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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30%’ 구글 인앱결제 강제 눈앞…콘텐츠 가격 오른다

구글이 ‘인앱(in-app)결제 강제’ 정책을 강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021-06-15 조경건



‘수수료30%’ 구글 인앱결제 강제 눈앞…콘텐츠 가격 오른다






구글이 ‘인앱(in-app)결제 강제’ 정책을 강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모든 구글 플레이스토어 입점 앱에 인앱결제를 강제한다는 방침이다. 인앱결제를 사용하면 앱 개발사가 결제액의 30%를 구글에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만큼, 개발사들이 불가피하게 콘텐츠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앱결제란 무엇인가


인앱결제는 구글·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 게임 아이템 등 콘텐츠나 유료 앱을 구매할 때 사용된다. 각국 이통사 소액결제나 신용/체크카드, 카카오페이, 기프트카드, 문화상품권, 페이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마켓, 쿠팡, 배달의민족, 카카오택시 등 실물 재화를 거래·제공하는 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앱 사용자가 인앱결제를 사용할 경우, 구글은 플랫폼 운영비 명목으로 개발사로부터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떼간다. 이렇게 가져간 수수료 중 일부는 결제 수단처인 신용카드사, 통신사 등에 수수료로 다시 분배한다. 통신 3사의 경우 구글의 수수료 30% 중 절반을 결제수단 제공 대가로 지급받고 있었던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 네이버웹툰에서 사용하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지에서 사용하는 '카카오페이'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은 이미 모든 게임 앱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오는 10월부터는 비(非)게임 앱까지 이를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웨이브 등 대기업 앱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앱에도 인앱결제를 강제한다는 것이 구글의 방침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앞으로 구글플레이에서 네이버웹툰을 다운받은 뒤 유료 결제를 할 때 현재의 네이버 결제 시스템 대신 인앱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고, 네이버는 이전에는 내지 않았던 30%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애플은 이미 실물 거래 앱을 제외한 모든 iOS 앱에 30% 수수료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올해 1월부터는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 기업에 한해 수수료를 15%로 인하했다.



구글의 변(辯)




구글은 인앱결제 시스템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의 경우 “다양한 결제수단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일관되고 편리하면서도 혁신적인 보안 기술을 적용한 안전한 결제”를 지원 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결제 오류나 환불 등 민원을 구글플레이를 통해 신속하고 일괄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고도 다양한 국가에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고, 결제 관련 민원 처리에 필요한 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는 배경에 대한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11월 공식블로그를 통해 밝힌 이유는 ‘디지털 콘텐츠 결제가 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과 연동되어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하고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다.

의무화가 미칠 파장에 대해선 ‘한국 개발자 앱 중 95%가 무료고, 나머지 5%의 개발자 중에서도 98%가 이미 인앱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며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압박을 피하기 위한 수수료 인하 정책도 내놨다. 오는 7월부터 모든 개발사를 대상으로 매출액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원)까지는 수수료를 15%만 부과하고, 100만 달러 초과분에 대해서는 30%를 매긴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A사가 인앱결제를 통해 1년에 30억원을 벌었으면, 약 11억원까지는 15%의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 19억원에 대해서만 30%를 적용해 수수료를 소폭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 구글플레이 앱 중 99%가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이므로, 대부분의 중소 앱 개발사가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이 구글 측 설명이다. 매출 100만 달러를 넘기는 개발사엔 무조건 전체 매출액의 30%를 떼가는 애플보다는 한 발 나아간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 등 방대한 매출을 자랑하는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체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출이 100억원인 기업의 경우 약 10%인 11억원까지만 15%의 수수료가 적용되고, 나머지 89억원에 대해서는 그대로 30%를 내줘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1%의 대기업 앱 이용자가 수천만명에 달하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받을 영향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구글 입장에서는 이들 1%로부터 챙기는 수수료가 결국 수익의 핵심이라 ‘보여주기식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 10월 인앱결제 강제를 앞두고 이용자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이미 들어갔다. 6월 1일부터 30일까지 인앱결제로 비게임 콘텐츠를 구매하는 국내 이용자는 결제액에서 수수료 15%를 깎아준다. 물론 앱 개발사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할인을 받을 수 없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인앱결제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구글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



손해 보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


인앱경제 의무화가 시행되더라도 네이버와 통신3사 등 대기업들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통신사들의 경우 구글과 애플을 견제하겠다며 네이버와 손을 잡고 ‘원스토어’를 대안으로 내세웠으나, 이들은 휴대폰 소액결제를 통한 인앱결제시 수수료 30% 중 절반을 구글로부터 받아 챙기고 있었다. 통신사들은 구글 인앱결제가 의무화가 시행되어도, 원스토어의 점유율이 상승해도 이득을 얻게 된다.

통신사들과 마찬가지로, 네이버 역시 네이버페이를 통해 인앱결제를 사용하면 수수료 30% 중 절반을 챙길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한 콘텐츠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이버웹툰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네이버웹툰을 감상할 수 있는 가상화폐 ‘코인’의 1개당 가격은 안드로이드 기준 100원이다. 네이버 측과 작가는 이를 50:50으로 나눈다. 여기서 ‘세금과 수수료 등 각종 비용’ 10%를 떼면 실제로는 45:45가 된다. 지금도 이 ‘수수료 등 각종 비용’에는 모바일로 쿠키를 결제했을 때 구글에 내는 돈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구글이 수수료를 30%로 올리면 네이버와 작가는 나머지 70%를 둘로 나눠야 한다. 각자의 몫이 45%에서 35%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코인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네이버는 그 와중에 오히려 이득을 본다. 구글로부터 수수료 30% 중 절반인 15%를 받으면 총 50%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 부담이 늘어나 손해를 보는 쪽은 소비자다.

실제로 이미 수수료 30%를 가져가는 애플 iOS에서는 네이버웹툰 코인 1개당 가격이 120원으로 안드로이드보다 20% 비싸다. 멜론 등 음악 스트리밍 어플도 마찬가지다.



△ 네이버웹툰 쿠키 결재 정보 쿠키 10개 기준, 좌) 구글 플레이 스토어 1000원, 우) 애플 스토어 앱 1200원



30% 수수료, 명분이 없다


문제의 핵심은 30%라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인기 게임 개발사인 에픽게임스로부터 소송까지 당한 상태다.

이에 팀 쿡 애플 CEO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재판에 출석해 ‘개발사의 독자 결제를 허용하는 것은 애플이 지식재산권으로 얻을 수익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애플이 1주일에 약 10만개의 앱을 검토해 이 중 약 4만개를 퇴출시킨다면서 이런 시스템이 없으면 앱스토어가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신뢰할 만한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30%라는 수치가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로저스 판사는 쿡에게 ‘게임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애플이 버는 돈에 비해 불공평하게 적은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학계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려대 로스쿨 이황 교수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가 ‘끼워팔기’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하게 해주는 것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은 별개의 서비스로 봐야 하는데, 결제 시스템 이용을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래상 지위남용 등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앱 마켓 시장의 절대강자인 구글은 이미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앱 시장에서 플레이스토어는 5조 4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전체 매출의 66.5%에 달하는 압도적인 비율이다. 인앱결제 적용을 받지 않던 비게임분야 수수료도 2,874억원이다. 여기서 인앱결제 의무화가 강행되면 국내 기업이 강제로 내는 수수료는 적게는 885억 원에서 많게는 1,568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과방위는 추정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수익을 크게 증가시킬 정책 변화의 근거가 단순히 ‘애플 따라가기’라는 것이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수료의 근거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구글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툴을 제공해서 안전하게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답했으나, 30%라는 수치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6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서 구글코리아를 대표해 참석한 관계자는 “애플이 (수수료) 30%로 맨 처음 시작했고 구글이 그걸 따라 했다”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이유가 사실상 없는 것이다.



확실한 대처가 없다


이처럼 부당한 대목 투성이지만 구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인앱결제 강제화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는 했다. 지난 7일에는 조사팀을 확충해 인앱결제 의무화가 앱마켓과 연관 결제시스템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 앱 개발자와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뾰족한 대처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일명 ‘인앱결제 강제 방지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7건 발의됐으나, 수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구글이나 애플, 원스토어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 앞서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구글과 애플의 거센 반대에 결국 주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당장 오는 10월 의무화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개정안은 이달 17일 즈음으로 예정된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처리돼야 하지만, 안건이 상정됐는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창작자 단체들은 연일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일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를 시작으로 웹소설산업협회, 웹툰산업협회, 만화가협회, 웹툰작가협회 등이 연이어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인앱결제 의무화로 웹툰 등 콘텐츠 가격이 상승해 이용자들은 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창작자들은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신규 콘텐츠 창작이나 신인 작가 육성도 방해할 것이라며 “6월이 창작자들을 보호할 인앱결제 강제 방지 법안을 통과시킬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