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돌아온 <여신강림>으로 보는 현대 사회의 '외모 코르셋'
류유희(융합콘텐츠산업 연구원)
마법에 걸린 끔찍한 야수가 멋진 왕자로, 마녀의 저주로 개구리가 된 왕자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동화를 시작으로 많은 이야기 속에 환골탈태하여 결국 사랑받게 되는 캐릭터가 그려진다. 동화뿐 아니라 만화에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의 변화하여 사랑받는 이야기는 유효하다. 유미코 스즈키(鈴木 由美子)의 <미녀는 괴로워!>(カンナさん大成功です!, 1997)에서는 전신 성형으로 미녀가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려내 국내에서 동명의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국내에는 기맹기 작가의 <내 ID는 강남미인!>에서도 성형수술로 환골탈태한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냈다.
외모가 등장인물의 고민거리이자 갈등의 핵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소재임은 확실하다. 동화에서는 사랑을 통해 마녀의 저주가 풀리면서 변화하는 캐릭터를 그려낸다면 지금의 작품들에서는 다이어트, 성형수술, 메이크업 등 또 다른 변신 마법이 이루어진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여신강림>에서는 메이크업이라는 마법을 보여준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 주경이 메이크업을 통해 누구라도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외모로 변신하여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여신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웹툰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최근 드라마화되어 ‘싱크로율 99%’, ‘웹툰을 찢고 나왔다’는 평과 함께 아름다운 비주얼과 함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 드라마와 웹툰 속 주인공의 메이크업 전후 이미지
<여신강림> 웹툰 속 캐릭터의 메이크업 전후 이미지는 급격하게 변화한다. 주경이는 메이크업 전, 두껍고 정리 안된 눈썹에 여드름 난 피부, 작은 눈에 큰 뿔테안경, 질끈 묶은 머리와 늘어진 옷차림으로 등장하며 ‘못생겼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각종 뷰티 블로그를 통해 메이크업을 연마하며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SNS 미녀로, 학교 여신으로, 메이크업 전후가 전혀 다른 이중적 모습으로 생활하게 된다.
실사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로 주경이의 모습은 흔히 말하는 ‘못생긴’, ‘찐따’로 그려진다. 외모로 인해 받은 괴롭힘을 극복하기 위해 외모를 발전시키지만 실제 모습이 들키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민낯을 숨기며 살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외모 코르셋’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규격화된 외모와 몸매를 기준으로 이에 부합하지 않으면 못생기고 게으르다는 평가에 발생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신강림>과 같은 콘텐츠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작품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결국 정해진 ‘못생김’과 ‘예쁨’이 묘사되고 여기에서 외모에 대한 사회의 혐오적 시선이 다시 한번 확인되기 때문이다. 여신 주경이를 바라보는 주변 모습 또한 현실 속 외모지상주의의 차별적 기준을 그대로 표현한다.
작품의 기획의도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졌으나 '화장'을 통해 여신이 된 주경이 결국 자존감을 회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외모 코르셋을 비판한다. 드라마 감독 또한 주경이의 아픔이 이 시대 부조리함과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외모 중심 잣대와 편협한 시선이 사회적으로 팽배해있고, 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이 <여신강림> 속에도 분명히 인식되고 있다.
결국 모니터 속에 표현되는 이 부조리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꼭 필요하며, 콘텐츠 홍수의 시대인 지금 사회의 방향에 따라 작품이 어떠한 비판적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자성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