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전문성과 일상성의 사이 - 최훈

...국내 무대의 협소성을 딛고 곧바로 일본시장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여기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소개된 작가가 있으니, 그 이름 바로 최훈이다.

2006-05-01 김미진

 

문성과 일상성의 사이 - 최훈



단행본으로 나온 표지 이미지


연예, 스포츠, 경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소위 ‘해외파’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바야흐로 ‘지구는 하나’를 실감하듯 분야를 막론하고서 글로벌 체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만화계도 분주하다. 국내 작품들이 동남아, 유럽,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수출되고 있고, 만화(manhwa)를 하나의 브랜드로 알려나가는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 국내 무대의 협소성을 딛고 곧바로 일본시장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여기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소개된 작가가 있으니, 그 이름 바로 최훈이다.

전문성으로 승부한다

그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한 (이하 MLB)는 야구를 소재로 한 카툰 스타일의 만화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 야구가 우리나라 야구가 아니라 바로 메이저리그라는 점. 덕분에 그의 작품이 미국 현지의 팬 사이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박찬호로부터 시작하여 김병현, 최희섭 등 우리나라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있어서 국민적으로 관심이 가기는 해도, 사실 그것이 만화 소재로 왔을 때는 내심 힘겹다. 일단은 ‘야구’라는 소재가 1980년대에 풍미했다가 지금은 사그라진 테마라는 것이라는 점이 그렇고, 더구나 ‘메이저리그’라는 것이 국내에서는 대중적이라기보다 마니아적인 성향이 강해 오히려 만화소재에 있어서는 마이너틱한 것이라는 점. 작가 스스로도 단행본 서두에서 이 작품을 진행하기 전에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지식이 일반인과 별다를 바 없었다고 밝힐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프로가 아름다운 것은 노력의 결과가 빛이 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최훈은 진정 프로다. 에 나타나는 지식의 깊이에 대해 모 신문의 메이저리그 전문기자가 ‘수많은 장치들을 찾아나서는 일련의 추리만화’라고 밝힐 정도로 해박하고 치밀했던 것. 때문에 그의 만화는 전문적이며 때로 그 전문성이 공격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대리>중 한 회 ⓒ 최훈

거기에 일상의 편안함이 더해진다

최훈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으로 <하대리>를 통해서다. 직장 생활의 희노애락을 풍자와 반전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낸 그의 하대리를 보다보면 어쩐지 작가 자신도 ‘아침에 출근해 동료사원과 적당히 농땡이도 부리며, 어쩌다 엉뚱한 일을 저질러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있는 직장인’일 것만 같다. 그 같은 편안함은 작가가 적절하게 써먹는 일상의 개그코드로부터 기인한다. 이는 에서 마찬가지다. TV 프로에서나 혹은 광고에서 보았을 것만 같은 개그코드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 점들이 설사 메이저리그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작품을 보다가 어느 순간 ‘아~!’하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그래서 또 다른 스포츠 전문가는 그의 작품에 대해 “가볍고 요즘 유행하는 개그나 유행어를 패러디하고 내용들이 있어 MLB를 잘 알지 못해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말하자면, 그의 만화에는 전문성과 보편성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새삼 서두에 나온 작가의 말이 다가온다. “MLB에 대해 몰라도 볼 수 있는, 알면 재밌는, 다른 생각으로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그렇게 작가와 독자가 함께 즐기는 카툰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와 독자가 함께 즐기는 만화, 그의 생각이 곧 바로 만화의 가치인 듯싶다. top


2006년 5월 vol. 39호 ver01
글 : 김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