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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 오리지널 '지옥'부터 '지금우리학교는'까지

웹툰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대

2021-11-15 정용재
2021년은 K-콘텐츠가 주름잡은 한 해였다. 이 전조는 2020년부터 불었다. 이른바 ‘비대면 시대’가 열렸다고 전세계가 호들갑을 떨던 시기, 한국은 비교적 차분하게 이미 존재하던 것들로 세상을 놀래키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킹덤>이 전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은 멋진 모자를 쓴다’는 밈(Meme)을 만들었고, 2020년 초에는 <이태원 클라쓰> 신드롬이, 연말에는 <스위트 홈>과 <경이로운 소문>이 우리를 찾아왔다.
 

특히 <스위트 홈>과 <경이로운 소문>은 넷플릭스를 타고 전세계 10여개국에서 집계 시청자수 상위권을 휩쓸었다. 2021년에는 가 반향을 일으켰고, <오징어게임>이 마지막 정점을 장식했다. 지난 2년간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은 모두 한국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오징어 게임>을 제외하면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만화 또는 웹툰 원작’ 이라는 점이다.

 2021년, 놀랍도록 다채로운 웹툰 원작 시리즈

글로벌 흥행을 확인한 작품들 외에도 2021년은 ‘수작’이라고 부를 만한 웹툰 원작이 많았던 한 해였다. Hun, 지민 작가의 <나빌레라>가 훌륭한 퀄리티의 드라마로 재탄생해 호평을 받았다. <간 떨어지는 동거>는 대중의 반향은 잔잔했으나 캐스팅부터 화제가 되어 꾸준한 팬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tv에서 공개된 <며느라기>는 수신지 작가의 원작을 철저히 따라가면서도 드라마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려 다양한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고, 김보통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아만자>역시 항암 치료를 받는 주인공이 보게 되는 환상의 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며 원작 독자는 물론 원작을 보지 않았던 독자들의 찬사와 원작에 대한 관심 역시 끌어냈다.
 

네이버와 CJ가 손잡은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야심작 <유미의 세포들>역시, 원작의 ‘세포’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는가 하면 싱크로율 높은 캐스팅과 명품 연기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시즌1 종영을 알렸다 미깡의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하는 <술꾼도시여자들>은 주연에 캐스팅된 한선화, 정은지, 이선빈의 이미지 변신을 보여주며 ‘웰메이드 코미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2021년 11월에는 애플이 런칭한 OTT 서비스인 ‘애플 TV+’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애플 오리지널 작품 역시 웹툰 원작이다. 카카오웹툰(구 다음웹툰)에서 연재한 은 이선균 배우를 주연으로 애플TV+의 최초 한국어 오리지널 작품으로 공개됐다. 이에 따라 홍작가는 의 웹툰 새 시즌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제는 웹툰 원작이 단순히 구색맞추기가 아니라, 핵심 콘텐츠로서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

더군다나 예전에는 원작이 가진 메시지를 해쳐 원작 팬들의 원망을 샀던 러브라인 등 ‘웹툰 원작’이라는 이름만 가져다 쓰고, 껍데기만 빌린 다른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면, 2021년에 등장한 작품들은 웹툰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 드라마의 오리지널이라고 할 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해 원작 팬과 드라마 시청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2021년은 지금껏 경험해왔던 것 보다 훨씬 다채로운, 더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던 한 해였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작품들이 남아있다.

 대규모 투자,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이제 콘텐츠 제작사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표적인 OTT 서비스를 운영하는 웨이브는 5년간 콘텐츠에 1조원을 투자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글로벌 진출을 천명했고,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한술 더 떠 콘텐츠 투자에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KT가 운영하는 시즌은 4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고, 상대적으로 대기업 자본이 없어 투자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왓챠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처음 한국에서 콘텐츠 투자를 하기 시작한 이래 2020년까지 5년간 7,700억원을 투자했고, 2021년에는 5,5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누적 투자액은 6년간 1조 2천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자금 흐름이 크고, 빨라지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차지하기 위해 ‘IP확보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OTT업계는 웹툰 시장에는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작품성 좋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확인한 작품이라면 돈이 얼마가 들던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동안에는 제대로 펼쳐지지 못했던 웹툰의 최고 인기장르, 즉 판타지와 로맨스 판타지 등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웹소설 원작이자 웹툰으로도 높은 인기를 얻은 <재혼황후>가 드라마화를 확정했고, 향후에도 더 많은 작품들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021 한국콘텐츠산업포럼에서 디앤씨웹툰비즈 김은주 대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제작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이제는 투자가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바꾸고 있다.

 우리를 기다리는 작품들
 
그리고 우리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던 시기의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가장먼저 우리를 찾아올 작품은 2021년 11월 말 공개를 앞두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헬바운드>다.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에서 최규석 작가와 연상호 감독이 함께 제작한 <지옥>을 원작으로 한다. 감독이 직접 웹툰 제작에 참여하고, 그걸 바탕으로 공개되는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마찬가지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 예정인 <지금우리학교는>과 같은 경우 연재가 종료된지 10년이 넘은 작품이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어 2022년 1월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2년에는 라마 작가의 네이버웹툰 <내일>이 김희선 배우를 주연으로 방영이 확정되었고, 김남길, 이다희 배우 주연으로 화제가 된 윤인완, 양경일의 <아일랜드>역시 tvN에서 방영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2022년 연말에는 11월 런칭한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웹툰 원작 드라마가 런칭한다. 역대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인 500억원이 투자된 드라마로, 강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무빙>이다. 캐스팅만 해도 차태현, 한효주, 조인성, 김희원 등 기라성 같은 캐스팅을 자랑한다. 더군다나 이번 작품은 강풀 작가가 직접 드라마 각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강풀 작가의 작품을 읽어온 독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제 웹툰이 다른 콘텐츠에서 재료로 가져다 좋을대로 쓰는 시대는 지났다. 웹툰 작가가 직접 각본을 쓰고, 대형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어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서 우리나라 웹툰 원작 콘텐츠의 힘을 증명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가지는 힘은 명확하다. 플랫폼들의 IP 전쟁이 펼쳐진 2021년, 그리고 더 큰 역사가 쓰여질 2022년이 기대되는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 한가운데에 웹툰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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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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