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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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석

최근 만화계의 불황은 많은 인적자원들이 출판만화에만 전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영역을 확장해가며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작가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작가군의 행동반경 변화를 보면 유랑 하는듯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2003-06-01 신진규

최근 만화계의 불황은 많은 인적자원들이 출판만화에만 전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영역을 확장해가며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작가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작가군의 행동반경 변화를 보면 유랑 하는듯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그나마 이 작가군이 난민보다는 보헤미안으로써의 풍모를 보이기에 위안이 된다. 그들이 하루빨리 만화계로 안착하길 바라며 그들 중 한사람인 하민석 작가를 만났다.

그는 일반 대중에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대중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일관된 활동이 없어, 그간의 작업 결과물들이 만화계 주변에 산재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흩어져있는 그의 작품들 속에선 공통적으로 매우 감각적인 이미지와 이야기구성을 맛볼 수 있는데, 여기엔 독자의 뇌리에 착 달라붙는 흡인력이 있다.
그는 수퍼루키로써의 자질을 조금 오랫동안 다듬고 있는 작가이다.


편집장: 활동기간과 일각의 좋은 평가에 비해 작가로써 지명도가 낮은 편인데 그 이유와 함께 본인소개를 부탁합니다.

하민석: 먼저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1974년생이고 남자입니다. 고향은 경상남도 김해이고 만화에 뜻이 있어 1997년에 상경, 지금은 경기도 여주에서 작업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명도에 대해 말씀드리면 결과물이 그 만큼 적었고 그 결과물을 통해 대중들과 접촉할 수있는 기회도 적었던게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많이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장: 만화계에서 본인의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하민석: 단순할 수도 있지만 아주 어려운, 스스로 즐기고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제 목적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어떤 계기로 작가가 되었으며, 어떤 작가수업을 쌓아왔나요?

하민석: 딱히 어떤 계기는 없었습니다. 그냥 만화를 좋아하다보니 만화를 그리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평생 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 때가 21살 때 였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95년도에 부산 예술 전문대학 만화예술과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1년을 다니고 96년도에 다시 그만두고 97년도에 한겨례 문화센터 만화 전문반에서 1년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2000년도에 서울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에니메이션과에 입학하고 다시 1년을 다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2001년도에 그만 두었습니다.


편집장: 여러 교육기관들을 전전 하셨군요. 어떤 연유에서였습니까?

하민석: 만화에 대한 갈증이 그 만큼 컸었죠. 애초에 도제식 만화판엔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자연스레 만화전문교육기관에 관심이 갔었고 좀 더 나은 환경을 찾다보니 결국 여러군데를 다니다 그만두고... 그런식이 되었군요.

편집장: 사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어떤 수업을 밟아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그렇지만 만화 같은 서브컬쳐의 경우 작가수업의 방법론이 무진으로 나올 수 있고, 테크닉 외에도 작가철학이나 방향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존의 교육기관에서 이런 부분을 충족시켜줄만한 학습루트가 제한적인 것 같습니다.

편집장: 우리 만화계에서 안타까운 부분은?

하민석: 편집장님께서 인터뷰 전에 말씀 하셨듯이 기형적인 만화시장구조로 인해, 많은 실력 있는 작가들이 소신을 가지고 작품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만화를 산업으로만 인식하는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정확한 소비층과의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덩치만 커지고 (지금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식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재능 있는 작가들을 수용하지 못한 것이 한국 만화계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는 것입니다. 아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편집장: 가장 힘들 때는 언제입니까?

하민석: 아무래도 먹고 사는 문제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선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자기 스스로 타협을 해야 되는 딜레마에 빠지곤 하죠. 그럴 때가 제일 힘듭니다.

편집장: 생계와 창작의 딜레마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있습니까?

하민석: 어려운 질문인데 유동적이긴 하지만 적절한 선을 나름대로 정해 두고 있습니다. 최대한 내 색깔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돈을 벌기 위한 작업을 하고, 개인 창작에 있어서는 최대한 자유롭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요즘 하고 있는 활동들이 궁금합니다.

하민석: 지금은 생계유지를 위해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국정 홍보 애니메이션인데 곧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출판만화로는 만화 동인지 ‘바카스’에 계속 원고를 낼 예정이구요. 출판사 ‘새만화책’에서 기획한 ‘계간만화’2호에 낼 원고를 준비 중입니다.

편집장: 이런 활동에서 얻는 것은 무엇이며 또 어떤 어려움이 있습니까?

하민석: 일단 애니메이션 작업은 그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카스’와 ‘계간만화’에 원고를 내는 것은 앞에 밝혔듯이 공식적으로 제 만화에 대한 정체성을 검증받고 대중들과 접촉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려움이라면 아무래도 생각보다 따라주지 않는 둔한 몸과 머리 때문에 작업이 더뎌지거나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편집장: 작품에 대해선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요?

하민석: 모든 철학적인 가치에 대해 제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지고 작품에 반영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시각’에 대해선 아직까진 과정에 놓여있는지라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구요. 몇 가지만 제 나름대로의 방법적인 것들만 얘기 하면, ‘재미있어야 하고 가볍지 않아야 하고 새로워야한다’ 입니다.

편집장: 하민석 작가의 작품을 보면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일상적인 것을 비일상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이를 감각적으로 묘사하기위한 노력이 보입니다. 이런 작품 스타일은 어떻게 갖게 되었나요?

하민석: 일단은 제가 그런 작품들을 좋아 하구요. 그런 작품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풀어내는 재주가 없기도 하구요. 얘기하고자 하는 코드만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표현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편집장: 이런 표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하민석: 공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 공상을 현실에 어떻게 연결고리를 만들까도 같이 생각합니다. 낙서를 많이 하기도 하구요. 무의식적인 자기 탐구에서 많이 얻는 것 같습니다.

편집장: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할 수 있습니까?

하민석: 나만의 노하우라고는 딱히 없지만 굳이 얘기 하자면 여기저기를 많이 기웃거리고 돌아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양한 매체를 접하면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그 값을 작업할 때 많이 참고하는 편입니다.

편집장: 주변에서는 하민석 작가의 약점으로 뒷심부족을 이야기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하민석: 하하하 아주 맞는 말 이구요. 부인 할 생각 없습니다.

편집장: 이를 보완하기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하민석: 욕심을 줄이고 꼭 끝을 보고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다짐을 매번 합니다.

편집장: 좋아하는 작품이 있나요?

하민석: 좋아하는 작품은 아주 많은 데요. 저는 딱히 만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재미를 찾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영화나 뮤직비디오 책 그런 것들이요. 그런 것들을 섭취하면서 어떤 비슷한 코드를 읽어낼 때 큰 재미를 느낍니다.

편집장: 근래 재미있게 본 작품을 소개해 주신다면?

하민석: 새만화책에서 출간된 노르웨이작가 제이슨의 ‘헤이 웨잇’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가타부타 제가 덧붙여 얘기하기보다는 직접 꼭 사서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후회없는 선택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타다유미의 단편집도 괜찮더군요. 강경옥의 ‘두 사람이다’도 재미있게 봤고, 작가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도깨비신부’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편집장: 말리의 ‘도깨비신부’ 말이군요. . 당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가 있나요?

하민석: 네 많습니다.

편집장: 그중에 몇몇을 언급한다면?

하민석: 멀게는 뫼비우스, 로버트 크럼, 제이슨, 요안스파, 키리코(초현실주의화가) 등이 있구요, 가깝게는 김민, 허영만, 박흥용, 친구들이지만 작가로서 높게 평가하는 박형동, 손창수 작가가 있습니다.

편집장: 현재 추진 중인 계획이 있습니까?

하민석: ‘머리 없는 닭의 로드무비’라는 소재로 만화책 한 권을 꾸며 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야기 구성 중이구요.

편집장: 앞으로의 계획은?

하민석: 앞으로의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습니다. 만화를 계속 그리며 잘 살았으면 하는게 제 바램입니다.

편집장: 긴 시간 질문에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 6, 2>


::: 하민석 profile :::

1974년 2월 9일생 男
‘93, 김해 고등학교 졸업
‘95, 부산예술 전문대학 만화예술과 입학(1996년 중퇴)
‘97, 한겨레 문화센터 만화전문반 수료
‘98,-03년 만화 동인지 바카스 결성 활동 중
하민석쑈 core, gore & salpstic연재
‘99, 월간 만화창작에 만화로 보는 만화연출(총3회) 연재
‘00, 한국예술 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입학 (2001년 중퇴)
예술의 전당에서 고구려 철갑기병전 참가.(일러스트)
‘01,-02년 장편애니메이션 바리공주 연출부에서 시나리오 각색, 콘티 작업.
‘03, 現, 오돌또기에서 객원으로 애니메이션 나 어릴적에시나리오 각색, 콘티 작업.
디딤돌 영어단어학습지. pictory 일러스트 작업.
그밖에 일러스트 및 만화작업 다수.
지금은 거주지를 여주로 옮기고 작업실 촌 결성. 개인작업 모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