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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만화와 게임 : (1)종이와 전파의 경계에서-만화와 게임이 만날 때
일본 만화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데즈카 오사무의 연출 기법은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고, 우리나라 만화계에 길이길이 남는 고전 작품들이 삼국지, 수호지, 홍길동전 등 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그려진 것을 생각하면, 만화와 타 미디어간의 교류와 영향은 새삼스럽게 원소스 멀티유스를 외치지 않아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중에..
2007-11-07
김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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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Comic & Culture ⑧] 만화와 게임
요즘 만화계가 힘들다고 할 때 꼭 나오는 것이 있다면 바로 게임입니다. 요즘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이유가 게임에 몰두 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과거의 학생들보다 만화책을 많이 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만화를 즐겨 있는 수 많은 독자들이 게임을 즐겨 합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들이 종종 나오는 것을 봐도 그렇고 일본의 유수한 게임 회사들이 직접 만화출판을 하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도무지 둘 사이의 관계는 제대로 셈이 되지 않습니다. 과연 만화와 게임. 그 둘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번호 매거진에서 살펴봅니다. (편집부)
일본 만화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데즈카 오사무의 연출 기법은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고, 우리나라 만화계에 길이길이 남는 고전 작품들이 삼국지, 수호지, 홍길동전 등 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그려진 것을 생각하면, 만화와 타 미디어간의 교류와 영향은 새삼스럽게 원소스 멀티유스를 외치지 않아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중에 소설과 영화에 비교하자면 신생 미디어인 게임은 시초부터 만화적 요소를 다수 도입하기도 하고 역으로 무서운 속도로 만화계에 퍼져 나가며 만화와 게임 사이의 연결고리를 점점 단단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만화와 게임 사이에는 상호 통하는 요소가 많고, 각 매체가 점차 대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서로에게 작용하는 요인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되었다. 물론 각 매체의 특수성이나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도 부지기수지만 말이다. 만화와 게임은 어떤 식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변모하고 진화하여 왔는가. 급속히 거리를 좁히며 충돌과 조화를 번복하는 만화와 게임의 관계를 조명하기에는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이들 사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말했듯이, 게임은 신생 미디어였다. 즉 탄생 시에는 후발주자였던 만큼 산업적으로, 사회적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소위 말하는 ‘게임 강국’이 되어 게임제작사와 프로게이머가 지지를 받은 것은 사실 최근의 일로, 그 전까지만 해도 오락실, 만화방, 만화와 함께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불량, 유해물로 낙인 찍혀 사회적으로 멸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한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 매체가 대중친밀성 및 이미지적인 퀄리티를 높이고 동시에 판매율 상승도 노리는 전략이 바로 인기 있는 기존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우선 새로운 스토리를 짜는 데 덜 공들여도 된다는 이점이 있고 그 원작의 인기와 함께 어느 정도 원작의 ‘권위’를 빌려 입을 수 있다는 경제적 장점과 명목이 서게 된다. 80년대의 골 깊은 반일감정과 만화 전반에 대한 사회적 천시, 실제로 작품 중에 산재한 잔혹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삼국지]가 국내 최초의 정식 라이센스판 일본만화였다는 사실은 (조선일보 1989.11.28) 원작의 권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끔 한다. 즉 원작의 인기에 편승하려고 했든, 원작의 재미를 게임으로 살려내려는 시도이든 인기 있는 원작은 게임제작사들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인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만화였을까. 물론 소설이나 영화,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 원작이 훨씬 더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 매체적 특성을 들 수 있다. 만화와 게임은 둘 다 시각적 매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글자로 묘사된 주인공을 비주얼로 새롭게 그려내야 하는 소설과는 달리 (실제로 소설,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이라도 사전에 시각적 이미지-사진, 삽화, 영상 등-가 다수 존재하는 소재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만화 주인공의 비주얼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다음으로 산업적, 사회적 이유가 있다. 근대적 형태의 만화와 게임의 공통점은 19, 20세기에 들어서야 등장한 신생 미디어라는 점과 주로 아동층의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는 점이다. 즉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하위문화’라는 딱지가 붙게 된 것이다. (여기서 하위문화는 알기 쉽고 대중적인 문화라는 뜻이니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만화가와 게임제작사 사이에 동병상련의 정이 싹텄을 여부는 뒷전으로 하고 요는 수용자 층이 겹치거나 겹칠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게임이 아동용 매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한 탓에 청년층 이상의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영화사가 관심을 가질 경우는 당연히 적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만화와 게임은 아주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것이다.
만화 원작의 게임
초기의 만화 원작 게임들은 게임화하기 쉬운, 액션이 많고 캐릭터의 개성이 강한 원작을 위주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게임 최대의 장점이자 특성은 인터렉티브함, 즉 화면 속의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상호작용성이며, 따라서 게이머가 조작하는 조이스틱이나 게임패드나 키보드를 통해 입력된 ‘영향’이 게임 화면에서 구체적인 ‘변화’로 나타나는 것이 게임의 재미의 근원이었고, 따라서 그 ‘변화’는 눈에 뛰면 뛸수록 좋은 것이었다. 즉, 움직임-액션인 것이다. 구슬이 사방팔방으로 튀어 다니든 붉은 멜빵바지의 배수공이 뛰어 오르든 게이머의 조작이 곧바로 반영되는 액션성은 옛날도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게임적 요소이다. 따라서 원작으로 선택되는 만화도 내용 중에 싸움과 액션이 많은, 주로 남자아이들을 위한 만화가 대다수였다. (역으로 게임이 소녀와 여성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주요 캐릭터들이 고유의 특수 기술로 싸우며 점점 강한 적이 등장하는 스토리 구조도 게임을 진행할수록 다양한 무기나 특기를 얻으며 점차 강해지는 적들과 싸우게 되는 액션 게임의 특성과도 잘 맞물려 게임화 과정에 용이한 점이 있었으며, 원작 팬들의 영입도 더해 안정된 판매율까지 약속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소년만화 원작 액션 게임들의 문제점은 이미 게임화하기 용이한 원작을 사용하는 탓에, 원작의 요소를 게임 자체의 발전과 개성을 위해 깊게 분석하고 계발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바람의 나라]를 필두로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의 만화 속 세계관과 배경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게이머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도록 한 국내의 만화 원작 MMORPG들은 괄목할 만하다. 초기 MMORPG 원작들이 소년만화가 아닌 대하 순정만화였다는 점, 그리고 나아가 한국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수게임이라는 점도 만화의 게임화 역사 속에서 찾아보기 드문 예가 아닐까 싶다.
게임 원작의 만화
게임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며 고유의 내러티브를 창출하게 되자 게임 원작 만화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국내에 들어온 만화 중에 게임 원작 만화 단행본의 시초는 90년대 초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대전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II]의 패러디 혹은 게임 캐릭터들을 (무단으로) 사용해 오리지널 스토리를 그려낸 종류였다. 그 밖에 [킹 오브 파이터즈], [사무라이 스피리츠] 등의 격투게임의 패러디 만화 모음집이 국내에 다수 출간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만화의 게임화를 용이하게 하는 요인들이 역으로 게임의 만화화에도 비슷한 긍정적 작용을 하지만, 게임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게임 원작 만화(여기서는 패러디 만화가 아니라 완성된 형태의 스토리 만화를 뜻한다.)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게임과 만화의 매체적 차이점 및 각자의 특성을 망각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경우다. 물론, 만화로 옮기기에 부적절한, 게임의 형태로써만 진정한 매력을 발휘하는 원작도 많다. 게임에서는 게이머의 결정에 따라 다양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지만 만화에서는 하나의 결말밖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게임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거나 재미가 떨어질, 만화에서만 존재하는 가치도 분명히 있다. 즉 게임화, 만화화할 작품의 선정 단계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비교적 적절한 작품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아직 시작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원작의 팬을 주로 겨냥해 만드는 만화 원작 게임과는 달리, 게임 원작을 영화로 만들 경우 원작의 팬과 원작을 모르는 일반 독자/관객을 동시에 포괄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영화의 제작비를 게임의 팬들만으로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만화 같은 경우 영화만큼의 자본도, 머릿수도 들어가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성공에 크게 구속되지 않는 편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게임제작자로써는 만화 쪽도 가능하면 인기를 누렸으면 하는 욕심이 있고 (원작인 게임에 대한 호기심과 판매율에도 당연 영향을 미칠 터이니) 자존심이 강한 만화가라면 원작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이야기와 주제의식을 펼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게임회사와 만화가 사이에 충돌이 있기도 하고, 인건비 차원에서도 게임 원작 만화가의 대다수는 아직 어린 신인작가고 선정될 경향이 높다.) 따라서 영화가 그렇듯이 ‘원작의 팬’과 ‘원작을 모르는 독자’를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안고 출발하는 것이다.
일단 ‘원작의 팬’을 위해 게임의 세계관과 용어, 설정, 캐릭터 등이 만화에 들어가겠지만 일반 독자까지 고려할 경우 그런 설정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설명해주는 친절함을 발휘해야 하며, 무엇보다 원작에 사전지식과 애정이 없는 만큼 만화의 퀄리티에 대해 너그럽지만은 않은 새 독자의 눈높이에도 맞추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원작의 팬이 게임의 설정만 조금 언급되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세계관이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원하며, 게임에서 지나치게 어긋난 스토리는 싫어하지만 게임과 똑 같은 관점에서 똑같이 흘러가는 스토리는 앞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질린다. 이렇게 무수한 딜레마가 있기에, 아예 한 쪽의 독자층만을 위해 그리는 것도 안정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경우 균형잡기에 실패하고, 게다가 대부분 경험이 적은 신인만화가라 그림도 연출도 서툴고, 원작이 자기 것이 아닌 만큼 의욕을 상실하거나 소재를 성의 없게 다루는 작가를 만나 [역시 게임만화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두 종류의 독자층을 전부 만족시키면서 작품성도 높이는 전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작가가 원작 게임의 시스템, 스토리, 세계관, 정서와 감수성에 대한 상당한 이해와 애정을 갖추어야 함은 기본이다. 만화가로써도 어느 정도 숙달되어야 한다. 또한 내용적으로는 게임 속에 있을 법한 이야기면서 나오지는 않는 이야기, 즉 만화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게임 이야기여야 한다. 이런 고난이도의 전략이 어떻게 가능한가. 우선 롤플레잉 게임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중 1, 2, 3탄의 세계관을 가져온 [드래곤 퀘스트 열전 로토의 문장]처럼 ‘각 시리즈 사이에 있을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가정하는, 한마디로 같은 세계관이지만 다른 주인공들로 원작과는 다르나 비슷한 요소(용사와 마왕 같은)와 정서를 갖춘 이야기를 그리는 방법이 있다. 한마디로 독립적인 서사성이 강한 경우다. 실제로 [드래곤 퀘스트 열전 로토의 문장]은 원작 게임의 팬들과 일반 독자 양쪽으로부터 큰 인기를 끈 성공작이었지만, 캐릭터의 개성에 크게 의존하는 게임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법이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동경마인학원]을 원작으로 한 [도쿄 레퀴엠]의 경우 캐릭터의 매력이 강했던 원작의 특성을 살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인기를 끈 조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활약과 함께 게임 속에는 밝혀지지 않는 뒷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원작 팬과 신 독자층을 포용하려는 전형적인 예다. 이와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경우로 롤플레잉 게임 [환상수호전 III] 원작의 [환상수호전 III: 운명의 계승자]는 원작의 주인공들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게임의 시나리오적 구멍을 메우는 보완적 역할을 하며 만화 그 자체로써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각에서는 원작보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 보기 드문 케이스다. 즉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게임 원작 만화란, ‘게임을 몰라도 재미있고 게임을 알면 더 재미있는 만화’라고 할 수 있다.
* 그 밖에 ‘게임 만화’라고 불리는 것으로는 특정한 원작 없이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미디어를 아우르는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로써 제작된 [포켓몬스터]나 [닷핵] 등의 콘텐츠에서 파생된 만화가 있다. 비록 엄밀히 말해 게임 원작 만화는 아니지만 게임과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에 게임 만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게임을 포용한 만화, 만화를 포용한 게임
만화와 게임이 각자의 영역을 넓혀가며 대중적이 되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게임의 영향을 받은 만화와 만화의 요소를 게임에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작품이 늘어나게 되었다. 실제로 ‘주인공의 강화’ ‘적의 인퓰레이션’ 같은 90년대부터 두드러지는 전투 소년만화의 요소 그 자체가 스테이지 식으로 점점 더 어려운 난이도에서 점점 더 강해지는 적과 대결하는 오락실 액션 게임의 그것과 일치한다. 각종 액션게임이 인기를 누리던 80년대에 [드래곤볼]이나 [북두의 권] 등의 소위 ‘배틀 만화’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아가 좀더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게임적 요소를 만화 속에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활용하는 경우도 다수 나오는데 대표적인 예가 [유희왕]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종류의 게임이 등장했지만 작중에 ‘M&W(매직 앤 위저드)’라는 카드게임이 게임회사 코나미에 의해 ‘듀얼 몬스터즈’라는 실제 카드게임으로 제작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또한 코나미의 카드 게임 제작에 작가가 직접 협력하기도 하는 등, 게임적 요소와 작가의 게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만화의 방향을 크게 뒤바꾼 대표적인 경우다.
만화적 요소를 도입한 게임의 역사는 일단 그래픽적 단계에서부터 동, 서양 게임 양쪽이 만화에 기반을 둔 애니메이션 비주얼을 적극적으로 채용한 데서 시작해 특히나 내용적, 장르적 특성이 만화의 그것과 유사한, 캐릭터를 내세운 게임을 들 수 있다. [창세기전]처럼 아예 만화가를 캐릭터 디자이너로 기용해 만화가 특수를 노리는 경우도 많다. 비주얼 등의 피상적인 차원을 넘어서 만화적 요소를 좀더 적극적으로 게임 속에 도입한 사례로는 리듬액션 게임인 [응원단] 시리즈가 있다. 게이머가 응원단이 되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응원해 돕는다는 컨셉의 이 게임은 닌텐도 DS의 두 개의 화면 중 하나는 게이머가 직접 조작하고, 다른 화면에서는 스토리가 그림, 칸, 대사로 구성된 만화 형식의 비주얼로 펼쳐진다. 재미있게도 이 게임은 해외에서 더 많은 인기를 끌어서 국제판으로 새로운 게임이 나오기도 했는데(최근에 국내에 [도와줘! 리듬 히어로]라고 발매된 게임.), 리듬게임으로써의 재미와 적절히 단순하고 편리한 조작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만화로 진행되는 스토리의 ‘만화니까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으면서 (일본어니까) 확실히는 알 수 없는 미묘한 재미’가 언어의 장벽을 초월해 게이머들에게 공감과 호감을 얻어낸 가장 중요한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작은 화면이라는 한계에 사이즈와 국경을 넘나드는 만화라는 매체를 적절하게 채용하고 만화에는 없는 음악과 상호작용성을 더한,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그리고 한정된 개발비용을 지혜롭게 타개한) 아이디어의 성공사례다. 물론 응원이라는 훈훈한 동기와 70년대 학원물 만화풍 주인공 캐릭터들의 과장된 묘사, 시대착오적인 것 같으면서도 건재한 ‘열혈’ 코드 같은 콘텐츠적 요소의 매력도 큰 몫을 한다.
마치며..
갈수록 미디어 사이의 거리가 좁아져 가는 현재에, 만화와 게임 사이의 경계는 점점 더 흐릿해지고 때로는 각자의 영역을 뛰어넘으며, 그 결과 좋건 나쁘건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화 원작 게임이나 게임 원작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대체로 입증되는 편이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시도나 원작에는 없던 재미를 주는, 때로는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와 게임의 교류는 앞으로도 진지하게 지켜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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