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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디어 시대와 만화 (1) : 스마트폰 시장 개화에 이르기까지

먼저 이 ‘뉴 미디어 시대의 한국 만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만화에서 뉴 미디어라는 화두 자체가 어느 지점을 언급하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뉴 미디어, 말 그대로 새로운 매체를 이야기하는 말이다. 한국 만화에서 뉴 미디어라 함은 종이책으로 보던 만화가 주종이던 2000년대 초반과 모니터에서 웹브라우저 스크롤바를 내려 보는 웹툰이 등장해 세를 확장해 온 2008년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흐름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흐름을 담아낸 틀, 플랫폼으로 주목받은 것은 바로 우리가 늘 들고 다니는 ‘전화기’였다.

2010-06-12 서찬휘

1.


먼저 이 ‘뉴 미디어 시대의 한국 만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만화에서 뉴 미디어라는 화두 자체가 어느 지점을 언급하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뉴 미디어, 말 그대로 새로운 매체를 이야기하는 말이다. 한국 만화에서 뉴 미디어라 함은 종이책으로 보던 만화가 주종이던 2000년대 초반과 모니터에서 웹브라우저 스크롤바를 내려 보는 웹툰이 등장해 세를 확장해 온 2008년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흐름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흐름을 담아낸 틀, 플랫폼으로 주목받은 것은 바로 우리가 늘 들고 다니는 ‘전화기’였다.


사실 전화기로 만화를 보는 건 그보다 앞선 이야기기는 했지만 작은 화면 속에서 낮은 해상도와 색상수로 한 칸 단위로 넘어가는 방식을 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뷰어 기술을 도입한 게 2008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초창기 모바일 만화가 대세를 이루기엔 역부족이었다. 모바일 콘텐트 시장 자체가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내보일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였기 때문이고, 기기 자체도 고성능이 아니어서 표현에 한계가 컸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때까지는 모바일 만화는 인기 만화 일부를 통해 호응을 얻긴 하였으되 또 다른 ‘만화계’를 형성하기엔 다소 미흡한 구석이 있었다.



2.


그럼 이동통신사의 이야기를 해 보자. 2009년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이동통신사가 모바일 기기에서 일어나는 콘텐트 유통 경로 자체를 모두 틀어쥐고 있었다. 무언가 기능적인 부분을 이용하기 위해선 이들 통신사가 기기에 미리 탑재한 어플리케이션을 쓰거나 통신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폐쇄적인 무선 포털을 통해 통신사와 계약한 서비스만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한국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 2009년을 전후해서였다. 해외에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이러한 폐쇄적인 환경에 관한 회의와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창출될 수 있는 모바일 콘텐트 시장의 가능성에 관한 화제가 돌기 시작했다.


아이폰과 같이 휴대전화에 인터넷, 멀티미디어 재생을 비롯한 준 노트북 수준의 컴퓨터 기능을 합쳐 넣은 휴대 기기를 스마트폰(Smart Phone)이라 한다. 스마트폰은 전화와 인터넷 뿐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즉 응용 프로그램을 직접 설치해 실행할 수 있어 업무용으로 쓰이는 것은 물론 게임이나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큰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망을 이용해 어디서든 통신사의 폐쇄적 인터넷망이 아닌 웹에 직접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은 한층 더 넓은 활용성을 자랑한다.


스마트폰의예시 아이폰


3.


이렇듯 그 시기는 소비자가 다양한 기능을 입맛에 맞춰 구비해 넣을 수 있고 이 소비자의 필요(Needs)를 좇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휴대전화를 뜻하는 노멀폰(Normal Phone) 혹은 피쳐폰(Feature Phone)에 비해 스마트폰 시장이 전세계적 화두가 되어 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한국은 몹시 비싼 가격으로 명품폰으로 분류되었던 삼성의 옴니아로 스마트폰 시장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동통신사의 폐쇄성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콘텐트 유통이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에 제작과 유통의 주도권이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스마트폰 기반 콘텐트 유통 구조는 이동통신사들로서는 손쉬운 수익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 일종의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던 국내 일부 휴대전화 제작업체들과의 관계 면에서도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방향성이었다. 특히나 모바일 콘텐트 시장에서 거대한 트렌드를 창출하며 화제에 오른 아이폰은 모바일 콘텐트 스토어인 앱스토어(appstore)를 통해 출범 9개월여만에 유무료 콘텐트 다운로드 수 10억 회라느니, 외국 시장에서 몇 억 단위 돈을 번 개인 개발자가 있다느니 하는 전설 아닌 레전드(?)를 만들어내며 이 머나먼 한국 땅에서도 스마트폰 도입에 관한 열망을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트려나갔다. 참고로 올 4월 기준으로 앱스토어엔 40억 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금융업계에선 올 3/4분기 매출만 1억9천 만 달러로 예상한단다.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이 욕망이 임계점에 다다르던 시기가 2009년 중반쯤, 업체들이 하나둘 아이폰이 들어는 올 것이다라는 확신을 두고 아이폰을 공수해오거나 아이폰에서 휴대전화 기능과 휴대전화망 인터넷(3G) 기능이 없지만 애플 앱스토어의 모바일 콘텐트를 어느 정도 실행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재생기 아이팟(iPod)을 통해 이들 애플의 모바일 기기용 어플리케이션을 앞다퉈 제작하거나 염두에 두기 시작한다.



4.


무선을 기반으로 인터넷을 발전시켜온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PC를 기반으로 한 유선 인터넷이 극도로 발달한 나라였다. 그리고 이 유선 인터넷 시대의 왕좌는 다름 아닌 포털 사이트들이 쥐고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포털 사이트는 외국계 사이트들의 공세에도 흐름 자체를 틀어쥐고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 앉아 수년 간 한국 인터넷의 모든 화두를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이들조차 흐름이 점차 모바일로 옮겨갈 것을 파악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역력해졌더랬다. PC 웹 기반에서의 주도권을 모바일 기기에서도 이어나가기 위해 국내 포털들은 앞 다퉈 자사 콘텐트를 모바일 시대에 맞는 형태로 재조정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PC 웹 기반해서부터 지도, 교통정보, 뉴스 등이 재편되기 시작하는 한편, 다음 로드뷰와 같이 찾고자 하는 지역 주변을 360도 파노라마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들은 대부분 모바일, 특히 스마트폰시장이 열리는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만화계에서 그동안은 스마트폰의 ㅅ도 몰랐던 이들이 졸지에 급박하게 아이폰이니 아이팟이 뭐냐고 물으며 어리둥절해 하는 사태가 터진다. 아직 아이폰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소문과 열망이 교차하던 5월 말, 정확하게는 5월 28일 네이버가 뉴스채널 격인 오픈캐스트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볼 수 있는 지도 등을 기존에 이동통신 기반 폐쇄망을 이용한 모바일 서비스(모바일369)가 아니라 무선 인터넷(Wi-Fi,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빠른 속도로 접속해 정보를 볼 수 있는 애플 모바일 기기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처음으로 포털이 애플 앱스토어에 어플리케이션을 올린 것이다. 아직까지는 전화기는 아니지만 깜찍하고 유려한 구동성으로 인기를 얻던 멀티미디어 기기 아이팟 터치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지만, 누가 봐도 ‘곧 들어올’ 아이폰을 염두에 둔 선제공격이었다.


네이버 웹툰 앱스토어 진출



5.


당연히 시장 선점을 꾀하고자 했던 것이겠으나, 네이버는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만화계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네이버는 애플 모바일 기기용 어플리케이션들, 즉 아이팟이나 아이폰에서 구동할 수 있게끔 제작한 어플리케이션 가운데 만화를 넣었는데 자사 웹툰들을 대거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하는 형태로 제작한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미 일부 웹툰 작가를 비롯해 만화가들이 기존 시장들의 대안으로 애플 앱스토어를 바라보고 작품을 유료 판매하려는 시험을 막 해 보고 있던 찰나였다는 것이다.


판매고가 떨어져 가는 출판만화 시장, 포털을 통하지 않고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웹툰이라는 양대 고민을 타파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콘텐트를 제작해 올리면 3:7로 7이란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는 시도하기가 어렵지만 덤벼볼 가치가 있는 시장으로 인식된 것이다. 작가 또는 소규모 업체들이 포털과 출판사 중심을 벗어난 다른 유료 시장을 기대하던 상황 - 이런 시장 형성기 초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포털이 무료 다운로드를 밀고 들어오겠다고 선언한 셈이었다. 이는 “넌 아직도 만화를 돈 주고 사 보니?”라는 도발적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온라인에서의 만화가 시장성을 만들지 못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라이코스 코리아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문제가 되는 건 단순히 무료냐 유료냐를 넘어 아직 채 형성조차 되지 않은 한국인 대상의 - 즉 한국어권 - 앱스 시장을 그 시장의 성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규모를 지닌 사업자가 자기들의 규모와 방식으로 선점을 하려 드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이었다. 비판이 터져 나오는 까닭은 바로 이러한 공정 경쟁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본의든 아니든 보여주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포털로 말미암은 독과점 시장이 되고 만 웹툰계의 상황이 고스란히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앱스토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안정적이든 아니든, 많든 적든 사람들은 특정 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그에 따른 수익을 낼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애플 앱스토어를 바라봤다. 네이버의 움직임은 그 가능성을 무너뜨릴 것만 같았던 것이다.


이러한 거센 문제제기를 받은 네이버는 비판을 수용해 다운로드 금지, 임시 저장 시간 48시간, 한 회 저장되었던 웹툰은 다시 임시 저장되지 않음, 어플리케이션 제작은 작가 소관으로 넘기는 등 수정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논란 과정에서 예상지 못했던 또 다른 시장의 존재를 안 만화가들도 있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종이 지면, 웹툰을 넘어서는 스마트폰용 만화라는 화두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조금씩 생겨난다.


앱스토어토론회


그리고 드디어 11월,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KT가 아이폰을 들여오는 초강수를 두며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그리고 말 그대로 대박이 난다. 수 개월에 걸쳐 곧 들어올 거라고 외치던 ‘스마트폰 전도사’ 이찬진 씨가 사기꾼 소리를 들어가며 새 사업을 위해 기다리던 이 작은 기기는 말 그대로 도입 전과 후의 한국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6.


아이폰 접수중


아이폰의 국내 정식 발매는 여러모로 국내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1차적으로는 성능 비교로 맞서며 기존 체제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던 삼성의 옴니아2가 아이폰에게 철저하게 밀렸으며, 1달여 만에 20만대를 돌파하는 등 국내 상황에 문제점을 느껴온 이들이 많았음을 숫자로 확실하게 증명했다. 이용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한 KT는 옴니아2를 밀어붙이려던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나름대로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반영하며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경쟁제품의 가격 인하, 웃돈을 줘야 쓸 수 있던 기능들이 기본화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뒤따랐다.


물론 이후 다양한 스마트폰들이 선을 보였으나 이미 폭발력을 보인 아이폰의 성장세를 따라잡지는 못했으며, 이미 긴 시간 동안 전세계의 프로그래머가 제작해 올려놓은 콘텐트들이 기다리는 앱스토어 시장과 이로 말미암은 ‘검증된 시장성’이라는 화두를 다른 휴대전화 업체들이 쉽사리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스마트폰은 휴대전화보다 준 노트북 수준의 컴퓨터 능력에 방점이 찍힌 휴대용 기기다. 휴대전화 제작에 능했던 업체들이 독자적인 규격을 고집해 온 애플의 컴퓨터 제작 능력과 이에 최적화한 OS 제작 노하우를 쉽게 따라가긴 어려웠던 게 컸다.


어쨌든 아이폰이 무섭게 풀리기 시작하면서 만화가들도 하나둘 앞서 화제가 되었던 물건을 손에 쥐어 보기 시작한다. 흔히 ‘공돌이틱’한 UI(User Interface, 사용자가 컴퓨터와 상호적인 의사소통을 하게끔 구성된 명령 체계 또는 그 체제)로 일관해 조작하는 재미나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국내 기기들과는 달리 매킨토시 시절부터 정평이 난 애플 OS의 UI는 아이폰에서는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아이폰은 기능적인 부분은 물론, 인간과 대화한다는 느낌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UI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작가적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기기였다. 으레 다른 바닥도 그러했으되, 만화가들 사이에서 아이폰이 퍼져나가는 속도도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일부 작가들은 이에 발맞춰 앱스토어 등을 통한 작품 공개를 꾀하는 등 전에 없이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한다.


시장 반응 속도도 이러하자 만화 정책과 지원 등을 관장하는 기관 등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러한 어플리케이션 기반 만화 플랫폼을 제작하는 데에 지원사업의 방향을 맞추기 시작한다. 불과 반 년도 되지 않는 상황 동안에 스마트폰, 정확히는 아이폰을 기반으로 한 애플 앱스토어가 완전히 만화의 ‘뉴 미디어’로서 사방 천지에 각인되고 만 것이다. 지난해 6월 네이버 진입 당시 논의 한 편에 끼어 있던 사람으로서 일부 만화가들을 비롯한 이들에게 실체도 없는 것으로 현혹한다느니, 얼마나 잘 되겠냐느니, 포털이 이런 식으로 손 떼면 만화계 어쩔 거냐느니 하는 어쭙잖은 비아냥거림을 한 몸에 받아봤음을 기억하자면 요즘 너도 나도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만들어야 한다며 하며 허둥대는 모습에 미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 그런데 과연 아이폰과 애플 앱스토어라는 ‘뉴 미디어’ 만화시장은 이렇게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마냥 황금향일까? 또 스마트폰이라는 화두가 아이폰만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아이폰 도입을 전후한 상황 전개에서 얼마만큼 큰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이제 그 다음 - 스마트폰 시대 또는 그 이후 시대의 만화 콘텐트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 또 어느 방향을 견지해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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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찬휘

* 만화 칼럼니스트. 
* 《키워드 오덕학》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덕립선언서》 등 저술.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백석문화대학교 출강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