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드래곤’과 ‘와이랩’의 협업, IP확장은 어디까지일까?
IP확장은 이제 웹툰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일상의 용어가 되었다. IP도, 그리고 그게 확장한다는 말도 생소했던 시절에는 OSMU라고 불렀고, 그 이전에는 ‘웹툰의 영상화’, ‘만화 원작’ 등으로 불렸다. 일상의 용어가 됐다는 말은,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IP 확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같이 협업하게 된다.
이미 웹툰계에는 스튜디오-에이전시-제작사 등 많은 기업이 생겨났고, 이런 업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활용한 드라마, 영화, 게임, 굿즈 등의 콜라보레이션을 내놓고 있다. 2020년만 해도 <이태원 클라쓰>, <메모리스트>, <쌍갑포차>, <스위트홈>, <루갈>, <경이로운 소문>, <여신강림>등의 TV, OTT 채널 드라마 시리즈와 <시동>, <해치지않아>, <강철비 2> 등의 영화는 물론 <연애혁명>, <아만자>, <며느라기>등 웹드라마 형식의 작품들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한 해였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이런 웹툰 원작 IP확장의 가장 첨단에 서 있는 제작사다. 또한 웹툰 원작 드라마를 만들어 온 경력도 길다. 2014년 <미생>, <닥터프로스트>, 2015년 <호구의 사랑>, <슈퍼대디 열>, 2016년 <치즈 인 더 트랩>, <싸우자 귀신아>, 2017년 <부암동 복수자들>, 2018년부터는 웹소설 원작으로 넓혀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계룡선녀전>을 선보였고, 2019년에는 <진심이닿다>, <그녀의 사생활>,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을 선보였다. 이후 <메모리스트>, <루갈>, <경이로운 소문>, <여신강림>, <스위트 홈>,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 <나빌레라>, <간 떨어지는 동거>를 선보이고 있다.
△ 좌측부터 미생(2014), 치즈 인 더 트랩(2016),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이미 제작이 확정되었고, 방영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으로는 <안나라수마나라>, <방과후 전쟁활동> 등이 알려져 있다. 이밖에 이미 제작한 작품만 20여 작품에 달한다. 2021년 5월 26일에 방영 예정인 <간 떨어지는 동거>가 스튜디오 드래곤의 웹툰/웹소설 원작 드라마 20번째 작품이고 제작이 확정된 작품까지 합하면 22작품에 달한다. 다른 모든 영상물 제작 스튜디오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기존에 이미 많은 작품을 만들어 온 스튜디오 드래곤은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웹툰 원작 드라마를 연 평균 2회가량 제작하고 있다. 서비스 역시 tvN등 케이블 채널과 넷플릭스, TVING 등 OTT 채널을 가리지 않는다. 16부작 형식의 미니시리즈 뿐 아니라 6부작, 12부작 등 다양한 형태로 원작 콘텐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작품 제작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초기 영상화에서 비판받았던 점이 빠르게 수정되며 ‘웹툰 원작을 살리면서 드라마에서 이질감을 주지 않는’ 각색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스위트홈>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를 강타하며 ‘한국 웹툰의 영상화 시대가 열렸다’는 선언을 전세계에 전했다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처럼 웹툰 원작 IP를 영상화 해 온 스튜디오 드래곤이 다수의 IP를 생산하면서, 모든 콘텐츠 사업자가 힘들어하는 점을 이미 만났을 수도 있다. 바로 안정적인 IP 수급, 즉 일정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할 IP와 대작 IP,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는 웹툰 시장이 발전하면서 작품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IP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일정수준 이상 규모까지 성장하는데 필요한 콘텐츠들을 만들고 나면, 이후 규모를 유지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IP확보 경쟁은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예산 2013-2021, 출처: Statistica
2020년 넷플릭스는 ‘킬러 콘텐츠’ 확보를 위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만 173억달러(한화 약 19조 5,23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투자 예상액은 이보다 조금 줄어든 170억달러(한화 약 19조 1,800억원)이다. 투자액이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선 2018년과 2019년에만 273억달러(한화 약 30조 4,700억원)을 투자했다. 2년간 30조원을 투자했고, 그 중에 웹툰이 주목받는 콘텐츠로 떠오르게 되었다.
△ 스튜디오 드래곤과 와이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튜디오 드래곤’은 당연히 파트너를 찾았다. 그 파트너는 바로 ‘와이랩’이다. 지난 3월 말, ‘스튜디오 드래곤’과 ‘와이랩’은 영상화 공동제작 독점권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알렸다. ‘와이랩’은 <아일랜드>, <신암행어사>, <부활남>, <테러맨>, <심연의 하늘>, <신석기녀>등의 ‘슈퍼스트링’ 세계관은 물론 <참교육>, <한림체육관>, <세상은 돈과 권력>, <선의의 경쟁>, <야만의 시대>, <스터디그룹> 등을 포함하는 ‘블루스트링’ 세계관을 선보인 바 있다. 안정적인 웹툰 IP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와이랩’은 다음 IP확장을 위한 스텝을 준비하고 있고, 가장 많은 작품과 노하우를 가진 ’스튜디오 드래곤’은 그들의 최적의 파트너였을 것이다.
△ 와이랩의 세계관 ‘슈퍼스트링’(좌)와 ‘블루스트링’(우)
스튜디오 드래곤 입장에서도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는 ’검증된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와이랩은 최적의 사업 파트너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로맨스부터 가족 드라마, 액션물까지 다양한 웹툰 IP를 제작해본 경험이 있는 스튜디오 드래곤은 와이랩과 협력해 다양한 장르의 IP를 공개할 것임을 밝혔다.
’영상 제작을 위한 업무협약’은 업계 최초가 아니지만, 이정도의 큰 규모를 가지고 이미 결과를 낸 기업간의 본격적인 업무협약 발표는 보기 힘든 케이스였다. 나아가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웹툰의 IP확장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제작사와의 업무협약, 나아가 콘텐츠 공동개발 발표는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닐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제 IP확장의 단계에서 개인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기는 저물어 가고 있다. 이는 개인 창작자가 웹툰을 만들어 히트작을 내는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웹툰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들고, 게임을 출시하는 등의 일은 이제는 개인의 영역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 <미생> 시즌2 74수 中
범위를 넓혀 콘텐츠로 보면 이미 사례들이 존재하지만, 웹툰에 한정하면 처음 겪는 일이다. 개인에게 큰 돈의 단위를 넘어 <미생>에서는 장그래가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돈은 곧 힘이 된다”고 독백하는 부분이 나온다. 또 시즌 2 74수에서는 “사업하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된 소리 들어보려면 같이 놀아 본 사람이 아니라 돈을 같이 나눠 본 사람 말을 들어 봐야 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제 웹툰은 자본, 사업에 해당하는 돈의 규모가 예전보다 큰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IP확장의 파트너는 그동안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운영해왔을 것이다. 그러니 아마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IP전쟁’이라고 불리는 전장의 한 가운데에 웹툰이 있다. 지금부터 웹툰계가 과연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스튜디오 드래곤과 와이랩이 손을 잡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