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2009년, 종이 만화잡지 시대는 어디로 (2)

오프라인으로는 마지막호가 된 영챔프 2009년 10호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난 5월 2일 밤,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 필진 네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는 ‘2009년, 종이 만화잡지 시대는 어디로?’. 현 시점에서 종이 잡지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와 잡지 연재를 중심으로 해 온 장르 만화의 대안점 등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2009-05-13 만 편집부

오프라인으로는 마지막호가 된 영챔프 2009년 10호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난 5월 2일 밤,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 필진 네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는 ‘2009년, 종이 만화잡지 시대는 어디로?’. 현 시점에서 종이 잡지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와 잡지 연재를 중심으로 해 온 장르 만화의 대안점 등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 좌담회 참석자 ]

양세종
(T-Bell)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 부편집자. 만화 칼럼니스트로 부천만화정보센터, 미스터블루 등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 중.

김혜신(시바우치)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 필자. 만화 글쟁이 겸 만화가 지망생.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석사과정. 상식과 소신을 중시하는 소인배. 만화 규장각 웹진, 월간 우리만화 등에 글 게재.

이지혜(마법고냥이)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 필자. 만화 감상 적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만화 독자. 전 만화 전문 서점 근무자.

서찬휘
만화·애니메이션·라이트노벨 등을 중심으로 다루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각종 신문·잡지 매체를 통해 글을 발표해 왔다. 만화 언론 『만』(http://mahn.co.kr) 창간을 주도, 2대 편집장으로 재직.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과에 출강 중.

서찬휘 : 이렇게 모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원씨아이의 영챔프가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을 선언했고, 월간지로 개편을 거친 학산문화사의 찬스와 부킹도 영챔프와 같은 곳인 툰도시에 바로바로 작품들을 물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에 비해 충성도 낮은 청소년(남자)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가 월간으로 간 것부터가 일종의 ‘수순’이라 보는 시각이 많은 시점인데요.
판은 이미 벌어졌고 상업 장르만화 계열에서 남은 종이 잡지들― 챔프, 점프, 윙크, 이슈, 파티, 밍크 등 ―도 이미 발간주기를 변경하거나 규모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한 번 당돌한 의문을 던져 보자, 그것이 오늘 좌담회의 주제가 되겠습니다.

일단 ‘2009년, 종이 만화잡지 시대는 어디로?’를 주제로 삼아
1) 과연, 지금 이 지점에서 종이 잡지 만화는 의미가 있을까?
2) 잡지라는 틀에 얽매일 필요가 있는 걸까?
3) 잡지 틀을 그대로 가져가는 온라인 이전만이 과연 답일까?
4) 장르만화의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
와 같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기탄없이, 피도 눈물도 없이, 얄짤없이, 쌈빡하게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지혜 : 사실 저도 이제는 서점을 떠난 지 좀 되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는 어떤지 현장의 반응은 알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만, 그때부터도 예상은 되었단 말이죠. 영챔프 건이라든가요. 영챔프는 특히나 좀 알 수 없는 길로 가고 있었다는 느낌이었죠.

김혜신 : 사실 영챔프는 생각보다 오래 갔다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서찬휘 : 네…… 15년이면 되레 잘 버틴 셈이죠..

김혜신 : 아뇨 뭐 그 이전에 방향을 상실하고 갈팡질팡. 이러면서도 용케도 오래 내버려두었군-이란 이미지.

이지혜 : 대상층도 확실치 않았고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없었고요.

김혜신 : 내파란 세이버 같은 작품을 자른 건 용서가…….

이지혜 : 사실 웹진 슈가가 폐간된 마당에 온라인 이전이 답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파티의 경우를 보자면 단행본 증정 이벤트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죠.

김혜신 : 음 이건 뭐 최후의 잡지세대의 발악적 추억에 비롯된 헛소리지만, 새 잡지가 나올 때쯤에 동네에서 그게 가장 먼저 들어오는 문방구/서점을 물색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던 거나, 나인 같은 잡지 각자마다 지녔던 고유의 독특한 세계는 굉장히 강렬했다고 기억해요.
게임 잡지도 서로 차별화하려는 경향이 강했던 시절이고 잡지 내 기획이나 기사, 구성으로 승부했었죠. (아직 부록 피씨 게임을 내놓기 전) 그리고 청년지나 나인, 아디같은 잡지가 아니었으면 발표되지 못했을 종류의 만화들도 있고요.
애초 이 모델이 일본식 잡지-단행본 체제를 따른 것이라 일본의 예를 들자면 가로나 COM같은 잡지가 있었고 일반 주류출판에서는 도저히 못 나올만한 만화를 발표+등단이라는 권위를 실어주는 역할을 했었고 특히 권위를 실어준다는 것은, 발표까지는 가능한 포털웹툰 지면과는 다른 차원의 그것이죠. 비엘물이 실리기 시작했던 걸로 알려진 쥬네도 사실은 좀 실험 소녀만화지였습니다.
타카노 후미코같은 뉴웨이브 작가도 그곳으로 데뷔했고요. 그래서 뭐 문예지같은 창작 잡지도 포함해서이지만 그런 곳의 역할은 새로운 작품의 창구, 주류만화잡지라면 단행본 카탈로그 기능. 정기적으로 발간-업데이트 된다는 점에서 독자에겐 지속성과 신속성을 가지는 점도 있고 특히 잡지를 기대하는 그 마음…… 뭐라고 할까 두근거림? 이런 심리로 계속 사 봤던 기억이 나요. 독자로서는.
어쨌든 잡지의 기능만 뽑아놓고 그걸 현재 상황에 적용하면…… 이라는 식으로 풀어가는 법도 있지만 전 아이큐점프 계속 사보다가 어느 시점부터 으악 이건 아니다…… 그리고 더 안 사봤는데 그때의 처참한 기분이란…….

이지혜 : 잡지라는 게 한 번 맛들이면 끊기도 힘들죠. 반면에 한 번 끊으면 다시 집어들기도 쉽지 않지만. 사실 소년지의 경우 순정지보다 더 심한 것 같긴 한데 일본 작품이 너무 많죠. 하지만 단행본으로는 잘 팔리는 작품들이어도 그 단행본을 사는 사람들이 잡지를 보지는 않거든요.

김혜신 : 그렇죠. 그래서 특정 스타 작가만으로 잡지를 이어가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요.

양세종 잡지 자체가 보관하기도 힘들고 짐이라고 생각하죠.

이지혜 : 저야 보고 버리거나 하는 편이지만 그루나 뷰티의 경우는 그것도 어렵더군요. 그리고 사실 잡지 보다 보면 공모전 당선작이 날이 갈수록 안 나오는 것도 잡지에 한계를 주는 것 같아요. 신인이 없는 잡지만큼 신선도 떨어지는 것도 없잖아요. 히트 작가라고 매번 히트작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식상하죠.

양세종 : 그리고 그 신인들은 정작, 이젠 웹에서 이름 알리기를 더 선호할 테니까요.

김혜신 : 그래서 사실 ‘잡지’라는 형태로 묶여 나오는 매체엔 스타 작가 외에도 그 잡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 너무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정확히는 그 잡지 자체로써의 정체성과 매력, 철학이 필요해요.

서찬휘 : 찬스와 영챔프 등이 신인 발굴에 애를 썼지만 요 몇 년 간은 다소 무리가 많았습니다. 순정 쪽은 그나마 좀 낫다곤 하지만, 눈에 확 띄는 신인으로는 윙크의 정혜나 씨나 이슈의 엄준민 씨 정도.

김혜신 : 즉 포인트는 스타 작가는 중요하나 그것만으로는 의지하면 안된다

양세종 : 이제 문제는 웹에서의 이전 후 수익 문제일 텐데. 이미 포털 웹툰이 장악하고 있는 곳에서 얼마나 힘을 쓸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김혜신 : 아니 포털 웹툰은 쉽게 보죠. 이건 만화 안보는 사람들도 쉽게 보니까. 사실 웹툰은 형식 자체가 만화문법을 모르는 사람을 위한 거에요. 칸이 듬성듬성 잔뜩 띄워져있는 건 칸 읽는 순서를 쉽게 하기 위함이고, 생각보다 만화문법이라는 게 익숙해지기 시간이 걸리거든요. 웹툰은 영화적이죠 그래서. 가볍고 누구나 많이 보는 형식이긴 하지만…… 수익구조와 독자 충성도는 모호.

양세종 : 풀하우스2처럼 만화형식으로 웹에 나오는 것도 있긴 했지만.

이지혜 : 그게 아니어도 종이 잡지 안 사보던 사람들이 웹이라고 보는 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창간이 아니라 이전이니까 새로운 독자를 끌기는 어렵다고 보이는데요.

양세종 : 결국 돈 받는 이상은 얼마나 차별화를 할 수 있느냐.

서찬휘 : 문제는- 애초에 이번에 출판사들이 대거(?) 들어가게 된 SK의 툰도시가 포털 온라인 만화방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형태가 되어놔서, 결국 이게 클릭수로 따져서 분배하는 걸 텐데 말예요. 문제는 이거거든요. 잡지라는 형태가 웹과는 도무지 아귀가 안 맞더라는 거예요. 한 브랜드 안으로, 특정 기간에, 10~20작품을 묶어서 퉁으로 내놓는 것 자체가 사실 웹과는 안 어울리죠.

이지혜 : 애초에 종이 만화는 모니터로 보는 게 쉽지가 않아요. 눈도 아프고.

김혜신 : 그런 점에서 일본의 모바일 만화는 꽤 흥미 있는 형식. 인간이 눈이 만화를 읽을 때 어디부터 보는지 고려하니까요.

양세종 : 그런 면에선 대원씨아이의 IPTV 만화 서비스는 할 말이 없군요.

이지혜 : 연재를 할 공간은 필요하고 종이 잡지는 수익이 안 나고 그렇다고 온라인 이전이 정답도 안 되니…… 사면초가죠. 현실적으로.

서찬휘 : 자. 그럼 오프라인이 안 되어 온라인으로 왔는데 그것도 지금 형태로는 안 될 것 같다. 그럼 이 지점에서 온라인에 맞는 기존 페이지 만화(종이 출판 형식을 띤 장르 만화)가 갈 수 있는 방향은 뭐가 있을까요.

김혜신 : 네이버, 다음이 각자 웹툰 담당자가 달랑 1명이어서는……. 사실 뭐 포털에선 그 정도만 들여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면 상관없습니다. 만화가 팔리든 말든 조회수만 늘면 되니까요.

서찬휘 : 페이지 만화는 그 방식으로는 못해요. 웹툰은 내용이나 전개에 크게 간섭을 안 하고 편집과 식자 작업 등도 작가가 다 하니까 가능한 건데 페이지 만화란 건 일본만큼은 아니어도 편집부 역할이 어쨌든 있어야 한단 말이죠.

이지혜 : 그렇죠. 게다가 이미 연재를 하고 있는 작품들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더 커지는 거죠. 예전에 모 출판사 영업부 분께서 슬쩍 여쭤보신 적이 있는데…… 만약에 종이 질을 낮추고 가격을 싸게 잡지를 내놓으면 팔릴 것 같냐고. 참 뭐라고 답을 못하겠더라고요.

양세종 : 안 팔릴걸요.

김혜신 : 솔직히 만화출판사들에 대해선 홍보 면에서도 불만이 있어요. 적어도 팝툰이 획득한 것은 물론 씨네21과 연계도 있지만 인지도는 제법 알려졌다는 점 정도니…….

서찬휘 : 딱 그 선이죠. 그래서 말이지만, SK가 툰도시를 열심히 구축한 것까진 좋은데 어째서 결과물이 네이트 만화방 판박이지……란 게 못내 아쉽습니다. 포털인 네이트가 SK 것이고 하니 결국 약간의 업그레이트판으로 만든 것일 순 있지만요.

이지혜 : 어찌 보면 그 이상 대안이 안 나오는거죠. 이건 잡지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어디든 처음 시작할 때 상당히 큰 포부를 가지고 새로운 형식의 만화서점을 기획하지만 하지만. 결국 그냥 만화서점이랑 다를 바가 없어지거든요.

서찬휘 : 툰도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결국 만화 잡지가 웹으로 오는 게 기정사실이고 계속 이어진다 했을 때엔 하다못해 ‘보름 기다려야 통으로 10~20작품의 다음 연재분이 나오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격주간이 된다 해도 적어도 하루에 새 작품 하나가 로테이션이 돌게끔 설계가 되지 않으면 웹이란 공간에선 - 안 그래도 접근성 좋고 무료인 웹툰과는 상대가 될 리가 없어요.

양세종 : 웹툰과 같은 사이클이 아니면 힘들죠. 노출도 잘 안되는데.

김혜신 : 게다가 포털이고 만화를 볼 목적이 아닌 사람들이 설렁설렁 들러서 만화‘도’ 보고 가는 곳이니.

서찬휘 : 차라리 9천원 월정액을 장려하면서 그 로테이션 시스템을 출판사들과 협의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방식으로는 뭐가 와도 망할 거라고 생각해요.

양세종 : 월 9천원이라.

이지혜 : 사실 그렇죠.

서찬휘 : 게다가 결정적으로 웹포털 서비스에서 월정액으로 만화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건 잡지 만화가 아니고, 단행본 만화도 아니라 일일만화!!!!……란 말입니다.

이지혜 : 이 상황에서 단순히 온라인으로의 이전은 그나마 종이로 보던 독자들마저 외면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을 거고.

김혜신 : 성인만화가 아니었다니…….

서찬휘 : 달리 말하면 ‘성인극화’죠. 왜 있잖아요 프로덕션류. 한 달에 1만 원 쯤은 별로 아쉽지 않은 아저씨들이 한 번 결제해서 많이 본다고요. 포털 만화방 보세요. 뭐가 위에 올라 있나. 일반 코믹스 판형 만화들이 위일 거 같나요. 어림없습니다.

양세종 : 문제는 그 아저씨들에게 툰도시를 어떻게 노출시키느냐……….

이지혜 : 하지만 그 아저씨들이 영챔프 연재만화를 볼 리가…….

서찬휘 : 그러니까 하다못해 어쨌든 지금 현재 잘 되고 있는 웹툰 쪽의 독자 포섭 방식(?)을 비슷하게라도 맞춰서 끌고 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텐데, 여전히 그 자리였단 말이에요.

양세종 :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시기상으로도 좀 늦었다고 생각해요. 웹툰에서 붐이 일고 그 쪽에서 수익이 나는 상황에서 변화를 모색할 생각도 미비했고 막상 한 짓은 자기들 만화 팔 곳만 찾다보니 이 상황에서 답 찾기는 힘들고요. 이미 웹툰은 클 대로 컸고.

김혜신 : 그보다 그건 만화업계나 출판사에서 해야지요 하하하~. 그리고 클 대로 컸다기보단 포화상태인 거고요. 더 이상 갈 곳도 없는.

이지혜 : 그리고 종이 잡지가 온라인으로 갈 경우 웹툰의 형식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양세종 : 이미 기성 작가분들도 웹툰에서 활동 꽤 하시는데 잡지 만화의 격 차이를 보여주려 해도 뭐가 있을 수 없는 상황.

이지혜 : 사실 지금 원수연 씨 연재작인 「매리는 외박 중」만 봐도…….

김혜신 : 아무튼 웹으로 온 출판만화는 웹에 맞는 편집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 웹툰도 사실 퀄리티를 손보지 않으면 더는 성장할 수 없겠지만

이지혜 : 하지만 그렇다고 국내 연재작을 차츰차츰 웹툰 형식에 맞춰나가는 방향으로 한다면 그것도 좀 슬픈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서찬휘 : 그래서 말이지만, 웹툰으로 갈 사람은 가고, 출판만화를 할 사람은 하되 그게 웹에서 어떻게 되어야 할까……란 부분이 이야기가 나와야겠지요.

김혜신 : 사실 편집부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 작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잡지든 포털 웹툰 사이트든 그 ‘틀’을 구성하는 건 편집이니까

서찬휘 : 네. 불가능하겠지만요. 있는 사람도 정리되고 있는 판이라. (……)
저는 이 참에- 어차피 완전히 CP로 들어가는 꼴이 된 이상 잡지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거 자체가 의미가 어쩌면 없어졌단 생각을 해요.
[*주 : 첫 화면에서 잡지 메뉴를 눌러 들어가는 화면에서도 잡지 목록보다는 연재작 목록이 비중이 더 높다.]
[*주 CP : 콘텐트 프로바이더 : 정보, 내용 제공자.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받아 수익을 챙기는 사업자. 현재 국내에선 플랫폼 역할을 하는 사업자가 웹 포털과 휴대전화(모바일) 사업 양쪽으로 나뉘고 있다. 툰도시를 개설한 SK는 양쪽을 모두 하고 있음. 영챔프는 오프라인을 완전하게 접고 툰도시의 채널 중 하나로 들어갔다.]

서찬휘 :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거죠. 연령별로 나누는 것도 의미가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현 상황에선, 마치 네이버 뉴스란에 들어간 언론 매체의 기사를 보면서 네이버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 대형 신문 몇이 아니면 어디서 올린 기사인지 알 바 없어지는 것처럼 툰도시에 들어가 만화를 볼 사람들은 영챔프란 게 대원 것인지 알 이유도 사실 없단 말이에요. 현재 형태 대로라면요. 사실 폐간이란 낱말 하나로 발끈하는 이들이 몇몇 보이는 것도 그래서 난감했지만.

이지혜 : 영챔프를 유지하는 것도 나름 홍보 전략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르죠. 사실 편집부 일하는 거 곁눈으로라도 보면 저런 걸 다 편집부가 해야 되나 싶은 일들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역시 인력 부족에서 오는 한계겠죠. 다섯 명이 하던 일 두 명이 없으면 셋이서 그냥 해라…… 이런 형편이니. 영업팀이 홍보를 하는 건 또 아니니까요.

양세종 : 이벤트도 편집부에서 하지 않나요?

이지혜 : 큰 데 중 한 곳은 답이 안 나오는 것 같고요. 게다가 애초에 만화출판사에 마케팅이라는 건 없다시피 한 상황이고. 영업부 직원도 한 명 뿐인 식이면 말 다 했죠.

서찬휘 : 대원이 그런 점에선 요즘 묘하게 홍보를 애써서 하는 느낌이긴 한데 늦었어 늦었어……란 기분. 대원 쪽에서 보도자료랑 기증도서 받는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블로그 스킨 배포는 진짜 애쓴단 생각이고.

이지혜 : 대원은 거의 쏟아 붓기. 이것도 주고 저것도 줄게…….

서찬휘 : 그래서 말이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큰 곳 중에서 대원이랑 학산이 툰도시랑 붙는 모양새입니다만, 이 구조 이 형태로는 대원이냐 학산이냐는 상관없을 거고……. 이 대목에서 저는 작가들부터도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거랑, 출판사들이 잡지 레이블에 연연하지 않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공동 기획해서 툰도시와 같은 포털과 싸바싸바를 해 보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정적으로 더 이상 안정적인 연재처를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거든요.

이지혜 : 맞아요. 아까도 말하고 싶었던 거지만 어느 한계선을 정해놓고 넘지를 않으려 들거든요. “이게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 늘 그런 식이라. “왜 안 되느냐”라고 하면 “만화니까 안 된다”……. 출판사부터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좀 할 말이 없더라고요.

서찬휘 : 온라인에서는 업체가 어중간한 규모에 집착하지 말고 철저하게 온라인 이용자의 행태에 맞는 노출 편성과 기획을 해 작가들로 하여금 이에 맞는 작품 활동을 꾀하게끔 하는 것. 즉 포털 웹툰이 보여주고 있는 갱신 방식을 차용하되 작품 수를 다소 조정하여 혼자서 연재작 전부를 담당하고 작품과 작가에게 간섭하지 않는 웹툰보다는 기존 방식의 편집을 일정 이상 도입하는 형태……가 1차가 되겠고.

김혜신 : 편집의 강화군요.

양세종 : 웹툰 형식에서 + 편집을 넣는다.

서찬휘 : 아니, 형식 자체는 종이만화죠. 스크롤이 아니고.

이지혜 : 사실 작가들이 편집부에 끌려 다니는 면이 많다 보니…… 이런 때일수록 뭔가 역할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김혜신 : 편집부가 방향성이 있으면 끌려 다녀도 반은 갔겠지만요.

서찬휘 : 네. 근데 그게 출판사랑 툰도시(……) 몫이라면 작가의 몫은- 누구도 안정적으로 내 활동과 생활을 뒷받침해줄 틀의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고, 틀 또한 아무리 크다고 해 봐야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거. 미국 발 경제위기가 보여준 실로 판타스틱한 경제 판타지가 알고 보니 눈앞에 떨어진 현실임을 인정해야만 했듯 만화계 구성원들도 저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때가 아닌가 하는 거죠.

양세종 : 작가들 스스로도 웹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겠죠.

제 2차 세계대전 만화 이미지
디씨인사이드 카툰연재갤러리에 오르던「본격 제2차세계대전만화」

서찬휘 : 네. 그렇다고 웹툰으로 몽땅 가자~ 이건 말도 안 되고. 당장 새 잡지를 업체 끼고 만들어 마케팅을 잘 하면 잘 나갈 것이라고 하는 것도 지나친 낙관이 아닌가 싶고요.
그래서 말이지만, 이 시점에선 잡지 연재가 곧 데뷔이자 프로의 자격이란 것도 의미가 퇴색되고 있죠. 웹 공간에서의 활동도 그렇고, 이미 포털을 통하지 않고도 작품을 출간한 사례도 나오고 있고.

이지혜 : 웹이 작가들에게 좀 더 자유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김혜신 : 자유로운 공간이긴 하잖아요.

양세종 : 자유의 웹툰이냐 권위의 종이 출판이냐……라지만 권위도 이미.

김혜신 : 뭐 포털이 권위를 가지면 되는 문제죠. 권위가 꼭 나쁜 게 아니라 가령 90년대 이후 경영난이라 원고료도 지불 못했던 일본의 가로, 그래도 10년을 갔죠. 즉 그 지면만이 가진 매력(독자와 작가에게 전부)과 권위라는 것. 그건 출판사가 자기 방침을 (작품성 있다면 한계에 도전하든 위험하든 전부 실어준다) 철저히 지켰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작가, 독자들과의 신뢰관계, 그것이 주는 권위…… 뭐 무척 높은 이상이지만 한 사례로 드는 겁니다. ‘철학’을 가지라고 하고 싶어요. 어려운 게 아니라 이것만은 지키겠다, 이런 거. 가령 우리 잡지의 만화는 꼭 전투하는 미소녀가 나와야해 버럭! 이런 거.

서찬휘 : 네. 여하간 여기서 다른 쪽의 사례를 들자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반을 낸 붕가붕가레코드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장기하 사진
장기하와 얼굴들. 인디계의 서태지와 아이들로 불리는 밴드. 송창식, 산울림, 송골매 등과 맥을 같이 하는 질 높은 음악적 자산에 현 젊은 세대들의 모습을 절묘하게 투영한 가사, 그리고 음습하게 웅크리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를 창출해낼 줄 아는 적절한 포장 능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더 주목해 봐야 할 점은, 이들이 음반을 낸 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의 영업 방식이다.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모토로 삼은 이들의 방식은 싱글 음반을 직접 구워 파는 CD로 발매하며 폭을 좁고 작게 가져가며 생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렇다고 자기를 드러내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이윽고 장기하는 화제성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는 한편 정규 음반을 대량 생산체제로 발매하며 디지털뮤직어워드, 한국대중음악상 등에서 상을 받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붕가붕가레코드의 생존방식은 오프라인 종이 잡지라는 틀을 잃으며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업 장르 만화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찬휘 : 오프라인 쪽에선 철저하게 작게 갔으면 좋겠어요. 영챔프를 예로 들자면, 이게 지금 애프터눈인지 영강강인지 점프인지[*주:영강강은 스퀘어에닉스의 청소년지. 애프터눈은 일본 코우단샤의 월간 청년지, 점프는 슈에이샤의 주간 소년지. 소년지인지 청소년지인지 청년지인지 도무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비유한 것] 모르겠단 말입니다.

코믹 발키리 홈페이지 이미지
코믹 발키리. 일본 킬타임커뮤니케이션에서 내는 계간지로 ‘싸우는 미소녀’라는 화두에 특화한 작품을 싣는다. 우리나라에선 이야기 작가 임달영 씨와 「프리징」「오니히메 버서스」(국내명 「팬텀 프린세스 버서스」)를 연재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서찬휘 : 시바우치 님 말씀이 지금 제가 할 말입니다만, 이 상황에선 오프라인에선 적더라도 확실하게 팔릴 것만 내 보란 겁니다. 이를테면 발키리 같은 거.

이지혜 : 특화…….

김혜신 : 색채가 분명한 거.

서찬휘 : 국내 심의의 최극단을 자극해 보는 식으로. 물론 이 경우 욕먹을 수밖에 없는 게 오타쿠 대상이냐 같은 소리가 나오겠죠. 근데 일단은 확실하게 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범위가 작아도 말입니다.
오프라인은 철저하게 그리 가고, 온라인에선 그 반대편 것도 적절히 시도해가면서…… 신인 같은 거요. 그런 식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 하는 거죠. 이런 특화 전략이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남은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루빌닷컴 홈페이지 이미지
현대지능개발사가 운영중인 루빌닷컴

양세종 : 그리고 보니 리브로 코믹 상위권이 현대지능개발사죠.
[*주 - 현대지능 개발사 : 루비코믹스 레이블로 국내에서 BL(Boys Love) 장르 작품만을 전문으로 내고 있는 출판사. 출판사 이름에서 느껴지는 다소 미묘한 괴리감으로도 화제에 오르는 출판사.]

서찬휘 : 그러게요. 어쨌든 오프라인에선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온라인은 앞서 언급한 그 체제고…… 한편으로는 작가들도 살북보다 재밌는 자체 출판으로 저 붕가붕가 레코드 흉내 좀 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지혜 : 온라인판 만화잡지에서야말로 편집자의 역할이 분명해야 할 듯.

살북 : 권용득, 김성희, 김수박 등이 중심이 되어 찍은 자급자족형 통신판매 언더 만화 잡지. 2007년 4월 200부 한정판으로 나온 첫 호 발행 이후 그해 12월 2호, 다음해 10월엔 정식 출판물로도 출간해 참여 작가 블로그 및 한양문고 등을 판매하고 있다. 대중적이지 못하고 작가들이 하고픈 것을 간섭 없이 하고자 하는 방향이 더 크지만 직접 제작을 통한 작품 활동의 한 사례로 눈여겨 볼만하다. 붕가붕가레코드와 차이가 있다면, 대중성을 획득할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양세종 : 결국은 최근 독자들의 성향처럼 장르도 코드도 갈수록 파편화해 가고 있으니까, 그에 맞춰서 시장을 맞출 필요가 있겠죠.

서찬휘 : 네. 이젠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는 시점까지 왔다고 봐요. 누가 뒤 봐주는 것도 아니고. 이게 출판사-포털-작가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붕가하라”고요. “저희 붕가하겠습니다”[*주]라고 좀 해 보라고요.

양세종 : 코와붕가!
[*주: 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 주연을 맡았던 강호세가 “저희 분가하겠습니다”를 짧은 혀로 “저희 붕가하겠습니다”라고 발음해 시청자들을 웃겼던 것을 두고 치는 개그. 물론 여기서는 붕가붕가 레코드를 참고하라는 의미. “코와붕가”는 「닌자거북이」에서 거북이들이 외치는 전매특허 대사.]

이지혜 : 그런데 정말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찬휘 : 네. 장르 만화가 그런 방식으로 나오지 말란 법도 없고, 살북이 작품들이 대중적 재미를 전혀 보장하지 않으니까 문제지만 그네들처럼 블로그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블로그에서 카드결제까지 지원하게 해 주는 블로그샵 서비스인 이니P2P 같은 녀석을 이용해도 되고. 작가가 직접 ISBN 찍은 책 못 팔 게 없죠. 지금 상황에선 그저 머물러만 있으면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 어렵기는 어차피 마찬가지라고요.

이지혜 : 계단 한 단 더 오르는 게 무서워서 기름칠 해 놓고 미끄러워서 못 가…… 이런 것 좀 그만 했으면.

서찬휘 : 뭐 이리 말해도 자리 깔아줘야 하지 이러는 사람이 태반이겠지만…… 우리는 그래도 말해야 합니다. 작가도 아니고 출판사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이런 쪽에서 기존 잡지 쪽에서 제대로 질러주지 못한 소재 쪽을 파고들어 블로그를 중심으로 작은 규모나마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성과를 내는 방식이 차라리 낫겠다는 거죠. 앞서 언급한 코믹 발키리라고 사실 잡지가 몇 백만 부 나가는 거 아니거든요. 적게 찍어 적게 팔고 그만큼 작은 규모로 진행해서 이윤 남기는 시스템이거든요.

김혜신 : 그럼 온라인 쪽 수익은 어떻게? 사실 중고딩들이 월정액에 돈 쓸 거 같지 않고…… 물론 일반인 2~30대도요.

서찬휘 : 온라인 쪽은 기본적으로 클릭수 비율 따지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돈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그래서죠. 출판사는 아마 “잡지 찍는 비용을 줄인다”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찍고, 유통하고, 재고 처리하고, 남는 거 폐기하는 비용 빼는 걸로 버티는 겁니다.

이지혜 : 종이 값 아끼기죠. 늘 말하는 게 종이 값 부담이고 반품 부담이니까.

서찬휘 : 그것만 해도 어디냐 싶긴 하겠지만. 요는 이제 이 시점에서 나올 이야기가 ‘단행본 많이 팔아서 메우기’란 걸 좀 더 구체화하는 수밖에 없단 거랄까.

이지혜 : 사실 서점에서 일하면서 중고생들이 만화 단행본에 지출하는 돈의 액수에 상당히 놀랐습니다만.

서찬휘 : 네……. 온라인은 답 없어요. 돈 쪽으로는. 결국 이번처럼 웹으로 잡지를 이전한 건 잡지를 거의 포기하고 단행본이라도 찍겠다는 거거든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으로 열에서 스무 작품을 통으로 정기적으로 갱신하는 방식으로는 유료 결제 비용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노출도도 뭐하고. 잡지는 어떻게든 ‘유지’만 하고 단행본이라도 팔아 보겠단 소립니다. 브랜드까지 잃는 걸로 보인다는 게 문제지만. 어쨌든 그렇다면, 그 내놓을 단행본 팔 생각부터도 좀 이제라도 좀 해 보란 소립니다. 마케팅부터 기획까지.

양세종 : 단행본들도 이제 고가격 고품질화가 되는 건가.

이지혜 : 그렇다고 그게 또 답도 아니니까요. 명탐정 코난 같은 권 수 많은 게 그리 되면…… 으아.

서찬휘 : 네.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빈틈을 작가들도 출판물 빙자 동인지로 소화하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출판사-포털-작가가 각자 서로 해야 할 부분들을 생각하고 틈새도 노리면서 지속 가능한 생존을 꾀해야 한단 말이죠.

양세종 : 결론은 붕가붕가군요.

서찬휘 : 그렇죠. 붕가붕가 코와붕가.


[*참고]
만화계와는 다소 다른 사례지만 붕가붕가 레코드와 같은 생존방식을 택하는 사례는 이곳저곳에서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시사 쪽 칼럼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마케터’ 김형석 씨는 최근 블로그 기반의 1인 출판사를 시작한다면서 30-500-5000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30-500-5000은 시사·정보·생활·문화 전반에 관한 지식정보를 가공해 한 달에 100~200 페이지짜리 책을 출판하여 500권을 판매, 매달 250~500만 원의 매출을 내 연 5000만 원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다.
이 아이디어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아닌 블로거 중심의 1인 출판 시스템을 구축해 비용 구조를 혁신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소량 소비라는 롱테일 마켓을 창출하겠다는 발상이다. 김형석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가내 공장과 판매 점방으로 활용하여 자주 찾아오는 단골들에게 단골장사를 하겠다는 발상이죠”라고 밝히고 있어 붕가붕가 레코드나 살북이 보여주었던 사례가 그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형석 씨의 첫 번째 책은 『대한민국 경쟁과 기회 사이에서 길을 잃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주소 참조 : http://grands.egloos.com/2324884

* 본 기사는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http://mahn.co.kr)과의 제휴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