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만화·웹툰 온라인 축제 개최 : 축제 사업팀 김준호 팀장 인터뷰 - 제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관한 모든 것!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축제 사업팀장을 맡은 김준호입니다. 진흥원에서 2016년부터 축제사무국에서 근무했었고 2020년에 사무국에서 팀으로 전환되면서 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Q. 부천국제만화축제는 20년이 훌쩍 넘은 역사를 자랑하고 있죠. 역대 축제 중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회차는?
A. 네.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올해로 23회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19회 축제부터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올해 축제가 가장 임팩트 있게 남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초기 단계부터 주시하면서 오프라인 행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지속해서 가늠해보면서, 축제 개최를 한차례 연기하고 전면적 온라인 개최로 결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또 한달 뒤의 상황도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온라인 개최를 결정하고 나서는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요. 다른 어떤 축제보다도 힘들었고 고민도 많았으며, 축제 기간 온라인 관람객 수도 40만 명으로 집계되어 나름의 성과도 있었던 이번 축제가 가장 임팩트가 강하네요.
Q. 부천국제만화축제 온라인화 결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졌나요?
A. 3월부터 대구와 미국에 코로나가 급증하면서부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는 있었습니다. 4월을 지나면서 코로나가 안정세를 보이고 오프라인 축제를 개최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즈음 5월 초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시행되었습니다. 거기에 6월 15일부터 수도권 방역 조치 강화로 오프라인 축제의 개최가 불확실해져서 6월 19일 급하게 축제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전면 온라인화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처음 온라인 개최가 결정되었을 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A.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별다른 심정은 없었습니다. 다른 지역 축제들은 모두 취소를 하고 있었기에 만화축제도 취소를 하는 게 맞지 않냐고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우리 축제는 ‘콘텐츠’가 있는 축제이기에 온라인 축제도 가능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다만 결정된 다음 날부터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9일간의 축제일정을 채워야 하나? 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Q. 오프라인 축제 준비와 온라인 축제 준비는 어떻게 달랐나요?
A. 기본적인 축제 준비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켓이 취소되면서 마켓 참가사 모집이나 푸드 트럭 모집, 야외행사 기획 등이 빠지게 됐습니다. 그만큼 일이 줄어들기도 했으나 작가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작가 섭외와 관련된 일들이 많이 늘어나기도 했고 랜선 팬미팅, 만화 마스터 클래스, 작가 토크 등 영상프로그램의 시나리오 작성, 영상의 제작 방향 결정 등 영상과 관련된 업무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Q. 행사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소개하지 못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A. 아무래도 야외행사겠죠. 만화축제가 무더운 여름에 개최를 하다 보니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했었습니다. 남극처럼 꾸민 컨테이너 안에 얼음과 에어컨으로 채우고 그 안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만화책을 본다거나 하는.. 그리고 애니송 콘서트의 경우 원래 계획은 한국의 TULA님과 일본의 카게야마 히로노부님과의 야외 합동 공연으로 마니아들의 가슴속에 남을 애니송계의 역사적인 공연을 진행하려고 하였으나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게 되었습니다. 물론 온라인으로 진행한 TULA, 정여진님의 공연도 너무 좋았지만요.
Q. 축제 준비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A. 코로나 상황이 악화와 호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만화축제의 개최 여부도 빨리 결정되지 못했습니다. 매일 코로나 상황을 체크하고 다른 축제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매일 확인하면서도, 정작 우리 축제프로그램의 기획은 초기기획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6월이 되어서 온라인 개최로 확정 짓고 100일 정도의 기간 동안, 전면 온라인 개최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전환하여 진행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Q. 축제 준비 중, 혹은 축제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윤태진 아나운서님을 섭외한 것인데요. 원래는 윤태진 아나운서님을 섭외할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만화 마스터클래스에서 이정문 선생님과 같이 과학, sf에 관해 이야기할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섭외할 계획으로 인스타를 통해 DM을 보냈었는데요. 윤태진 아나운서님이 행사 내용을 듣더니 본인이 웹툰 팬이기도 하고, 보고싶은 웹툰 작가들도 너무 많다며 자기를 출연시켜달라고 하셨어요. 저희는 비용을 맞춰드릴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했더니 출연료도 많이 배려해 주셔서 개막식과 랜선 팬미팅 생방송에 함께할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사회를 너무 잘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게도 하고요. 내년에도 꼭 같이하고 싶은 아나운서님입니다.
Q. 온라인 축제다 보니 라이브방송에 댓글이 많았습니다. 달렸던 댓글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A. 딱히 기억나는 댓글보다는 작가님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실시간으로 너무 좋은 반응을 보여주신 것들이 모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작가님들과 웹툰 속 주인공들이 닮았다거나 느낌이 비슷하다는 댓글들도 많았고요. 댓글들을 보면서 정말 웹툰의 인기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고 찐팬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걸 느꼈습니다.
Q. 개막식에서 가수 ‘틴탑’ 분들이 축하 공연을 해주셨죠. 그 당시 라이브 영상을 보면 굉장히 민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A. 일단 틴탑 분들이 노래하기에는 좀 좁은 무대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방송을 위해서 무대를 최대한 환하게 밝히고 공연을 진행했었습니다. 현장에서 보는 것과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로 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거든요. 저희는 온라인 관객들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인데 틴탑 멤버분들은 무대가 너무 환하기도 하고 객석의 반응도 없다 보니 첨에는 상당히 민망해하셨어요. 그래도 프로답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셨지만요.
Q. 원래 부천국제만화축제는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진행됩니다. 이번 온라인 축제는 어디서 촬영이 진행됐나요? 한국만화박물관이었나요?
A. 대부분의 촬영장소는 한국만화박물관과 진흥원의 비즈니스센터였습니다. 만화가 토크는 작업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기획으로 진행됐기에 비즈니스센터의 작가님 작업실에서 녹화를 진행했었고요. 만화박물관의 도서관이나 상설전시관에서 녹화했었고 생방송은 만화박물관의 상영관에서 모두 진행이 됐었습니다. 다만 전라도 광주에 작업실이 있으신 이무기작가님과 군산에서 활동하시는 독립만화 작가(불친, 불키드)님의 촬영은 저희가 직접 찾아가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Q. 이번 온라인 축제는 라이브 방송과 녹화방송 양쪽으로 진행됐는데요, 라이브 방송과 녹화방송은 무슨 기준으로 결정됐나요?
A. 기본적으로 ‘공연형 콘텐츠들은 주말에 생방으로 진행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기획을 하였습니다. 준비가 어렵고 방송사고의 위험도 있지만,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랜선을 통해 전달 드리고 싶은 생각이 더욱 컸었습니다.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랜선 팬미팅은 생방이었지만 비슷한 형식인 만화가 토크는 녹화방송이었습니다. 두 개의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신 작가님들 모두가 인기가 많으신 작가님들이지만 연재 마감 일정과 생방송 일정을 고려하여 생방과 녹화방송으로 나누어 스케줄을 진행하였습니다.
Q.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솔직히 온라인 축제로 진행해서 ‘이게 좋았다’ 하는 것은?
A.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서 유튜브로 올라가 있기 때문에 만화∙웹툰 콘텐츠로 계속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이 11월 30일인데요. 지금까지 약 72만회 조회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만화 팬들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Q. 부천국제만화프로그램 중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셨나요? 참여했던 프로그램 중에 가장 자신 있는 프로그램과 그 이유는?
A. 팀장이어서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TULA, 정여진, 나오미 님이 참여해 주신 애니송 콘서트입니다. 2017년 이후로 3년간 지속해오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그전부터 모시고 싶었던 TULA님의 파워풀한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점. 정여진님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 나오미님의 깜짝출연 등 정말 좋았습니다. 앞서 얘기 드린 것처럼 내년에는 카게야마 히로노부님과 함께 더블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을 기대해 봅니다.
Q.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체 프로그램 중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A. 독립만화작가 16분의 단편 작품을 추천합니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16개의 그림과 이야기들은 기존 웹툰에서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만화의 맛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 웹툰 완결페이지에서 ‘독립만화 특별전’이라는 타이틀로 서비스하고 있으니 꼭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축제가 끝이 나고 보았을 때, 축제 시작 전 기대 했던 결과가 나왔나요?
A. 첫 온라인 축제이기도 했지만, 온라인 행사의 종료였기에 축제가 끝이 났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인 관람객들의 표정을 보진 못하였지만 9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 참여해 주신 분들(조회 수)이 약 40만으로 집계되고 수많은 분의 채팅과 댓글을 보면서 기대했던 결과에 근접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새로 온라인 축제 준비를 하게 될 분들에게 드릴 팁이 있다면?
A. ‘기존 오프라인 축제에 대한 생각은 모두 버리고 전혀 새로운 형식의 축제를 개최한다고 생각하라.’입니다. 온라인 축제는 모니터나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 대부분 접하게 될 텐데요. 지금하고 있는 이 행사가 그 작은 화면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지를 제일 먼저 생각하면서 기획을 한다면 재밌고 유익한 온라인 축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행사와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는데요, 앞으로 준비 중인 행사가 있다면
A. 11월 23일에는 세계 웹툰 포럼을 24일에는 경기 웹툰 컨퍼런스를, 25일에는 지역 만화 웹툰 활성화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웹툰 산업 관계자, 지망생, 작가, 일반인 모두에게 최신의 정보와 트렌드, 그리고 정책을 제시하는 행사들이니 꼭 참여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 국제 웹툰 페어가 예정되어 있으니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앞으로 또 온라인 축제를 준비하게 된다면 해보고 싶다! 혹은 이번에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랜선 팬미팅을 호스트와 게스트 1:1형식으로 진행하였는데요. 아무래도 어색한 분위기가 좀 연출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TV 토크 프로그램 형식을 차용하여 패널, 보조MC라던지, 친한 작가 몇 분을 같이 출연 시켜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더욱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Q. 디지털만화규장각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독자님들! 지금 당장! 유튜브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채널 ‘구독, 좋아요’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