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 ‘아니, 만화가 문화재라고?’ 특별한 체험을 통해 만화적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아주 뜻 깊은 전시
김의진(독립출판 작가)
‘2020 생생 문화재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만화박물관에서는 관객과 함께 하는 체험 전시 <아니, 만화가 문화재라고?>를 개최한다. ‘2020 생생문화재 사업’은 문화재에 내재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찾아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재창조하는 문화재 향유프로그램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그간 몰랐던 ‘문화재로 등록된 만화 작품들’을 뻔한 텍스트와 사진, 자료로만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만화 문화재를 구연동화 형태의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에게 하여금 원작 만화를 더욱 생생하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또한, 체험 프로그램 활동지, 만화 속 등장인물을 활용한 가면 만들기와 같은 체험형 전시를 통해 만화 문화재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체험전시 <아니, 만화가 문화재라고?>는 만화 문화재의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 뿐 만 아니라 특별한 체험을 통해 만화적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아주 뜻 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
사실 2000년대 이전까지 만화는 문화재가 되기는커녕 검열과 단속의 대상이었다. 1996년에 제정된 ‘청소년보호법’은 만화를 청소년 유해매체의 핵심으로 지목했고, 1960~70년대에는 어린이날이 되면 ‘만화 화형식’이 벌어지는 등 만화는 사회악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오늘날 웹툰과 학습만화를 중심으로, 만화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가장 중요한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웹툰은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르이며, 최근에는 해외 수출까지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그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만화는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고, 이제는 만화도 ‘문화재’가 되는 시대에 도래하게 되었다. 현대 만화의 효시가 되었던 <코주부 삼국지>부터 <토끼와 원숭이>, <엄마 찾아 삼만리>와 같은 만화의 문화재 등록은 그간 문화사적으로 비교적 관심이 부족했던 만화자료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계기라는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고바우영감>은 최초로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이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경우로,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6,496매와 동아일보사가 소장하고 있는 4,247매 등 총 10,743매의 원화가 등재됐다.
한국만화박물관에서는 이러한 만화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하여 매년 고(古)만화자료를 수집 보존하고 그 문화적 가치를 활용한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코주부 삼국지>
만화의 구성과 구도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보여준 만화 <코주부 삼국지>. 김용환 작가의 <코주부 삼국지>는 학생잡지 월간 『학원』에 연재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장편 서사물 만화를 단행본으로 출판한 작품이다. 글이 이야기 진행의 중심이었던 당시의 그림 소설류 만화와는 달리 <코주부 삼국지>는 칸의 배열, 캐릭터의 표정과 동작 그리고 말풍선이 사건 전개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 서사만화의 골격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 만화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토끼와 원숭이>
김용환 작가의 <토끼와 원숭이>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만화 단행본이다. 토끼와 원숭이 등의 동물들을 등장시켜 자주독립국가에 대한 염원과 해방 전후의 정치상황을 비유와 상징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일제의 부당한 침략행위와 식민통치를 고발하였다. 만화적 동물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탄생된 최초의 만화책으로, 우리나라 만화사 및 해방 후의 생활문화사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엄마 찾아 삼만리>
김종래 작가의 <엄마 찾아 삼만리>는 1958년에 발표한 고전사극 만화로,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 만화로 손꼽힌다. 섬세하고 수려한 필체로 당대 대중들을 감동시켰으며 1950~1960년대 만화를 연구하는데 큰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소년 금준이가 노비로 팔려나간 엄마를 찾아다니는 사모곡으로, 한국전쟁 전후의 피폐한 사회상과 부패상을 조선시대에 빗대어 고발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