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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플랫폼의 구독모델 가능성

점차 발전하고 있는 웹툰 플랫폼 시장 가운데 구독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자

2021-06-28 정용재


웹툰 플랫폼의 구독모델 가능성


넷플릭스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게임-EA액세스, 애니메이션-라프텔, 웹소설-조아라 노블레스, 교양서적-밀리의 서재 등 다양한 매체의 정액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로 대표되는 국내 웹툰 플랫폼에서도 타 콘텐츠의 구독 모델 성공에 영향 받아 벌써 정기결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급변하는 웹툰 시장 뒤처지지 않고자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웹툰 시장에서는 구독시장에 대한 관심이나 열기에 비해 준비가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제한 웹툰을 즐길 수 있는 구독 모델 서비스. 과연 국내 웹툰 플랫폼에서 구독모델이 성공 할 수 있을지 가볍게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구독 모델 적용 사례

현재 국내 웹툰 시장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수익모델을 살펴보자면, 회차 당 일정한 비용을 내고 구매 또는 대여를 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레진코믹스의 웹툰의 유료화의 성공적인 안착 이후에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의 연이은 성공으로 웹툰 서비스의 기본 모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 틈새시장을 노려 국내에서도 정액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사례가 있다.


미스터블루 정액제

미스터블루 정액제는 월 2만원의 가격으로 야설록, 황성, 사마달, 하승남으로 구성된 한국 무협 거장들의 모든 작품을 무제한으로 감상 할 수 있다. 대본소 만화답게 압도적인 종수와 분량으로 권당 결제를 해야 한다면 독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무협 만화의 팬의 입장으로썬 꽤나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최근엔 4대 무협작가의 작품도 시대에 맞는 변화를 이루고 있고, 스크롤 웹툰을 수급 하는 등 독자 맞춤형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무협 만화 독자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으며 서비스를 이어 나가고 있으며, 현재로썬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만화(웹툰)의 구독 모델로 볼 수 있다. 다만, 장르의 특성상 독자수의 적극적인 확대가 어려워 외연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다양한 장르의 웹툰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U+ 만화일번지와 KT콘텐츠 박스

U+ 만화1번지는 2015년 2월 런칭했다. 10만권의 다양한 만화를 월 7,000원에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온라인 서비스 중에선 국내 최초로 그래픽노블을 서비스 하는 등 나름 신선한 행보를 이어갔던 만화1번지는 이용자 확보에 실패한 탓인지, 결국 2016년 12월 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 종료를 하게 된다.




KT콘텐츠박스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정액제 콘텐츠 서비스로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지만, 만화 보다는 영화, 드라마 쪽에 구독자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만화 분야에서는 완결작과 출판만화(eBook) 위주로 서비스 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해외 구독 모델 적용 사례


리디의 만타

리디에서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서비스 런칭한 만타는 라인웹툰, 카카오페이지와는 다르게 월정액(월 3.99달러) 모델을 도입해 북미시장에 선보였다.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연재중인 <상수리 나무 아래>를 필두로 북미 시장을 공략, 21년 4월 출시 4개월 만에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 <상수리 나무 아래>의 성공을 바탕으로 북미시장에서 로맨스판타지 웹툰의 가능성을 확인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다만, 국내에서만 제작 되는 양질의 콘텐츠의 수는 절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더불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가 작품의 통로를 장악한 현실을 생각하면 양질의 작품의 수급이 당면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오랜지디 등 콘텐츠의 자체 제작이 가능한 자회사를 만들어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드는 웹소설 원작 작품을 확보하는 한편, 대규모 웹툰 공모전을 개최해 신규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인 만타는 조금 더 그 성장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극적인 작품 수급과 안정적인 서비스는 앞으로 성장에 더 큰 기대를 가져도 될 것으로 보인다. 만타가 북미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면, 국내에서도 리디북스 자체로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리디의 염원과도 같았던 성공적인 IPO에도 큰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 된다.
- 참고기사: 리디의 웹툰 구독서비스 '만타', 웹툰시장의 넷플릭스 꿈꾼다(https://it.donga.com/31902/)


12개 일본 출판사가 연합한 망가모

지난 해 고단샤 등 12개 출판사가 연합해 런칭 한 ‘망가모’는 <진격의 거인>, <일곱개의 대죄> 등 고단샤의 인기작들을 앞세워 한국, 일본, 중국을 제외 한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 하고 있다. 




월 4.99 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1,000여 권의 만화를 무제한으로 감상 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점차 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동시에 ‘불법 유통 근절’을 모토로 내세워 독자들에게 합리적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해 불법 유통 근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접근은 업계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망가모의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작품이 늘어나며 킬러타이틀을 발굴 해 낸다면 더욱더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기대 된다.
다만, 현재로썬 소년점프로 대표되는 집영사(集英社) 등 일본 시장을 뒤흔드는 ‘대작’을 보유하고 있는 출판사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어 더욱 더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선 더욱 더 많은 작품과 출판사의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콘텐츠의 잠재력에 비하여 UI의 불편과 앱의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아 앞으로의 개선 사항으로 남아있다.
망가모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출판 만화 시장의 터주대감으로 자리잡은 일본만화가 글로벌 디지털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이라 평가받는다. 전세계 만화 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망가모가, 날로 그 위상이 드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웹툰과 경쟁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 된다.
- 참고기사: 고단샤 등 참여한 글로벌 만화 구독 서비스 '망가모' 출시... "불법 유통 무너뜨리겠다"(https://www.webtooninsight.co.kr/Forum/Content/6891)


구독모델의 현실적인 이야기

자, 그러면 이제 2021년 대한민국 웹툰 시장에서 구독 모델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아보자. 유저 입장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결제 부담없이 합리적인 가격에 접하게 될 것이다. 또, 정주행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분량이 많이 쌓여있는 완결작도 시간만 충분하다면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주요 플랫폼들의 제한된 노출영역, 즉 제한된 물리적 공간에 많은 작품을 선보여야 하는 구조상 주목 받는(고매출) 작품 위주로 노출이 되고 소비 되는 패턴을 보인다. 구독 모델이 활성화 된다면 플랫폼 입장에서도 매출의 압박이 적으니 완결작, 비인기 장르 등 다양한 작품을 노출 할 수 있을 것이다. 
구독 모델이 가진 장점을 통해 건전한 자본 순환 구조가 안정화가 된다면 콘텐츠 제작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사례와 같이 플렛폼에서 작가, 출판사, 스튜디오 등으로 웹툰 제작 기획에 대한 재투자 확대가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흥하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실험적인 콘텐츠에도 비교적 자유로운 투자가 이루어 질 수 있다. 이건 나아가 대한민국 만화 업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열쇠인지도 모른다. 또, 히트 작품의 경우 유료 판매 모델보다 다수의 독자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을 테니,  그렇게 구축 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영상화 등 IP확장 전개에도 더욱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위와 같이 희망적이지 만은 않다. 제한적인 독자수를 가진 국내 시장, 즉 ‘한국어 사용 시장’의 특성상 국내에서의 구독 모델을 도입했을 때 수익은 그에따라 제한 적일 수밖에 없다. 1인당 구독료가 콘텐츠 이용에 부담 없는 가격인 1만원이라 가정하고 유료 구독자가 100만명에 도달 하였을 때 100억원의 매출 규모 인데, 이는 지난 해(2020년) 카카오페이지(매출액 3,592억 원)와 네이버웹툰(2,460억 원)이 달성 한 매출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과연 자신의 영혼이 담긴 작품을 선뜻 내어 줄 수 있을까?
또, 지금까지의 플랫폼에서 구독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금액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로 콘텐츠를 수급해왔다. 꾸준한 신작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플렛폼에 지속적으로 부담이 들 수 밖에 없다. 콘텐츠 경쟁이 붙으면 가격이 점점 높아질 것이고, 결국 지배적 위치를 가진 대형 플랫폼이 독식하기 쉬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작사/유통사가 보는 구독모델

위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듯 한국 시장만 놓고 보면 구독 모델의 작은 수익규모 때문에 구매/대여 모델이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현재 시장에서 신작을 구독 모델로 먼저 서비스 하게 되는 것은 기존 작가/업체들에게 기회비용에 대한 손실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대여/구매 모델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작품을 구독서비스에 먼저 선보이려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 뻔하다.
때문에 업체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작을 공급 하는 것 보단 완결작 위주로 제공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좋은 신작이 곧 경쟁력인 만화 콘텐츠 업계에서 재미있는 신작에 목말라 있는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초기 집중 투자를 통해 대형작품 수급 ⟶ 구독자 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성공하여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제작/유통사를 통한 작품의 수도 늘어나며 위의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의 사례나 국내 OTT 서비스들이 ‘조 단위’ 투자를 언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웹툰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중요해 보인다.
또, 업체를 통한 작품 수급뿐만 아니라 신작 및 신인작가 발굴 해외 작품 수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작품 수급을 모색한다면, 초기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가능하다.


나아가려면

넷플릭스의 성공에 힘입어 콘텐츠 시장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구독 서비스는 독자의 입장에선 다양한 콘텐츠를 정해진 금액으로 이용한다는 무척이나 합리적인 모델이다. 과포화 되어있는 국내 웹툰 시장에서 아직 시장의 선점이 이루어지지 않은 구독 모델은 도전해볼만한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성공사례만 보며 희망에 젖기보다, 웹툰 시장에 맞는 차별화된 구독 모델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 그에 이은 작품 수급은 물론 그리고 창작자에게까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완성되는 자본 순환의 건전화는 구독 모델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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