로 구현된 공간을 살펴봐야 한다. VR을 하듯, 내가 등장인물의 눈이 되어 화면을 구석구석 돌리다 보면, 숨어있던 귀신이 튀어나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옥수역 귀신> 이후 웹툰 비주얼 쇼크로는 양대산맥이 아닐까. 볼거리가 풍성해진 웹툰 기술에 찬사를 드린다. 조심해야 할 것은, 놀라서 핸드폰을 던질 수도 있으니 손에 잘 간수하고 봐야 한다는 점이다.
2019년, 여름특집 귀신사용설명서는 괴담의 재구성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시리즈이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봐서 알고 있는 괴담을 녹여 새로운 공포로 탄생시킨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이 시리즈에선 고태호 작가의 <벽장귀>라는 작품이 화제였다. 벽장 속 깊은 곳에서부터 다다다다 달려 오는 귀신. 그 소리가 효과음이 아닌 ‘다다다다’라는 자막 글자로 표현됐음에도 오히려 공포는 배가 되었다. 공포물의 백미, 마지막 장면은 공포영화 ‘셔터’가 생각난다. 소름끼치지 않을 수가 없는 장면으로 표현된 그림은 상상에 맡긴다. 익숙한 공포를 새롭게 재구성한 2019 귀신사용설명서는 다시 공포의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함이 느껴졌다.
공포 시리즈 없이 보낸 올해의 서운함을 뒤로하고, 2021년 여름엔 어떤 웹툰을 보며 떨려할까 기대하며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