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완결, 평범하지만 특별한 로맨스 <유미의 세포들> '나와 당신의 일상'이 투영된 공감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돌아보며
김성훈
세포는 생물체를 이루는 최소 요소이며, 핵・세포벽・세포액 등으로 구성된다. 통상 어른이 된 인간의 경우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뤄진다고 하니, 그야말로 인간의 몸은 그 자체로 우주라 할만하다. <유미의 세포들>은 그러한 생물학적 경이로움을 이야기적 구성으로 변환시킨 작품이다. 즉, 이 작품 속에 주인공은 크게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유미’라는 인간 자체와 그녀의 감정 상태 혹은 행동 하나하나에 기반을 둔 그녀의 세포들이 그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 ‘유미’는 매우 평범한 30대 회사원이다. 정산이 급한 월말이면 야근도 하고, 다이어트를 위해 적당히 야식도 자제하려고 하는 인물이다. 이른바 결혼적령기에 도달한 나이이기에 매력적인 이성에 이끌리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며, 자신의 꿈을 좇아 좌절과 성공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처럼 크게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로맨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다 보면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모습에 ‘나와 당신의 일상’이 투영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야근에 힘겨워하면서도 여섯 살 어린 남자직원 ‘우기’가 건넨 캔 커피 하나에 아직은 가슴 두근거릴 만큼 연애 세포가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성 후배의 모습으로부터 현실을 자각하며 주책을 방지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적당히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적절히 ‘선’을 지킬 줄 아는 모습이야말로 많은 이들에게서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리라.
평범하지만 지킬 것은 지키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시작된 독자들의 감정이입은 적절한 대결 구조를 통해 다시 진득한 드라마와 조우한다. 가령, 우기보다 두 살이나 어린, 그래서 주인공보다는 여덟 살이나 어린 루비는 회사 안에서도 우기에게 서슴없이 ‘오빠’라는 호칭을 꺼내며 유미를 자극한다. 즉, 누군가에게는 애교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여우짓’으로 불릴만한 행동으로 주인공의 앞길을 막는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나이 차를 우기 면전에서 거론하거나, 우기에게 전달할 서류를 가차 없이 낚아채 감으로써 유미를 후회와 번민에 빠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루비의 존재로 인해 자신의 감정에 더욱 솔직해질 수 있는 유미가 될 수 있으니, 로맨스에서 안타고니스트의 존재는 필연적임을 증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을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만드는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세포들’에 있다. 주인공의 감정 하나하나를 묘사함에 마치 살아있는 인격체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녀들의 세포들 말이다. 이를테면, 관심이 있는 남자와 함께 퇴근길 버스에 올랐으면 하는 속마음에는 텔레파시 세포가 작동하며, SNS에 올라온 회식 사진 속 우기와 루비 모습을 본 후에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명탐정 세포가 끝임없이 추리한다. 우연히 찾아온 둘만의 만남을 위해서는 패션 세포가 입고 나갈 옷을 고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에 두고 있던 남성이 다른 여성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수많은 세포가 합심하여 ‘표정 관리 레버’를 조정하고 있다. 작품은 이처럼 주인공이 순간순간 마주하는 감정의 흐름에 대해 ‘세포’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차별화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주인공 유미를 중심으로 하여 2015년 4월 1일부터 연재를 시작했던 <유미의 세포들>이 꼬박 5년하고도 6개월의 시간이 흘러 마무리되었다. 연재 횟수만 하더라도 5백 회가 넘는, 그야말로 장편이다. 그러는 사이에 작품은 웹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세포분열을 이뤄냈다. 다양한 모습으로 사업화되면서 2차 비즈니스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우선, 단행본 출판에 이어 동명의 웹소설로 재탄생되었고, 모바일 게임으로도 만들어졌다. 드라마 및 애니메이션화 계약도 이뤄졌는데, 특히 드라마의 경우 2021년 방영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조만간 실사판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난 7월부터는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이라는 제목 아래 전시 행사도 개최되어 오프라인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기도 하다. 캐릭터를 활용한 라이센싱 역시 두드러진다. 맥주, 과자, 라면 등 다양한 식음료와의 콜라보가 진행되었으며, 여러 팬시상품으로도 만들어졌다. 또한, 여러 의류 업체와도 콜라보 상품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모 은행의 적금상품에 콜라보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처럼 다방면으로 전개되는 작품의 ‘세포분열’은, 연재는 끝났으나 작품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해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