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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경제 (2)경제를 엿볼수 있는 만화 6선

경제를 엿볼수 있는 만화6선을 만나보면서 암울한 현실경제의 상황을 뒤로하고 만화속 경제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2008-10-07 만 편집부

                                                                        [연중기획 Comic & Culture 18 ] 만화와 경제
「Liar Game」
카이타니 시노부/ 학산문화사
Liar Game

이 작품은 본래 돈을 두고 벌이는 게임을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 내 패자부활전에서 경제적인 원리를 이용한 게임이 나와 눈길을 끈다. 바로 L 티켓이라는 것을 이용한 투표로 패배자 한 명을 가려내는 구조조정 게임이 그것이다. 물론 이것만 보면 여기에 어떤 경제적 원리가 들어가 있는지 아리송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M 티켓이 주어지면서 그 답이 나온다. 이 M 티켓으로는 어떠한 것도 사고 팔 수 있다. 가벼운 식음료부터 L 티켓으로 적힐 자신의 표, 개인의 전략이나 배신까지도 말이다.
이를 이용하여 주인공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 전액으로 표를 산다고 다른 사람들을 꼬드긴 뒤 다량의 표를 확보해 그 표를 자신이 표를 샀던 금액보다 비싼 금액으로 판매를 하는 방법으로 난관을 타개해 간다. 이러한 방법은 우리가 「허생전」 등에서 보아온 매점매석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사실, 현대 경제에서 매점매석이란 법적으로 금지된 행동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매점매석은 독점이라는 이름의 그림자로 바뀌어 우리 주위에 알게 모르게 산재해 있다. 과거에 비해 발전했다는 현대 경제가 부정부패 면에선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한다.
_양세종(T-Bell)

「사채꾼 우시지마」
마나베 쇼헤이 / 대원씨아이

사채꾼 우시지마

드라마 「쩐의 전쟁」 방영 후 사채꾼을 다룬 만화의 대표작 쯤으로 소개되곤 하는「사채꾼 우시지마」는 사회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왜 사채를 쓰게 되고 그로 인해 헤어나올 수 없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는지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대부업체를 다룬 작품인 「나니와 금융도」가 뒷세계의 경제구조가 어떻게 되어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며 정보, 사례를 전달해줬던 데 비해 「사채꾼 우시지마」는 정보보다는 비참한 이야기를 연이어 보여주는 작품으로 사채업에 대한 설명보다는 사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쪽에 무게를 둔 작품이라는 느낌이다.「사채꾼 우시지마」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보고 무섭고 끔찍하다는 감상부터 동정심과 희망을 느낀다는 감상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상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인 작품이라는 데에는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현실은 적어도 「사채꾼 우시지마」에서 보여주는 세상보다는 사랑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리라 믿고 싶다._산왕(이혁진)

「호타루의 빛」
최히우라 사토루 / 대원씨아이
호타루의 빛

27살, 밖에선 야무지고 세련된 커리어 우먼으로 통하지만 안에서는 헤벌레 풀어져 청소고 목욕이고 대책 없이 미루는 아메미야 호타루. 되는 대로 겉보기만 적당히 포장하기에 익숙하다보니 금전감각 역시 엉망이다. 어느 날 정신차려보니 통장에 잔고는 147엔! 이것이 과연 직장 여성의 통장이란 말인가?! 하지만 반성하려 해봐야 뭘 어쩌면 좋을지 감도 안 오는 그녀에게 호랑이 같은 다카노 부장(미중년)은 임시방편 가정부를 제안한다. 비록 푼돈이지만(점수를 매겨서 1점에 100엔) 일단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다. 그 뿐인가, 언제나 계획성 없이 옷을 사는 그녀를 붙잡아서는 안 입는 옷을 팔고 그 돈으로 세련된 디자인의 맞춤복을 지을 수 있게 주선해준다. 과연 멋스럽고 고상한 생활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의 살아있는 표본인 다카노 부장답다. 이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시시콜콜 잔소리를 하니 갑갑하겠지만 생활 속 잔주름을 잘 펴주는 역할을 하니만큼 없어선 안 될 존재._ chocochip(유혜영)

「낙원까지 조금만 더」
이마 이치코 / 시공사
낙원까지 조금만 더

"취직하면 놀러가기 어려우니까 학생일 때 놀러가려구요!" 헤실헤실 웃으며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러 오는 대학생. "갖고 싶은 명품 가방이 있어서요"라며 꿈꾸는 얼굴로 돈을 빌리러 오는 여성. 만화 <낙원까지 조금만 더>에서는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사채업에 돈을 빌리는 이유를 "캐쉬니 론이니 표현하니까 경각심이 낮아져서"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사채업 광고가 쉽게 TV에 나오는 시대가 되었으니 만화 속 장면들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더군다나 만화 속 주인공들은 사채업자에게 고액의 빚을 지고서 매달 그 이자와 원금을 갚느라 고생이 끊이질 않으니, 읽다보면 무리한 욕심의 폐해를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돈을 갚기 위해 주인공 츠토무는 새벽엔 신문배달, 낮에는 빚더미에 올라 앉은 회사일, 밤에는 야간 도로공사로 줄줄이 스케쥴이 꽉 차있다. 그러고도 변제일에는 돈을 다 모으지 못해서 사채업자에게 메달려 "제발 하루만 더!"라고 통사정을 하기 일쑤. 그나마 만화 속이라 주인공은 지칠 줄 모르는 강철체력이어서 하루에 3시간만 자고도 팔팔하게 뛰어다니고, 만화 속이라 사채업자도 결국 변제일을 늦춰주는 등 운이 따른다. 하지만 실제의 현실은 돈 앞에서 냉혹할 것이 분명하다. 만화 속의 활발하고 유머러스한 빚쟁이 일상을 쉽게 넘기면 안 될 일이다.
_chocochip (유혜영)

「남자친9」
TOMA / 황매

남자친9

연애를 할 때의 돈 계산법은 여자돈은 여자돈, 남자돈도 여자돈일까? 물론 모든 경우가 다 그렇진 않고 한 쪽이 영화비를 내면 다른 쪽은 커피값을 내는 등 적절히 밸런스를 맞추기도 한다. 어쨌든 연애하는 동안에는 서로 이런저런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도 많은 탓에 계산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너무 열심히 계산을 하면 애정이 부족하다거나 속물 취급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헤어진 후의 계산법은? 1년 6개월 간의 연애를 끝내고 친구로 남기로 한 제리와 밍고. 연인이었을 때 받은 선물을 돌려줘야겠다고 다짐한 밍고는 그간 받은 선물을 하나씩 꺼내보다가 잠시 후 아까운 마음에 친구로서 그냥 가져도 되겠다하고는 도로 챙겨 넣는다. 돌려주자니 아깝고 그냥 가지고 있자니 찜찜한, 그건 바로 헤어진 애인에게서 받은 선물이 아닐까? _chocochip(유혜영)

「늑대와 향신료」
원작 : 하세쿠라 이스나 / 그림 : 코우메 케이토 /
캐릭터 디자인 : 아야쿠라 쥬우 / 학산문화사

늑대와 향신료

흔히 팬터지라고 하면 마법이 횡행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들을 떠올리기 쉽다.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그 무언가를 무찌르는 것도 좋겠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소녀를 안아드는 것도 이계에서 튀어나온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이러한 ‘마법’과 ‘모험’과 ‘싸움’만이 팬터지의 전부는 아니다. 이 작품 「늑대와 향신료」는 독특하게도 ‘경제’를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작품은 주인공인 행상인 로렌스가 파슬로에 마을 변두리에서 노숙을 하려다 어느 사이엔가 짐칸에서 잠들어 있던 소녀 호로를 만나면서부터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마을에서 ‘풍작의 신’으로 불리던 호로는 인간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긍심 높은 늑대로 새 경작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인간들의 마을을 떠나온 것이다. 우연한 만남으로 함께 한 여행길이지만 상인인 로렌스의 장사에 호로가 조금씩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완연하게 로렌스의 본업인 ‘장사’의 ‘판’으로 자리를 옮겨가기 시작한다. 물론 이 작품은 경제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럴 듯하다고 여기도록 극이 잘 짜여 있다. 장사꾼들의 거래에는 온갖 화술과 심리, 배짱과 신용, 지략과 음모 등이 얽히며 무기만 들지 않았을 뿐 전쟁이나 다름없는 사투가 일어난다. 작품은 이러한 과정을 해당 시대에 있었을 법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독자를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한다.

게다가 ‘요이츠의 현랑(賢狼)’을 자처하는 호로는 늑대의 귀와 꼬리를 지닌 모습을 하고 있다. 근래 여러 작품에서 귀여움이나 색기를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미소녀 코드로 수인(獸人)의 이미지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작품에서는 미소녀 코드로써 호로의 이미지를 끌어오되 그 이상으로 부각하지 않음으로써 자칫 냉혹한 장사의 세계를 표현하며 나타날 수 있는 무미건조함을 한껏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흔히 ‘미소녀’ 그 자체를 표현하는 데에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빼앗겨 허우적대는 작품에 지쳤다면 이 작품이 표현하고 있는 호로(와 호로에게 은근히 많이 휘둘리고 다니는 로렌스)를 지켜보는 것도 좋을 법하다. 수백 살은 족히 먹었을 암늑대와 골수까지 상혼에 물들어가고 있는 25세 행상인 청년이 권수를 쌓아갈수록 줄다리기를 거듭하며 점차 조금씩 서로에게 기대가는 모습은 소년과 미소녀가 드러내놓고 ‘러브러브’하는 작품보다 오히려 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단순히 경제적 화두나 이종 간의 사랑 이야기 같이 한쪽으로만 빠지지 않는 균형미가 이 작품이 지닌 면면을 오히려 부각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원작은 하세쿠라 이스나의 라이트노벨로 국내에선 학산문화사에서 익스트림노벨스 레이블로 출간했으며, 얼마 전 만화판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만화판은 「꽃가루소녀 주의보」 등의 성인만화 작가로 국내에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코우메 케이토. 색기와 귀여움을 절제미 있게 담아내 원작 일러스트와는 또 다른 맛을 지닌 호로를 만날 수 있다.
_서찬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