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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해외 진출 상황 정리 및 전략 비교

웹툰을 두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벌이는 경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두 업체의 웹툰 해외 진출 상황과 전략을 알아보자

2021-06-17 서찬휘

웹툰을 두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벌이는 경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물론 둘의 경쟁이 어디 하루 이틀 전이냐는 반론이 나올 법한 이야기다. 한데 근래 양 사의 경쟁은 기존과는 다소 궤를 달리 하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다름 아닌 해외 시장에서의 헤게모니를 누가 쥘 것인지를 둔 싸움이다.






전초전 – 스마트폰의 등장, 인식의 전환


본래 2000년대 초반 한국의 네트워크에서 태동한 새로운 만화 형식인 웹툰은 오랜 시간 동안 ‘새로운 만화 형식’이라는 측면이 강조되며 그간 해외 만화에 비해 협소한 시장 규모나 해외 만화, 특히 일본 만화의 영향권 아래에 놓여 왔던 현실을 극복할 주자로서 부각되어 온 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은 다소 간의 자존감(?)을 세워주던 것과는 달리 세계 시장에서 웹툰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높여주지는 못했다. 일단 외국 업체들 입장에서는 웹툰이 익숙하지 않았고, 특히 여전히 출판에 방점을 찍고 있던 국가들에서는 굳이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띠는 만화 시장을 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아이폰3gs


발상의 전환이 진행된 건 2010년대를 전후해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고 나서였다. 모두가 인터넷이 되는 초소형 컴퓨터이자 이전의 피쳐폰에 비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손실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상황이 되면서 이 기기 안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방점이 찍히기 시작했다. 일단 네이버가 2009년 중반 아이폰3Gs의 한국 국내 출시 직전의 스마트폰용 웹툰 환경을 선점함으로써 스마트폰에서의 웹툰도 무료 시장으로 확정하려는 시도를 보였다가 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이후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레진코믹스를 비롯해 유료 모델을 시도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네이버와 다음도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유료 모델을 등장시킴으로써 무료를 무조건 우선하던 웹툰 시장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2010년대, 글로벌 웹툰 판 다지기 시작


웹툰 선도 업체들이 한국 국내의 체질을 바꾸고 있던 2010년대 초반, 비로소 글로벌 시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업체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타파스미디어는 타파스틱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 이후 북미권에 웹툰 형식을 접목하기 시작해 한국 작품의 진출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웹툰 포맷을 채용한 북미권 작가들을 등장시키는 시금석을 마련했다.




△ 만화 생태계 발전방안 토론회 - 이미지 출처 '디지털만화규장각'


2014년 당시 타파스미디어의 홍보팀장을 맡고 있었던 이재은 씨의 2014년 12월 15일 《만화 생태계 발전방안 토론회 - 웹툰, 변화와 성장을 위한 미래전략》 발제 자료에 따르면, 당시만해도 북미권의 인터넷 환경이 한국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다소 느린 속도로 말미암아 페이지 단위로 넘기는 디지털 만화가 웹툰과 같은 ‘버티컬 스트립’(주 : 세로로 늘이는 칸 전개를 이렇게 표현했다) 형태에 우선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점차 아시아 만화에 익숙한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웹툰 형식을 적용하는 이들이 늘어났으며, 이후 스마트폰 중심 시장으로의 이행에 발맞추어 북미권 최초 웹툰 사이트라는 타이틀 아래 2020년 5월 기준으로 작가 6만 명 이상, 작품 140만 편 이상, 오리지널 IP 80여 개, 누적조회수 67억 건이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 라인망가


네이버는 이보다 조금 늦게 자사 메신저인 ‘라인’의 브랜드로 일본 시장과 동남아권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일본용 웹툰 서비스인 라인망가가 출범한 게 2013년이고 역시 2013년에 태국, 2014년에 대만에 진출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의 위상이 높지만 태국과 대만에서는 네이버의 라인 메신저가 보이는 위세가 매우 강해 거의 국민 메신저라는 평을 받을 정도인데, 이 브랜드를 웹툰 진출에도 고스란히 이용한 셈이다. 언론사들이 모바일 앱 이용량 분석을 언급할 때 곧잘 인용하는 조사업체 앱애니의 데이터에 따르면 구글의 대만 쪽 앱 6월 2일 기준으로 마켓에서 라인과 라인웹툰의 순위가 2위와 5위, 태국 쪽에서는 1위와 3위일 정도로 높다.

네이버는 일본에서도 웹툰 앱의 이름을 라인망가라 달 정도로 라인 메신저의 영향력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라인망가는 만화라는 분야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여 온 일본 시장 안에서도 어느 정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2020년 7월로 출시 4년을 맞은 픽코마에 앱 매출 면에서 따라잡힘으로써 자존심을 세게 구기고 말았다. 카카오재팬은 2016년 픽코마를 출범시키며 한국에서 ‘기다무’라는 이름으로 정착한 바 있던 ‘기다리면 무료’를 ‘마테바¥0(기다리면 0엔)’라는 이름으로 내세웠다.




△ 픽코마


어찌 보면 카카오는 글로벌 판세에서는 한국에서와는 정 반대로 웹툰 시장의 선수를 네이버에 빼앗겼던 상황이었는데, 이를 라인망가를 매출 면에서 따돌림으로써 만회한 셈이 됐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카카오가 라인 메신저를 통해 네이버가 일종의 ‘텃밭’으로 삼아 온 태국과 대만에 2021년 6월 7일과 9일 연이어 진출하는 건 그야말로 동남아시아 권역에서도 판세를 뒤바꿔보겠다고 작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 여러모로 네이버 입장에서는 신경줄이 긁히는 문제일 수밖에 없어서, 2021년 6월 11일 카카오가 ‘태국·대만 출시 직후 앱마켓에서 우리가 1위 달성했다’이라는 발표를 내자마자 이틀 만에 네이버 쪽에서 ‘태국·대만 웹툰 1위는 라인 웹툰이다!’라고 발끈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2021년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기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해질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 부으며 인수전에 나선 건 기실 이와 같이 2021년을 전후한 기세 싸움의 연장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는 북미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533억 원을 들여 인수했고, 카카오는 앞서 일찌감치 북미권 웹툰 시장을 다지며 숫자를 만들어 온 타파스 미디어를 지난해부터 인기 작품을 최대 주주로서 현지에 선보이다가 올 들어 아예 직접 6천억을 들여 인수했고, 역시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5천억 원에 인수했다. 두 업체의 인수 금액으로만 치면 전체가 1조 7천여 억 원이고 그 중 한 회사가 쓴 금액만 1조 1천억 원이다.

이 숫자의 의미는 한국 만화계에 굉장히 크다. 한국 게임 업계가 한국만화를 힐난하는 데에도 종종 썼던 그 숫자, “1조 원이 안 되는 바닥”의 그 1조가 업체 인수가로만 튀어 나온 것이다. 여기에 전면 인수는 아니지만 네이버가 해외에서 타파스 미디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할 웹툰 플랫폼 태피툰의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에 25%에 달하는 지분 투자를 334억 원을 들여 진행한 것도 마찬가지고, 해외 대상은 아니지만 역시 웹툰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주로 해 오던 에이투지에 400억 원을 투자한 것도 웹툰 영상화 등의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투자금까지 합치면 양사 합쳐 2조 가까운 돈이 올해에만 움직인 셈이다. 업계인으로서는 “이럴 땐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라는 만화 <대털>의 대사만 뇌리에 떠오른다.



2019년 이후 - 이제 웹툰은 웹소설과 영상과 ‘같이’ 가는 것이라는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0년 12월 23일 발간한 《2020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네이버 웹툰의 트래픽이 65.1%로 과반을 훌쩍 넘지만 같은 기간 카카오 페이지, 다음 웹툰 등 카카오 계열로 묶을 수 있는 쪽의 웹툰 매출액이 1028억 원으로 644억 원인 네이버 웹툰보다 높다.

이와 같은 수치에서도 볼 수 있듯 양사의 특징은 서로가 오랜 시간 견지해 온 바와 같이 우위를 점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지만, 판을 다져 온 국외 시장에서의 추월과 추월 위기 앞에서 단지 기준만 놓고 왈가왈부 할 상황은 아닐 터다. 결국 양사는 각자의 장점을 좀 더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해외라는 새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 터인데, 인터넷의 관문 격이었던 포털 사이트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던 국내에서의 오랜 상황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양사의 인수전에서 래디쉬와 왓패드가 등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콘텐트 전쟁은 비단 웹툰만을 무기로 삼지 않는다. 근래의 싸움은 인터넷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업체들을 통칭하는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따위 OTT(Over-The-Top)에 방점을 찍고 전개되는 ‘IP’, 즉 지적재산권 싸움이다. 이들 OTT 업체들은 대중들 앞에 내어놓을 자사 독점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가 매우 많이 필요하고, 그만큼 영상으로 만들기 위한 소스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 다양한 OTT 서비스 업체들


왕년에 한 가지 원천을 다양한 갈래로 활용한다고 OSMU(One Source Multi Use)라는 한국식 조어까지 만들어가며 만화의 원천성을 부각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한 쪽 갈래를 원천으로 삼는다기보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소설과 웹툰과 영상이 당연한 듯 한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와 같이 웹툰이 원작이면서 드라마가 일정한 성과를 내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김비서가 왜 그럴까>과 같이 소설에서 시작했으면서 곧바로 웹툰과 영상으로 연결되는 작품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승리호>처럼 영화와 웹툰이 거의 동시에 등장하면서 한 쪽이 어느 한 쪽의 홍보용 콘텐츠로서만이 아니라 그 나름의 유기성을 띠려는 사례도 등장한다.

즉 선후에 따른 자존심 같은 게 작동할 필요가 별로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판세 앞에서 OTT들은 전통적인 은막을 넘어 기존 케이블TV, IPTV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트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OTT 가운데에서 가장 활황세를 타고 있는 글로벌 서비스 넷플릭스가 일본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을 거쳐 한국색이 짙디짙다 할 수밖에 없는 조선 시대 배경 좀비 드라마 <킹덤>을 ― 이 작품에 ‘만화 원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가는 차치하더라도 ― 직접 투자해 제작한 시점에서 온갖 영상 미디어들의 영향력과 그쪽으로 몰리는 돈을 어떤 IP로 집어먹어야 할까가 되었다.

사실 그 선례는 이미 오리지널 히어로 코믹스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를 시리즈 영화들로 목하 보여줘 온 마블(+ 디즈니)과 디씨코믹스에서 잘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영상물이 우위여서가 아니다. 얼마 전 언론사 뉴시스가 내어놓은 기사 제목은 대놓고 <웹툰 없었으면 어쩔뻔...하반기에도 원작 기댄 드라마 봇물>(2021.06.06. 강진아 기자)이다. 이와 같이 콘텐트 제작에서 이미 웹툰과 웹소설과 영상물은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까지 왔는데, 특히나 레거시 미디어 스타일에 익숙하던 이도 현재 콘텐트에 익숙하게 연결될 수 있고 그리 연결된 독자층의 매출 수요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란 점에서 영상의 역할은 매우 크다. 이제 관건은 단지 같이 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양사가 ‘해외’를 어떤 형태로 쓰려는지, 그리고 ‘해외’가 양사에게 어떤 의미인지다.



2021년 전후 - 양사에게 해외는, 해외에게 양사는





엄밀히 말하면 지금까지의 싸움은 국내 콘텐트 환경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측면이 좀 더 부각되어 온 면이 강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킹덤>과 코로나19 시국에 결국 넷플릭스로 방향을 틀어 공개된 영화 <승리호>의 사례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 자본에 국내 소재, 국내 인력으로 제작된 나름의 웰메이드 콘텐트가 탑승하고 일정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카카오와 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의 해외 진출 싸움이 모두 해외에 기반을 두거나 해외 대상으로 콘텐트를 내미는 데 필요할 법한 웹툰과 웹소설 업체에 조 단위 돈을 들여 인수하거나 투자함으로써 이 판도 자체가 다른 형국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테면 출발점이 한국 내가 아니라 해외인 웹소설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이것이 한국 내외에서 웹툰으로, 다시 한국 내외에서 영상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시작이 해외 작가들의 웹툰이 될 수도 있고, 그 사이에 한국 작가의 웹소설이 등장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러한 시작점의 변동은 그간 최소한 웹툰 하면 MADE IN KOREA, 한국제라고 여겨졌던 인식 자체의 변동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이미 적잖게 등장하고 있지만 웹툰과 웹소설 가운데 한국 작가들이 쓰고 그린 작품에 ‘K-’라는 딱지가 붙는 경우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해외 작가들이 웹툰과 웹소설이라는 형태로 유입되어 한국의 콘텐츠 시장에 얽혀 들어오는 사례도 보일 가능성이 생겼다.

한데 이와 같은 원산지 문제 이전에 인수전 과정과 이후 등장할 콘텐츠에도 양사의 성격이 다분히 묻어나고 있다는 점이 재미난 관전 포인트다. 네이버가 이번에 인수한 왓패드는 무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에 집중하는 스타일이고, 카카오가 이에 자극받아 인수한 래디쉬의 경우는 유료 콘텐츠 서비스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네이버가 웹툰 시장을 이용자 수로 장악했던 방식과 카카오(물론 그 이전의 다음 만화 속 세상 당시부터)가 실질적 매출액을 늘려갔던 방식이 해외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두 업체가 태국과 대만 권역의 주도권을 잡으려 들며 서로 누가 1위인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결국 이용자 수냐 총 매출액이냐의 싸움이고 보면, 양쪽 업체가 무엇에 방점을 찍느냐라는 경영 철학 자체가 크게 변하진 않는 모양새다.

물론 다소 신기한 풍경도 보이고 있기는 하다. 네이버가 투자한 태피툰의 경우 <나 혼자만 레벨업>과 같은 카카오발 웹툰도 일부 가져다 서비스하고 있던 업체로 네이버로서는 그간 보이지 않던 행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인수된 타파스 미디어는 지난해 11월 이미 카카오에 지분 4할을 투자 받아 해외 관계사로 편입되었고 그에 앞서서도 카카오 발 작품들을 다수 가져가 서비스하고 있었으니, 네이버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웹툰 서비스를 한 경험을 한 업체에 손을 뻗쳐 두는 것이 굉장히 급한 일이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데 카카오도 다급하긴 매한가지다. 이 인수전이 카카오와 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 양 쪽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어났다는 점도, 또한 서로가 서로의 실적에 자극 받아서 일어났다는 것도 지금 기세에서 뒤지면 안 된다는 발상의 발로일 수밖에 없다. 이 난장의 시작을 라인망가가 일본에서 픽코마에 밀린 때로 친다 해도 불과 2020년 7월 이후 1년이 채 안 된 상황에 1조를 넘어 2조 가까운 돈이 오간 것이다. 무료 이용이 보통인 포털 서비스의 영향력 측면에서 네이버가 압도적이었던지라 내내 밀려 있어 보였던 카카오가 현재 판세 안에서는 오히려 기세를 잡고 있는 풍경이 관전자 입장에서는 꽤 흥미로운 한편으로, 두 업체의 기싸움이 그야말로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지금 - 결국 어느 쪽이 이길까


지금까지는 하던 대로의 싸움이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하던 바와 같이 압도적인 무료 전략으로 이용자층을 넓혀가며 종이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스크롤 방식인 웹툰을 널리 전파하는 입장이라면, 카카오 또한 다음 시절부터 돈 낼만한 만화가 여기에 있음을 보여준다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의 인수전이 보여준 양상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태국과 대만에서의 1위 신경전에서 보듯 양쪽이 무엇에 방점을 찍느냐가 드러나는 여실히 대목이다. 

하던 대로라면 국내에서의 영향력대로 네이버가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판세는 국내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이전하지 않는 초기화한 공간이다. 그래서 OTT를 위시한 영상 콘텐츠화가 웹툰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네이버는 영상 제작사 스튜디오N을 설립해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의 공동 제작에도 나섰고, 카카오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명의로 자회사들을 합병함으로써 작품들의 영상화는 물론 연예 콘텐츠와의 연결성을 높였다.





양쪽 모두 흥행 면에서 ‘한 방’을 터트리면서 그 흥행의 여파를 다시 웹툰과 웹소설로도 이어 나가려는 노림수는 같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스튜디오N은 CJ E&M과 스튜디오 드래곤 등 영화·드라마 제작사들 및 빅히트, YG 등과의 연예 제작사와 지분을 매개로 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웹툰·웹소설 전문이었던 카카오페이지(구 포도트리)와 앞서 여러 음악 레이블과 배우 매니지먼트 제작사, 영화 제작사. 드라마 제작사 등을 그러모으고 있던 카카오M을 통째로 한 데 묶어 합병함으로써 한 몸통 안에서 소화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음’ 브랜드의 흔적 자체를 철저히 지워내고 있는 점은 아쉽다면 아쉽지만 말이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낸 <20여곳 인수합병 '콘텐트 공룡' 카카오M “우리는 톱 탤런트 그룹”>(2020.07.14., 민경원 기자) 기사에 따르면 카카오M이 합병되기 전 인수합병에 나섰던 업체 수만 해도 음악 레이블 넷, 배우 매니지먼트사 일곱, 영화 제작사 둘, 드라마 제작사 셋, 공연제작사 하나, 캐스팅 에이전시 하나 등이다. 이 회사 전체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는 셈이며, 음악 쪽에서 멜론이라는 강력한 국내 1위 음악 플랫폼 브랜드(회원수 510만)도 포함하고 있다. 국내용으로 카카오TV를 내세운 데 이어 아이유가 광고해 유명한 SKT의 국내형 OTT ‘웨이브’에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수 방영했다. 해외 업체였던 픽코마와 래디쉬도 결국은 안쪽으로 끌어넣었다.  이에 비해 네이버는 해외 업체라 할 태피툰 운영자 콘텐츠퍼스트와 웹툰·애니메이션 제작사 에이투지 또한 지분투자 형태로 곁에 두고 있다.

넓고 얕게 다양한 협력관계를 통해 대중들에게 나서는 네이버와, 한 몸뚱이 안에서 콘텐츠와 관한 한 모든 걸 해 내 보려는 카카오. 어느 쪽이든 그 중심에 웹툰이 있고 웹소설도 그 연결고리 중의 하나로서 큰 역할을 하게 되는 풍경이 꽤 재밌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어떻게도 장담할 수가 없다. 영상화를 위해 외부의 ‘간택’을 받아야 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는 점만은 분명한데, 양쪽이 강점을 지니는 콘텐츠의 성격 자체가 다소 다르기 때문에 결과를 판단하는 데에도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

장르 특성을 타는 시리즈 드라마에는 네이버가 우위일 것이고 원작부터 영상까지 다소 연령대가 젊거나 어린 층의 눈에 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 카카오가 지니고 있는 작품들은 다음 시기부터 서사와 극의 무게에 중심을 둔 경향이 많아 영화 쪽에 어울리는 경향이 있고 드라마 면에서도 어느 정도 감상자에게 강한 몰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연령층이 다소 상향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용자층의 분포와 매출액의 차이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대목이기도 하겠지만, 영상화로 연결되는 대목에서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진짜 싸움터가 이미 국내가 아니며, 해외 쪽 흥행 성적 면에서 뭐가 어떻게 터지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지리라는 점이다. 바꿔 말해 인수전의 결과물이 국내에서만 회자되는 업체가 패배하고, 패배하면 순식간에 쪼그라드는 싸움이다. 싸움의 끝을 쉬 예단할 수는 없고 여기서 누가 이기리라고 단정해서도 안 되긴 하지만, 결국 돈을 쓴 만큼 효과를 내는 쪽이 어디인가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살고 싶으면 대형 콘텐츠를 더 크게 만들어 더 큰 무대로 내놓아라” 독자와 시청자와 관객은 그 일련의 과정이 참 즐거울 듯하다.

필진이미지

서찬휘

* 만화 칼럼니스트. 
* 《키워드 오덕학》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덕립선언서》 등 저술.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백석문화대학교 출강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