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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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와 <폭탄아>의 아버지, 박기정 작가를 만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지난 11월에 ‘박기정의 도전’으로 특별전*을 열고, 1964년 출판된 <폭탄아>를 복간하였다. 지난 세월동안 몇 차례에 걸친 박기정 작가에 대한 전시가 있었지만, ‘60년 만화 인생’을 담은 ‘박기정의 도전’이라는 전시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2016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박기정작가의 전시에 대한 소회와 <폭탄아> 복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팔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넘치는 에너지로 후학들을 대하는 박기정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2017-01-07 김종옥
△ *[박기정의 도전] 특별전_2016.11.18.~2017.4.9.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지난 11월에 ‘박기정의 도전’으로 특별전*을 열고, 1964년 출판된 <폭탄아>를 복간하였다. 지난 세월동안 몇 차례에 걸친 박기정 작가에 대한 전시가 있었지만, ‘60년 만화 인생’을 담은 ‘박기정의 도전’이라는 전시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2016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박기정작가의 전시에 대한 소회와 <폭탄아> 복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팔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넘치는 에너지로 후학들을 대하는 박기정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Q. ‘60년 만화인생 박기정의 도전’으로 특별전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요?
A. 이번 전시를 나는 마지막이자 새 출발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60년 만화인생의 박기정과 이별하고, 새로운 준비를 하는 차원이며 다시 한 번 도전하는 출발선이다. 기존 박기정은 아듀하고 새로운 박기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고 한다. 만화인생 60년을 정리하고 새 인생을 시작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전시를 준비했는데, 타이틀이 ‘박기정의 도전’하니 잘 맞았다. 큐레이터가 뽑은 제목인데, 적절했고, 내 마음과 딱 맞았다.

Q.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시대정신에 맞는 만화, 젊은이들에게 맞는 만화, 가슴에 쏙쏙 들어가는 만화를 만들어서 젊은이들에 보탬이 되게,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게 하는 그런 만화를 새롭게 해보려고 한다. 2017년부터 나는 만화 초년생으로 다시 도전할 것이다.

Q. 전시기획에 대한 협의는 하셨겠지만, 작가로서 전시에 대한 평가를 하신다면?
A. 비교적 내가 걱정한 것 보다는 잘했다. 테마를 넷으로 나눠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도 좋았다. 특히 테마를 분류한 것 중 만화가협회 등 활동을 정리하여 분류(도전3_만화계 권익을 위한 도전)한게 좋았다. 합동의 횡포에 맞섰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건 당시 만화가들의 생존권 문제였다. 어떤 곳도 합동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일보 장기영을 만나 담판을 짓고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받아냈다. 그 후에 만화가들을 반으로 쪼갰다. 당시에 미행도 붙고 했다.

△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전시 중(2016.11.18~‘17.04.09) 인 <박기정의 도전>을 관람하는 관람객들

A. 사회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만화를 때린다. 언론은 늘 준비하고 있다가 정권이 위기에 처하면 알아서 먼저 만화를 때린다. 만화를 희생양 삼은 것이다. 옛날에는 툭하면 YMCA부녀회 등에서 만화를 불태우고 했다. 한국만화는 일본만화와 비교하면 훨씬 양질이었다. 그런데도 일본에는 문제없는데 한국에서만 그런 대우를 받았다. 오히려 당시 문제는 일본만화를 그대로 베끼거나 한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개성이 없었다. 계속 그런 그림을 그리면 2등밖에 못한다. 그림부터 창작이 되어야 한다. 차도 바퀴가 두 개 있어야 하듯 그림과 스토리가 같이 중요하다. 요즘 스토리를 분업으로 많이 하는데, 작가 자신이 둘다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미 스토리를 짤 때 무대가 다 머릿속에 나온다. 스토리 짤 때 ‘집에서 쫓겨나고’ ‘이층에서 미끄러 떨어질 때 계단’같은 것이 머릿속에서 다 나온다. 글을 써준 작가의 머릿속까지 알 수는 없지 않은가?

Q. 선생님 문하에 있었던 작가들과 후배 작가들이 선생님을 기억하며 작품을 그려서 함께 전시했습니다. 작품마다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 작품을 보시니 어떠셨어요?
A. 이두호에게 60년 만화인생 전시를 하니 한번 해보라고 했더니 알아서 한 거다. 그리고 최백호 같은 경우는 큐레이터가 직접 연락했다. 얼마나 좋아. 다 특색이 있지. 연구들 해서 내용이 다 있게 그래서 좋은 거다. 문하생들을 전에는 일년에 한번 정도 만났는데, 요즘은 잘 만나기 어렵다. 그래도 그날(전시)은 모두 봐서 좋았다.

△ <박기정 도전> 전시에 함께 한 작품들(위 오른쪽부터 이두호, 김마정, 최백호(가수), 이우정)

A. 그림에 바둑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내가 바둑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 한번 몰두하면 스토리가 안나오니, 문하생들이 ‘선생님, 스토리는 언제 짜주시나요?’ 라고 독촉했다. 술마실 때 안나오고, 바둑하면 스토리가 안나오니까 바둑이야기 하면 스토리 독촉을 그린다. 문하생들과는 좋은 기억이 많다. 당시에는 문하생들과 함께 만화를 만들었다. 스토리를 내가 대충 이렇게이렇게 하자고 이야기 하면, 자기들이 스토리를 연구해서 작품을 만든다. 이게 재미있으면 몇십권 이렇게 길어지는데, 대개 상하편으로 끝나면 스토리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도 우리 제자들이 미숙했다는 이야기지. 내 이름으로 나가니 망하지는 않지만, 그 이상 안나가면 지금 내가 나가면 안되겠구나 자기 테스팅도 되는거지. 그렇게 훈련을 계속하고 나중에 자신이 생겼을 때 독립하는거다.

Q.  <폭탄아> 복간과 함께 특별전이 개최되었으니, 폭탄아를 좀더 조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개인적으로는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했지만 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한 말씀해주세요?
A. 그래서 딱 알아보고 중앙일보가 폭탄아를 포커스로 기사를 내준 것이다.(웃음) 중요도를 잘 포착한 것 같아 고마웠다. 그러나 전시장이 좁아서 <폭탄아> 내용을 더 많이 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도전자의 훈이’와 ‘폭탄아의 탄이’ 조각을 나란히 붙여서 배치를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흰구름 검은구름>의 미미까지 포함되어 있어야 완성인데 흰구름 검은구름 작품을 찾을 수 없어서 아쉽다.

△ 한국만화걸작선으로 복간된 박기정의 <도전자>(2005년)와 <폭탄아>(2016년)


Q. 도전자의 훈이와 폭탄아의 탄이는 다르다. 두 캐릭터에 대해 작가로서 평을 한다면 어떤가요?
 
A.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다. 도전자의 훈이는 침울하고 어둠속에서 일어나는 강렬한 캐릭터고, 폭탄아는 활극으로 다양성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탄이는 정직하다. 훈이하고 정반대다. 탄이는 마지메**다. 동시대 작품인데, 두 작품 주인공의 성격을 상반되게 만든거다. 같은 시기에 나온 작품인데 탄이도 훈이 같은 성격이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성격을 정반대로 만든 것이다. 정직해서 아버지가 일본 소령인줄 알고, 육사 들어가며 일본군인으로 자란다. 여기서 독자가 재미있는거다. 왜 이놈이 정신 못차리고 독립군 잡아들이나... 그렇게 빠져든다.
**まじめ(마지메) : 진지함, 착실함, 성실함.

A. 하나꼬의 순진무구한 사랑, 오로지 사랑밖에 모르는 순수한 사랑과 릴리의 농염한 사랑을 대조 시킨 것도 재미있지 않나?(웃음)(이런 내용을 이야기할 때 작가는 여전히 소년처럼 눈을 반짝인다.)

A.  <폭탄아>와 <도전자>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에 복간을 하며 다시 살려내면서 특별한 느낌을 가졌다. <폭탄아>는 다른 만화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 작품이다. 당시에는 선과 악 단선적인 것이 많았다. 폭탄아 작품을 구상한 것은 일본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생각한거다. 당시는 시대가 참 어려웠다. 물론 전쟁이후에 시간이 좀 지났지만 토막집 같은 곳에서 살고, 힘들었다. 그런데 일본놈들은 한국전쟁 때 군수물자 팔아서 큰 돈을 벌고 떵떵거리고 사는 것에 분개했다. 죄를 지은 놈들은 잘 살고 우리는 힘든 것이 말이 되나. 우리의 이 속상한 것을 풀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 속풀이 좀 하자. 도전자에서도 팬들이 통쾌해한 것은 시하메가 쓰러진 것을 다시 일으켜 때리는 장면에 속 시원했다고 한다. 도전자는 열받으면서 빠져드는 거고, 폭탄아는 대하장편으로 재미있는 것이었다. 예전에 도전자, 폭탄아 작품을 할 때 행복했었다. 금방 금방 반응이 오고 하니 정말 행복했다. 독자들이 편지를 통해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왔다.

Q. 특별전시와 함께 <폭탄아>를 복간했는데, <도전자> 복간(2005) 이후 10년만입니다. 이번 복간본은 원본과 일부 다른 부분도 있고, 유실된 결론도 다시 그렸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셨나요?
A. 폭탄아 할 때 20권까지는 뎃생까지 내가 쭉 집중해서 했다. 이때는 대사도 고민을 많이 해서 말이 단축이 되어 임팩트가 있다. 그런데 신문사 일도 하고 그때 바빴을 때라서....... 복간한다고 이번에 보니 허술한게 너무 많았다. 서너마디로 하면 될 것을 말칸을 꽉꽉 채웠더라. 경마장에 있는 말의 안장 속에 정보가 있는 그 장면은 뒤 장면과 연결이 흐지부지 되어있었다. 거기 뭔가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이번 복간본에서 마적들이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여 말들이 도망치게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런 식으로 부족한 걸 정리하느라고 1년 동안 엄청 고생했다. 1964년 폭탄아 원본과 이번 복간을 비교해 보면 많이 다르다.

△ 박기정 작가가 다시 그린 원고 중 일부

A. <도전자>는 원본 그대로 복간한 것이라면, <폭탄아>는 복간하면서 많이 버리고 정리했다. 결론을 내줘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끌기만 하면 되나. 독자들은 끄는 것도 적당히 해야 좋아하는데, 순간순간 매듭지을 것은 짓고 해야 한다. 부엉이 목걸이도 원본에서는 다 수집되지 않고 흐지부지 됐다. 원본은 목걸이가 ‘말’이었다. 그걸 ‘부엉이’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부엉이 원·투 다 찾아서 일본첩자들의 명단을 독립군 손에 전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걸 나중에 다 찾아서 릴리를 통해서 독립군에 전달한다. 릴리는 탄이를 좋아했는데, 탄이에게 자신이 들어갈 틈이 없다고 보고 떠난다.

A. 원본에서는 아버지가 안죽고 살아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엉이 목걸이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그게 사족이더라. 어른들이 나와서 움직이면 재미가 없어진다. 목걸이 찾는 것은 긴다소령으로 충분하다. 긴다가 목걸이의 의미를 알아낸다. 그거면 충분하다. 쓸 때 없이 나타나면 스토리만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간결하게 정리했다.

A.  폭탄아가 결론부분이 사라져서 극적으로 이야기를 연결시키기 위해 이번 복간에서 힘이 많이 들었다. 귀결에 부엉이도 찾아서 독립군에게 넘기고 마적도 해산 시키는 그런 마무리를 만들어 해피엔딩으로 끝낸거다. 폭탄아도 행간을 잘 음미해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다. 시하메같은 놈은 일본의 간교한 것이 그대로 나오는 거다. 견습장교가 부하직원을 데리고 가서 큰 사고를 저지르고, 할복한다고 쑈하잖아. 나쁜 놈들이야. 일본놈도 여러 질이 있다.

A. 하나꼬와 함께 떠나는 장면은 처음에도 사랑스토리를 넣으려했는데, 그때는 넣을 수가 없어서, 이번 복간에서 넣은 거다. 마지막에 하나꼬가 총을 들고 와서 쏘지는 못하잖아. 그리고 탄이가 조국 광복을 위해 떠난다고 할 때 가서 죽으라고 막 쫓아오며 소리를 지르는게 애틋하잖아. 소년들은 맘이 끌린다고.... 헤어지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래서 탁 안고 가잖아.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그래야 인생이 즐겁다. 비극적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더라도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기차를 폭파하고 탄실이가 마적을 해산시키는 것도 해피엔딩으로 만들려고 일부 수정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역사적으로 일본과 원수지면 안된다는 사람이다. 도전자에서도 마지막에 의붓어머니 일본여자에게 ‘어머니, 잘못했습니다’하고 발밑에 꿇어앉고 훈이가 매달리잖아. 연결고리를 만든거다. 우리는 다시 친해질 수 있다 이거야. 폭탄아도 거기서 헤어지면 한일관계는 끝나는 느낌으로 가는거야. 그런데 탁 안고가잖아. 그러면 연결되는거야. 그런 깊은 뜻이 있는거지.(웃음) 그 연결고리를 맨든거야. 그냥 아듀한게 아니고.

Q.  <폭탄아>는 인물캐릭터들이 다양하고,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도 돋보입니다. 인물을 설정할 때 무엇을 고민하고 창작하셨나요?
A. 나는 만화 속에 여자고 남자고 다 개성있고, 독립적인 인물로 만든다. 자작면, 다누끼, 릴리 등도 다 자기 역할이 있다. 특히 이번 복간하면서 말풍선 속의 대사를 단순화시키면서 좀더 성격을 부여한 것도 있다. <도전자>는 훈이 중심의 원맨쇼다. <폭탄아>는 대하장편으로 다양한 인물을 그렸다. 특히 복간을 할 때 자작면과 다누끼는 좀더 성격부여도 하고, 다시 살려낸 거다. 다누끼는 재미있는 성격으로 만든거다. 귀족과 기생 사이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형이 막 괄시를 하고 구박을 하니 애가 삐뚤어진거다. 그래도 좋은 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교육을 받아서 교양은 대단히 높다. 그런 걸 살린거다. 막 사기꾼같이 행동하면서도 본 바탕이 선한게 나중에 나오는 거나, 복합적인 인물을 만든거다. 나중에 네꼬(밀정)는 다누끼가 사람을 만드는거다. 살벌한 네꼬를 사람 만든다. 그리고 긴다소령에게 부엉이목걸이를 넘기러 만날 때 위기에 빠진 것을 탄이가 구해준 것 같은 장면도 이번에 새로 만들어 넣어서 연결시킨 거다. 자작면은 자기 아버지는 친일파로 나오지만, 자기는 정신이 똑바로 박힌 인물이다. 그래가지고 이번에 살려낸거지. 말풍선 등의 대사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많이 살려낸거다.

Q.  2017년부터 다시 초년생으로 작품을 하겠다고 하셨고, 현재 새로운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A. 재미있는 것을 준비 중인데, 예전에는 스토리가 나오고 아이디어가 나오면 타이틀이 탁 떠오르는데 아직 그걸 못 잡고 있다. 오랫동안 준비한 것은 야구만화인데 콘티까지 짜놓았는데, 너무 장편이라 내가 나이 먹어 엄두가 안난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집념이 강한 인물이다. 집념이 강하니 남에게 희생하는 점이 전혀 없고, 자기 위주로 사는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인물이다. 이 인물이 계기를 통해서 변화하고, 야구선수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생각중이다.

A. 장편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먼저 짧은 작품을 하나 구상하고 있다. 엄마를 찾아다니는 훈이 이야기다. 이 작품은 고양이·강아지·원숭이가 함께 나온다. 동물들은 훈이와는 같이 자라서 서로 말도 통하는 약간 판타지적 요소도 넣었다. 약장수 할아버지와 함께 다니면서 엄마를 찾는다. 그냥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과 훈이가 서커스를 하면서 같이 다닌다. 더 귀엽고, 특이하게 동물캐릭터를 잡아보려고 계속 고민 중이다.(여러 형태의 캐릭터를 스케치 중이고, 전시 도록에 몇 컷이 들어있다.) 동물캐릭터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세태에 대한 풍자도 좀 넣으려 한다. 예를 들면 동물들이 학대당하는 이야기에서는 원숭이가 학대당하는 개를 풀어주는 탈주극도 넣고, 고상한 척하는 비싼 애완견을 만나면 너의 주인이 국회의원이냐 이러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풍자성도 넣었다. 첫 장면은 생각을 해뒀다. 첫 장면은 동물 셋이 앉아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인형인 줄 알고 서로 갖고 싶어하는데, 훈이가 라디오를 틀면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오고, 동물들이 일어나 춤을 추는 것으로 구상했다. 동물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캐릭터 상품으로도 해 보고 싶다. 그래서 더 고민 중이다. 죽기 전에 해야 되는데....(웃음)

Q. 늘 선생님들께 이 질문을 하게 되는데요. 만화가가 되고 싶은 많은 예비작가들이 꼭 지켰으면 하는 것이 있으시면 한 말씀해주세요.
A.  정도(正道)를 지켜야해. 정도가 왜 중요한가 하면, 만화는 간식, 보약같은 것인데 비소 같은 게 들어가면 안되지. 악이 있고, 선이 있고 섞여 있지만 결국은 정의가 승리하는 정도가 있는 거다. 아동은 감수성이 예민하니, 나쁜 놈이라도 극악무도한 나쁜 놈으로 끝내면 안좋은 것 같다. 너무 교과서적인 것 같아서 이런 말 쓰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그건 지켰으면 좋겠다. ‘정도’를 지킨다는 건 만화가 악의 소굴로 굴러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악을 다루고, 전투를 다루고, 전쟁을 다루어도 결국은 선이 승리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 물론 내 철학이다. 강요할 수는 없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도 많이 오셨는데, 작가님께 오동추*** 팬클럽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내가 살아있었다는 보람을 느낀다. 팬들을 만나면, 평범하게 산 것 같은데 내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이번 전시에 많이 왔었고, 연락이 와서 내년 1월에 만나기로 했다. 나를 참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오동추는 박기정작가의 캐릭터 이름이기도 하지만, ‘오직 동심으로 추억하기’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필진이미지

김종옥

한국만화웹툰학회 부회장
한림대학교 융합문화콘텐츠연구소 수석연구원