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파마헤드’ 대표 왕지성씨 인터뷰
올해가 고흐의 탄생 150주년 되는 해라고 한다. 사후 그의 작품은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호사가들에게 거래되고 있지만, 그를 비운의 작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살아생전 그의 작품을 인정해준 대중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기만족적 창작을 하지 않는 바에야 이런 평가는 예술가를 참으로 참담하게 하고 말았을 게다.
뜬금없는 이야기이지만 그의 기사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독자들에게 보일 수 없는 작품을 그리고 있는 변방에 있는 한국의 만화가들이었다. 한정된 매체에서는 이미 여러 종류의 변주만을 거친 만화만을 싣고 있으며, 개성있는 그림과 이야기의 만화들은 어느새 잡지사에서 밀고 있는 스타일대로 이리저리 깎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만화비평 모임 올쏘 회원과의 만남 웹진 파마헤드 대표 왕지성씨 인터뷰 |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 있다. 작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면 된다. 하지만 매체를 가지려면 유통과 마케팅 등 거대 자본이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복권을 사 모을 수는 없는 법! 현실세계에 난관이 있다면, 그런 요소를 뛰어 넘는 곳으로 방향을 선회해 길을 뚫어 볼 법하다.
웹이라는 공간에서 작가가 그 ‘매체’의 대표가 되고, 이들 스스로 편집권을 가지며, 그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을 담보로 실험성과 진취성을 버리지 않는 그런 만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물론 관건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얼마나 적극적이며 독자들의 호응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가 가될 것이다.
웹진 ‘파마헤드’의 모토이다. ‘파마헤드’는 지난해 10월 결성되었고, 그 작가들 대부분은 ‘야후 매니아’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던 이들이다.
인터뷰는 만화비평 모임 ‘올쏘’의 회원(무희?낭만)들과 함께 해 더욱 활기있게 진행되었다.

그들이 공무원이긴 하지만 형식적인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해요. 처음에는 작가들에게 직접 지원을 했구요, 몇 년 동안 하다 보니 그게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이쪽에서 사업자와 작가가 묶인 형태를 지원해 주었는데 이쪽 사람들은 사업자들이 작가들에게 결코 좋게 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왕이면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구요, 때문에 대원이나 서울문화사 등의 메이저 출판사들이 많았지만 우리가 눈에 띄었데요.
저의 컨셉은, 작가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였어요. 어떤 사업자와 작가의 구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웹진 형태고, 편집권을 가지고 스스로 하는 거죠. 동호회와 같은데 그것에 거창하게 이름을 붙인 셈이죠. 그리고 뭐 이것저것 이야기도 하구요. 펼쳐놓고 보면 똑같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 좋은 의도로 간다 해서 그걸 계기로 작가들과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작가들이 많이 왔어요.
△작가들은 어떻게 모았습니까
▲그전에도 친분이 있는 친구들이니까 예전부터 많이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돈이 없으니까 섣불리 하지 못하다가 이제 돈이 생겼으니까 해보자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죠.
△‘상대적 주류만화집단’을 표명했는데, 어떤 의미로 사용한 것인지요.
▲처음에는 비주류만화집단이라고 썼는데, 사람들이 뭐가 비주류냐 이왕이면 주류를 해라. 우리들을 스스로 부정적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고 주류는 아니잖아요. 누구나 상대적인 주류가 될 수 있고, 어디나 주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주류는 없고, 그래서 상대적 주류라고 했어요.
△홈페이지를 보는데, 상대적 주류라는 말이 긍정적이고 자부심 넘치는 캐치프레이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웹진이 깔끔하던데 웹디자인은 어떻게 구상한 것인가? 또한 첫 화면의 공룡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궁금합니다?
▲제가 디자인 전공을 해서가 아니라, 저는 만화도 좋지만 디자인에도 애착을 가지고 있거든요. 원래는 공룡이 한 마리였는데 썰렁해서 넣었어요. 공룡은 어떻게 하다가 일러스트로 썼어요. 장난처럼. 그냥 원래는 대게 썰렁해서 무언가를 넣었는데, 반응이 좋으니 좋네요.
△온라인에서만 활동을 하는 것인가요.
▲오프라인에서 하는 것은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없어요. 정기적으로 만화를 하고 있는 작가들도 용도가 명확한 만화, 학습지 만화 등은 해도 자신의 만화만 그리는 친구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파마헤드’라는 웹진 이름이 독특한데,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습니까
▲이름 짓는 것에 고심을 많이 했는데, 아이디어를 내려고 고민을 하다보면 모든 것에 다 그렇게 보이잖아요. 저도 그런 과정이 있었다가 어느 순간 눈에 띤 ‘pama’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서 ‘파마헤드’라고 했어요. 제 만화에도 토끼가 나오는데, 그 녀석도 파마헤드예요.
△편집권이 작가 스스로에게 있다고는 하지만, 확실하게 편집장이 있어야 원고 등의 관리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편집장을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는데, 이론이죠. 그냥 이론적인 거예요. 지금 생각보다 조직화되어 있지는 않아요. 다하면 올리고... 아직은 그렇죠.
△사이트에 ‘파마헤드’를 언더라고 소개를 하셨는데, 보통 언더다 인디다라고 할 때 구분을 짓는 작품이 있다면
▲언더라는 말이 맘에 안드는 말이긴 한데, 상대방이 이해하려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더라구요. 저는 안팔리면 언더고, 잘팔리면 주류라고 봐요. 그건 아주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해요. 자기 만화가 특이해서 언더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죠. 안팔리고 사람들이 안봐서 언더예요.
△명확한 구분이신데요. 작품이 특이해서 언더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에게 날카로운 말이 될 것 같은데, 마찬가지로 일부 작가들이 자폐증적인 것 때문에 독자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많이 봐왔는데, 그런 반면 파마헤드의 작품들은 작가들의 색깔이 드러나면서도 쉽게 읽히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어요.
▲처음에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저희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했어요. 안 그런 사람들은 여전히 아니긴 한데,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우리 이런 식으로 가자’, ‘노력해보자’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 실제로도 쉽고 편안 공간이란 느낌이 드네요...
▲기분이 좋군요. 그렇게 의도를 했거든요. 변화를 위한 노력도 했구요. 사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이해안되고, 무슨 말인지 뭔지 모르는 만화는 그 자체로도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부분에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거든요.
‘너 같으면 이런 만화를 재미없는 사서 보겠느냐’ , ‘작가의 머릿속의 그 복잡한 것을 들어가 알고 싶냐’라는 거죠. 그런 만화를 그리는 친구들 만화책은 재미있는 것만 봐요. 그것도 뭐가 재미있는지 잘 알죠. 영화의 경우도 독립영화 같은 재미없는 영화는 돈주고 안봐요. 그러면서 자기는 그런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그건 대단한 괴리가 아니냐는 거죠.
매일 메이저만화 욕하잖아요. 비판도 하고, 그런데 그런 사람들만큼 10권 정도 되는 만화를 이야기하고 그릴 수 있느냐 라는 거죠. 그들 보다 스토리파워가 있느냐의 문제죠.
그건 그 사람이 10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엄청 짜낸 거잖아요. 그럼 그만큼의 노력을 해봤냐는 거죠. 20권을 그리는 대본소 만화라고 해도 그 사람이 그리는 노력에 100분의 1도 그리지 않았어요. 그걸 자기는 예술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저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술을 마치 자기의 도피처처럼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 정말 싫거든요. 특히 우리나라는 그게 뒤쳐쳤어요. 예술이라는 개념이 엉터리여서 그건 만화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얘기해주고 싶은 것은 이미 예술은 죽어있는 것예요. 인사동의 화랑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것. 저는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장인정신이 묻어 있는 모든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화랑에 있는 것만 예술이고, 못 알아보는 것만이 예술이라는 게 아는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는 것은 ‘죽은 예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만화는 살아있잖아요. 생명력이 넘치고 사람들이 접하고, 좋아하고 그런 것이 진짜 예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만화 시장이 얼마나 커요. 정말 멋있는 예술분야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것을 왜 죽이냐는 거죠. 왜 사람들이 안보게 만들고, 왜 그런 죽은 예술을 따라하냐는 거죠.
실제 독자들과의 피드백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는 거예요. 물론 저도 그런 때를 가진 적도 있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것이 저를 변화시킨 것이기도 하구요. 파마헤드 취지도 그런 것인데 그것을 작가들에게 전달하는(잘되는지)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한번에 하기보다, 다 느끼고 하는 거니까.
편하게 보셨다니 상당히 고무적이에요.
△파마헤드만의 차별성을 갖기위한 노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조금은 성숙되고 싶다는 거죠. 이제는 거기에서 탈피해서 공격적으로만 만화를 그리지 말고, 어차피 세상이란 것은 큰 스펙트럼이 있는 것이고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것인데, 공격하는데 시간을 뺏길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런 성향이 20대 초반의 독자들에게 어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대항점이라고 포지셔닝을 하고 싶어요. 주류에서 갖고 있는 획일적인 형태의 것을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인간사 모두 다룰 수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헐리우드에서 거대자본으로 만드는 영화들에 대항하는 뉴욕의 독립영화들이랄까. 그랬으면 좋겠죠. 그렇게 독자들도 형성되고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계속해서 재미없게, 공격적으로 그리면 문제는 도태된다는 거죠.
그게 가장 심각한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고집하는 것도 좋은데 그러면 결국은 도태되죠. 생활을 하려면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가장 좋은 것은 그림을 그리면서 먹고사는 건데, 그림을 그려 먹고살지 못하니까, 결국은 작가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고 싫어하는 일을 하게 되죠. 그림을 계속 그리려면, 시장성이나 그런 것들을 감안을 해야 한다는 논리예요.
△만화 스토리에 의미를 많이 두고 계신 것 같은데, 작품이야기를 한다면, 작품 속에서 하고 싶은 전달하고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웃긴거요. 저는 좀 웃기고 싶어요. 남들은 웃기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요. 그때그때 생각하는 것이 있어 하기도 하는데, 전반적으로 웃기고 싶은데, 웃기는 게 일반적인 것보다는 제 나름대로 웃기는 그런 만화를 하고 싶어요.
△어쨌든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파마헤드’의 작가들은 활동을 하면서 어떤 수입이 있는 것인가요.
▲‘파마헤드’에서는 돈을 못주죠. 알아서 사는 거죠. 능력껏 이일 저일 하면서 살아야죠. 만화만 그리고서는 못해요. 저도 웹디자인도 하고, 일러스트도 하고 그러죠.
‘파마헤드’에서 작가들에게 수입을 주면 그러면 좋죠. 그런데 이것도 시장성의 문제인데, 시장이 없잖아요. 형성되어 있지 않다구요. 이건 누구 탓이 아니예요. 작가들이 우리는 왜 이런 것이 없을까 외치고 싶으면 작가자신부터 돌아봐야 해요. 이런 인디쪽 비주류쪽 작가들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신을 뒤돌아 봐야 하는 기회가 있어야 되고, ‘파마헤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서로를 돌아보는 계기로써 말이예요.
아까 대본소 작가의 예를 들었는데 그 사람이 20권의 책을 만들만큼의 노력을 하라는 거죠. 가령 그들은 일본 만화를 베끼고 짜맞추는 작업을 한다 해도 그 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노력은 하잖아요. 작가들도 그런 후에 불평을 해도 하라는 거죠. 노력을 안하거든요. 이 점은 다 인정해요. 작품을 할 때 생각별로 안 하고, 마치 필이 딱 꽂히듯이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거죠.
△개인적인 질문이겠지만 파마헤드 소속 작가들의 작품중에서 감동받은 작품이 있다면
▲이경석씨 작품 중에서 ‘심플 라이프’를 재미있게 봤어요.
△오프라인 계획은 없는가요.
▲모 출판사에서 무크지 형태의 출판을 이야기했어요. 아직은 그 단계에 있구요.
△점찍어 놓은 작가나 함께 하고픈 작가들은 없는지
▲일단은 유명하신 분들이 함께 하면 좋죠. 특별하게 잘 모르는데 우연히 발견한 분들은 제가 아직은 잘 몰라요. 지금 파마헤드 게스트 란에 올라온 분들의 실력을 보면 되게 놀랍죠. 그리고 홈페이지에 보면 함께 하자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말 좋죠. 그런데 제가 그만큼의 돈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상황이 그러면 미안하죠. 모든 조건을 다 알고 함께 하자고 한다면 너무 좋죠.
△소속되어 있는 작가들 외에도 다른 작가들도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예. 스쳐가는 공간이라도 같이 고민하고, 모이면 좋은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만화책은 사서 보시나요. 어떤 책을 좋아하세요.
▲저는 ‘이나중 탁구부’를 좋아해요. 그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사람 흉내내고 싶을 정도로 좋아해요. 그런데 만화책은 생각만큼 많이 보지 않아요. 제가 어떤 만화를 봤다하면 모든 사람이 다 본 만화라고 생각하면 되요. 저 사람이 읽었다는 것은 굉장히 유명한 것인 경우라 할 수 있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요.
▲우선 단행본이 나와야겠고, 제가 사이트를 하나 만든 것이 있는데, ‘지지쇼. 컴’이라고 있는데, 사실은 그게 원류예요. 그것을 계획하고 있다가 그래서 원래 이름도 웹진 쇼였어요. 공동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나의 색깔이 진하니까 파마헤드라고 따로 만든거죠.
△그럼 현재 파마헤드에 있는 작품과 지지쇼에 있는 작품이 다른가요?
▲겹치는 것도 있는데 다르죠. 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있죠. 2월 안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시장논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걸러지고 걸러지거나 아니면 소멸되거나, 그래서 어떤 완성된 형태의 집단이 형성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파마헤드 사이트 주소 : http://www.pamahea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