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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포트] DC코믹스부터 BTS까지, 네이버웹툰 오리지널 ‘슈퍼캐스팅’

IP확장 일로에서 만난 팬들의 반응

2021-11-11 울림




네이버웹툰은 지난 8월 네이버웹툰 밋업(Meetup)에서 ‘슈퍼캐스팅’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슈퍼캐스팅이란 다른 IP, 즉 웹툰 오리지널이 아니었던 작품들을 네이버웹툰에서 오리지널 웹툰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시리즈다. 


네이버웹툰이 발표한 라인업이 가장 먼저 화제가 됐다. <배트맨>, <원더우먼> 등 유구한 역사를 가진 IP를 확보한 DC코믹스, BTS, TxT, ENHYPEN, 뉴이스트, 세븐틴, 프로미스나인 등 다양한 아티스트를 보유한 하이브(HYBE)가 가장 먼저 선보인 라인업에 포함됐다.


이미 BTS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화양연화 pt.0>을 통해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성장을 확인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웹툰을 중심에 두고 아티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IP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 DC와의 콜라보, ‘신진 히어로 덕후’ 모여라

 

△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  홍보 포스터 (출처=네이버웹툰)

DC코믹스와의 콜라보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히어로 코믹스’로 대표되는 미국의 만화 스타일 중에서도 작화, 페이지 연출에 큰 기여를 해왔던 DC이기 때문에, 스크롤 방식의 웹툰에서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웹툰의 색채도, 페이지 만화의 색채도 잃고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미 한국에서도 출판만화 시장에서 웹툰으로 직접 진입하려던 작가들이 고배를 마셨던 것을 지켜봤던 한국 독자들의 우려도 컸다. 한국 시장의 독자들은 웹툰과 스크롤 방식 모두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8월 밋업 후에 거의 즉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빠르게 선보인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는 북미 네이버웹툰에서 우선 독점적으로 선보였다. 브루스 웨인을 중심으로 ‘가족’이 된 다른 수퍼히어로나 사이드킥들의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냈다. 거기에 DC가 그동안 이름을 알렸던 거친 선과 절묘한 대비를 통한 연출보다, 상대적으로 얇고 세밀한 선, 깔끔하게 떨어지는 채색, 상대적으로 낮아진 밀도 등 웹툰 최적화를 상당히 오랜기간 전문적으로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기에 웹툰에서 연재되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제공하면서, 배트맨이 익숙한 독자들은 물론 DC코믹스의 작품에 익숙하지 않은 작가들까지 품을 수 있는 작품을 내놨다. 즉 미국에서 ‘긱Geek’이라고 불리는 독자들에게는 새로움을, DC는 알지만 만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웹툰 이용자들에게는 ‘DC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최적의 형태로 제공된 셈이다.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는 좋아요 기준 90만, 구독 기준 70만명을 상회하고 있고, 평점은 9.7로 DC코믹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자 반응을 포함해서 말하자면, 네이버웹툰과 DC의 콜라보는 소위 ‘덕후(미국에서는 Geek)’뿐 아니라 새로 생겨날 ‘신진 덕후’를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 하이틴 만화 독자들이여, 고향으로 돌아오라

 

△ "빅 에텔 에너지" 홍보 포스터 (출처=네이버웹툰)

이어 9월 22일에 소개된 <빅 에텔 에너지(Big ethel Energy)>가 연재되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빅 에텔 에너지>는 1939년부터 히어로 코믹스가 아닌 하이틴 코믹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IP확장을 이미 해 왔던 곳이다. 우리에게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잘 알려진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이 아치코믹스의 레이블인 ‘아치 호러(Archie Horror)’의 작품이고, 보다 연장자들에게는 <미녀 마법사 사브리나>라는 이름으로 KBS 2TV에서 방영된 “Sabrina the Teenage Witch”가 아치코믹스의 작품이가, CW에서 방영되어 잘 알려진 <리버데일>도 마찬가지로 아치코믹스의 작품이다. 리버데일은 <빅 에텔 에너지>의 주인공 ‘에텔’의 출신지다.


△ 30대 중반 이상에겐 추억의 드라마 "마법사 사브리나"

미국에서는 ‘하이틴 만화’ 하면 곧 아치코믹스의 작품들이고, 최근에도 아치코믹스의 원작들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등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데다, 주인공 역할이 아니라 서브캐릭터였던 ‘에텔’에게 서사를 부여하면서 앞서 DC와 마찬가지로 원작의 팬들에겐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아치코믹스는 알되 자세한 내용은 몰랐던 독자들에겐 ‘아치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Not everyone peaks in High School”, 즉 “최고의 순간이 고등학교때만 찾아오는 건 아니다”라는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해 아치코믹스의 시리즈를 읽으며 자랐다가, 지금은 어른이 된 성인 독자들에게 에텔에게 이입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마련해놨다는 점이 눈에 띈다. 


빅 에텔 에너지의 경우 독점 연재중인 북미 네이버웹툰에서 각각 ‘좋아요’ 33만, 구독 27만, 평점 8.5점을 보이고 있다. 이는 10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독자층에게 20대 후반이 된 에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점 때문으로 평가되지만, 코어 독자층의 평가는 좋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세대별로 평가가 조금은 갈리지만 코어 독자층은 여전히 유효하다.


 BTS부터 TxT, ENHYPEN 웹툰 vs 엇갈린 팬의 반응


△ "착호","스타시커스","다크문". 하이브의 웹툰 라인업(출처=HYBE)

하이브는 자사의 아티스트인 BTS, TXT, ENHYPEN을 활용해 세개의 오리지널 웹툰 시리즈를 내년 1월 중순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서 작품들이 공개되고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시리즈를 붐업하기 위해 2달 앞서 공개한 하이브의 시리즈에는 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현실의 팬덤, 즉 실존하는 아티스트의 팬덤이 ‘가상 세계’에 몰입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반응부터, 아티스트를 지나치게 상품화한다는 비판,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 토큰) 발행이 탄소를 많이 발생시키는데, 하이브는 여기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냐는 비판까지 ‘수준 높은 팬덤’으로 유명한 BTS의 아미들은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일부 팬덤에서는 이 때문에 불매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명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BTS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 TXT를 중심으로 한 , ENHYPEN을 중심으로 한 모두 해당 그룹의 멤버들을 웹툰에 직접 등장시키는 작품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지나친 상품화’를 직접 언급하며 아티스트 보호를 주장하고,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을 요구하는 사례는 향후 지속될 IP 무한확장 시대에 소비자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 할 주제로 보인다.


네이버웹툰 오리지널, ‘슈퍼캐스팅’은 앞으로도 놀라운 시도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어떤 작품들이 나올지, 또 어떤 방식으로 독자들을 만날지도 기대해볼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