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IP에 직접 투자해 작품 왜곡의 위험성 ↓
직접 연결된 유통망 활용해 웹툰 원작임을 중심
네이버웹툰의 2010년대를 대표하는 소년만화 세 작품, 이른바 ‘신노갓’으로 불리는 작품들의 애니화 1기가 마무리된다. <신의 탑>으로 포문을 열고, <갓 오브 하이스쿨>을 지나 <노블레스>까지 2020년 애니메이션 라인업을 선보였다. 그동안 웹툰은 드라마, 영화화 등 미디어믹스에서 실사화가 주류였다. <와라! 편의점> 시리즈나 <마음의 소리>등 애니메이션화가 없지는 않았지만, 주로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국한됐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이 동반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블레스>역시 2015년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후 웹툰 스토리의 프리퀄을 다룬OVA <노블레스: 파멸의 시작>, <노블레스: Awakening>이 공개된 바 있다. 앞선 두 작품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던 점을 생각하면, 그리고 2016년에 공개된 <노블레스: Awakening>이 프로덕션 I.G가 제작하고 크런치롤을 통해 유통됐던 것을 생각하면 2020년의 ‘신노갓’ 시리즈가 해외의 제작사를 통해 만들어져서 글로벌 공개를 크런치롤과 함께 한 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2020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노블레스>의 세번째 애니메이션은 꽤나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는 이제 시작 단계다. 일본의 경우처럼 인기작이 연재중일 때 애니메이션으로 보다 큰 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연재가 끝났거나 장기연재중인 작품들이 우선적으로 배치되고 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일본의 경우에는 2019년 <귀멸의 칼날> 시리즈가 애니메이션화 되며 소위 ‘대박’을 쳤고, 22권으로 완결된 작품이 1억부 이상의 판매고를 돌파했다. 극장판 역시 일본 영화사를 다시 쓰며 오프닝 첫 주말 사흘동안 46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웹툰의 미디어믹스가 활발해지면서 2020년 TV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세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발해지면 원작이 연재되는 중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출로 직접 이어질지, 이어진다면 어떤 유의미한 수치를 만들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바로 그렇기에 네이버웹툰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 불확실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건 버틸 체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활성화되어 있지만, 제작사들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때문에 일부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에 독점 애니메이션을 공급하는 등 OTT 플랫폼과 협업해 활로를 찾는 중이다. 이런 상황이라도 작품을 제작해 공급하는 건 제작사의 일이다. 하지만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어하는 네이버웹툰이 선택하기엔 아직 부족한 선택지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 애니메이션을 공급하자니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경쟁해야 하고, 다른 OTT 플랫폼을 택하자니 파급 효과를 노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시에 네이버웹툰은 북미로 본사를 옮기면서 글로벌 플랫폼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준비도 필요했다. 그렇다면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보단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시도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웹툰의 선택은 국내에서는 자체 플랫폼인 시리즈ON을 활용해 독점 공개하되, 글로벌 서비스는 각국의 유통사와 협업하는 방식이었다.
일본에서는 TV를 통해 도쿄 MX와 BS11에서 방송했고, 미국에서는 크런치롤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단순히 제작의 로컬라이징 뿐 아니라 유통 역시 지역 특성에 맞게 따라가되, 네이버웹툰의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국내에서는 확실한 1위 플랫폼의 입지를 지키고, 해외에서는 웹툰 원작임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이건 불확실한 시장에 작품을 던져두기보다 직접 플레이어로 뛰면서 플랫폼 확장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네이버웹툰은 시리즈ON과 같은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글로벌하게 구축해 자사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자 할 것이다.
네이버웹툰이 제작을 맡은 애니메이션 <노블레스>를 포함한 ‘신노갓’ 시리즈는 꽤나 영리한 선택이었다. 이미 검증된 IP에 직접 투자해 각색과 제작, 유통에 직접 참여해 작품이 왜곡될 가능성을 줄였다. 뿐만 아니라 거대플랫폼에 작품을 유통시키기보다 직접 연결된 유통망을 활용해 웹툰 원작임을 중심에 놓을 수 있게 했다. 글로벌 No.1을 노리는 네이버웹툰은 과연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앞으로 공개될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네이버웹툰의 전략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