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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웹툰'으로 IP확장의 또 다른 확장을 보여준 <리디>

리디의 '논픽션 웹툰'은 정보전달용 콘텐츠를 웹툰으로 재구성하는 형태의 IP확장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2021-07-15 울림

IP확장은 최근 콘텐츠 업계 최고의 화두다. 엔터테인먼트, 게임, 캐릭터 등은 물론 웹툰과 웹소설은 물론 스포츠 분야까지 다양한 IP확장이 관측되고 있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그간의 IP확장과 조금 다른 부분이 보인다. 그동안은 서사 중심의 IP가 확장되는 경향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말 그대로 지적 자산을 중심으로 IP가 확장되는 모습이 관측된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IP확장, 세계관을 공유하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2020년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Aespa)를 보면 이 지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에스파는 총 ‘8인조’라고 홍보했는데, 실제로 물리적 실체를 가진 사람은 4명이고, 나머지는 메타버스 상에 존재하는 아바타로 존재하는 멤버들이다. 독특한 컨셉으로 주목받은 에스파는 승승장구하며 에스파의 세계관을 ‘CAWMAN’, 즉 카툰(Cartoon), 애니메이션(Animation), 웹툰(Webtoon), 모션 그래픽(Motion Graphics), 아바타(Avatar), 노블(Novel)로 확장시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양한 IP확장이 <스타워즈>나 <매트릭스> 시리즈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IP확장이 단순히 서사의 이식, 즉 웹소설이나 웹툰 등의 서사를 다른 매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세계관을 공유하는 방식은 웹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승리호>는 영화로 기획되었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웹툰 <승리호>를 동시에 선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블랙 위도우> 개봉에 맞춰 마블코믹스의 작품 <블랙 위도우>는 시공사와 함께 <블랙 위도우> 시리즈를 웹툰으로 컨버팅해 선보이기도 했다. 영화-코믹스-웹툰으로 이어지는 세계관 공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IP확장이 됐다.



‘서사의 다변화’ 외에도 눈에 띄는 IP확장


다만 이 모든 IP확장은 ‘서사의 다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의 세계관에서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 ‘세계관’에 익숙한 독자, 팬들이 다른 세계관에 쉽게 이식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가장 일반적인 IP확장 방법 속에서, 리디가 최근 선보인 ‘논픽션 웹툰’은 주목할 만하다.



리디의 ‘논픽션 웹툰’은 경제, 경영, 역사, 인문, 과학, IT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웹툰 형태로 풀어내 리디북스 서비스 내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장르다. 논픽션 웹툰의 면면을 보면 리디의 자회사인 아웃스탠딩에서 선보인 인기 기사를 재구성해 선보이는 ‘아웃스탠딩툰’을 포함해 기업의 성장 스토리 등을 재구성한 ‘비하인드 더 로고스’, 자기 몸 긍정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이어트를 그만두었다’ 등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관을 통한 서사의 다변화’를 꾀하는 최근의 IP확장이 아니라, 정보전달용 콘텐츠를 웹툰으로 재구성하는 형태의 IP확장이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이런 IP확장의 특징은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 보유한 콘텐츠를 다각도로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IP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리디의 논픽션 웹툰은 리디의 자회사 아웃스탠딩에서 발행한 기사, 리디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는 텍스트 위주로 발행되고 있다. 한 기업이 권리를 가지고 있는 콘텐츠, 또는 회사가 직접 발행해 권리를 획득한 콘텐츠를 자사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동시에 선보이는 셈이다. ‘논픽션 웹툰’은 실제로 리디북스, 리디셀렉트와 글로벌 구독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타(Manta)’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얼마만큼의 IP를 가지고 있는지, 오리지널 IP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해 둔 기업이라면 오리지널 IP를 다른 형태로 확장시켜 기업이 확보한 다른 플랫폼을 통해 서로 다른 이용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작단가가 낮아지는 등 비용 측면에서의 강점이 생길 수 있다.



IP확장을 넘어 플랫폼 확장으로


지금까지의 IP확장은 매체의 전이라고 볼 수 있다. 웹툰 플랫폼에서 영화 제작사를 통한 스크린 개봉, 드라마를 통한 TV매체, 최근에는 OTT 플랫폼을 통한 방영, 게임 등으로 확장까지 다양한 매체로 전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 플랫폼이 다양한 매체를 확보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사례로 든 리디의 경우 리디북스, 리디셀렉트, 아웃스탠딩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플랫폼인 라프텔을 인수하기도 했다. 네이버 역시 CJ ENM과 협업해 티빙에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는 등 플랫폼간 합종연횡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리디의 ‘논픽션 웹툰’은 IP확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렇게 확장되는 IP들 사이에서 플랫폼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랫폼이 확장을 통해 IP를 확장시키고, 나아가 순환시키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즉 양적으로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 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한 실험적인 작품부터 탄탄하게 구성된 상업적 작품의 균형도 함께 성장하는지, 또는 플랫폼과 상업적 요구에 맞춘 작품들의 절대량이 성장하는지는 향후 웹툰 시장의 IP확장의 지속가능성을 판가름할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 플랫폼의 규모가 커지는 것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웹툰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웹툰이 단순히 ‘IP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표현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논픽션 웹툰은 그런 의미에서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 전통적 관점에서 ‘인기 장르’로 보기 어려운 ‘교양 만화’ 장르의 작품을 대거 등장시켰지만, 앞서 언급한 산업적 관점에서의 편의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논픽션 웹툰의 등장으로 웹툰의 IP확장이 또 확장하게 될 모습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