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태
웹툰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이 영상화되는 것은 자신의 작품을 더욱 더 많이 대중에게 알릴 기회일 뿐만 아니라 2차 판권 수익이라는 부가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웹툰을 만들어야 영상화가 쉬울까, 아니 영상 제작사들이 관심을 가질까, 라는 생각은 웹툰 작가로서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드리지 못한다는 점을 미리 밝히고 시작하겠다.
어떤 웹툰이 영상화가 쉽겠냐는 고민에 앞서 우선 현재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왜 웹툰이 원천 소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여기서부터 고민을 시작해 본다면 어떤 웹툰 영상화가 쉬울까 라는 주제에 좀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웹툰은 타 매체보다 생산되는 작품 수가 월등하게 많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작가들이 진입하기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다고 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고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와 아이디어를 쥐어짤 수밖에 없다. 웹툰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엄청나게 반사회적인 내용이나 독자에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자극적인 표현이 아닌 이상 소재나 표현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어서 작가의 상상력은 크게 제약받지 않는다.
반면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은 정말 많은 인력, 시간, 자본이 들어가는 매체이기 때문에 기존 시장에 없는 새로운 시도에 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너무 새롭거나 기존 시장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시도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편이다. 이렇듯 웹툰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최고의 ‘베타 테스트’ 시장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시도를 환영하면서도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영상 제작자들은 웹툰 시장에서의 다양한 시도를 언제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웹툰의 이런 특성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작사들도 있다. 영상 제작사들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시나리오 중 대중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상 제작에 앞서 먼저 웹툰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한다. 그만큼 웹툰이 가지고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기 있는 웹툰 작품은 장기간 연재를 하면서 거대한 팬덤이 형성된다. 웹툰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영상화 되면 이 웹툰 팬덤이 기본적인 흥행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영상 제작 입장에서 리스크 감소 요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웹툰에서 아주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대부분 영상 제작이 되고 있거나 판권이 팔린 경우가 많다. 영상화 소식이 아직 없는 작품들은 팬덤이 나서서 작품 홍보를 하거나 가상 캐스팅 놀이 등을 통해 영상 제작자들의 구매욕을 부채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