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봄날이 연일이더니 인터뷰 당일, 전국에는 봄비가 소록소록 땅을 적시고 있었다. 평균보다 높은 낮 기온에 마음은 어느덧 여름을 향해 가고 있던 터라,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봄비는 여름의 비처럼 시원시원하기보다는, 동화 속 호랑이가 할머니에게 빼앗아 먹던 찹쌀떡 마냥 감질나게 내려 비 같지 않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봄비는 기름처럼 귀하다’같은 속담들이 많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농경사회에서의 봄비는, 가뭄이 심한 봄에 비가 내려야 농작물을 심을 수 있었기에 기름과 귀한 존재이기도 하다.
98년,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카클(한국아마추어만화세상, Korea Amateur Comic Land)은, 어찌 보면 이와 흡사해 보인다.
가뭄이라 할 만큼 만화가들과 대중이 만날 창구와, 작가가 만화를 연재하는 것이 부족한 만화계에서, 온라인 공간이긴 하지만, 그런 역할은 우리 조상들이 기다리던 봄비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또한 많은 작가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6년이라는 생명력의 원동력일 수도 있고 말이다. 카클에는 현재 2천에 가까운 수의 작품이 수록?연재되고 있으며, 8백만이 넘는 인원이 카클 사이트를 방문했고, 이 곳을 찾고 있다.

△카클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올리는 사이트의 특성상 특정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하는 곳 인줄 알았습니다. 어떤 계기로 처음에 시작하신 것입니까
▲저는 만화를 좋아했던 것도 있었고, 처음에는 재미삼아 시작을 했어요. 지금은 인터넷이 많이 보급이 되어 사정이 좋아졌는데, 98년 전만 해도 예비 만화가 그러니까 아마추어 작가들이 출판사에 원고를 들고 찾아가서 기자들하고 만나고 그렇게 데뷔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힘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작가가 기분이 상해서 오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런 과정없이, 작가의 작품을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공간에 올려놔서 팬을 확보하고 그렇게 출판사에서 작가를 찾아오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10개 동아리에서 잘 그리는 작가들하고 작업을 시작했어요.
△98년도라면 인터넷이 보급되던 초창기였는데, 새로운 매체를 통한 일을 하면서 어려움을 없었나요.
▲어려움이라면, 처음에는 컴퓨터 통신상에서 하다가 사용하던 업체의 서버 사용비용 때문에 인터넷으로 옮기게 된 것인데,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이 확산되던 시기와 맞물리게 된 거죠. 그 후에는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이 인터넷이나, 시스템자체를 이해를 못했던 시기였어요. 그런 것을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작업이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10개 동아리로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지금의 카클 사이트를 보면,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되는가요. 또 매번 작가의 작품이 주기적으로 올라가는데, 일반원고의 형태로 올려지는데 스캔을 해서 올리는 것인가요. 그럼 일주일에 올리는 양도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요.
▲지금은 몇몇의 동아리나 작가가 활동하는지, 작품을 일일이 세어 볼 수 없을 정도죠.
카클의 컨텐츠는 동아리(회지 중심), 연재작가가 되어 연재를 하는 부분, 일러스트란 등 3개로 구분이 되요. 지금 현재 동아리 회지보다 일반 연재하는 작가의 작품이 많은 것 같구요.
처음에는 저희가 작품의 스캐닝을 다 했어야 했어요. 원고를 스캔닝한다고 하더라도 예전에는 스캐닝 작업후 일일이 식자작업까지 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작가들이 컴퓨터 사용을 잘하니까 스스로 해서 와요. 그게 처음보다 편리해졌죠. 처음에는 동아리 홈페이지까지 저희가 다 만들었거든요. 이제는 동아리들도 계정만 열어드리면 스스로 만들고 하니까 예전보다는 일이 많이 줄어든 거죠.

△그러면 카클의 목적대로 출판사와 연결되는 작가의 경우는 얼마나 되는가요
▲많이 있죠. 카클 홈페이지에 개인 구직란이 있는데 그곳을 통해 많은 작가 선택이 이뤄 지고, 대형 출판사의 경우 기자들이 카클을 주기적으로 서핑을 해요. 그래서 좋은 작가들이 있으면 그쪽에서 연락처를 물어 오곤 해요.
△요즘 활동하는 작가분들중 그런 과정을 거쳐 데뷔한 작가들이 있다면
▲많이 있는데 찾아보면 지금 활동하는 작가들의 초기작들을 볼 수 있어요. 노명희씨, 고야성씨 경우 예전 작품을 보실 수 있고, 김나경씨도 그렇고, 이소씨 등 동아리 ‘결’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들. 그들의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어요.
△많이 활동하시네요. 그만큼 창구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아닐까 생각도 드는데, 그럼 지금 몇 명이 카클을 운영하고 있는 건가요.
▲지금 현재 운영스텝은 6명 정도 구요. 역할분담이 확실해서 각자 맡은 부분을 열심히 하면 되죠. 제 경우도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카클을 운영하고 있듯이 다른 이들도 각자 일을 하면서 카클을 운영하고 있죠. 각자 역할들을 가지고 있고, 자원봉사 형식으로 일을 있는 셈이죠.
△온라인에 작품을 올리는 활동 이외의 카클은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나요
▲다른 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6년째 접어들고 있는 상태니까, 공모전을 해서 오프라인 전시회를 갖는다던가, 기회가 된다면 동인이나 좋은 웹진, 오프라인 잡지를 기획해서 가져가보고 싶어요. 현재 작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계기를 마련하고 싶어요.
그리고 순수창작 동아리의 지원을 했으면 해서 만화교육 쪽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어요.
만화가가 되는 법, 편집기자기 되는 법, 스토리라든가 해서 그 분야의 좋은 분들을 모셔서 특강을 진행했거든요. 정기적이라던가 고정된 강의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응들은 사실 좋아요. 다른 곳에서 듣기에는 어려운 부분인데, 전문가와 직접 만나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요. 지속적이지는 않지만 그런 주제를 특강형태로 계속 해보고 싶구요.
△사실 한정된 매체로 좋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중에 다가갈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카클을 통해 알려지고,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카클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카클 안에서 팬클럽들도 형성이 되고,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작품을 읽고 쓸 수 있는 작품평을 활성화시키려고 계획중에 있어요. 작가에게 독자가 평을 써준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 것을 강화시키려고 노력중이예요.
△연계하는 만화모임이나 단체는 없나요
▲현재로는 없어요. 오프라인에서 하는 행사도 사실은 최소화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왜냐면 일단 인력도 없고 온라인에서 일하는 것에서 메리트를 느끼거든요. 오프라인까지 진출하는 것에 급한 건 없는데 오프라인 진출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최근에 느껴서 그런 계기들을 마련하려고 하죠.
△개인들이 하게 되면 비용 등이 많이 들텐데 만화관련 관에 지원같은 것은
▲받고는 싶어요. 그런데 현재로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고 있는 지원이 기관산업의 육성보다는 무엇을 해서 수익이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런데 카클자체에서 수익을 낸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이거든요. 카클은 기관산업으로 보는 게 맞죠.
아마추어 만화가가 없으면 기타 파생되는 산업들도 많은 타격들을 받게 되는 거죠. 그런데 관에서의 투자는 이런 부분에 대한 투자보다는 단발성의 성과를 내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일단은 산업의 파이가 커져야지 시장규모가 커져야 자본도 모이고 확대되는데 현재는 작으니까, 지금은 파이를 키우는 그런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잘 버텨야죠.
△현재 ‘다음’에서 만화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우선은 자리가 생겨서 들어오게 된거죠. 개인적으로는 만화가 파워풀해지기를 바래요. 시장자체도, 온라인 만화쪽에서 지금 현재 스캔만화 시장도 담보가 되었으면 하고, 그래야 이후에 다른 것이 확보가 되고. 지금 앞으로 포탈쪽으로 컨텐츠가 비슷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때 어떻게 차별화된 컨텐츠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서 역할이 부여된 것 같아요.
△만화가 파워풀해지길 바란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만화의 위상도 커져야 되는 부분도 있는데 지금은 좋은 작품들이 나와줘야 하거든요. 전반적인 구조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현재는 아니거든요. 그런 구조들을 조금씩 가져갔으면 했고, 온라인 만화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온라인 만화시장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 98년 99년도 만화 포털?버티컬 사이트들이 많이 만들어 졌는데 그때 많은 시도들을 했어요. 기존의 출판만화하고 온라인만화하고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많은 자본금들이 들어왔는데, 길들을 확실히 찾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어 버렸죠. 그런 시도들이 주춤한 상태거든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에 온라인다운 만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들 계속 끝없이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온라인 만화 붐이 불었을 때 기대가 많았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투자대비가 나와주지 않기 때문에 그런 시도들이 이루어지다가 없어진 것 같아요. 제작비를 원체 많이 들였던 것도 있었고, 인터넷 환경이 받쳐 주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시도들을 했지만, 그것이 결실을 맺지 못했던 것이죠. 그러나 그 시도가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온라인만화는 그다지 오래된 것이 아니어서 작가의 동일 작품이 여러 사이트에 올라와 있고 그런데, 확실하게 되지 않아서 인지, 저작권이라는 것이 확립되지 않은 것 같아요.
▲마인드 자체가 사실은 많이 바뀌지 않아서 그래요. 지금 현재 컨텐츠 cp(컨텐츠 프로바이더) 하시는 분들이 오프라인 출신에서 시작한 분들이시라는 거죠. 그러니까 기존의 인맥으로서 (만화가 산업화되지 못하고 가내수공업적인) 형성되면서 정확한 계약관계보다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관념이 많은 거예요. 그런 분들이 컨텐츠를 가지고 그런 컨택을 하고, 운영하시는데 시장자체가 상황이 만만치 않으니까 거기에 적응이 어려운 거에요. 적절한 수익을 얻지 못하거나 얻는다해도 발등에 불을 끄는데 급급한 거고. 그런 거죠. 작가 분들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관리를 안하구요. 그런 고리들이 있는데 그건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캐릭터의 경우 역사가 짧지만 저작권 같은 부분도 확실한데 만화는 그렇지 못합니다. 온라인 만화가 활성화된다면 이런 부분도 확실히 짚어져야 할 것 같은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파생산업이 많아지면 만화원작에 대한 부분들이 서고, 통용화 된 계약서들이 만들어지고 한다면 확립이 되겠죠. 그런데 한가지 온라인 만화를 무조건 싫어하는 분들이 있어요.
△만화계에서 카클이 어떠한 위치로 자리매김되었으면 하나요?
▲그동안 아카랑 많이들 헷갈려 하시는데, 아카랑 카클은 전혀 달라요. 아카는 동아리와 행사를 중심으로 하는 곳이고 카클은 작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활동을 하고있는 곳이거든요. 카클이 어떤 곳이 되었으면 하느냐고 한다면, 단편적으로 예를 들면 아이와 같이 인터넷을 보면서, 아빠 엄마도 예전에는 이런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 세대가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즉 아카같은 곳은 세대가 명확하게 청소년층으로 국한되어 있어요. 그런데 카클은 그렇지 않아요. 공모전을 하면, 이번에 7살짜리 아이와 아빠가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응모를 한다던가, 이렇게 숨어있는 많은, (만화 그리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꿈을 잊었던 사람들)에게 다시 꿈을 되심어 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래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만화를 보고 갈 수 있게 더욱더 잘 만들어야 지요. 구체적인 계획이라면 어서 사이트 단장을 한다는 거구요. 또한 다변화되는 시세에 맞춰 다만 몇 작품이라도 일어 등의 다국적 서비스를 하고 싶어요.
카클의 장점은 작가와 독자 양쪽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추어 작가로서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이 세상에 발을 내디디게 되는 관문과 독자들과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곳이란 점에서 말이다. 또한 열린공간 속에서 독자가 원하는 것을 고르고 보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카클에 대한 여러 인터뷰기사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카클의 소개와 역할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것과, 그에 비해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혜영씨와의 인터뷰중 관이나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이란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좀더 폭넓은 지원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마라톤에서 골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 골인하기까지 다다르는 길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