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수전으로 ‘전혀 다른 세상이 열렸음’을 신고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웹툰 기업이 인수전에 1조원을 넘게 쓸 거라고 말하면, 믿는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그리고 또 한번 국내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예상할 수 있는 소식이 들렸다. 바로 문피아 인수전이다.
2002년 김환철 대표가 시작한 ‘고무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문피아는 2012년 법인으로 전환, 4만 7천여명의 등록작가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웹소설 플랫폼 중 하나다. 2020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외하면 문피아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하면 점유율은 3위로 밀린다.
최근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얻으며 누적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 <전지적 독자시점>역시 문피아에서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었다. 문피아는 현재 지배회사인 투자목적회사 ‘문피아투자목적회사’가 전체 지분의 2/3가량에 해당하는 64.42%를 가지고 있는데, 2016년 사모펀드(PEF) S2L 파트너스와 KDB캐피탈이 문피아투자목적회사에 350억원을 투자해 55%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환철 대표 역시 이 중 45%를 가지고 있다.
△ 문피아의 지분율 구조 - 출처: 문피아 공시자료
이번 거래 대상은 문피아의 지배회사인 투자목적회사(SPC) 문피아투자목적회사가 보유한 문피아 지분 전량(64.42%)이다. 2016년 사모펀드(PEF) S2L파트너스는 KDB캐피탈과 함께 SPC를 통해 지분 70%를 35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문피아 창업자 김환철 대표도 후순위 투자를 통해 SPC 일부 지분을 취득했다. S2L파트너스와 KDB캐피탈이 투자목적회사의 지분 55%, 나머지 45%를 김 대표가 보유하는 형태였다.
이번에 인수 소식이 들려온 곳은 바로 이 문피아투자목적회사다. 문피아 지분의 과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또 투자목적회사의 지분의 과반 이상을 사모펀드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3천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문피아는 연간 매출액만 417억원, 순이익 63억원으로 ‘알짜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전지적 독자 시점> 등 화제작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고평가의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는 시기는 6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투자한 텐센트와 NC소프트가 각각 25%, 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6월까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알렸다. 엔씨소프트는 문피아 인수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내 웹소설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텐센트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때문에 우선매수권 기간이 종료되는 6월 이후 본격적인 인수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전까지 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이버가 이번 협상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격을 비롯한 여러 조건에서 가장 앞서가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네이버가 해외에선 왓패드를, 국내에선 문피아를 네이버웹툰에 달아주게 된다. 국내, 국외 모두 잔뼈 굵은 웹소설 플랫폼을 안겨줘 IP 보따리를 안겨준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웹툰이 IP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수급하는 역할로 웹소설이 낙점됐고, 웹소설은 플랫폼에서도 직접적으로 ‘돈이 된다’는 점을 입증했으니 플랫폼 시너지는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네이버웹툰의 수직계열화와 시장 독점이 우려된다는 점은 숨기기 어렵다. 네이버웹툰의 웹툰시장 점유율은 카카오페이지 등의 약진으로 낮아졌다곤 하지만 절반을 훌쩍 넘긴다. 2020년 콘텐츠진흥원 만화백서에 따르면 독자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호하는 웹툰 플랫폼 중 1순위로 네이버웹툰을 꼽은 독자는 73.4%, 1,2,3순위에 네이버웹툰을 꼽은 독자는 88.7%에 달한다. 사실 플랫폼 순위 집계가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네이버웹툰이 1위를 놓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여기에 웹소설 3위 플랫폼을 트래픽 기준 1위 플랫폼이 인수한다는 소식은, 환호할만한 소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시장이 확대하면서 앞으로 IP를 활용할 능력이 있는 플레이어가 인수라는 방식으로 활용법을 다각화한다는 관점에서는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수전에 카카오와 네이버가 참여했다는 소식은 하나의 플랫폼이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IP의 다양성을 위해 인수전을 펼치는 네이버가 문피아를 인수한다면, 과연 시장의 다양성이 아닌 작품의 종 다양성은 지켜질 수 있을까?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