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샐러리맨, 만화속으로 들어가다(1) : 만화와 현실이 만날 때, 현실과 이상은 교차한다.

만화를 가리켜 흔히 허구적인 내용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때로는 그런 말이 무색하리만큼 현실적인 설정을 도입,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그런 계열의 작품 중 회사를 소재로 한 만화는...

2007-07-10 강정구(cyrus)

                                                     [연중기획 Comic & Culture ⑤] 샐러리맨, 만화속에 들어가다.

만화와 현실이 만날 때, 현실과 이상은 교차한다.

만화를 가리켜 흔히 허구적인 내용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때로는 그런 말이 무색하리만큼 현실적인 설정을 도입,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그런 계열의 작품 중 회사를 소재로 한 만화는 치열하게 사회에서 경쟁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동기부여나 자극 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전술한 ‘회사’란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되는 사단법인"을 말하는데 이제는 현대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공간이다. 일반적인 사회인이라면 매일 출근하는 직장 또한 회사의 다른 이름이며 사실상 그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어쩌면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현대인의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 이 회사를 다양한 각도로 묘사한 만화의 세계에 들어가 보도록 하자.

그들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히로가네 켄시 「시마과장」/ 허영만 「아스팔트 사나이」

시마과장 아스팔트 사나이

기업을 묘사하고 있는 만화 중 첫 번째 유형은 바로 회사원을 주인공으로 한 성공 드라마이다. 처음에는 병아리처럼 작은 존재에 불과했지만 개인의 성취 욕구와 노력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좀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고 마침내 목표하던 자리에 앉게 된다는 것. 여기에 자신이 다니고 있는 기업의 재계 순위까지 상승시킨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이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시마과장」(원제 : 「과장 시마 코사쿠」) 시리즈는 현존하는 기업 관련 만화 중 가장 현실적이면서 이상적인 설정으로 작품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하츠시바 전산에서 근무하던 셀러리맨 시마 코사쿠가 회사 내부에 존재하는 파벌 싸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며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점점 상위 직급으로 올라간다는 내용이다.
특히 작가 자신이 마츠시타 전기에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업 셀러리맨의 생활을 현실성 있게 묘사했기에 직장인 독자들의 공감대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도 작품처럼 공평무사하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드물기 때문에 시마과장 시리즈는 어떤 면에서 볼 때 일종의 대리 만족 효과를 준다고 할수 있다. 이 가상의 주인공 시마 코사쿠는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과장에서 부장, 이사, 상무, 전무로 진급했으며 최근에는 그의 젊은 시절을 다룬 「시마사원」도 발표되는 등 만화를 통해 한 셀러리맨의 일생을 지켜볼 수 있는 사례가 됐다.

국에서는 허영만 씨의「아스팔트 사나이」가 전술한 유형과 비슷하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큰 뜻을 품고 기룡자동차에 입사한 주인공 이강토가 회사의 안일한 정책에 반기를 들고 퇴사한 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는다. 그리고 천마자동차에 입사, 그의 소망인 한국 자동차의 세계 제패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교적 평범한 셀러리맨인 시마 코사쿠와 달리 이강토는 생각과 행동 모두 직장 내에서 통통 튀는 인물인데 이러한 설정은 그가 다른 사람과 달리 어딘가 비범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자동차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그의 행보는 점점 빨라지고 결국 한국의 자동차 시장을 석권할 뿐 아니라 미국 시장까지 제패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려 셀러리맨의 출세 욕구를 세계 시장으로 확장시킨 설정 역시 독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충족시킨다.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강주배 「용하다 용해 무대리」 / 김진태 「바나나걸」

용하다 용해 무대리 바나나걸

전술한 「시마과장」과 「아스팔트 사나이」가 주인공의 행동반경을 넓게 설정한 반면, 일반 직장인들이 매일 출근하는 직장 부서로 규모를 축소, 소소한 일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이같은 경우 진짜 우리 주위의 이웃들이 겪고 있을 에피소드나 또는 허황된 것 같지만 버젓이 존재하는 사례들을 다룸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동질감을 갖게 한다.

랜 동안 무명작가로 지내던 강주배 씨를 독자들에게 각인시킨「용하다 용해 무대리」는 이런 계열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일류물산 영업1과 소속으로 이름처럼 영 신통치 않은 무용해 대리의 일상을 다룬 이 만화는 무 대리와 그의 앙숙인 마순신 부장 그리고 무대리의 동료들인 영업1과 사원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가정과 직장 두 곳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무대리의 모습이 때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직장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것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로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웃기는 일만 그려지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가슴 뭉클한 사연도 다뤄지기 때문에 결코 이 작품은 가볍지 않다.

주배 씨의「용하다 용해」같이 직장 생활을 그리고 있는 작품 중 한편을 더 꼽아보자면 개그 만화로 유명한 김진태 씨의「바나나 걸」이 있다. 애견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스마일 퍼피에 입사한 신입사원 신나나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스마일 퍼피 직원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벌어지는 일상들을 다룬 작품이다. 당초 프로젝트 앨범인 「바나나걸」의 원 소스 멀티 유즈 기획 중 하나였기에 작품의 표현 부분에서 여러 제약이 예상됐지만 작가 나름대로의 개성으로 생생한 직장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남의 눈은 신경 안 쓰고 자기 의견을 고수하는 신세대인 신나나와 그녀 못지않게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는 사원들이 겪는 일상들은 우리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들이다.


때로는 그들도 일탈을 꿈꾼다
니노미야 히카루 「허니문 샐러드」/ 후지이 미츠루 「관능소설」

허니문 샐러드, 관능소설

하지만 모든 직장 생활이 위와 같지는 않다. 세태에 쩔어 낭만과 여유를 잊어버린 직장인들의 일탈 행위는 때로 삶의 새로운 해방구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남들과 똑같이 지내야 한다는 생각은 때로는 버릴 필요가 있다.

노미야 히카루의「허니문 샐러드」는 주인공인 회사원 미노리와 그를 둘러싼 요우코, 이치카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회사에서는 일에 치일대로 치여 매사가 꼬이는 미노리에게 있어 사외 생활은 일종의 안식이다. 미노리의 첫사랑인 고교 선배 요우코와 우연한 사건으로 알게 된 이치카, 두 여성과 한집에서 동거하면서 나름대로의 행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에게는 이상한 관계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이들 세 사람에게는 각자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암묵적인 동의하에 이러한 일탈행위가 가능했던 것이다.

지이 치즈루의「관능소설」역시 범상치 않은 남녀 관계를 다룬다. 이 작품은 회사의 경리 담당으로 사감선생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을 들을 만큼 고루한 여직원 아야와 연하의 후배직원 시이노와의 연애 과정을 그리고 있다. 회사에서 겸업을 금지하는데도 퇴근 후 에로소설을 쓰고 있는 시이노의 존재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 매력에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아야의 연애담에 이야기의 초점이다. 샐러드 데이즈와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사랑을 지속한다는 사실은 공통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