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갑포차 속 무속 신앙은 어떻게 구현되었을까 옴니버스 형식의, 독특한 설정으로 인기를 끌었던 <쌍갑포차>.
<쌍갑포차>는 무속신화에서 몇몇 캐릭터를 차용하여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쌍갑포차> 속 무속신화는 어떻게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까?
신보라
가장 큰 특징은 작품 속 세계 설정인데 <쌍갑포차>의 세계는 전통적인 세계는 크게 천상, 저승, 이승, 그리고 꿈의 세계인 그승으로 구분된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역시 그승이다. 그승은 무속 신화에는 없는, 작가가 만든 꿈의 세계이다. 주인공 월주신은 끝순 할머니에게 말한다.
‘쌍갑포차가 이승, 저승, 그승 못가는 곳이 어딨소. 지옥도 갈 수 있는데’. 즉 그승은 꿈의 세계이므로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또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다. 무속 신화에서는 꿈 해몽을 통해 삶과 죽음 모두를 볼 수 있다. 작품 속 꿈의 세계인 그승에서는 이승에서 맺힌 한을 풀게 된다. 무속 신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맺힌 한을 푸는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일상 속에서 죽음을 떠올 때, 그승과 저승의 신들이 다가온다. 그리고 갑을 없이 서로가 같은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속에 맺힌 것을 풀어주고, 잊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두며, 사그라져 간 존재를 망각하지 않고 기억하고 애도한다. 때로는 같은 아픔을 지닌 존재의 공감과 연대를 통해서 삶의 희망적인 국면을 보여준다.
작품 속 포장마차는 아무나 볼 수 없다. 포장마차 주인은 삶과 죽음 사이, 꿈의 세계인 ‘그승’을 지배하는 ‘월주신’. 그래서 포장마차는 꿈의 형식을 빌려, 생사 여부와 상관없이 간절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영혼을 찾아간다. 월주신과 함께 꿈의 세계를 관장하는 미별왕, 저승차사나, 아이를 내려주는 삼신할머니가 역할 분담으로 사람들을 돕는다.
월주신이나 미별왕은 작가의 창작이지만, 불교나 무속 신앙의 세계관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각 에피소드별 등장인물들은 가족, 연인 관계는 물론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으로도 엮여있으며, 공덕 높은 스님과 무당이 각 에피소드 간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민간 신앙에서는 모두가 엮여있는 인연과 함께 이승과 저승이 이어져, 생전 업이나 공덕이 자신의 사후는 물론 후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그래서 작품 속 포장마차는 덕을 쌓으며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 가장 작고도 절실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선한 마음으로 공덕을 착실히 쌓은 캐릭터들의 해피엔딩을 보며 독자들은 정서적인 울림과 함께 공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 있는 무속 신앙에서 모티브를 따와 친숙함과 동시에 작가가 더한 독특한 설정으로 재미와 감동을 주는 <쌍갑포차>. 무속 신화가 우리에게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유의미한 이유를 이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