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아탁의 앨리스 Alice 에 대하여

루이스 캐롤의 천진한 앨리스를 기이하게 패러디한 불손하고 죄의식 없는 앨리스가 등장하여 현대인들의 불안 속을 헤집고 그 무의식의 수면 위를 둥둥 떠다닌다. 특별한 줄거리나 구조가 없이, 그저 어느 날 불쑥 시작된 이야기가 우물우물 하다가는 뚝 끝나버리는 식으로, 보잘 것 없는 상상들을 스푼으로 떠낸 잘려진 단면을 그대로 스케치한 듯한 여러 장의 에피소드로 묶여져 있다. 무의식 속의 강박관념과 신경증을 형상화한 잘려나간 뇌, 혹은 분열된 작가의 정신세계를

2002-11-01



루이스 캐롤의 천진한 앨리스를 기이하게 패러디한 불손하고 죄의식 없는 앨리스가 등장하여 현대인들의 불안 속을 헤집고 그 무의식의 수면 위를 둥둥 떠다닌다. 특별한 줄거리나 구조가 없이, 그저 어느 날 불쑥 시작된 이야기가 우물우물 하다가는 뚝 끝나버리는 식으로, 보잘 것 없는 상상들을 스푼으로 떠낸 잘려진 단면을 그대로 스케치한 듯한 여러 장의 에피소드로 묶여져 있다.

무의식 속의 강박관념과 신경증을 형상화한 잘려나간 뇌, 혹은 분열된 작가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두 마리의 개 등이 등장하고, 아이다움, 아름다움, 정상적인 것 등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은 여지없이 파괴되거나 혹은 그 자체가 부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점 자체가 작품의 포인트.



오브제 아트 스타일

아탁의 그림 스타일은 한 눈에 보아도 매우 독특한데, 가장 주목할 점으로는 인물과 상황이 묘사에 있어 대상을 보이는 대로 묘사하는 대신, 무의미하고 추상적인 기하학적 문양을 이용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는 존의 얼굴은 점선과 소용돌이 무늬, 그리고 괴상한 돌기들로 장식되어 있다. 눈이 있어야할 자리에 그려져 있는 무늬는 눈의 사실적인 형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눈의 상징, 혹은 대체물로서 오히려 이러한 점이 아탁의 그림체에 그로테스크한 사실감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추상적인 오브제를 이용하여 대상을 표현하는 오브제 아트 스타일은 아탁의 장식적이고 반복적인 패치워크 같은 스타일의 여백처리와도 관계가 깊다. 또한 이집트 벽화에서와 같은 시점의 혼란(얼굴과 몸체의 방향이 뒤틀려 있다든지), 마치 그림책에서 오려내 붙인 듯한 무의미한 오브제들의 꼴라쥬 - 배경에 물고기나, 잘려진 몸의 일부 등 괴상한 형태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점에 주목할 것, 또한 오브제의 물성 자체에 집착하는 듯이 보이는 소품들은 독자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악몽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