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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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코 나나난(Kiriko Nananan) : 어른들의 이야기

그녀의 작품을 본 적이 있는 이들은 그녀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상큼한 기운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호박과 마요네즈>라는 작품의 제목을 듣는다면 ‘아~!’라는 탄성을 지를 수도 있다. 그래도 모르는 이라면? 부디 오늘이라도 그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지길 희망한다.

2006-04-01 김미진


어른들의 이야기 : 키리코 나나난(Kiriko Nananan)
그녀의 작품을 본 적이 있는 이들은 그녀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상큼한 기운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호박과 마요네즈>라는 작품의 제목을 듣는다면 ‘아~!’라는 탄성을 지를 수도 있다. 그래도 모르는 이라면? 부디 오늘이라도 그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지길 희망한다.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호박과 마요네즈>

호박과 마요네즈


키리코 나나난은 연애가 무언지 확실히 보여주는 작가다. 그녀는 ‘연애는 분홍색 환상빛’이 아님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돈이 없는 건 너무 불안해”라고 생각하는 여자주인공의 대사가 무엇보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것은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이 현실 속의 우리들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자신의 몸마저 주저 없이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결코 추하지 않은 것은 주인공이 ‘소중하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며, 동시에 그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도 보여주기 때문에 키리코 나나난의 작품은 매력적이다. ‘만화 같은’ 과장대신 ‘만화다운’ 이야기가 있는 곳. 키리코는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이여서.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블루>


블루


키리코 나나난의 작품은 한번 보고 나면 무언가 아쉬움을 남기고, 두 번 보고 나면 버석거리는 우리 자신의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책을 펴게 만드는 것. 키리코 나나난의 작품에는 이처럼 우리가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특히 <블루>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주인공들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믿음을 지키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들일 뿐. 나쁜 것은 사람이 아니다. 나쁘게 만드는 상황이 나쁠 뿐이다. 그렇게 이야기한다. 키리코 나나난은.

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아픈 사랑>


아픈 사랑


장편보다 더한 깊이가 느껴지는 단편이 보고 싶은 이에게 키리코 나나난의 단편들을 권한다. 연애가 주는 식상함에 물린 이가 있다면 혹은 일상이 주는 무게감에 피곤한 이가 있다면 그에게도 키리코 나나난의 단편들이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상처가 없어서 자신의 사랑이 무료하다고 느낀다면 키리코 나나난의 <아픈 사랑>이 제격이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저울’이 없다. 저울처럼 앞뒤 재어보고 사랑하는 인물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을 하고 또 상처를 받는다. 살아가며 사랑하고 또 상처 받는 현실 속의 우리들처럼.

키리코 나나난의 작품을 보고 난 후, 조용히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여유를 지닌 이라면 그녀의 작품들이 ‘어른용’임에 동의할 것이다. 코흘리개 꼬마가 만화방에 들러, 혹은 심심풀이 시간 때우기 용으로 이해에 도전하기엔 차마 힘겨운 ‘성인만화’다.
<호박과 마요네즈>, <블루>, <아픈 사랑> 이 외에도 국내에는 , <어느 여자 아이의 생일>, , <하루칭>(전권 하이북스 출간)등 다양한 그녀의 작품들이 소개돼 있다. 이는 곧 풍성한 그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당신에게 주어진다는 이야기다.



 

2006년 4월 vol. 38호 ver.2
글 김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