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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만화와 새로운 결심 : (2)새로운 결심을 엿볼수 있는 만화 6선
만화속 주인공들의 새로운 결심을 엿볼수 있는 만화 6선을 소개합니다
2008-02-01
만편집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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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Comic & Culture ⑩] 만화와 새로운 결심
이니셜 D
(시게노 슈이치 / 학산문화사)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는 건 바로 ‘꿈이라는 목표가 정해졌을 때’가 아닐까?
「이니셜 D」는 거친 드라이빙과 드리프트로 세간에 잘 알려진 작품이다. 하지만 본 내용은 특별한 꿈 없이 살아가던 주인공 타쿠미가 내리막 경주를 통해 존경하게 된 드라이버 료우스케의 신생 팀 ‘프로젝트 D’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최고의 드라이버’라는 자신의 꿈을 정하게 되는 성장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에 비해 굉장한 실력을 지녔지만 심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한 타쿠미의 모습을 1부에서 전반적으로 보여준다면 1부 마무리로 접어들면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2부에서는 1부에서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프로젝트 D에서 운전을 하는 타쿠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초점이 주인공에게만 맞춰져 진행되는 작품이 아니라 다소 산만한 경향이 있지만 볼수록 성장해가는 주인공 타쿠미의 실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_양세종
더 화이팅
(모리카와 조지 / 학산문화사)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젊은 세대에서 많이 고민하는 문제지만 그 방법을 몰라 방황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생겨날 변화의 시작을 우리는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파이팅」의 주인공 일보는 성실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같은 학교의 우메자와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복서 마모루의 도움을 받게 된 후 그의 강한 모습을 보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강하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일보는 이 뜬구름 같은 질문의 답을 찾고자 복싱을 시작하게 된다.우연히 접한 복싱이었지만, 집안일을 도우며 다져진 근육과 타고난 성실함을 바탕으로 일보는 연이은 훈련과 시합을 통해 도전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떳떳하게 말하는 모습에선 전에 없던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한다.
사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개중에서도「더 파이팅」이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감정이입이 쉬운 ‘소심하고 약한’ 주인공을 내세워 주인공의 성장을 지켜보는 독자들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크지 않았을까 한다.
_양세종
하루카 세븐틴
(사야카 야마자키 / 학산문화사)
날짜는 하루 하루 지나는데 취직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고 번번이 물을 먹는다. 졸업반 하루카의 굳게 선 모습은 바짝 힘이들어가 있지만 그건 취업소식은 없이 날짜만 보내, 조급해진 자신을 감추려는 얼굴일 뿐이다.
그런 하루카에게 어느 날 취업 통지서가 날아온다. 책상 몇개 널려있는 작은 연예 기획사의 매니저 일이라니. 내키지 않지만 어쨌든 일을 시작한 하루카. 그런데 이게 웬일? 입사한 회사 사장이 너한테 딱 어울리는 일은 잡지 화보의 모델이라고 밝히는 게 아닌가? 갑자기 연예인이 되어버린 하루카. 눈 꾹 감고 1년만이라고 못 박지만 웬걸? 그녀는 숨어있는 보석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빛을 발하는걸.
안경을 벗자 미녀가 된다는 장르의 법칙을 순순히 따르는 이 신데렐라 스토리는, 하루카가 연예계 데뷔를 하는 부분부터 질척한 취업준비생의 어두운 모습에서 분위기가 확 바뀐다. 주인공의 표정부터, 배경도, 옷차림도 모두. 장르의 관습을 반복하는 동시에 마치 게임을 보는 것 처럼 눈 앞의 장애물들은 점 점 강한 상대가 되어 주인공과 싸움을 벌이는데 그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_매울신(이영미)
달빛구두
(정연식 / 휴머니스트)
광고인 봄이는 어머니의 부음을 받고 고향에 간다. 거기서 돌아가신 아빠의 친구이자 봄이의 친구이기도 한 성일이 아저씨와 재회한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숨겨왔던 아저씨의 비밀, 사랑, 시절, 재회, 욕망, 좌절, 그리움에 관한 아프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전해듣는다.
아버지와 화해를 시작한 봄이가 회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사랑하지만 싫어하는 척 했던 상준에게 수줍게 첫 데이트를 청한다. 다시 돌아온 그 자리는 출발했던 그 자리와는 또 다른, 앙금을 털고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는 곳이다. 떠나는 달빛 구두가 있다면 돌아와 새로운 자리에서는 사과파이가 그것을 상징한다.
정연식 특유의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담아낸 매력있는 웹툰. 스크롤의 흐름에 따라 감정과 호흡을 끊김없이 배열한 웹툰의 성격을 감성있는 단행본으로 솜씨있게 옮겨온 책.
_매울신(이영미)
4년생
(키오 시모쿠 / 대원씨아이)
대학교 4학년 아키오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 법학과 학생이다. 하지만, 그에겐 새롭게 펼쳐질 미래에 대한 부푼 기대나 두근거림 같은 건 없다. 공부를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취업 준비에 분주한 친구들을 보면 남의 일 같기만 하다. 사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러니, 백수가 제격일 수밖에. 능력 있는 여자 친구 요시노는 그런 그가 답답하기만 하다. 취직 얘기만 꺼내면 아키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는다.
화가 난 요시노는 자꾸 ‘이별’을 입에 담는다. 상황이 이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오랜 시간 함께한 서로가 타인처럼 느껴진다. 친구들은 하나 둘 취직을 하거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자신들만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녀석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피나는 노력 끝에 취직에 성공했다고 한다.
사랑으로 극복한다? 흔한 이야기에서 아키오와 요시노는 해답을 찾는다. 아키오는 사실 요시노에게 버림받을 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요시노는 결혼도 이별도 모두 가능한 일임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해 간다. 결국, 아키오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현실과 부딪히고 깨지며 나아간다. 미래가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에겐 자신을 이해해주는 요시노가 있다.
새로운 출발이 꼭 희망찬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거기에는 늘 불안이 내재해 있다. 그런데, 세상은 자꾸 ‘졸업-취직-결혼-출산’, 다음 단계로 가라고 한다. 싫은 것은 아니다. 단지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한 것 뿐. 그런 점에서 아키오에게 취직이란 자신의 세계에서 타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두렵기만 한 일이다. 요시노 또한 아키오가 꼭 취업을 하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가 다른 세계를 위해 한발 내딛는 것을 바라는 것일 뿐.
「4년생」은 대학교 4학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이 갖는 두려움과 고민들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극적인 사건 전개 없이,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갈등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데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탁월한 연출 능력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작품은 「현시연」의 작가 키오 시모쿠의 전작이라는 사실. 「현시연」과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해 준다. _지노(백은지)
리얼
(이노우에 다케히코 / 대원씨아이)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리얼」의 연재가 결정되었을 때, 수많은 독자들은 환호했다. 「슬램덩크」에서 아쉽게 끝내야만 했던, 손을 땀을 쥐게 하는 농구 경기의 부활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노우에는 이름도 낯선 ‘휠체어 농구’를 선택했다. 그리고 우리는 NBA 뺨치는 고등학교 농구 선수들 대신, 스스로의 장애와 처절하게 싸우는 주인공들을 만나게 된다.
험악한 인상만으로 길거리 양아치 몇 명은 쉽게 잠재우는 노미야는 사실 농구를 빼면 별 볼일 없는 고등학생이다. 그러나 오토바이 사고로, 함께 탔던 나쯔미가 하반신 불구가 되면서 그만 퇴학을 당하게 된다. 농구 할 곳을 잃어 방황하던 노미야는 우연히 휠체어 농구를 하는 토가야의 알게 되면서, 농구에 대한 갈증은 더욱 키워만 간다. 토가야는 본래 달리기 선수로, 골육종에 걸려 한 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면서 휠체어 농구를 통해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쉽지가 않다. 그가 속한 장애인 휠체어 농구팀 ‘타이거즈’의 팀원들은 정상인들과 같은 열정을 보이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토가야는 팀 내에서 겉돌기만 한다. 또 다른 주인공 타카하시는 노미야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농구부 주장으로 노미야를 농구부에서 왕따 시켰던 인물이기도 하다. 잘 생기고 인기도 많은, 그야 말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된다. 이때부터 타카하시의 처절한 절규가 시작된다.
흥미 있는 것은 「리얼」은 「슬램덩크」와 달리 농구만화이면서, 농구 장면 보다는 이들의 삶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주인공은 저마다 장애의 당사자로서, 혹은 가해자로서 다시금 자기 삶의 출발선에 서게 된다. 어떤 이는 자신의 길을 몰라서 여기 저기 부딪히기도 하고(노미야), 어떤 이는 열정이 무시되기도 한다.(토가야) 어떤 이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보지도 않고 도망가 버리기도 일쑤다.(타카하시) 그러나, 이들은 농구에 대한 열정과 ‘에고’, 승부욕으로 그것을 채워나간다.
「리얼」은 휠체어 농구만화지만 장애인 홍보 만화는 아니다. 장애인들을 동정하지도, 감동적인 비화도 없다. 그야말로 ‘리얼’하다. 그들은 그저, ‘머신다리’를 가진, 우리와 같이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된다. 「슬램덩크」의 연출을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이 만화는 어쩌면 지루할지도 모른다. 「슬램덩크」가 화려한 농구 경기를 박진감 있게 보여 주었다면, 「리얼」은 경기 장면 보다 인물 내면의 투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곧 팀원이 갖추어 진다! 토가야의 든든한 원군 미즈루로 농구팀에 합류했고, 타카하시도 힘겨운 한발을 내딛고 있다. 타카하시가 팀에 합류하면 이제 곧 진짜 경기는 시작될 것이다.
_지노(백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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