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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팬들은 왜 오리지널 스토리 <노블레스> 애니메이션을 환영할까?

12년 가까이 연재한 장기 연재물 <노블레스>, 13화 애니메이션으로 변신 오리지널 스토리 전개 호조

2020-10-29 이재민


한국의 팬들은 왜 오리지널 스토리 <노블레스> 애니메이션을 환영할까?


12년 가까이 연재한 장기 연재물 <노블레스>, 13화 애니메이션으로 변신
오리지널 스토리 전개 호조



웹툰중엔 처음이다. 3편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노블레스> 얘기다. 2015년 <노블레스: 파멸의 시작>, 2016년 <노블레스: Awakening>에 이어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나왔다. 원작 웹툰 완결후 1년, 마지막 애니메이션으로부터 4년이 지난 후 공개된 시리즈였다. 첫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 제작했고, 두번째 애니메이션부터는 Production I.G에서 제작을 맡았다. <파멸의 시작>의 경우에는 작품 속 시간으로 820년 전 라이제르와 무자카가 싸우던 시절을 다룬 프리퀄이다. 은 프로모션 용으로 제작되었지만 퀄리티나 스토리 면에서 원작 독자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프로모션 애니메이션인 과 올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스토리를 공유한다.





 웹툰의 연재와 애니메이션
웹툰은 기본적으로 연재물이고, 그 중에서도 <노블레스>는 12년 가까이 연재한 장기 연재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때에는 어디까지 스토리를 풀어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총 13부작으로 제작된 <노블레스> 애니메이션은 웹툰으로는 시즌2~3, 총 107화에 해당하는 분량을 담았다.

또한 웹툰에는 제작 단계에서 시간적인 제약이 있지만, 감상에 있어서는 시간적인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107화는 매주 연재하면 2년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20분 남짓한 시간 안에, 정해진 회차 안에 끝내야 하는 시간에 따라 재생되는 매체다. 때문에 애니메이션 <노블레스>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각색을 거쳤다. 일부 독자들은 원작을 해치는 방향으로 전개되진 않을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IP 확장의 성패 중 많은 부분은 원작의 독자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얼마나 설득력있게 그 세계를 보여주어야 하는지에 달려 있는데, 애니메이션화는 아무래도 원작 팬들의 독자경험이 매우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우려는 언제든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히 3화가 공개된 지금까지 공개된 회차에서는 오리지널 스토리임에도 원작을 잘 압축해 각색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2016년에 발표된 OVA와 스토리를 공유하는데도 일본과 달리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웹툰이 소비되었기 때문에 스토리에 따른 불만보단 오히려 오리지널 스토리로 전개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독자들은 왜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호했을까?
사실 웹툰을 포함한 미디어믹스에서 원작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가 호평 받는 경우는 드물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 원작의 스토리가 아닌 미디어믹스 작품이 독자적인 스토리를 만들게 되면 원작 팬들의 반감이 큰 편이다. 2편 모두 천만 관객이 넘게 동원한 <신과 함께> 역시 주요 캐릭터 진기한의 역할을 강림 역할에 합치면서 원작 팬들이 아쉬워한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 왜 <노블레스>의 국내 팬들은 ‘오리지널 스토리라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먼저, <노블레스>는 10년 넘게 연재한 장기 연재물이다. 그 중에서도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고, 독자들이 오랜 시간 사랑해온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기 연재물은 함정에 빠지기 쉽다. 오랜 시간 연재하며 확장한 이야기는 거대해졌지만, 결국 하나의 결말을 맺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핵피엔딩’으로 불리는 웹툰 <노블레스>의 엔딩은 원작 팬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엔딩은 결코 쉽지 않지만,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는 엔딩도 정답은 아니다.

엔딩 당시에도 해외의 독자들은 오랜 연재끝에 완결한 작품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국의 독자들의 상황은 다르다. 해외에서는 완성된 매체가 이식되었지만, 한국에서 웹툰은 독자와 함께 성장했던 매체다. 그 중에서도 10년 넘게 연재한 <노블레스>는 웹툰의 ‘소년만화’를 대표하는 작품 중에서도 대표작이었기 때문에 독자들의 실망은 컸다. 때문에 한국의 독자들은 해외와 다르게 애니메이션화를 통한 서사의 압축을 우려하면서 동시에 원작의 엔딩을 답습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노블레스> 애니메이션의 사례는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신의 탑>이나 <갓 오브 하이스쿨>과 달리 열성 독자들의 반응이 해외와 극명하게 갈린 사례를 보여준 작품이다. 앞선 두 애니메이션은 해외와 국내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노블레스>의 경우는 상반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으로 전세계에 공개하게 될 웹툰 원작 작품들이 어떻게 작품을 다듬고 준비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 역시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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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만화평론가
한국만화가협회 만화문화연구소장, 팟캐스트 ‘웹투니스타’ 운영자
2017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2019 만화평론공모전 기성 부문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